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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9. 13. 금요일

At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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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김치 하면 어떤 김치가 떠오르나요?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배추김치? 동치미? 경상도 분들은 방아잎장아찌가 떠오르시나요? 경북, 강원 해안가에 사셨던 분들은 생선식혜가 떠오를까요? 강원도 산간 지방에 사셨던 분들은 어떤가요?


저는 김치하면 떠오르는 것이 5월에 부드럽게 자라난 열무로 담은 물김치가 떠오릅니다. 전라도 인근에선 물김치를 ‘싱건지’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특별했던 김치가 떠오를 겝니다. 저도 엄마가 만들어 주던 싱건지가 김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엄마의 싱건지는 마을에서도 으뜸여서 대소사가 있을 때 엄마는 싱건지를 담았습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울 엄마도 레시피가 없습니다. 매번 재료의 양이 달라지고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도 다르지만 그 맛이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면 레시피란 결국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기웁니다.


김장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김치는 너무도 많은 변수를 가진 음식여서 통제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온도, 소금의 종류, 채소의 발육상태, 젓갈의 종류 및 젓갈의 숙성상태, 물의 특성,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의 양과 질과 특성 등등이 맛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에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레시피는 참고자료에 국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달리 말하면 가장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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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확인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많~구나 하세요 ㅋ>

 

1995년에 조사한 김치류 및 절임류의 종류를 도표로 만든 것입니다. 이 도표에만 336종의 김치류와 절임류가 적혀 있습니다. 학술용으로 만들어진 자료이기 때문에 근거를 제시 할 수 있는 것들로만 모아진 것으로 보이고 이 보다 곱절은 더 많은 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쉽게 말해 모든 채소류를 열거하고 거기에 김치라는 이름을 붙여도 큰 하자는 없다는 말이죠. 종류도 졸 많고 할 이야기도 졸 많지만 논문 쓸 바 아니면 서리설렁 어느 계절에 어떤 김치가 맛있고 그 김치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정도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오늘은 다양한 김치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김치 하면 발효식품으로 알고 있지만 발효를 거치지 않고 소금에 절이기만 하거나 양념에 무쳐 바로 먹는 김치들의 종류도 많습니다. 짠지와 겉절이를 말하는 것이죠. 짠지는 명쾌합니다. 순수한 염장입니다. 소금과 채소로만 만들어지는 짠지는 저장이라는 목적에 충실합니다. 수입되어 들어오는 단무지, 연근, 송이, 죽순 등은 먹을 수 없을 만큼 짭니다.


당진항에 가면 이런 염장된 채소들이 엄청나게 들어옵니다. 이런 물건들을 가공업자들이 사들여 물에 우려내 짠맛을 빼 내고 향신료와 감미료를 첨가해 시중에 유통시킵니다. 이런 염장제품들을 김치라고 말하긴 어렵겠죠. 어느 시대부터 염장을 하던 것이 짠지로 변하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소금의 양을 줄여 긴 시간 동안 발효를 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순수한 염장은 상태를 온전하게 유지시키는 것이지만 짠지는 염도를 줄여 발효를 시킵니다. 금 보다 염도가 낮은 간장으로 염장을 하는 무짠지나 깻잎짠지, 마늘쫑짠지는 염장이라는 이름에서 완전히 벗어나 김치의 형태를 띕니다. 간장의 짠 맛으로 신선도를 유지함과 동시에 간장의 맛과 향이 배어 채소의 성질을 변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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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짠지>


전주의 유명한 매운탕집에선 독특한 시래기를 사용합니다. 김장철 시래기가 흔하디 흔할 때 사들여 소금으로 염장을 합니다. 다른 양념은 넣지 않고 소금으로만 너무 짜지 않을 정도로 염장을 합니다. 느린 속도로 발효가 되게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염장을 하고 1년 후에 물에 담가 염분을 빼고 사용한다더군요. 이렇게 염장한 시래기는 쫄깃하고 아삭합니다. 쫄깃하면 아삭하지 말아야 하거늘, 너는 어찌 쫄깃하면서 아삭할 수 있단 말이더냐!! 발효를 통해 시래기의 성질을 변화시킨 것이죠.


소금을 많이 넣어 신선도를 유지시키는 염장은 채소의 성질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소금의 양을 적당히 조절하고 시간을 기다리면 독특한 맛이 난다는 것을 할매들은 알았던 것이죠. 이것이 김치의 기본 되겠습니다.


이와 반대로 겉절이가 있습니다. 겉절이는 말 그대로 겉만 절여 먹는 김치 입니다. 샐러드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짠지와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죠. 겉절이는 무쳐 바로 먹지 않으면 맛이 없습니다. 상추 겉절이를 먹다 남기면 참 난감합니다. 상추 간장이라 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상추에서 물이 나와 간장도 맛이 없기도 하지만 숨죽은 상추는 혐오 자체!! 


겉절이는 신선한 야채를 맛있게 먹고 싶어 만들어진 김치입니다. 이 또한 발효와는 무관합니다. 발효되면 재섭습니다. 설탕을 넣고 달게 무친 겉절이가 시간이 지나 발효되면 먹자지 속이 울렁거리고 버리자니 아까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겉절이는 만들자마자 바로 먹는 것이 진리. 남으면 밥을 비벼서라도 입에 구겨 넣으시라. 남기면 남는 것은 후회 뿐이로닷!


겉절이는 거의 대부분의 채소로 가능하다 보시면 됩니다. 간장으로 맛을 낼 수 도 있고 김치양념으로 매콤하게 맛을 낼 수도 있습니다. 샐러드 야채를 김치양념에 버무려 드셔 보셨나요? 김치양념을 덜 짜고 달달하게 만들어서 다양한 허브들을 조합해 버무려 먹으면 독특한 겉절이(샐러드라 불러야하나...)를 맛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아주 다양한 야채들로 겉절이를 해 먹어 왔기 때문에 생경하고 거부감 드는 맛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 번 시도해 보시라능... 이러한 겉절이도 김치의 기본 되겠습니다.

 

김치는 이 두 가지 기본이 되는 요리방법을 조합해 만들어 집니다. 장아찌는 짠지의 변형이고 생채는 겉절이의 변형입니다. 외형적으로 조금 다른 물김치와 동치미는 짠지를 담는 과정의 변형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김치는 분류하는 방법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분류가 가능합니다. 위 도표와 같이 재료나 담는 방법, 모양에 따라 분류 할 수도 있고 지역별로 분류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담는 방법으로 분류해서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겉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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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파 이야기를 하면서 봄동을 이야기 했었죠. 가을에는 못난 배추라 밭에 남겨져 외롭게 겨울을 났지만 초봄이 되면 이만한 먹거리도 없습니다. 봄동 뿐만이 아니라 초봄에 산과 들에 나는 것들은 연하고 부드러워서 겉절이를 하기에 매우 좋습니다. 쑥, 달래, 냉이, 머위, 미나리순, 노지시금치등은 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무쳐도 맛이 좋지요.


초봄에는 적당히 잘 익은 김장김치가 맛이 좋을 때이기 때문에 겉절이는 김치라기보다는 신선한 야채를 먹는다 생각하고 무심하게 무쳐 새순의 신선함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좋습니다. 간도 무심하게 하고 향신료도 되도록 적게 넣어 무쳐내거나, 옅게 만든 초간장에 참기름만 조금 넣고 조물조물 무쳐내는 것도 상큼한 봄나물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겉절이 방법중 하나입니다. 또한 초고추장을 묽게 만들어 샐레드에 드레싱을 올리듯 뿌려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이 같이 겉절이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묵직한 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간장이나 옅은 멸치액젓으로 간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땅이 녹기 시작할 즈음에 캐낸 도라지는 쓴맛이 덜하고 단맛이 물신나고 향도 엄청 좋아요. 이 도라지를 아삭한 미나리와 함께 초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음... 네. 쩔어요~ㅎㅎ 이렇게 겉절이를 해 먹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4월 중순이 넘어서면 채소들이 억새지고 풋내가 나기 시작하므로 이때는 겉절이 보다는 소금에 절여 숨을 죽이고 풋내를 빼내 담는 양념김치를 주로 담아 먹게 됩니다.

 

물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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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김치는 여리고 신선한 채소면 무엇으로든 담아먹을 수 있는 김치입니다. 5월이 되면 묵은지는 먹기에 질리고 봄철 연한 산채들은 쇠어지고 여름에 나올 오이나 가지 등은 아직 밭에 나지 않을 때입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채소가 없는 이 때 가장 맛있는 것이 열무와 돌미나리입니다.


제가 좋아한다는 열무물김치는 4월 중순부터 만들어 먹기 시작하는데 겉절이를 해 먹기에는 너무 크게 자랐지만 새순들 보다 훨씬 아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김치를 담기에 알맞습니다. 이 시기에 총각무도 함께 나오는 철인데 총각김치를 담아도 좋고 물김치로 담아도 맛이 좋습니다. 물김치는 오이, 배추, 무, 미나리, 가지, 고구마순, 여러 가지 과일 등 식감이 아삭하고 부드러운 채소라면 뭐든 만들 수 있는데 이 글에서는 열무와 돌미나리로 물김치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봄에서 늦여름까지 나는 채소들은 기운은 좋지만 인내력이 부족합니다. 김장배추는 하루는 소금에 절여야 숨이 죽지만 여름 채소는 소금을 뿌리고 30분만 지나면 쉽게 숨이 죽습니다. 그만큼 연하다는 얘기겠죠. 열무로 양념김치를 담을 때는 소금으로 숨을 죽이고 물에 씻어 양념에 버무려 김치를 담지만 물김치를 담을 때는 다른 방법으로 김치를 담습니다.


우선 물김치에 들어갈 채소들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담을 통에 바로 넣습니다. 열무와 미나리를 썰어 넣고 양파도 한두 개 썰어 넣으세요. 매콤한 맛이 좋다면 고추도 서너 개 어슷 썰어 넣으시구요. 쪽파가 좋은 계절이죠. 쪽파도 한 웅큼 썰어 넣으세요. 생강과 마늘을 곱게 다져 넣으면 얼추 재료는 다 들어간 것입니다. 여기에 원하는 다른 채소를 더 첨가해도 좋습니다. 


이렇게 재료가 준비되면 멸치육수에 찹쌀가루를 넣어 찹쌀풀을 만드세요. 찹쌀풀을 만들 때 소금간을 짜다 싶을 정도로 해서 식힌 후에 준비한 야채에 끼얹고 뒤적뒤적 버무려 주세요. 물김치는 짭짤한 찹쌀풀로 숨을 죽이는 것입니다. 잘 버무리고 꾹꾹눌러 하룻밤 정도 재워두면 야채의 숨이 죽고 자박하게 물이 나와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소금간을 한 생수를 부어주는데 담은 김치의 염도를 봐가며 물을 넣어주세요. 이미 간은 다 배었기 때문에 이때의 간이 계속 유지가 됩니다. 채소의 풋내를 좋아하면 하루 이틀 지나 먹을 수 있고 익은 김치를 좋아하면 4~5일이면 맛있는 물김치를 맛볼 수 있습니다.

 

보통 김치는 야채를 소금에 절여 풋내를 잡고 숨을 죽이지만 물김치는 풋내를 즐긴다고 보시면 됩니다. 적당히 즐길 만하니까 즐기는 것이지 여름이 짙어지면서 열무가 쇠어지면 풋내가 심해 물김치를 담기에는 무리무리. 이 열무물김치에 국수를 말아드시고 싶으면 담을 때 고춧가루를 물에 불려 넣어주세요. 색도 좋고 칼칼해서 초여름 입맛 살리기엔 그만이겠죠.


대부분의 물김치를 담는 방법은 이와 대동소이합니다. 봄철 담는 돌나물 물김치는 숨죽이는 시간을 짧게 하는 것만 다르고, 겨울철 나박김치는 숨죽이는 시간을 늘리고 물의 양을 조금 덜 잡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름 지어지지 않은 나만의 김치도 이런 방법으로 담아 먹을 수 있습니다. 


어릴 때 먹을 것이 그리 귀하지도 않았는데 엄마는 수박껍질이 아까웠던 모양이에요. 딱딱한 겉껍질을 벗겨내고 하얀 속껍질을 나박나박 썰어 물김치를 담았는데 맛이 좋았습니다. 근데 꼰대 눈에는 근천 떠는 짓으로 보였나봐요. 반찬 투정이 워낙 심했던 양반이라 그 뒤로는 밥상에서 사라지고 말았죠. 여지껏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기억이 났네요. ㅎㅎ

 

요즘 같은 늦여름에서 초가을 무렵엔 연한 채소가 없어요. 그래서 이 시기에는 고구마순을 벗깁니다. 


벗겨요. 벗기죠. 벗깁니다. 


지 혼자 벗지 않으니 벗겨내서 물김치도 담고, 양념김치도 담고, 기름에 볶아 맛나게 먹기도 합니다. 이렇게 껍질 벗긴 고구마순으로 물김치를 담으면 연한 분홍빛의 국물이 나와요. 맛도 좋고 색도 아주 예쁩니다. 물김치는 동치미처럼 깔끔떨지 않아도 되는 음식이고 비교적 담아 먹기도 쉬우니 부담 갖지 말고 손쉽게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장아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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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찌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만들고 계절을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작년에 담은 매실 장아찌를 올 봄에 먹기도 하고 3년 전에 담은 마늘장아찌를 깜빡 잊고 있다 꺼내 먹기도 하죠. 장아찌는 그 계절에 나는 조금 딱딱한 채소나 과일로 담아 무르지 않게 보관한 것입니다. 봄에는 매실과 죽순, 두룹이 대표적입니다.


한철 잠깐 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장아찌를 담아두고 오래오래 먹는 것인데요, 장아찌는 짠지와 달리 호불호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식초가 들어간 초절임도 있고 설탕에 절이거나 간장에 절이기도 하고 고추장에 박아 두거나, 된장에 묻어두기도 합니다. 양조장이 가까이 있는 집들에선 술지게미에 소금을 넣고 절여 먹기도 하죠. 어떤 레시피를 굳이 추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계절마다 담는 장아찌와 조금은 특별한 몇 가지의 장아찌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여름엔 오이와 마늘, 마늘쫑, 양파, 울외, 참외, 개구리참외 등 으로 장아찌를 담습니다. 오이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울외장아찌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울외장아찌는 단무지를 담는 방법과 맥을 같이 합니다. 술지게미를 이용해 발효 숙성시키는 장아찌인데 정종을 만들고 남은 술지게미(주박)로 만들어야 그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술지게미로 담는 장아찌는 주정과 당분으로 발효시키기 때문에 아주 독특한 술맛이 납니다. 요즘 단무지는 어떻게 담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술지게미와 맵재(왕겨)를 넣어 집에서 만들었던 단무지는 독특한 술맛이 났었습니다.


아!!! 급. 생각났는데요... 저... 닥꽝반찬 정말 싫어했었습니다. ㅡㅡ;; 울 엄마 닥꽝을 무쟈게 담아서 도시락에 주구장창 무쳐 넣줬거등요. ㅜㅜ; 지금의 중국집 닥꽝과는 비교불가의 맛. 지금 생각해면 참 맛있었던 닥꽝였는데...ㅎㅎ

 

제가 고기 이야기 할 때 군산에 백화양조가 있다고 이야기 했었잖아요. 여기서 정종을 만듭니다. 백화양조에서 술을 만들고 남은 술지게미가 처치곤란였기 때문에 인근의 사람들에게 공짜로 나눠주거나 헐값에 내 주었다고 합니다. 그걸로 장아찌를 담아 먹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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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군산은 일본문화가 아직도 대단히 많이 잔재해 있는데, 일제시대 곡물수탈의 선진기지였기 때문에 일본인이 많이 거주했고 그들의 식문화도 자연스럽게 민중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어른들은 울외장아찌를 나나스끼(나라스게, 나라즈케)라고 말해야 알아듣습니다. 술지게미에 장아찌를 담아 먹는 식문화는 일본인이 남기고 간 것입니다.

 

울외 자체는 정말이지 형편없는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딱딱한데다 아무리 익어도 설익은 참외 만도 못한 맛을 내죠. 이 못난이 울외를 반으로 갈라 씨를 발라내고 소금을 뿌려 절인 뒤 무거운 돌로 눌러 물기를 빼 냅니다. 그리곤 꾸덕꾸덕해질 때까지 말려서 설탕과 소금을 가미한 술지게미에 묻어두면 아주 근사한 맛을 냅니다. 스스로 못났다 여기지 말고 술지게미를 찾아보세요.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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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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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지게미에 절인 울외장이찌>

 

가을이 되면 장아찌를 담을 것들이 많아집니다. 단단하게 여문 것들이 풍성한 계절이죠. 무와 배추는 말할 것도 없고 감, 배, 사과, 밤, 아그배 등의 과일과, 다양한 버섯들을 비롯해 서리 맞기 전에 단단하게 여문 고추와 고춧잎, 깻잎 등으로 장아찌로 담습니다.


잘 담은 감장아찌 하나면 열 반찬 안 부럽죠. 감장아찌는 딱딱하고 떫은 감을 소금에 저렸다 고추장이나 된장에 묻어뒀다 먹는 장아찌인데 저는 갠적으로 달달한 고추장에 묻어뒀던 것이 맛있더이다. 취향에 따라 초간장에 담기도 하고 피클처럼 뜨거운 단촛물로 담기도 하더군요. 취향대로 즐기시라.


오이

 

봄부터 가을까지 오이는 은혜로은 채소이니 따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어려도 맛있고 늙어도 맛있고 껍질을 벗겨도 맛있고 껍질을 안 벗겨도 맛있고 겉절이를 해도 맛있고 양념김치를 담아도 맛있고 물김치를 담아도 맛있고 짠지를 담아도 맛있고 장아찌를 담아도 맛있고 피클을 담아도 맛있고 술지게미에 묻어둬도 맛있고 된장에 박아둬도 맛있고~ 오... 국수에 올려도 맛있고 비빔밥에 넣어도 맛있고 회무침에 넣어도 맛있고 기름에 볶아도 맛있는 오이!! 서방질에도 그만이라나??

 

급. 작사한 오이타령 되겠습니다.ㅋㅋ 오이는 모든 종류의 김치가 가능합니다. 물론 배추와 무도 가능한 채소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그만큼 변함없이 저렴하게 내 입을 만족시키진 못하지요. 오이타령까지 했으니 오이로 김치 담는 법은 건너 뛰겠습니다.


아참 한가지!! 소금물에 절이는 오이지는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하시고 동치미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온도가 높거나 온도 변화가 일어나거나 손 끝에 묻은 세균이 침입하면 다음날 즉시 허옇게 뜬물이 올라 옵니다. 해봐서 압니다. ㅜㅜ 한 도가지를 죄다 버리고 말았다능;;;

 

백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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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김치는 그냥 좋아해서 써봅니다. ㅎㅎ 참 고급스러운 음식입니다. 만들긴 그리 까다로운 음식은 아닌데 보관하고 숙성시켜 상에 올리기까지가 어렵습니다. 아무리 후진 밥상이라도 백김치 하나 올라 있으면 고개가 끄덕여지죠. 근데 맛 없으면 숟가락 내려놓고 싶은 음식이 백김치이기도 합니다.

 

백김치는 단단한 김장용배추나 고랭지배추로 담아야 맛이 납니다. 절이는 방법은 김장 배추 절이듯 하면 되는데 양념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우선 젓국과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빨리 시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생강을 김장김치양념 보다 조금 더 넣고 갓도 조금 더 넣습니다. 백김치는 양념을 다져 넣는 것이 아니라 채를 쳐서 넣습니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묻진 마세요. 양반님들 가오다시하던 방법 중 하나입니다.


김장양념 중 고추와 젓갈이 빠진 양념이 모두 들어가고 여기에 밤과 대추, 배를 채쳐 넣습니다. 이 양념을 버무려 배추 사이사이에 넣고 오무려 단지에 담고 소금물을 간간하게 타서 자박하게 부어두면 끝인데 발효시키는 과정이 지랄입니다. 요즘은 김치냉장고가 좋아 크게 어려움이 없지만 일반 냉장고에서 발효시키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때는 동치미와 마찬가지로 댓잎을 가득 올려 눌러두세요. 국물에 댓잎향이 배어 국물 맛도 좋고 발효를 억제시켜 서서히 익게 만듭니다. 할매들은 이런 걸 어떻게 그리도 잘 알게 된 거임??


이리하야 서리설렁 각종 김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석박지와 깍두기는 김장김치 담는 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고기가 들어간 김치는 일반적이지 않아 서리설렁 넘어갑니다.


사실 김치를 이렇게 서리설렁 넘어가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특별히 이야기해야 할 많은 것들이 있지만 갈 길이 멀어서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식재료편이 마무리 되면 김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디벼보겠습니다. 초여름부터 바다로 떠나겠다고 거들먹거렸는데 가을??


이제야 바다로 떠납니다. 요즘 바다는 안타깝기만 합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한 바다를 다음 회부터 이야기 하겠습니다. 한동안 풀만 먹느라 고생들 많으셨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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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의 연구 (조재선 지음)를 참조 하였습니다.


도표는 1997년 최선규, 황성연, 조재선이 한국식생활문화학회에 발표한 논문 <김치류 및 절임류의 표준화에 관한 조사 연구>에서 발췌한 건데 잘 안 보입니다. 정확한 자료는 아래 논문에 실려 있습니다.


www.NDSL.co.kr에 가시면 논문을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김치류및절임류의표준화에관한조사연구調査硏究3.pdf









Athom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