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OECD에 가입한 3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 사회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34위를 기록했다. 통념적 정치, 사회적 신뢰의 척도가 될 ‘다른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라는 답변이 26.6%로 23위에 그쳤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북유럽 선진 국가들은 70%대의 긍정적 답변을 보였고, 일본이나 미국은 35% 이상을 나타냈다. 굳이 설문조사의 수치들을 나열하지 않더라도 듣는 이들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조사결과였다.


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경제의 어려움과 이 난국을 헤쳐나갈 컨트롤 타워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누구를 경제부총리로 해야 적절할지, 이 위기를 단방에 해결할 초인은 없는지 고심하고 있다. 현재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내정되어 있는데, 이는 가당치 않다.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망가진 경제가 어떻게 모피아 출신 경제부총리 하나 세운다고 해결된단 말인가? 도토리묵과 상수리 묵과 참나무 열매 묵이 무슨 차이인가?


최근 많은 경제학자, 교수, 전문가들은 경제의 암담함을 한탄하고 미래에 대한 경고를 하지만, 그 역할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는, 곤궁한 처지로 보인다. ‘지식인은 사회의 소금이 아니라 찌꺼기’라던 롤랑 바르트의 비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시국이다.


작금의 사태에서 우리는 과거 국민의 정부 출범 후 IMF외환위기를 해결해 나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국민의 정부는 다각적인 노력과 신속한 위기대처를 위해 여러 정책을 펼쳐나갔지만 프로세스는 의외로 간단했다. 경제 위기 발발의 원인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사과한 후, 문어발식 경영을 일삼던 재벌에 대한 워크아웃 등을 통해 책임져야 할 자에게 분명 책임을 물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했다.


%EA%B8%88%EB%AA%A8%EC%9C%BC%EA%B8%B0.jpg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의 회복은 금반지 모으기, 달러 모으기 운동과 같은 국민적 노력을 끌어냈고, 해답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지난한 난국을 돌파해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물론 신용카드 확대로 만들어진 가계부채가 ‘종자부채’를 만들어 낸 잘못과 조장(助長)과 같은 벤처버블로 인해 스타트업 기업이 살아날 생태계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은 있겠으나, 모든 비난과 상쇄하고도 남는 실적은 정부와 국민의 ‘신뢰’였다.


과거 IMF 외환 위기의 대처를 복기하여 작금의 상황으로 치환하면 답은 명료해진다.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체제에서의 부동산 부양정책에 대한 책임을 묻고,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근시안적인 경제정책에 대한 진실을 설명과 사과가 선결되어야 한다. 그 많은 부정부패가 경제사령탑에서만 없을 리 없다. 철저한 조사로 드러난 죄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 명징한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많은 특혜와 정부지원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경제를 파국으로 치닫게 한 재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근 국정조사에서 전경련을 해체하겠다는 조삼모사식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한 재벌과 대기업들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전경련이 해체되더라도 재벌의 입장을 대변할 관변 단체는 얼마든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만 보더라도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악법 통과를 위해 올해 초까지 음성적인 관변서명운동을 벌인 곳이 아니던가?


이제는 대한민국 경제의 많은 지분을 갖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두둔해야 할 시기가 아니다. 갤럭시 노트7은 폭발했고, 전 세계의 모든 자동차 공학이 전기차로 연착륙한 시기에 우주의 수소를 갖고 미래를 달린다는 말장난이나 하며 엔진결함을 쉬쉬하는 현대차에 무엇을 기댈 것인가?


암환자의 복색이 휘황찬란하다 하여 수술을 뒤로 미루는 의사가 있을까? 기형적 성장과 숨겨진 암세포가 전이한 기업들의 워크아웃은 더 이상 미래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이 ‘전략적 적자’를 감수할 적기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누가 경제부총리가 되어야 하는 고민이 이슈가 되는 사회가 계속 유지된다면, 현재의 경제적 불합리와 불평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79358_71996_2954.jpg


광장의 정치와 의회의 정치는 다르다는 엘리트주의와 관료주의에 엿 먹으라고 외쳤던 우리다. 경제는 정치와 다를까? 정치의 근원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광장에서 찾았듯 현 경제의 위기 해법도 시민의 목소리와 요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정치인과 행정의 관료들이 경제 현안 해결을 위해 진정 밤을 새워 고민하고 있다면 그 해답이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가?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서 모든 경제위기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워크홀릭

트위터 : @CEOJeonghoonLee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