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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편집장 주


일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소추안 가결 등에 대해
연일 톱으로 한국의 상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개헌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평소 한일언론의 보도 행태와 개헌논의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일본인 필자에게 관련 글을 기고받아 게재합니다.

딴지일보는 본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타 언론사의 기자일지라도 익명 기고가 가능하며 
신분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벌금이나 재판은 
본지가 알아서 감수해왔고 앞으로도 감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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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정치권에서는 개헌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포탈 뉴스에서 "개헌"을 검색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물밑 움직임이 있는지 확인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의 헌법은 상당히 “공고하”. 헌법개정 관련 규정에 의하면 국회재적의원의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국회재적의원의 2/3 이상이 찬성하고 해당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붙여서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비로소 개정이 확정된다. 개정안의 발의는 일반 법률안의 의결정족수와 똑같으므로 그리 걸림돌이 아니나 국회재적 의원의 2/3 이상 찬성을 얻어야 되는 데다(이른바 '특별다수결') 국민에 의한 직접 투표에 붙여야 되는 등, 헌법개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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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헌법 개정을 위한 절차가 특별히 규정된 헌법을 속되게 경성헌법, 굳은 성격을 헌법이라고 부른다. 일본국헌법 역시 개정하려면 특별한 절차를 밟아야 되는 경성헌법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 (衆)・(參) 의원(議院)총의원(결원을 제외한 재적의원을 뜻하는지 법이 정한 정원을 뜻하는지는 논란이 있음) 과반수가 찬성해야 개정안이 발의가 되고 국민투표에 붙여지게 되며, 국민투표의 투표율을 불문하고 찬성표가 절반을 넘으면 개정이 성사된다. 한국헌법은 국민투표 단계가 까다로운 반면 일본헌법은 국회의 발의단계가 개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동시에개헌파 2/3 이상의 의석을 차지해야 겨우 발의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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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다. 올해 7월에 치러진 참의원 선거 결과, 종전부터 헌법을 바꾸려고 하던 자유민주당(자민당), 오사카 유신희,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등과 더불어, 기존 헌법에 새로운 인권 조항을 추가하자는가헌(加憲)” 입장에 서던 공명당을 더한, 넓은 뜻의 개헌파가 165 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개헌파가 참의원 정원의 2/3 162의석을 상회하는 의석을 차지하게 셈이다. 현재 중의원은 정원 475 자민당이 294의석, 공명당이 35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며(합계 329의석) 의석수만으로도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17의석을 상회하고 있는 상황. 개헌이 현실감 있게 거론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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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개헌논의의 주요 쟁점은 무엇인. 헌법전은 크게 나눠서 나라의 기본이념과 함께 국민이 누릴 권리에 관한 일련의 규정(인권 카탈로그) 국가의 통치기구에 관한 규정( 국가기관의 권한과 국가기관 서로 간의 견제 제도 )으로 구성되는 바, 한국의 개헌논의는 주로 통치기구와 관련된 규정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인 같다. 한국의 개헌논의가 그렇듯 일본의 개헌논의 역시 일본이 놓여 있는 역사적정치적 환경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자세히 들어가면 개헌논의의 논점은 실로 다양하지만 일본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논점으로서 여기서는 2개만 소개해 본다. 하나는 개헌논의의 핵심이자 개헌호헌 진영 간에 가장 날카로운 대립이 있는 헌법 9('전쟁을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기된 일본 평화헌법의 근간 조항) 관한 문제, 하나는 사회 변화와 인권의식 향상에 따른 '새로운 인권' 둘러싼 논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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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국헌법의 제정논점은 '강요헌법론' '자율헌법론'(후자의 용어는 정확한 것은 아니나 편의상 이렇게 명명해 ) 간의 날카로운 대립이다. 2차대전 미국이 실질적으로 일본을 통치하게 되면서 당시 미국이 의향을 반영시킨 헌법초안(이른바 '맥아더 초안') 기초로 헌법을 일본에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고 따라서 일본인 스스로가 다시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야 된다는 근본적인 자세가, 개헌론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특히 일본의 비군사화라는 전략적 목적으로 9조를 헌법 초안에 포함시킨 것은 일본을 반쪽짜리 국가로 만든 것으로 여긴다.


이에 대해 헌법을 제정함에 있어 미국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도 형실적으로도 일본의 의형이 반영됐던 것이므로 결코 '강요'당한 헌법이 아니고 특히 9조는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숭고한 평화주의를 나타내는 조문인 만큼 다른 헌법 조항과 같이 쉽사리 변경하면 된다는 입장이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


2차대전 개헌논의가 부상할 따마다 개헌 찬성파와 반대파 간에 원만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배경에는 항상 헌법 9 개정을 둘러싼 날카로운 대립이 있었다. 80년대 말까지의 개헌에 관한 논의는 약간 추상적인 '국가로서의 자존심' 차원의 대립이었다고 한다면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로 여겨지기 시작됐다.


계기는 바로 1991 초에 터진 걸프전쟁이었다. 유엔이 다국적군을 구성해서 이라크에 파병하는 와중에 일본은 헌법상 제약을 이유로 일본 국외로 자위대 부대를 파견하지 않았다. 이라크에 침범당한 쿠웨이트나 다국적군에 참가한 주요국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일본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겨우 자위대를 페루시아만에 파견해서 기뢰 제거 등의 업무를 수행시켰다. 뜨거운 논쟁 끝에 1992 6월에 유엔평화유지활동협력법(PKO) 성립되기는 했으나 평화유지군(PKF) 파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이 기대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없는 한계가 부각되자 자민당 정권은 일본이 국제사회의 기대에 응함에 있어 헌법 9조가 족쇄가 되어 있다는 인식을 한층 굳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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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혁신진영은 국제사회의 기대는 존중해야 하나 헌법 9조가 선언하는 평화주의의 이상은 그로 인해서 파병을 하지 못하더라도 이것이야 말로 일본이 국제사회에 자랑할 정체성이지, 결코 족쇄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1994년에는 혁신 정당인 사회당 출신의 무라야마 토미이치 수상이 국회에서자위대는 합헌이라는 답변을 하자 9 개정 찬성파는 어차피 자위대를 합법적인 존재로 인정한다면 아예 헌법에서 제대로 규정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게 됐다( 사회당( 사회민주당) 나중에 다시자위대는 위헌 상태에 있다 선언해서 정책을 전환).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 9.11. 테러나 이라크전쟁 미국 주도의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헌법 9조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함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2012 '전후레짐(regime : 체제)에서의 탈각' 내세운 아베 신조가 수상으로 취임, 2014 초에는 “(2020 도쿄올림픽을 개최할 시점까지 헌법은 이미) 개정됐을 거죠. ( …중략…) 단계에서는 일본이 완전히 지위를 회복해서 지역이나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공헌을 하고 존경받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밝혔다. 아베 수상은 자위대를일본군으로, 정면으로 규정하는 헌법 개정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다시 9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져도 전혀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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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헌법 개정논의에서 핫한 이슈가 있는 것이 바로 '새로운 인권'이다. 새롭다니, 뭔가 들어 적도 없는 신기한 인권이 발명돼서 그것을 헌법에 규정하자는 이야기인가 싶은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새로운'이라 함은 '현행 헌법에 규정되고 있지 않은'이라는 뜻이다. 현행 헌법이 제정됐을 당시에는 중요한 인권으로 인식되지 못했으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인권의식이 향상되면서 헌법상 인권으로 인정해 만한 권리 내지 자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다.


예를 들어 햇빛이나 , 공기을 비롯해서 경우에 따라 조용함 같은 것도 포함, 인간을 둘러싸는 생활환경을 양호한 상태로 유지할 권리를 '환경권'이라고 불러도 일반인의 감각으로서는 그리 위화감은 없을  같. 그러나 현행 일본국헌법에는 양호한 생활환경에 직접 언급한 규정이 없다. ' 권리' 한국에서도 들어 적이 있는 분이 많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서도 행정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게 하거나 보도기관 등이 전해 주는 정보를 일반인이 접하는 등, 크게 봐서 '정보를 접하는 권리' 알고 있는데 권리역시 현행 헌법에는 직접 언급한 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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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표현의 자유(이것은 헌법전에 규정이 있음) 권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 함부로 공개되거나 사항이 왜곡된다는 문제가 잦아지면서내버려둬질 권리(프라이버시권)”수정요구권내지반론권이라는 권리가 관념적으로, 있다. 이것들 역시 현행 일본국헌법에 직접 언급이 없는 권리다. 사회가 바뀌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인권의식도 높이는 가운데 종전에는 인권으로 여져지지 않았던 이익이 헌법적 보호를 받을 만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셈이다.


헌법을 개정함에 있어 이들 새로운 인권을 새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소리가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이야기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른바 새로운 인권이 인권으로 헌법상 보호를 받으려면(당연하지만) 해당 권리에 직접 언급하는 규정이 없더라도 권리와 같이 기존 규정 내용의 전제가 되거나( 권리가 보장 돼야 표현의 자유를 누릴 있다 등등) 환경권, 프라이버시권과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됨됨을 종합고려해서 포괄적 헌법 조항의 규정내용(“행복추구권이나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보낼 권리) 부연함으로써 도출할 밖에 없다.


헌법에 전혀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서는 헌법상 인권성을 주장할 없고 법원 역시 헌법에 기초하지 않는 내용을 인권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새로운 인권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헌법에 규정되고 있다 하더라도 규정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거나 추상적일 경우, 직접 해당 조항에 기초해서 권리 주장을 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내가 살고 있는 생활환경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는 건설사업을 정부가 추진할 경우에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보낼 권리라는 추상적인 귄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해 봤자 법적으로 보호될 만한 권리로 인정되기가 어려울 있다. 그래서 조금 구체적으로물리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릴 권리정도로 새로 규정하면 거기에 규정된 내용을 피침해권리로 내세워서 다툴 여지가 생긴다는 말이다. 바꿔 말해서 헌법상 인권 조항이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면 조항에 직접 근거해서 재판상 권리 침해를 주장할 없기에 구체적 권리 내용을 규정함으로써 법정에서 헌법 조항에서 규정된 권리가 침해당했다 직접 주장할 있게끔 하자는 것이다(이에 헌법조항은 어차피 포괄적이고 추상적이기 마련인데 아예 모든 인권 조항은 재판상 주장의 근거가 된다고 여기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도 있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헌법상 인권 조항의 구체화,  '인권 카탈로그의 충실화' 환영할지언정 막아야 것은 아닌 같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만약 개헌 시점에서 어느 정도 내용이 구체화된 항목을 새로, 헌법상 규정하게 됐을 경우, 개정된 헌법전에 규정이 권리이익은 어떻게 느껴질까? 당연히 인권 카탈로그에서 빠져나간상대적으로 보호의 필요성이 떨어진 권리 간주되겠다는 것은 쉽게 헤아릴 있을 것이다. 또한 헌법에 열거된 인권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인권의 무게가 없어지지 않는가라는 의문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이번 개헌을 계기로인권 카탈로그 충실히 만들어 봤자 어차피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시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권리의 인권성이 문제가 가능성이 높을 텐데 결국에는 임시변통에 불과하다는 주장 역시 쉽게 부정할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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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아주 간단하게나마 지금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헌논의의 주요 대목에 대해 가지만 소개해 봤다. 물론 이외의 논점도 꽤나 다양하고 논의마다 내용은 상당히 복잡하다. 천황의 지위, 수상의 직접선거제, 1원제 도입(“참의원은 무용지물이다라는 주장이 있음), 국가긴급권 도입, 헌법재판소 설립, 지방자치제도 개편(특히도주제(道州制)” 도입) 등등 일일이 수가 없을 정도이고 논점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서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다른 논점이 중요한 논쟁거리로 급부상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한국인 독자들 입장에서도 그때그때 유익하게 참조할 논의가 달라질 있다는 점이다. 


모처럼 일본을 참조한다면 전문가 정도까지는 아니더러다 넓게, 총체적으로 현행 일본국헌법 전체가 어떻게 되어 있고 어떻게 운용되고 있으며 어떤 논점이 있는지를 살펴 본다면 어떨까 싶다. 속효성은 떨어지더라도 깊이 있게 일본에서 나오는 헌법 관련 논의를 맛볼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앞으로 일어날 개헌논의를 생각함에 있어서도 도움이 것으로 기대한. 요컨데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일본의 헌법"과 "개헌 논의 과정"을 이해하면 적어도 속지는 않는다. 분명 한국인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기사에도 적었듯 어느 나라의 정치인이든, 본인의 욕망을 관철시키시 위해 다른 나라의 법 조항이나 제도를 입맞에 맞게 발췌인용하는 건, 그리고 그에 따른 논의나 과정을 입맞에 맞게 본인의 나라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만국 공통이기에, 한일 국민들이 공부해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해서 한국인들이 참고할 만한 개정되기 전의 일본국 헌법과 그 논의 과정을 앞으로 천천히, 총체적으로 분석해 볼까 한다. 









지난 기사


그만두는 일본 수상과 그만두지 않는 한국 대통령






누레 히요코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