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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오해로 점철되어 있다.


인류의 역사는 무지와 오해의 연속이다. 아무리 앞뒤 사정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해 봐야 소용없다.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아니, 처음부터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만의 세계에 살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며, 오해로 점철된 판타지를 만들어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저물어 가는 2016년 한 해라고 별로 다르지 않다. 올 한 해도 인류사회에는 무수한 오해들이 속출했으며, 오래된 오해가 해소되기도 하고, 또 새로운 거대한 오해가 쌓이기도 하면서, 새로운 오해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2017년이라고 뭐 다르겠는가.


그래도 연말이고 하니, 이번 해 이 세상을 크게 흔들었던 오해들을 정리해 보기로 하자.



1. OECD : 우리도 선진국이라는 오해


“OECD에서 대한민국의 회원국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심사를 통해 탈퇴시켜 버리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문제를 2016년의 우리 사회를 만들어낸 첫 번째 오해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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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2월 12일 대한민국은 경제협력 개발기구 OECD에 가입했다. 29번째 회원국이었으며, 가입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OECD는 1948년 2차 대전 종전 후, 미국 주도의 유럽부흥계획, 일명 마셜 플랜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유럽 16개국의 모임으로 초기의 명칭은 유럽 경제협력기구, 즉 OEEC였다. 1950년에 미국과 캐나다가 준회원국으로 참여했고, 1961년에 확대 개편되면서 유럽과 북미를 넘어 세계적인 기구로 발전해 나갔다. 이 때 OECD로 이름이 확정된다.


김영삼 정권은 OECD에 가입을 정권의 지상과제로 간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달려 왔으며 겨우겨우 정권 말기에 가입했다. 이 때 이미 대한민국의 노동환경 문제로 인해 ILO(국제 노동기구)로부터 반대 의견을 받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노동환경을 개선할 것을 정부 차원에서 약속하고 나서야 가입할 수 있었다.


우리는 OECD에 가입했으니 ‘이제 우리도 선진국’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오해를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그 오해는 또 반대의 오해를 낳고 말았으니, 이런 저런 수치들이 OECD 가입국 중에서 최하위 수준인데 뭐가 선진국이냐는 이야기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다. 자살률, 노동시간, 출산율, 교통사고 사망률 등 안 좋아 보이는 수치에서 우리가 거의 OECD 탑을 달린다.


물론 우리가 OECD 가입국들 중에서 꼴찌 근처에 있는 것은 맞지만 어떤 수치들은 우리가 OECD에서 상위권을 달리기도 한다. 치안이나 환경 문제 등이 그렇다. 우리보다 열악한 수치를 가진 유럽의 선진국들도 많다. 결국 양쪽 모두 오해다.


우리는 선진국이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후진국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비록 2016년에 ‘재심사해서 남한을 OECD에서 강제로 탈퇴시키자’는 논의로 수모를 당하고 있긴 하지만, 자괴감을 느낄 정도의 후진국이라는 건 오해다. 덤덤하게, 우리가 잘하는 게 있는가 하면 우리가 못하는 것도 있다는 걸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가를 논의하는 게 맞다.


그런데 박근혜가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면서 우리가 인류사회에서 가장 후진국이 아닌가 하는 오해가 생기려고 한다.



2. 미세먼지와 지진 : 환경문제는 우리와 별 관계없다는 오해


하나,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미세먼지가 우리 땅을 뒤덮었고, 사람들은 미세먼지가 두려워 고등어를 굽지 못했으며, 이 먼지를 날려 보낸 걸로 추정되는 중국을 욕했다.


둘, 저주받은 일본은 맨날 지진에 시달리지만 우리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전통적인 믿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9월 12일에 경주 지방에 리히터 규모 5.8의 기록적인 강진이 발생했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환경문제를 제기하는 걸 배부른 소리로 치부해 왔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물을 돈 주고 사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나라였다. 부자 나라에서는 생수를 병에 담아 팔고 있으며 사람들이 그걸 돈주고 사먹는다는 이야기를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나 들을 수 있던 그런 나라였다.


그러나 우리의 환경은 매우 빠른 속도로 망가지고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먼지가 날아오는 건 봄철 황사 시즌에 국한된 것이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며 안심하는 사이, 자동차에서, 또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환경 문제가 덜 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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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은, 먼 과거에 백두산 폭발 같은 전설 같은 얘기 말고는 우리와는 관계없다고 믿던 것도 오해임이 밝혀진다. 바로 오늘날, 원전이 득시글한 경주지방에서 유리창이 떨어져 깨지고 책장이 넘어질 정도의 강진이 발생했다. 우리는 지진에 대한 대비라고는 진짜 단 한 개도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우리는 안전하지 않다.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으면서도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 2016년을 대표하는 두 번째 오해로 선정하겠다.



3. 브렉시트(Britain+Exit) : 다수결은 언제나 옳다는 오해


2016년 6월 영국에서 영국이 유럽연합, 즉 EU에서 탈퇴해야 하는지를 묻는 국민투표가 진행되었고, 72.2%의 투표율에 51.9%의 찬성으로 통과가 되었다. 찬성표가 무려 17,410,742표였다. 이로써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했고,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많은 지식인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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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는 다분히 감정적인 결정이며, 정치적인 의견들이 충돌하면서 상호 합리적인 타결점을 찾지 못한 사이에, 경제 문제 등으로 인해 고통 받던 민중들이 ‘홧김에’ 선택해 버린 비합리적인 결론이었다. 왜 이런 비합리적인 결론이, 가장 합리적인 제도라는 민주주의 하의 다수결 원칙으로 치러지는 투표를 통해 도출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주주의라고 해서, 또 다수결에 의해 치러지는 투표라고 해서 언제나 합리적인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오해였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다수결로 뭔가를 결정하기 이전에 충분히 토론하고 논의하며 구성원 모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부당한 피해는 보상되어야 하며, 과도한 이익은 환수되어야 하고,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다음에야 합리적이고 정당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최소한 정보의 비대칭만이라도 제거되어야 민주주의는 정상적으로 가동될 것이다. 민주주의 역시 공짜는 아니다.



4. 필리버스터 : 정치인은 모두 개새끼라는 오해


2016년 2월 23일, 당시 국회의장 정의화는 테러방지법안을 처리하기 위하여 의장 직권상정이라는 수단을 동원하기에 이른다. 야당 의원들은 이를 막고자, 제340회 임시국회의 제7차 본회의에 대한 무제한 토론, 즉 필리버스터에 돌입한다.


현실적인 관점에서는 어차피 통과될 법안, 우리는 이렇게까지 막으려고 노력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자는 수준의 작은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필리버스터가 일으킨 파장은 매우 컸다.


우리 사회에는 정치인들은 모두 개새끼라는 오해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물론 정치인들 중 상당수는 정말로 개새끼들이다. 그러나 모두는 아니다. 2016년 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필리버스터는 사람들에게 ‘정치인들이 모두 개새끼는 아니’라는 점을 매우 강렬하게 말했다. 저들은 노력하고 있었고,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려고 피를 토하며 외치고 있었다. 그걸 사람들이 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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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가 질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는 게 낫지, 어떻게 국민더러 지라고 합니까?”라는 은수미 전 의원의 명언을,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밤을 세워가며 지켜봤다. 국회는 대규모 콘서트장으로 돌변하고, 유투브 댓글 란은 유권자들의 메시지로 터져나갔다. 정치는 다 서로 속이는 야바위판이며 정치인들은 모두 개새끼라는 오해가 잠시나마 걷히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잠시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갔고 오해는 여전히 굳건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그 굳건한 오해가 조금씩은 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연말을 수놓은 수백 만의 촛불이 사실은 이 때 불 붙기 시작한 것이라고 얘기하면 과장일까? 결코 아니라고 믿는다. 우리는 준비하고 있었다.



5. 영남권 신공항 : 우리는 남이 아니라는 오해


2016년 6월 21일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유치 전쟁을 벌였던 영남권 신공항 계획이 무산됐다.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대안이 채택되었다.


신공항 문제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대통령 노무현의 지시로 시작된 타당성 검토 과정은 길고 지루하게 이어졌으며 남부권에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핵심은, 과연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권력자들이 ‘동남권에 거대한 먹을거리를 하나 던져줄 것인가 말 것인가’였다.


동남권, 즉 영남의 유권자들은 수십 년 간 지속되어온 영남 정권에 대해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 노무현 김대중 민주정권 십년 간 잠시 정권을 빼앗겼지만, 바로 되찾아 와서 이명박근혜 정권을 만들어 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근혜 정권은 끝내 그들에게 엿을 주고 말았다. 우리가 남이가? 정권과 자신들이 한 몸이라는 오해, 남이 아니라는 오해, 여기서 슬슬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건 지역감정이라기보다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특정지역 출신의 정치인이 정권을 잡고, 자신의 출신 지역을 우대하는 행태는 지극히 원시적이다. 시대가 문명화될수록 사라져야 하는 구습에 불과하다. 그러나 선거라는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 정치인들은 다시 또 특정 지역의 지지에 목을 매다는 행태가 반복된다. 참으로 없애버리기 힘들다.


최소한 TK 대구경북 지방은 모르겠지만, PK 부산 경남 지역은 이제 그간의 정권들이 자신들과 한 몸이 아니며, 언제나 자신들을 모른 척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깨달아 가는 걸로 보인다. 4월 총선에서도,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 지표의 변화의 추이에서도, 부산 경남의 유권자들이 삼당합당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해묵은 오해에서 탈피하기 시작했다는 징조는 살금살금 나타난다.


오해는 이렇게 해소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하겠다.



6. 갤럭시노트7 사건 : 삼성은 철옹성이라는 오해


하얀 가루(마약은 아니다)로 돈을 벌기 시작한 삼성이라는 재벌그룹은 전자업계로 변신, 반도체 사업으로 승부를 걸어 대단한 성공을 거두더니, 전 세계를 휩쓴 스마트폰 열풍의 시대에도 무사히 그 위용을 자랑하며 자신들만의 영토를 정복하는 데 성공한 걸로 보였다.


한 때 전 세계 휴대폰 점유율 1위 브랜드였던 삼성의 갤럭시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애플의 아이폰과 경쟁을 벌이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산맥이 되는 것 같았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삼성이 이끌고 나간다는 신뢰는 사회 전반에 퍼져 있었다. (10조 원을 들여 삼성동에 대규모 부동산 투기를 하는 현대도 어이없는 신뢰를 받기는 한다)


그러나 그런 거대하고 강력한 삼성이라는 재벌에 대한 신뢰가 모두 오해에 불과했고, 언제 꺼질지 모르는 물거품이었다는 사실이 급작스럽게 드러나는 사건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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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모델 갤럭시노트7이 불특정한 상황에서 꽤 높은 빈도수로 스스로 폭발해 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극히 일부의 특수한 경우라고 다들 생각했지만 상황은 급반전되었다. 갤럭시노트7은 ‘새로 나온 폭탄’이라는 조롱이 전 세계로 퍼졌고, 삼성은 전량 회수하기에 이른다.


실제로 리튬 배터리는 매우 불안정한 소재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계적인 브랜드인 삼성이 이런 규모의 실패를 한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아직도 정확한 원인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슬슬 묻혀 가는 분위기다.


다만 삼성이 불패의 기업이라는 것은 오해에 불과하며, 삼성이라는 거대한 탑도 어느 한 순간 스르륵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이 사람들의 머리에 명확하게 각인된 듯 하다.



7. 사드 : 미국이 우리 편이라는 오해


미국은 우리 편일까? 젊은 계층이나 진보적인 정치적 스탠스를 가진 사람들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수, 노년층이나 보수적 집단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 미국은 우리의 최고의 강력한 우방이며 의심해서도 안 되는 절대적 진리다.


그러나 2016년에 들어서 한국전쟁 이후로 가지고 있던 확고한 신념이 오해일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져 나간다. 한반도에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설치하겠다는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분노나 러시아의 우려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북한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내부의 변화일 것이다.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지역의 주민들, TK 중에서도 핵심 지역이었으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지금은 직무 정지되었으니까)의 절대적인 지지자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격렬하게 저항한다.


과거였다면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최대의 우방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 우리가 지지하고 우리가 만들어낸 대통령과 논의를 해서 사드라는 최신 무기를 우리 동네에 배치하기로 했는데,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 그걸 반대한다고?


성주의 유권자들은 그걸 반대했다. 아주 격렬하게 반대를 했다. 미국이 우리 편이라는 오해 이전에 더 큰 오해는, 나랏일이 먹고사니즘보다 더 큰일이라는 오해일 것이다. 이제는 그런 오해를 하는 사람이 없어졌다. 내 먹고 사는 문제를 건드리면 나랏님 아니라 미국님이 와도 안 된다.


미국이 원하고 대통령이 원하면 뭐든지 해야 된다는 오해, 2016년 이 땅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강력한 우방인 미국조차도 모든 걸 자기들 이익을 위해 하는 것이지 우리를 위해 할 리는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도 이제야 대중들에게 퍼져 나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8. 트럼프 : 정의는 승리한다는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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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트럼프의 당선은 브렉시트 표결과 함께 반지성주의의 대두, 또는 민주적 절차의 한계성이라는 관점에서 같이 이야기되곤 한다. 여기선 다른 오해를 설명하려고 한다. 힐러리를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하던 미국 민주당 당원들의 오해에 대해서다.


힐러리가 부패한 기득권 정치인이건 뭐건 관계없이, 이번 미국 대선은 사실 지성과 반지성의 싸움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성과 반지성의 싸움에서 항상 지성이 승리하지는 않는다. 지성이 항상 승리한다면 박지성은 모든 게임을 이겼어야 하지 않는가?


민주당원들은 우리가 옳다는 자만감에 빠져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노동자들에 대해 매우 잘못된 태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단언컨대 이 점이 힐러리와 미국 민주당의 패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한 사회 전반에 잘못된 인식이 퍼지면, 몇몇 사람들은 그게 잘못된 일임을 깨닫는다. 그러면 그 소수의 선각자들은 다수를 상대로 호된 비판을 할 수 있다. 당신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이 관습을 틀린 관습이다, 잘못된 관행을 뜯어 고쳐야 한다, 얼마든지 날카로운 목소리로, 과격하게 혹은 폭력적으로 목소리를 드높여도 된다. 초기에는 그렇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진보와 반동은 비슷한 비율이 된다. 이제는 목소리를 낮추어야 한다. 대등한 승부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의 대등한 승부에선, 투쟁으로 큰 목소리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예의를 갖춘 설득으로 우위를 점해야 한다.


백인 노동자들의 외국인 배척, 인종차별, 기득권층에 대한 혐오, 배신감, 열패감, 열등감, 피해의식, 성차별, 국수주의 등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고쳐야 하지만 아무리 비난하고 손가락질 하며 고치라고 한다 한들 잘 되지 않는다. 더욱이 트럼프 같은 비정상적인 정치인이 “당신들이 옳고 난 당신들 편이다”라고 외치고 있는 동안은 더욱 그렇다. 트럼프는 지성적인 관점에서 옳지 않지만 고통 받는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전술을 폈다.


민주당과 힐러리가 진정으로 이기고 싶었다면, 그들을 존중했어야 한다. 그들은 상종하면 안 되는 악마들이고, 비난받고 배척되어야 할 대상들인가? 그들 중 다수는 오바마를 선택했던 사람이다.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은 정말로 심각한 오해다. 정의는 내버려 두면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사력을 다해, 온갖 힘을 다해, 수모를 참고 고통을 참아가며 노력할 때, 겨우겨우 승리하도록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정의가 승리하도록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일까?



9. 박근혜 : 그가 정상인이라는 오해


더 이상 말이 필요가 없다. 2016년 최대의 오해는 모든 사람들이 박근혜가 정상인일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우리는 그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인 걸로 오해했고,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져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오해했으며, 죽어가는 아이들을 불쌍하게 여겨 어떻게 해서든 한 명이라도 더 구해내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렀을 것이라 오해했다. 정말로 정말로 오해해서 미안하다. 이 모든 오해들이 합쳐져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 거대한 오해를 깨트리기 위해 수백 만 개의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그 촛불은 우리가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었던 오해의 장막을 불태워 걷어 버리고 우리 앞에 거대하고 감동적인 진실을 드러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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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선일보)


진실은 바로 이렇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하며,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낸 미래야 말로 진정하게 가치가 있다.

 




2016년의 이승세계를 대표하는 아홉 가지 큰 오해들을 정리해 봤다. 오해는 없을수록 좋지만 절대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는 필요악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인류가 전지전능한 신이 되기 전에는 오해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 쉬운 문제에 대해서도 다수가 오해를 한다는 것은 너무 창피한 일 아닐까?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해결될 수 있는 오해가 결코 풀리지 않고 수십 년 씩이나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우리 모두가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뭔가 근본적으로 더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참고로 본 정치부장, 올해 마흔 아홉이었다. 보통 나이가 아홉으로 끝나는 해에 아홉수라고 해서 온갖 고난을 겪는다고 하더니, 진짜 지대로 아홉수를 겪고 겨우 겨우 살아남았다. 솔직히 아주 쪼금 자랑스럽고, 걱정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진다. 모두가 다 여러분들 덕분이다.


다가오는 새해, 2017년에는 딴지일보 독자 여러분들 모두에게 장수와 번영이 함께 하시길 빈다.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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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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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