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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소추안 의결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이와 아주 비슷한 순간을 12년 전에 이미 한 번 겪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데자뷰(기시감, 언젠가 한 번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광경)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단상에서는 지금도 얼굴이 보이는 사람들이 몰려 서 있었고, 몇 몇 사람들은 국회 경비들에게 사지를 붙잡혀 들려 나가며 울부짖었고, 어떤 사람은 뒤 쪽에 조용히 앉아서 입가에 웃음을 베어 물고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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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회 밖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부르며 일부는 울고 일부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그렇게 2004년 3월 12일은 역사 속으로 흘러갔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재적 271석 중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가결 되었고, 대통령은 직무정지가 되었으며 고건 총리 직무대행 체제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시청 앞 광장은 헌재를 상대로 탄핵 심판 기각을 요구하는 촛불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2016년 12월 9일은 이와 아주 비슷한,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인 광경이 연출 될 것이다. 과연 내일 하루가 지나면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짓고 서 있게 될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현재 대한민국 제 18대 대통령은 박근혜라는 사람이다. 2012년 12월 19일에 당선된 이 자는 2013년 2월 25일에 정식으로 대통령 직에 취임한 이래 오늘날까지 청와대의 주인으로 자리잡고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민주공화국을 이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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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시간 동안 그가 저지른 일들이 최근에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귀를 의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새로운 종류의 인간형이었던 것이다. 총칼을 앞세워 세상을 지배한 독재자 박정희를 아버지로 둔 박근혜는 박정희나 전두환 같이 무력을 동원하여 권력을 쟁취하는 인간형도 아니었다. 그런가 하면 바로 앞선 대통령 이명박 같이 사력을 다해, 온갖 지식과 술수를 동원해 돈을 챙기는 물욕의 화신도 아니었다.


도대체 왜 살아가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이해하기도 힘든 인간형, 자신이 속한 새누리당은 자신의 것이며, 자신이 살아가는 이 국가 역시 자신의 소유이며, 자신이 살아가는 청와대는 자신의 집이라고 느끼며, 대통령 직책은 대를 이어 수행해야 하는 자연스러운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되어서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하는 소명의식도 없어 보인다. 이 국가는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비전 같은 것도 없다. 그저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은 좋은 사람, 자신을 귀찮게 구는 사람은 나쁜 사람 정도의 변별력을 가지고 좋은 사람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서 자신이 결정해야 할 일들을 미루어 맡겨 버리고, 나쁜 사람에게는 극도로 잔혹해서 법을 어겨가며 일자리에서 쫓아내 버리는 동물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삼시 세끼 혼자서 외롭게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며 자신이 꼭 참석해야 하는 일정을 제외하고선 항상 관저에 처박혀 있는 히키코모리 형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말이다. 이게 이해가 가시는가?


이건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다. 범죄 여부와 도덕성을 따지기 이전 단계의 원초적인 기이함을 지닌 반사회적 인간형이다. 아마도 그는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보기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동을 해 왔는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그것을 모를 것이다.


이것이 그간의 사건들을 모두 지켜본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결국 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 제 20대 국회는 그런 세계사적으로도 기이한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하고자 탄핵 소추안을 제출하고 본회의에 보고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2016년 12월 9일, 해방 이후 두 번째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소추안에 대한 의결이 내일 국회에서 있을 예정이다. 오후 세 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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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자세


이렇게 간략하게 요약해 놓고 보니, 너무나 단순한 과정이었다. 그냥 너무나 이상한 정신병적 성향을 가진 한 여성을 대통령에 선출했던 것이다. 뭐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이런 기이한 사실들이 안 밝혀진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 적나라하게 대중들 앞에 까발려진 것이고 사람들은 그를 당장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싶어했고, 현직 대통령을 해임시킬 수 있는 유일한 헌법적 절차를 국회가 밟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게 전부다.


그렇게 단순한 과정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사실 아직도 뭔가 한 고비를 깔끔하게 넘지도 못했다. 만약 내일 부결된다면? 아니 내일 가결이 된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2004년처럼 기각해 버린다면? 박근혜라는 이상 성격자가 다시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에 복귀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당연히 사람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실패한 합법적 절차를 포기하고 무력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그 와중에 어떤 불상사가 생겨도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와도 박근혜는 눈 하나 깜빡도 안 할 것이다. 어차피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생각하지도 않을텐데 뭐 어쩌겠는가. 나쁜 사람들이 소동을 벌이면 경찰이나 군대를 동원해 막으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불행한 상황이 오지 않도록 국회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비록 자신이 아무리 여당 소속 친박계 의원이라 해도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상황이 정상인가? 과연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빨갱이들이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벌인 난동에 불과한 것인가? 그런 거 아니라는 점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 이 문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빨갱이들이 벌인 문제도 아니다. 비정상적인 사람에게 나라의 운영권을 맡겨 둘 수가 없다고 정상인들이 항의하며 들고 일어난 상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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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이건 비박이건 탄핵안 가결에 동참하고 찬성하는 것이 옳다. 이 대열에서 이탈하는 자, 즉 표결에 불참하거나, 심지어 표결을 방해하거나, 아니면 표결에 참여했더라도 반대표를 던지는 자는 절대 다시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을 생각도 하지 마시라. 우리들 유권자 대중이 그렇게 만들어 드릴 생각이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


야권에게는 딱 한가지 자세만 요구하고 싶다.


선 탄핵 후 대선이다.


지금 수행해야 하는 탄핵이라는 작업은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국회의 힘을 넘어서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럴수록 최선을 다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을 진행해야 한다.


이 와중에 탄핵이 인용되면 바로 닥쳐올 차기 대선에 정신이 팔려 탄핵 자체를 망가트리는 경우, 탄핵에 반대하던 자들만큼이나 가혹한 유권자 대중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협박이 아니다. 진심이다.


탄핵에만 집중하자. 만에 하나 부결된다면, 될 때까지 하자.


어떻게 해서든 시민들의 피가 또다시 아스팔트 위에 흘러서는 안된다는 것, 너무나 명확하게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저 반사회적 이상 성격자를 대통령 자리에 남겨둬 임기를 마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남은 길은, 그리고 유일한 길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대통령을 파면하는 탄핵 뿐이다. 절대 실패해서는 안되는 무겁기 그지없는 막중한 임무라는 얘기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의원직 총사퇴 같은 헛소리는 접어 두시라. 그냥 의지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로 간주하겠다.


무조건 탄핵을 가결시켜야 한다.


그게 국회에 요구되는 자세이다.




탄핵 소추안 의결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민주공화국의 유권자 대중이다. 박근혜 탄핵이라는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에 관해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반성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다른 얘기 다 필요없이 박근혜를 저 자리에 앉게 해준 사람이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나는 안찍었다고 도망가지 말자. 나도 안 찍었다. 하지만 국정원이 개입을 했건 말건, 피 토하게 억울하건 말건 박근혜는 그 군사 쿠데타의 주동자이자 독재자인 애비 박정희와 다르게 합법적인 절차, 대통령 선거를 통해 당선이 된 대통령이다. 미치고 환장하겠지만 그렇게 만든 게 우리다. 그걸 막지 못한 것이 우리다. 손등을 찍고 머리를 바닥에 내리 찧으며 반성할 일이다.


그렇게 반성을 했으면 이제 지켜볼 차례다. 결국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게 우리라면 그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릴 사람들도 우리이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라 대의기관인 국회에 우리의 할 일을 위임했고 그들이 뻘짓을 할 때 마다 장엄한 촛불의 파도로 야단치고 일을 바로잡고 방향을 제시해 왔다. 그리고 정치권은 그 방향으로 우리가 이끄는 대로 끌려온 셈이다.


정당을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 나리들께옵서 몇 번이나 판을 망가트리려고 했지만 그 때마다 화들짝 놀라 탄핵의 한길로 돌아오게 만든 것도 바로 전국에 타오른 촛불들 덕분 아니겠는가? 여태까지는 잘 해온 것이다.


뭔가 일을 제대로 하려면, 주인이 직접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결국 헌법 절차고 나발이고 모든 것은 다 우리 유권자들이 신경써서 처리해 줘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도 우리고 헌법재판소에 일을 시키는 것도 우리라는 얘기다. 주인은 언제나 이렇게 피곤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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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9일, 역사적인 날에 거행될 박근혜 탄핵소추안 의결을 지켜보자.


여유가 되는 사람은 국회를 둘러싸고, 생업에 바쁜 사람은 각자의 일터에서 지켜볼 일이다. 머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주인의 눈초리이다. 매서운 눈초리로 일을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자.


가결이 된다면? 그 다음 머슴(들 치고는 조금 늙어 보이는 사람)들인 헌법재판관들을 지켜 봐야 한다. 일이 말끔하게 마무리 되려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판결이 나와야 하니까 말이다.


만약 탄핵 소추안이 부결된다면? 아마도 한 번 정도는 더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임시국회를 소집해서 탄핵 소추안을 재발의해야 할 것이고, 왜 부결되었는지 원인을 파악해 제거해야 할 것이며, 반대하고 방해했던 의원나리들이 무서워서 기절할 정도로 촛불과 횃불로 눈앞을 밝혀줘야 할 것 이다.


그러고도 안된다면, 역사가 우리의 피를 요구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경우를 상상하지는 말자. 그럴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 전에 잘하자는 것이다.




아주 작은 눈물 한 방울


모든 정치적인 이유를 잊자. 모든 정파적인 이해타산도 잊어 버리자. 국가의 가치, 행정부 수반의 권력, 삼권분립, 공화국의 존재이유, 모든 추상적이고 그럴싸한 이야기들을 뒤로 던져 버리자.


바로 여기 우리들 사이사이에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들이 울면서 서 있다. 아이들이 탄 배가 그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아 가고 있는데, 도대체 뭘 했는지 혼자서 밥을 먹고 머리를 하고 창밖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던 허수아비 대통령이 있었다.


단 일초가 급하게 서둘러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려 오려고 미친 사람처럼 맨발로 뛰어 다녀도 부족한 판에 자신의 책임이 뭔지도 모르면서 멍하게 창가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 보내던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있었다.


느껴 보시라, 그 부모님의 고통을.


제발 부탁이니 느껴 보고 상상해 보고 만약 내가 그 부모님들의 입장이었다면 여태껏 제정신을 유지하고 버텨 올 수 있을지 공감을 좀 해보시라는 말이다. 그 분들이 박근혜를 바라볼 때 어떤 느낌이 들지를 생각해 보자.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그 분들을 위로할 방법이 전혀 없다. 그 분들의 생명보다 소중한 아이들이 이미 차가운 물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분들이 앞으로 흘리게 될 눈물 중에 아주 작은 한 방울이라도 닦아 드리는 것뿐이다.


“대한민국 제 18대 대통령 박근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 통과 되었다.” 라는 선포와 함께 국회의장의 망치소리가 국회 본회의장에 울려 퍼진다면 그 분들의 아주 작은 눈물 한 방울을 닦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 나에게 있어 이번 탄핵이 가결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 모두 그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 






편집부 주



물뚝심송은 

"물뚝심송 박성호의 오디오 논평(링크)"

이라는 쓸데없는 것들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