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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오후 질의부터 청문회 위원들은 오전 질의에서 뿌려놓았던 떡밥들을 하나둘 회수하는 가운데, 크게 세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파고들었습니다.

 

1. 김기춘 - 최순실과의 관계


2. 삼성 등 기업과 관련된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


3. 문체부를 중심으로 한 국정 개차반 상황

 

한편, 장시호의 등장으로 청문회장엔 새로운 기류가 흘렀는데요. 고영태 씨와 차은택 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최순실과 가장 가까운 관계였지만, 그녀의 혈육인 장시호 씨가 등장하면서 부담이 줄어든 것인지, 전반전보다 비교적 최순실 관련 질문에 상세히 답변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증인이 '제2의 최순실'로 몰릴 것이 두려워 박근혜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암시하는 대목에선 적극적으로 반론하였지요.

 

자 이제, 다시 한번 되감기를 눌러 디벼보겠습니다.

 

* 여기서부터 등장하는 시간은 국민TV 유튜브 영상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 2차 국회청문회 #3>를 기준으로 기재했습니다. (#링크)

 



[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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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질의에서 고영태 씨가 대통령을 위해 만든 옷과 가방들의 결제를 최순실 개인 돈으로 했다고 증언했는데요. 이 물품들의 총 구매액이 4,500만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이 쓰는 물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는 이 물품들에 대해 공식적인 지출을 한 바 없다고 해명을 했지요. 황영철 위원은 고영태 씨에게 다시 한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최순실이 뇌물로 가카에게 제공한 것이다.'라는 정리를 내립니다.

 

물론, 우리 가카께서는 몰랐으요. 장시호도 자신에게 들어온 삼성 돈 6억을 누가 꽂아준 건지 모르는데, 4,500만 원 가량의 물품이 어떻게 흘러들어오는 지 가카께서 아실 리가 없겠지요. 그런데 갑자기 제 연봉이 떠오르네요. 시무룩.

 


 

[0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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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 씨에 대한 김한정 의원의 질의가 시작됩니다. 장시호 씨는 먼저 김종 차관과 차은택 씨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김 의원의 "동계스포츠센터, 이거 누구 아이디어였습니까?"라는 질의에

 

"최순실 아이디어, 최순실 이모 아이디어였습니다."

 

라는 말을 합니다. 이후에도 장시호 씨는 이모인 최순실 씨에게 존칭을 생략하거나, 날카로운 뉘앙스로 발언합니다. 한 언론 보도에서 이 사태가 커지자, 장시호 씨는 최순실에게 "이모 때문에 못 살겠다!"라고 투덜댔다고 했었지요.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한 태도였습니다.

 

또한 장 씨가 동계스포츠센터에 참여할 때에, 직위도 없이 참여했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인데요. 김 위원의 "가능한 일입니까?"라는 반문에

 

"저는 최순실 씨가 지시하면 따라야 하는 입장이고, 이모인 데다가, 거스를 수가 없는 입장이었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청문회 자리에 나와 있는 모든 증인들이, 심지어 혈육까지도 가장 무거운 죄를 최순실에게 넘기는 모양새였습니다.
 

 

[0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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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은 이어 제일기획 사장 김재열 씨에 대한 질의를 시작했습니다. 재밌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동계스포츠센터 설립 과정에서 김종 차관한테 이야기 들었습니까? 아니면 미래전략실에서 들었습니까? 라는 질문에,

 

"예 우선 동계영재센터 후원 건으로 국민 여러분과 위원님들께..."

 

"아, 아니, 그건 어제 이재용 회장님이 하루종일 하셨어요! 누구한테 들었습니까? 또 장충기 사장입니까?"

 

"아닙니다. 김종 전 차관한테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렇게 답변합니다. 삼성은 기업인지 정당인지 알 수가 없네요. 말끝마다 국민을 붙이는 걸 보면. 저 멘트, 2시간 넘게 속으로 되뇌고 있었을 텐데 결국 짤려버렸네요.

 


 

[01: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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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의 질의가 시작됩니다. 이번에도 고 김영한 수석의 비망록을 근거로 김기춘의 지시로 박사모, 만만회, 자유청년연맹, 새마을포럼 등을 동원해 박지원 의원 등 야당 정치인을 고발한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김기춘은 그런 단체는 알지도 못하고, 그런 지시를 내리지도 않았다고 답변합니다.

 

그런데 앞서 이 의원의 오전 질의 때에는 동료 의원들이 무언가 딴짓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번엔 주변 의원들이 모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왜일까 궁금했는데, 이용주 의원 뒤의 줄무늬 양복을 입은 인물, 보이십니까? 누굴까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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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포커스 뉴스


박지원 원내대표였습니다. 박지원 대표의 묘한 표정이 돋보입니다. 박지원 대표는 김기춘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 "참 더러운 비서실장", "바늘로 찔러 죽이고 싶다"는 격한 발언들을 쏟아 낸 적이 있지요. 질의는 이 의원이 했지만, 사실상 박지원 vs 김기춘의 한판 싸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춘은 표정과 어조의 큰 변화 없이 모르쇠를 시전합니다.

 

그런데, 김기춘 실장은 진짜 해당 단체들을 모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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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시사프레스

 

이렇게 보수 단체를 직접 챙기시는 분이 말입니다.

 

 

 

[0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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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의원은 김재열 사장을 집중적으로 털었는데요. 동계스포츠센터 16억 지원 건을 삼성의 누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 집중적으로 물었습니다. 김재열 사장, 머릿속이 복잡해 보였습니다. 굉장히 위축되어 있었고요. 그래서 누가 봐도 구라를 치고 있다는 뉘앙스의 답변을 이어갑니다. 김 사장은 자금 지원 의논을 누가 했냐는 질문에 "제일기획의 임원과 논의했다"는 답변을 합니다.

 

장 의원은 바로 김종 차관에게 이 건을 물었고, 김 차관은 "제일기획 사장은 아닙니다. 삼성 직원이 나왔습니다."라는 답변을 합니다. 김 사장의 구라1이 바로 뽀록나버리자, 장 의원은 김 사장을 쥐 잡듯이 잡습니다. 김 사장은 다시 "삼성전자에서 후원했습니다. 누가 결정했는지는 정확히 모릅니다."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해 다시 장 의원의 추궁을 받지요. 기어코 김 사장의 입에서 "삼성전자 내 글로벌마케팅팀에서 결정했다."라는 답변까지 끌어냅니다. 아쉽게도 결국 구체적인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요. "세부적인 사항까지는 챙겨보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김 사장의 답변, 1차 청문회 이재용 부회장의 단골 멘트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김재열 사장은 수십번 말을 고르고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는 모습이 완연했습니다. 말을 내뱉다가도 다시 삼키는 등, 아무래도 어디선가의 압박을 받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죠.

 

 

 

[0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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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의원의 질의는 장시호 씨와 박근혜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캤는데요. 중간 김기춘에게 한 "세대 차이 난다"라는 발언도 좀 재밌었지만, 백미는 이 장면이었습니다. 장시호 결혼식에 박근혜가 참석했다는 답변을 들은 하 의원, "결혼 몇 년도에 했어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에 대한 장 씨의 답변은,

 

"제가 그 해 결혼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혼 한 걸로 알고 있어요?(웃음)" 


"2006년도에.."


"결혼 기념일 언제에요?"


"제가 결혼 기념일을 모릅니다."


"가을이에요 겨울이에요 여름이에요"


"6월, 6월에 했습니다."

 

여기서 장 씨의 결혼기념일 미스터리는 대강 해결된 지 알았는데, 나중에 또 등장합니다. 조금 이따가 보시죠.

 


 

[0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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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지되었던 청문회가 재개되고, 도종환 의원의 질의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김재열 사장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전반전에 비해 표정이나 답변이 확고하고 명확한 것은 물론, 불리한 질문엔 아예 답변을 하지 않는 대담함까지 보였습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이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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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위 장면의 김 사장, 오른쪽은 청문회 마지막 부분의 김 사장입니다. 펜을 사용해 자료를 정리할 때의 김 사장은 어떤 공격적인 질문이 들어와 당황하다가도 갑자기 리셋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마지막까지 말의 앞 뒤가 안맞아 고생은 했지만요.

 

이런 점을 볼 때 앞서 휴식시간에 누군가에게 심각한 코칭 혹은 압박을 받은 것이 아닌가, 그렇게 추정해봅니다.

 

 


[03: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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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박영선 의원과 김기춘의 2라운드가 시작됩니다. 박 의원은 1라운드 때처럼,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김기춘의 증언과 반대되는 제보자 또는 관련 인물들(조응천, 박관천, 최순실 사무실의 주차요원, 검찰 등)의 증언 또는 제보를 바탕으로 공격했는데요. 위 장면 김기춘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은 박 의원의 이런 말 다음 나왔습니다.

 

"지금 검사들이 뭐라고 하냐면요. 우병우 수석과 김기춘 비서실장에 관한 조사를 우리가 사실은 하나도 못했습니다. 왜? 우리가 그동안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이 자리를 달라고 부탁했던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특검이 그 부분을 가장 고심하고 있다. 그리고 김기춘 실장 되기 전부터 검찰의 인사가 있기 전에, 검사들한테 전화하셨죠? 그래서 안부 물어보면서 내가 지금 힘이 없지만, 앞으로 밀어주겠다. 이런 전화하셨죠?"

 

이런 질문들에 김기춘은 매우 어이없어하는 헛웃음과 함께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한편 박 의원은 내내 시무룩 모드이던 조원동 수석에게 외국인투자 촉진법에 대한 SK의 로비 의혹에 대해 질문합니다. 처음엔 기억이 안 난다던 조 수석, 박 의원이 다그치자 기억이 난다며 기업의 로비가 아닌,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결정된 바라고 답변합니다.

 

조 수석, 몇 년 뒤에 어디에 가 있을까요? 그 때보면 알게 되겠죠. 아니면 토사구팽 당하던가요.
 


 

[03: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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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의원의 질의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손 의원이 다른 의원들과 가장 달랐던 점은, 자신이 질의하는 증인들에게 인간적인 배려를 했다는 점입니다. 부족한 시간 내에서도 그들이 소명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배려했고, 비록 죄를 저질렀어도 그 입장을 이해 하며 발언 기회를 주었습니다. 차은택 씨에 대한 질의는 그런 모습이 아주 잘 보였는데요. 질의 초반 차은택에게 "진실을 밝히는 길밖에 없다"는 말을 해줄 때, 차은택은 목에 메이는 듯했습니다.

 

이어서 김기춘과 최순실과의 관계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는데요. 여기서 차 단장은


"최순실은 김기춘을 어르신이라 불렀고, 김기춘 얘기를 하면서, 인간적인 부분에서 고집이 세다 등 좋은 얘기를 한 적 없다."라는 답변을 합니다. 소위 말하면 최순실이 차 단장 앞에서 김기춘 뒷담화를 시원하게 했다는 거지요.

 

바로 손 의원 버전 이상형 월드컵 질문이 이어집니다. 누가 더 친하고 인정해줬나? 라는 질문에 "박근혜 vs 최순실"에서 차 단장은 최순실을 택합니다. 그런데 "정의선 부회장 vs 이재용 부회장"의 질문엔 적극적으로 관계가 없다는 답변을 합니다.

 

사실 제일기획 김 사장은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차은택 씨를 비롯해 증인들은 기업들과의 접점이 드러나는 장면에선 단호히 반박했습니다. 다만 김종 차관만은 제일기획 김 사장이 김종 차관에게 모든 것을 몰아가려고 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삼성 이야기를 꺼냈지요. 차 씨의 증언이 위증인지 뭔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2차 청문회를 먼저 하고 1차 재벌총수 청문회를 해야 했지 않나 그런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한편, 고영태 씨에게 던진 "최순실은 세월호를 어떻게 생각했냐"는 질문에 고영태 씨는 "세월호의 노란색만 봐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합니다. 최순실 씨, 당신의 자녀는 그렇게 끔찍히 아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03:51:20]

 

 

내리 4선 의원 안민석 의원이 다시 등판합니다. 오후 질의에서 가장 큰 웃음이 터졌던 장면인데요.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영상을 가져왔습니다.

 

모 연예인의 "언니 저 맘에 안 들죠?"를 떠올리게 한 안 의원의 "제가 미우시죠?"에 주저 없이 "네"라고 대답하는 장시호 씨. 이어서 "꼭 뵙고 싶었습니다."라는 말까지, 안 의원의 표정을 보면 "증인과 왜 썸을 타냐"는 놀림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또 재밌는 점이 있는데요. 아까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서 결혼기념일을 모른다고 답변했던 장 씨는, 그 사이 결혼기념일을 기억하려 애썼나 봅니다. 결혼기념일을 물어보는 안 의원의 질의에 장 씨는 "6월 4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맞나요?" 라며 오히려 안 의원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합니다. 이미 안 의원이 대부분을 알고 있다는 장 씨의 인정, 다른 의원들 간의 질의에선 볼 수 없었던 보이지 않는 질긴 인연, 그런 것들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미 검찰 조사를 겪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변호사와 열심히 준비한 것인지, 장시호 씨의 답변에는 두 가지 패턴이 있었습니다. 안 의원이 던지는 중요한 질문과 인정하는 대답에는 매우 빠르게 대답하는데, 부인하는 질문에는 "네?", "제가요?"라는 반문과 함께 단호하게 부정했습니다. 전자의 질문에는 마치 준비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후자의 질문에는 전혀 얼토당토않다는 질문이라는 느낌이 드는 답변이었는데요. 과연 사실은 무엇일지, 장시호 씨의 답변들은 철저히 준비된 것인지. 추이가 주목됩니다.
 


 

[04: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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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철 의원의 질의 중에서는 차은택과 김기춘의 증언이 충돌하는 상황을 맞습니다. 차은택, 김기춘, 김종의 모임과 관련된 질문에 차은택은 김종 차관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김기춘을 만났다는 증언을, 김기춘은 따로 만났다는 증언을 합니다. 이 충돌 상황을 김종 차관이 "두 분 말씀이 다 맞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차은택과 김기춘이 만나고 있을 때 저희 측이 들어갔다."라는 증언을 합니다. 차은택과 김종 차관의 증언은 일치하고, 김기춘의 증언은 이와 충돌하고 있지요. 물론, 김기춘은 끝까지 오리발을 내밉니다.

 

이 문제도 시청자 제보라고 밝혔는데요. 이 무렵부터 의원들은 시청자나 네티즌 제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한편 황영철 의원은 김기춘 실장에게 "한 때 존경했던 분"이라고 밝혔는데요. 왜 저런 사람을 존경하는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만, 뭐 그럴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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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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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의사 진행 과정에 대한 윤소하 의원의 항의 장면인데요. 교섭단체 간사 간 합의에 따른 사항을 담은 유인물을 배부하는데 윤 의원이 받지 못하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비교섭단체 약소 정당의 설움이 그대로 녹아드는 장면입니다만, 윤소하 의원님! 당원으로서 말씀드리는데,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청문회에서 더 예리한 질문과 솔직한 답변을 받아내는 모습이 더 보고 싶네요. 이번 청문회에서 윤소하 의원님의 존재감은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더 잘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06: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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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질의가 시작되고 김경진 의원은 포괄적 뇌물수수죄를 밝히기 위한 질의를 시작합니다. 국민의당의 김경진, 이용주 의원은 이 쟁점사항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는데요. 아무래도 당 차원의 지시가 있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K스포츠재단 정현식 사무총장을 상대로 한 질의는 최순실이 어디까지 K스포츠재단에 관여했나에 대한 것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김경진 의원은 자신의 질의 내용들을 최종적으로 정리해주었는데, 이렇습니다.

 

"포괄적 뇌물죄, 제3자 뇌물죄에 관련해서 검찰은 지금 K스포츠라는 재단에 갔기 때문에 이게 직무유기고 뇌물이 아니라고 하는데, 이 K스포츠라는 재단이 사실상 재단의 껍데기만 쓰고 있고 최순실이 마음대로 운영하는 외피 도구에 불과했다.'라고 본 의원은 보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에 대한 정 사무총장의 답변은


"처음에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한 적 없습니다. 나중에 결과적으로 알고 보니까, 의원님 말씀에 어느 정도 동의가 됩니다."

 

이어서 여명숙 위원장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는데요. 이 역시 비슷한 주제의 질문이었습니다. 여 위원장의 의연한 답변과 모습은 다른 기사에 많이 다루어졌기에, 이 글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여 위원장의 "게임 업체들은 살아있는 생명체 같고 2,800만 유저들이 바로바로 반응하기 때문에 그런 거 잘못하면 맞아 죽습니다."라는 발언은, 여 위원장이 단순히 강직한 것이 아닌 유능한 관료라는 생각을 들게 하더군요. 게임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듯했습니다.

 


 

[07:00:43]

 

장제원 의원이 다시 등판합니다. 이 질의는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과 김종 차관의 증언이 충돌하는 부분에 대한 최종 결과였는데요. 자세히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프라자 호텔에서 만났다는 김종 차관과 김재열 사장 사이에 오갔던 대화에 대해 질의하던 장 의원은 16억 원의 후원을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 집중 추궁합니다. 이에 김 사장은 김종 차관에게서 액수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 없고, 동계스포츠 센터 후원에 대한 얘기만 들었으며. 액수는 실무 접촉을 통해서 결정된 것이다 라는 답변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최종 결정을 한 삼성전자에 내용을 전달한 이용국 상무라는 이름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이때, 김종 차관은 김재열 사장과의 만남에서 "동계스포츠센터에 대한 얘기를 한 적 없다"는 발언을 합니다. 김 사장의 앞서 증언과 배치되는 내용인데요. 이 부분을 추궁하자 김 사장은 "들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오묘한 답변을 합니다. 장 의원이 괜히 김 사장에게 "정치합니까?"라는, 어이없다는 듯한 반문을 한 것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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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프라자 호텔에서 있었던 양측의 만남 과정에서 김종 차관은 "동계스포츠센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김재열 사장은 "동계스포츠센터 후원 얘기를 들었다"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결국 청문회에서 이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양 측의 표정도 매우 달랐는데요. 특검은 과연 진위여부를 밝혀낼 수 있을까요? 궁금해집니다.

 

앞서 의사진행 발언 과정 중, 안민석 의원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제는 유명해진, 주갤 제보에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담겨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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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의원의 뒷 자리에서 열심히 핸드폰을 보고 계신 김 보좌관님은, 손혜원 의원의 손짓이 있자 어딘가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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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과연 주갤러의 제보를 확인하는 장면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 장면뿐 아니라 모든 장면에서 보좌관들은 의원들의 뒤에서 열심히 핸드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여러 제보를 확인하고 팩트를 체크하고 계셨겠지요. 김성회 보좌관께서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딴지는 1호부터 애독자 라고 밝혀주셨는데요. 이 장면은 과연 어떤 장면인지, 글을 보시게 되면 한번 시원하게 밝혀주시길.

 

 

 

[07:40:51]

 

어쨌든, 주갤러의 제보를 받은 손 의원의 토스로, 이번 청문회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펼쳐집니다. 박영선 vs 김기춘의 최종라운드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 역시 스샷으로 여러분께 전달해드리기는 뭔가 아쉬워, 부분 영상을 가져왔습니다. 풀타임으로 즐겨 보시죠.

 

 

 

난공불락 같았던 김기춘. 그랬던 그가 의자를 들썩이며 조금이라도 발언 기회를 얻으려 노력합니다. 위증죄에 관한 법률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듯, '기억의 착오'라며 적극적으로 변론합니다. 이후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최순실과 정윤회에 관한 부분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변론하며 모른다고 했지만, 박영선 의원의 마지막 질의에서도 거의 뽀록이 납니다. 결국, 김기춘은 최순실과 정윤회 모두 존재는 알지만, 접촉은 없었다라는, 참 말 같지도 않은 x소리로 일관합니다.

 

이 영상을 보면 참 통쾌합니다만,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한 김기춘의 태도는 씁쓸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제는 다 틀렸다는 것, 본인이 잘 알고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아마 대법원 마지막 공판까지 그는 변명과 억울함, 법망을 피해 가는 변론으로 일관할 것 같습니다. 국민도 국회의원도 이 청문회에서만큼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는데요. 이 공을 받아 특검은 과연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요? 끝까지 버티는 김기춘을 우리 모두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전체 청문회의 흐름 상 손혜원 의원이 과감하게 박 의원에게 이 제보를 토스한 것은 참 현명한 결정이었습니다. 김성회 보좌관이 밝힌 대로 손혜원 의원은 이날 차은택, 고영태를 집중 마크했고 김기춘에겐 거의 질의를 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박영선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부터 쭉 김기춘과 충돌해온 사이였고, 이날 질의에서도 초지일관 김기춘을 전담 마크했습니다. 그래서 김기춘은 더욱 당황했을 겁니다. 이제 다 되었다, 더 이상 박 의원에게 남은 카드는 없다, 그렇게 여겼을 겁니다. 박 의원이 날린 최후의 펀치는, 이날 흐름으로 보자면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한 방이었습니다.

 


 

[08:23:00]

 

역시 김기춘만 전담 마크했던 이용주 의원. 이 의원은 김기춘의 모르쇠에 크게 따지지 않고 바로바로 다음 질의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보면서도 이상하다, 왜 더 파고들지 않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화는 냈지만, 고 김영한 정무수석의 비망록에 무언가 남아 있나? 라는 의문을 갖게 할 만큼 신속한 진행이었죠.

 

이용주 의원이 숨겨뒀던 필살기는 바로 이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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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영한 수석의 비망록에는 내용마다 '장', '정무', '민정', '홍보와 미래', '교문'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앞서 김기춘은 "업무일지에 쓰여있는 것만으로는 내가 직접 지시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논리로 피해갔는데요. 이용주 의원은 "노트에는 각 수석이 한 말을 명확히 구별해서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인정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합니다.

 

이에 김기춘은 잠시 침묵 뒤, "제가 한 얘기를 고대로 적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즉 비망록의 신뢰성에 의심이 간다는 말을 합니다. 나름대로 큰 한 방이긴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김기춘이 처음부터 펴온 논리를 크게 뚫을 한 방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앞서 있던 주갤러의 제보가 너무 컸네요. 아쉽습니다 이용주 의원.

 


 

자, 사실 내용은 더 있지만 임팩트 있는 장면은 다 정리한 것 같습니다. 참 길고도 길었던 청문회였고, 그만큼 역사에 남을 청문회였습니다. 본문 중에서 여러 번 밝혔지만, 왜 재벌 총수 청문회는 이렇게 하지 못했나, 라는 강한 아쉬움이 짙게 남습니다. 더 갈굴 수 있었을 텐데, 더 뜯어낼 수 있었을 텐데, 총수가 아니라 담당자를 불러서라도 캤어야 하는 건데, 이런 아쉬움이 강하게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순실, 우병우 두 중요한 증인은 아직 청문회에서 그 옥음을 듣지 못했네요. 꼭 듣고 싶습니다. 아무튼 그 때까지 국회의원 분들이 준비를 잘 하시고, 우리도 같이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끝으로, "나쁜 사람"으로 찍힌 노태강 씨가 했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내가 저 자리, 저 위치에 있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라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답변이었습니다. 

 

"그 일이 벌어졌을 때는, 저 때문에 제가 속한 문화부가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이런 것들이 겁이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냥 저 혼자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이 사건을 끝냈으면 하는 뜻으로 순순히 받아들이고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갔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 좀 더 용감하고 대담하게 이 문제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를 했었으면, 어쩌면 오늘 같은 사태가 그걸로 끝났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혼자만의 때늦은 후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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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 관람기 上





빵꾼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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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교양서를 쓰고 있는, 딴지가 배출한 또 하나의 잉여 작가
딴지의 조선사, 문화재, 불교, 축구 파트를 맡고 있슴다.
이 네 개 파트의 미래가 어둡다는 거지요.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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