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많이 늦어졌다. 기다리는 분이 계셨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혹여 계셨다면 정말 죄송스럽다. 파란 집을 점거 중이던 사람에 대한 퇴거 조치가 이루어 질 줄 누가 알았겠나.
지금까지 관계적 폭력과 방관자 효과에 대해 알아보았다. 오늘은 보살핌의 원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일단 직진.
보살핌의 원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대한민국 사회. 서로 다른 집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한 공간 안에 두고 서로 평화롭고 사이좋게 친구가 되어 1년을 보낼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3월이 되면 교실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1년간 만들어 놓은 인간관계와 사회공헌은 태초의 상태로 다시 리셋되었고, 그 혼돈 속에 나는 어떤 위치에 있게 될 것인지 모르는 상태이다. 회사에서 해마다 한 30명 정도 무작위로 섞어서 한 팀을 만들어놓고 같이 일하게 한다고 생각해보자. 팀장으로 누가 올지도 모르고.
그대로 두면 서열화가 진행되어 한 달 정도 지난 후에는 괴롭힘의 원이 완성된다.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사회가 만들어지기 전에 보살핌의 원을 만들어야 한다. 한 사회가 보살핌의 원을 만들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것은 굉장히 간단하다.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가만히 있지 않는 것. 그런데, 이 간단한 두 마디가 얼마나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것인지 몇백 명의 아이들을 수장시킨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다 알고 있다.
4대 규칙
평화샘프로젝트의 연구원들은 보살핌의 원을 만들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분석하여 우리 상황에 맞게 가감하여 평화의 4대 규칙을 만들어 놓았는데, 다음과 같다.
1. 우리는 폭력의 상황에서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2. 우리는 폭력의 상황이 발생하면 공동체에 알릴 것이다.
3. 우리는 혼자 있는 동료와 함께할 것이다.
4. 어른은 평화의 본보기가 된다.
학교에서는 4대 규칙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대략 5~6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여 구성원과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하여 구성원이 도입을 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 우리는 폭력의 상황에서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폭력의 상황에서 방관을 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다. 지난 글에서도 기술하였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첫 번째 규칙을 도입하면서 공동체 구성원과 함께 이야기해 보아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 폭력은 무엇인가?
- 어디까지가 폭력인가?
- 사람은 왜 방관하나?
- 피해자의 눈에 방관자는 어떻게 보일까?
- 3의 법칙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2. 우리는 폭력의 상황을 공동체에 알릴 것이다.
폭력의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일단 폭력이 발생하면 공동체 구성원과 사안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한다. 이 규칙을 보며 인민재판이 아니냐며 정서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분들도 많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처럼 문제가 생겨도 쉬쉬하는 분위기와 여론재판에 잘못 걸리면 조리돌림을 당하게 되는 사회 환경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걱정이겠다.
발생한 폭력의 상황을 공동체와 공유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로, 피해자의 아픔에 공동체가 함께 공감해주는 과정 자체가 치유의 과정이고, 둘째로, 이와 같은 행위가 폭력이라는 것을 함께 알기 위해서이고, 셋째로, 다음에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고민해야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해자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한 행동이 폭력임을 인식하고 공동체 구성원들 앞에서 재발 방지 약속을 함으로써 좀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동기가 된다.
4대 규칙 도입 토론을 하면 어른들과 가장 토론을 많이 하게 되는 부분이다. 특히 가해자의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냐며 우려를 많이 한다. 그런데, 최선은 예방이다. 폭력이 발생하면 최우선적으로 피해자를 돌봐야 하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봐야지 박근혜의 자존감을 걱정해줄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 벌어진 폭력에 대한 단호함, 우리 사회에 2% 부족한 그 무엇 아닐까?
가해자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진정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하고 실천할 때 보여주는 공동체의 격려. 이것이 보살핌의 원이다. 현실은 안 그렇지만, 지향점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꽤 많이 와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두 번째 규칙을 도입하면서 공동체 구성원과 함께 이야기해 보아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 공동체에 알리기와 고자질의 차이점은?
- 폭력의 상황에서 멈춰! 를 해보자.
- 공동체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총회를 요청할 수 있다.
3. 우리는 혼자 있는 동료와 함께할 것이다.
안녕! 이 한 마디가 아이들 사이에서 없어진 지는 좀 된 것 같다.
안녕. 이 한 마디는커녕 하루 동안 누구도 말을 걸지 않은 상태로 집에 돌아가는 아이들도 많다.
같이 놀자! 이 한마디만 해주면 같이 놀 텐데, 아무도 해주지 않아 책상에서 일어서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책 속으로 도망가는 수많은 아이들.
- 안녕?
- 같이 놀자!
- 이름을 불러주세요. ㅇㅇ야, 놀자!
4. 어른은 평화의 본보기가 된다.
이 규칙만 없으면 교실에 4대 규칙을 도입하겠다는 선생님들이 많다. 매일 매일 어기고 매일 매일 사과하고 매일 매일 다짐하고 매일 매일 어기는 그 규칙. 얼마 전 한 팟캐스트에 나온 의견가는 권력자가 민중들에게 규칙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을 독재, 민중들이 권력자에게 규칙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을 민주주의라고 한다고 명쾌하게 정의했다. 매일 매일 다짐하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나 자신도 바뀌어 간다.
- 어른이 행사하는 폭력에 대하여.
- 공동체의 어른에게도 멈춰를?
멈춰! 가 뭐냐
폭력이 발생했을 때, 멈춰! 라고 외치는 연습을 한다. 멈춰!를 하는 목적은 첫째, 즉각적인 폭력 상황의 종료(설령 가해자가 멈춰!를 한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피해자에 대한 폭력을 중단시키는 데에는 성공했다!), 둘째, 폭력 상황이 발생했음을 주변의 공동체 구성원에게 알림.
멈춰!를 하고 대화를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총회를 요청하여 사안을 다 함께 공유하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보게 된다.
이상 평화의 4대 규칙과 멈춰!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사실 굉장히 긴 내용을 엄청 간략하게 줄여놓은 것이라 한계가 있다. 평화샘프로젝트 1~7권의 일독을 권한다.
다음 글에서는 역할극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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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샘
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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