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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2016년, IT 최악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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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 발화


삼성 갤럭시노트7 사태만 놓고 보더라도 2016년은 우리나라 IT업계 최악의 해였다.


10월부터 등장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블랙홀이 되어 모든 분야의 뉴스를 삼켜버렸다. 필자 또한 IT 뉴스보다 정치 뉴스에 눈이 갔다. 관련 뉴스를 볼수록 최신 기술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삼성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도 소수에게만 집중된 권력이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정당성이 없는 소수들이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 피해는 다수에게 미친다. 정당성 없는 권력자들은 권력이 없는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맡긴다. 삼성 갤럭시노트7의 책임은 배터리에 있지 않다. 하드웨어 설계자에 있지 않다. 임직원들에게 전적으로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큰 책임은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에게 있다. 대표는 고동진일까 아니면 이재용일까?


2016년도 IT 결산은 참 어렵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눈에 띄는 ‘상품’이 없었다. 2016년 IT는 불확실의 연속이었다. 웨어러블 기기는 애플와치만이 ‘근근이’ 버티고 있고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 등은 완전히 추락하였다. PC산업은 기울어진지 오래되었고 스마트폰은 포화상태다. 스마트 기기와 연동되는 핀테크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느리게 발전하고 있다.


VR기술 등을 내세우는 IT 거물들은 제대로 된 상품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죄다 스마트, A.I. 라고 명명하지만 어느 것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자율 자동차는 너무 먼 미래로, 설레발에 가깝다. 작년에 비해 바뀐 게 거의 없다.


하지만 2016년 IT가 우리들 삶에 많은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2016년 12월 3일 토요일 232만 시민을 모은 힘은 무엇일까? 단정하긴 어렵지만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와 플랫폼의 힘이 아닐까 싶다. 정보는 공기처럼 퍼져 다수가 목소리를 내게 했다. 유능한 소수 권력은 이마저 악용하였지만 다수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다. 우리 손에 스마트 기기가 들려있고 그것으로 얻는 정보는 (완벽하지 않지만) 어느 분야보다 민주화 되지 않았나 싶다.



1. 페이스북 뉴스피드(news feed) 그리고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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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뉴스피드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는 ‘연결’을 강조한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연결된 사람, 그룹을 통하여 정보를 빠르게 공유·확산하고 있다.


뉴스피드에 공유되는 정보는 팩트체크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 거짓된 정보도 그만큼 빠르게 전파된다. 어쩌면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정보라는 단어보다 ‘스토리’라는 단어를 선호했을지도 모르겠다. 잘못된 정보가 유통됐을 때, 팩트가 어긋난 뉴스와 블로그는 책임소재가 비교적 명확하다. 하지만 뉴스피드는 전파하는 사람들에 책임을 묻기 쉽지 않다.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신중히 가려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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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라이브


2016년 광장에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한 데에 페이스북이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2015년 8월에 선보인 페이스북 라이브는 방송국처럼 정돈된 화면은 아니지만 실시간으로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광장을 볼 수 있었던 데엔 유투브 실시간 방송과 페이스북 라이브 역할이 컸다. 방송국이 유투브 실시간 방송으로 소식을 빠르게 전했다면 일반인들은 페이스북 라이브를 실시간으로 송출했다.


올해 한국 최고의 IT 상품은 ‘페이스북 라이브’라 할 수 있다.



2. Nintendo 포켓몬GO과 위태로운 아이폰 Super Mario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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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kemon GO


닌텐도의 아성이 무너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2008년 앱스토어 등장 후 스마트폰은 모바일 게임머신이 된다. 당시까지 모바일 게임기 시장 강자였던 Nintendo DS는 스마트폰 앱스토어가 등장하자마자 순식간에 무너졌다. 2010년 후속작으로 나온 Nintendo 3DS로 아성을 되찾는 것도 실패했다. 이미 모바일 게임시장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세상이었다.


Nintendo는 자존심을 지켰지만 무모한 버티기였다. 2016년 7월 Niantic은 Nintendo의 캐릭터인 포켓몬을 이용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를 선보인다. 포켓몬GO는 GPS를 이용한 게임으로 증강현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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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VR 안경


VR과 AR은 10여 년 동안 핵심 키워드로만 살아남았다. Google Glass는 개발자마저 외면하였고, VR안경을 끼고 방밖을 벗어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MS, Facebook, Google 등 AR 혹은 VR에 대한 시연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현실화는 요원하다.


포켓몬GO는 단순하지만 매우 영리한 게임이다. 포켓몬GO를 보고 해본 사람들은 증강현실을 단박에 이해한다. 게임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사용자는 스마트폰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포켓몬을 찾아다니면 된다.


이 게임은 VR과 AR가 어떻게 활용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지 보여준 최초의 게임이다. 증강현실 게임을 만들기 위해 인기 캐릭터인 포켓몬을 활용한 것 또한 탁월하다. 이 모든 성공을 게임 개발사가 미리 염두에 뒀는지 안 뒀는지 모르겠지만 IT 거대 기업들이 AR로 할 수 없었던 것을 Niantic사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기술의 미래를 만드는 건 SF 시연보다는 상품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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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시게루가 애플 아이폰7 이벤트 키노트에서 슈퍼마리오런을 선보였다


포켓몬GO의 엄청난 성공 덕분인지 Nintendo는, 2016년 12월 15일 아이폰 앱인 슈퍼 마리오 런을 정식 런칭한다. 하지만 평은 썩 좋지 못하다. 3일 만에 주가가 7% 폭락했다. Nintendo는 스마트폰 시장 적응을 위해 조금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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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슈퍼 마리오 런 악평으로 닌텐도 주식이 급락했다.



3. 구글 머신러닝 홍보를 위한 놀라운 시연, 알파고(Alph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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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장면


2016년 3월 알파고는 이세돌과 대국으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방대한 분량의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라는 용어를 세간에 알렸다. 알파고 머신러닝 동작방식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수를 둘 때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이 아닌 승부를 ‘예측’하는 것으로, 이 모든 것을 인간이 학습하는 것처럼 한다.


구글은 알파고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자신들이 머신러닝 기술에 앞서있다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구글 홍보를 제대로 했다. 인공지능 분야 홍보에 있어서 구글은 알파고 덕을 보지 않았을까 싶다. 하드웨어에 인공지능 도입에 있어서 구글은 어느 기업보다 적극적이다. 구글이 하드웨어로 성공한 상품이 전무하다는 게 함정이지만.


구글은 구글 검색과 안드로이드 등 소프트웨어 기술로 성공하였지만 구글이 진정 원하는 건 애플이다. 인공지능이 구글의 주 수익원인 검색 서비스를 통한 광고수익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쓰는 대표적인 기술이 음성인식 서비스인데, 구글 또한 애플의 시리와 비슷한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을 의식해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Google Home을 선보였다. 하지만 인공지능 음성서비스에서 광고수익을 얻기란 쉽지 않다. 구글이 구글 검색 서비스에서 벗어났을 때 그만한 수익을 벌어줄 캐시카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구글은 MS가 가는 길을 가려고 한다. MS는 PC산업의 맹주였다. 영원할 것 같았던 MS는 시장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을 지켜만 봐야했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잡스의 공헌은 매출의 1%였고 구글과 달리 MS는 아이폰이 IT업계를 강타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폰이 PC산업의 전체 수익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였지만 MS가 그것을 깨달을 때는 너무 늦어 버렸다.


MS의 수익 모델은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과 기업이 거래하는 것) 라이센스 수익 모델로, 주 수입원이 컴퓨터 하드웨어 기업 혹은 소프트웨어 사용 기업에게 거두어들이는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다. 컴퓨터 하드웨어 기업들은 수익을 못 내고 주저앉았고 기업 라이센스는 포화상태였다. 영원할 것 같았던 수익구조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애플에 의해 위협받게 된 것이다(물론 지금도 탄탄하다).


MS는 기존의 OEM 방식을 탈피하여 애플처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모델로 선회한다. 노키아를 인수하고 서피스를 내놓지만 기대만큼 판매하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MS는 90년대 내내 구닥다리라 비웃었던 애플 통합 모델을 버리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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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신경 쓴 구글 Pixel


구글은 MS와 마찬가지로 모토로라를 인수하여 애플 모델을 간보았지만 애플 모델은 ‘간을 봐서’는 성공하기 힘든 모델이다. 하드웨어에 대한 놀라운 집중과 소프트웨어와의 유기적인 결합이 있어야 한다.


구글은 10월 4일 기존의 Nexus라는 상표명을 버리고 Pixel을 선보였다. 이번 Pixel은 기존의 넥서스와 달리 구글이 설계를 하고 HTC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택하여, 애플 통합 모델을 적용했다.


구글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사용자들 또한 갤럭시노트7의 대안으로 Pixel을 기대했다. 발표 후 미국 언론은 Pixel에 대한 호평을 쏟아 냈다. 구글 또한 삼성 갤럭시노트7의 효과를 애플이 아닌 자신들이 받기를 기원했을 것이다. 이름까지 재명명하고 대대적인 발표를 했지만 아직까지 ‘기대’에만 머물러 있다.



4. 어두웠던 2016년, 2017년에 기대를


쓰다 보니 2016년에 IT 결산이라 말하기 무색해졌다. 2016년은 기계의 발전보다 인류의 발전이 있었던 해다. 광장에 모여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통하는 시민들이야 말로 인류의 진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간이 서로서로 정보를, 아니, 모든 것을 향유한다는 것, 그것이 IT가 가야할 지향점이 아닐까. 이제 시작이어서 답답하고 힘들지만 말이다.


다음 편에서는 2017년 IT업계에 바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2016 결산 기사


2016년 세계 경제 결산 : 분노와 공포 그리고 2017년

IT업계 최악의 해를 돌아보다: 갤노트7, 페이스북 라이브, 포켓몬고, 구글

올해를 갉아먹은 오해의 잔당 베스트: OECD, 트럼프, 사드, 그리고 박근혜

AV남우에 대해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 BEST 19(feat. 애들은 가라)

경제와 노동: 사고는 재벌이, 책임은 국민이 졌다

필리핀 편: 두테르테는 어떤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되었나

유신전(維新傳)

월별로 살펴보는 2016년의 대한민국

2016년 AV계 사건사고 중점 정리

2016에 돌아보는, 2015 사회 키워드: 5위 메갈리아, 2위 나무위키 그리고

2017년 IT업계에 바라다: 애플 서비스, 페이스북 자비스, 구글 웨이모

악당들 전성시대: 53명의 인물, 만평으로 결산한다

근혜의 2016 옷장 (a.k.a 시크릿가든)

올해의 개소리를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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