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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9. 24. 화요일

논설우원 파토









편집부 주


본 기사는 딴지일보 무규칙 이종 매거진


[더딴지] 9호에 실린 기사의 전문입니다.









<납량특집> 좀비 Vs. 뱀파이어

 

 

호러물과 그 출연진에도 트렌드가 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도깨비, 늑대인간 등의 소박한 괴물부터 달걀/몽달/처녀귀신 등 비교적 귀여운 유령류, 제이슨이나 프레디 크루거 등의 살인마 계열, 사다꼬 같은 분위기파, 토미에로 대변되는 정체불명의 생물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는 실로 다양하고 폭넓게 진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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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의 진정한 신천지를 열어 제낀 토미에.

아직 그녀와 이토 준지 화백을 모른다면 이 여름 반드시 마스터 하도록. 

 

그러나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2013년 현재는 대략 두 종족만이 살아남아 있는 듯 하다. 바로 좀비와 뱀파이어가 그들이다.

 

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는 통계 숫자로도 증명된다. 1920년 무성영화 시대부터 지금까지 좀비가 출연한 전 세계의 영화는 장장 641편이나 된다. 이 숫자만도 엄청나지만 2010년 이후에만 자그마치 110편에 달한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편 뱀파이어 무비는 이보다는 적어 총 200편 정도지만 근년 들어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 임팩트 있는 연작물을 통해 확실한 존재감을 구축하는 중이다.

 

이런 현상의 이유에 대해 나름 이것저것 떠들어 볼 수도 있겠다만, 오늘은 기획이 기획이니만큼 거두절미하고 바로 알아보자. 이 좀비와 뱀파이어가 맞붙는다면, 과연 어느 쪽이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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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봤지만 영화는 절대 비추다. 무조건.

 

주지하듯 이 대결의 승패야말로 최배달과 이소룡, 타이슨과 효도르, 프레데터와 에일리언 이후 가장 큰 격투계의 관심사라 할 것이다.

 

허나 이 중차대한 문제의 해답을 찾아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두 종족의 특성부터 파악해야 할 터. 지난 100년간 원체 다양한 형태의 좀비와 뱀파이어가 등장하다 보니 그 특성을 일반화 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일단 기초적인 부분부터 하나씩 접근하면서 진실을 찾아나가 보자.

 

좀비의 기본 개념은 살아있는 시체다. 영어로 언데드(Undead) 혹은 리빙(Living Dead)라고도 표현되는데 죽은 사람의 육체만이 살아 움직이는 존재다. 이때 살아있다는 상태는 일반적인 사람이나 동물의 경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두뇌 기능은 퇴화되어 가장 기초적이고 본능적인 수준에서만 작동하고, 소화계나 순환계의 기능이나 구조도 모두 변화된다.

 

좀비 공격 시 생존 지침을 담은 맥스 브룩스의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에 따르면 이들 좀비에도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부두교 등 주술이나 마법에 의해 되살아난 좀비다. 이들은 무덤에 들어간 모습대로 나타나 사람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돌아 다니는데, 동작은 몹시 느리고 인간을 향한 공격성이 적거나 없으며 물어도 전염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두렵긴 하지만 별로 사악하거나 위험하지는 않은 것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 애완동물 공동묘지에 등장하는 존재들도 이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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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를 중심으로 발달한 부두교는 아프리카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주술을 보유했다고 알려진다.

이 자료 사진에서 보듯 부두 좀비는 비교적 온순하여

해당 지역에서는 좀비를 만들어 농사나 노동에 이용했다는

이야기조차 전해진다. 

 

한편 우리가 일상에서 진정 경계해야 할 전투형 좀비는 주술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의해 생겨난다. 따라서 극악한 형태의 전염병이라고 해도 무방한데, 좀비에게 직접 물리거나 좀비의 혈액 등 체액, 신체 조직의 일부가 침투하는 경우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일단 감염되면 짧게는 몇 초에서 길게는 며칠 간의 잠복 기간을 거쳐 감염된 사람은 사망하고 이후 움직이는 시체로 되살아나게 된다. 이 때 희생자의 뇌는 철저히 바이러스의 생존 본능에 의해 지배되고 숙주의 인격과 성격, 기억 등은 모두 상실되기 때문에 자아의 연속성은 없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본질은 인육의 섭취에 극단적으로 집착한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인간에 대한 강렬한 공격성을 갖고 있으며 바이러스의 명령에 따른 뇌 구조와 신체 변화를 통해 무한대의 지구력을 획득한다. 따라서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가 바로 이 좀비 바이러스와 그 보균체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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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듯 좀비 바이러스는 뇌에 직접 침투하여 전두엽 등

고등한 부위를 먼저 폐사시킨 후 숙주의 몸을 철저히 통제한다. 

 

반면 뱀파이어는 좀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일종의 전염병으로써 물어뜯는 행위나 혈액의 교환으로 전염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이들의 경우는 변환 후에도 원래의 인간이 가지고 있던 기억이나 감정을 대부분 유지한다고 보고된다. 전설에 따르면 루마니아 트랜실바니아의 영주이자 훈족 정복자 아틸라의 후예를 자처한 드라큘라 아틸라는 고대 동이족과 혈연관계가 있다는 설이 있으니 우리 민족의 먼 친척일지 모른다 가 신에게 저주를 퍼붓고 이에 대한 벌을 받아 뱀파이어가 처음 탄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뱀파이어라는 단어가 1734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이미 등재되었다는 사실과, 수천 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헤브루, 그리스, 로마 등에서부터 흡혈귀의 원형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기원은 드라큘라 백작보다 훨씬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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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작 독일 표현주의 영화 <노스페라투>의 흡혈귀 올록 백작의 몰골.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 에드워드 컬렌이 이런 모습이었다면

여고생 벨라의 사랑을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비록 일부 픽션 작품에서는 박쥐로 변해 날아다니는 등 비현실적인 설정을 가미하고 있으나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뱀파이어화() 이후 순발력이나 근력 등 신체적인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오감이 극히 예민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피에 대한 갈망이 강해져 일정 기간 피를 마시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일설에 따르면 피 외에 다른 음식을 섭취할 수 없다고도 한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과 감정, 지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자학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창백하고 염세적인 분위기로 성적 매력을 발산하기도 한다. 한편 공격성이나 파괴적 성향은 좀비에 비해 낮으며 무한한 식탐을 드러내지는 않아 평소에는 점잖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의 경우 반 인간 상태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좀비와 구별이 어려운 존재가 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트와일라잇> 등의 신세대 뱀파이어들은 사람 대신 동물 피를 마시며 뱀파이어계의 초식남화가 되는 기현상마저 벌어져, 최근 들어 이들의 실체와 관련해 다소간의 혼선이 생겨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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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와 인터뷰>의 한 장면.

<노스페라투>와 달리 창백한 미남미녀는

현대 뱀파이어의 지배적 이미지다.

 

 

그럼 이제 이런 배경 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이 둘을 맞붙여 보자.

 

 

1. One 좀비 Vs. One 벰파이어

 

좀비 한 마리와 뱀파이어 한 마리를 일대일 맞짱을 붙인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에 따르면 좀비는 곤충 수준의 지능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일반적 의미에서의 사고력이 아예 없다. 따라서 전략도, 작전도 세울 수 없으며 단순한 회피나 방어 기동조차 하지 못한다. 그리고 뼈와 근육이 손상되고 부패해 순발력이 떨어져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영화 <월드워 Z> 에는 아주 빠른 좀비들이 등장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그렇지 않다 11상황에서의 개별적 전투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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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는 신체의 안전과 방어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팔다리가 부러지고 내장 기관이 튀어나온 채로 돌아 다닌다.

이 사진처럼 관절이나 뼈가 어긋나 기우뚱한 자세로 걸어 다니는

좀비의 전형적인 모습은 개인 전투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반면 뱀파이어는 기존에 비해 향상된 점프력과 주력, 스피드, 펀치력을 보유할뿐더러 이를 유효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능도 유지하고 있다. 이 조합의 결과는 힘과 기술을 겸비한 강력한 파이팅 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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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가 인간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레어한 컷.

이빨을 사용하기 전 펀치를 통해 기선을 제압하는 것은

흡혈 과정을 용의하게 만드는 유용한 전략일 것이다.

흡혈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복서 마이크 타이슨이

이와 유사한 방법을 격투에 응용한 바 있었다.

 

그리고 좀비는 신체 대부분을 잃어도 생존하지만 머리 부위에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방어 개념이 없는 좀비의 두부를 겨냥해 적절한 흉기나 둔기로 타격, 뇌 손상을 입힌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승리할 수 있다. 이때 무기는 가볍고 절삭력이 뛰어난 일본도나 한 방에 두개골을 파괴할 수 있는 쇠 지렛대 등이 이상적이다. 사실 굳이 뱀파이어가 아니더라도 성인 남자의 경우 같은 방식으로 어렵지 않게 좀비를 퇴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는 좀비 특유의 흉측한 모습과 끔찍한 신음을 이겨낼 멘탈이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그 좀비가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의 신체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경우라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로 좀비에게 패배하고 스스로 좀비화 되고 마는 비극을 맞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다수의 좀비 Vs. One 뱀파이어

 

이때는 '다수'가 어느 정도의 규모냐에 달려 있다. 인간과는 달리 건강한 뱀파이어라면 뛰어난 개인 전투력으로 수십 마리의 좀비 정도는 너끈히 해 치울 수 있다. 허나 세계각지의 좀비 출몰 사례에서 흔히 드러나듯 그 수가 수백, 수천에 이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개의 좀비는 신체가 이미 훼손되어 있기 때문에 순발력이나 유연성, 속도 등 전반적인 운동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결코 지치지 않고 사지가 절단되어도 몸을 질질 끌며 인육을 향해 전진하는 지구력과 끈기는 지구상의 어떤 생물보다도 강하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좀비화 과정에서 신체 시스템이 변형된 데다가 멘탈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공포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좀비의 제반 특성은 소위 인해전술에 특화되어 있는 셈이다.

 

따라서 뱀파이어의 개인 전투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두뇌 공격 외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떼를 지어 몰려드는 수많은 좀비에 혼자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때는 도주 외에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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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덩어리가 되어 높은 벽을 넘으려는 수천 마리의 좀비 떼,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좀비는, 실은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먹이인 인육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에 개별적으로 모여들 뿐이며

각 개체는 협력에 대한 아무런 개념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팔을 쳐들고 느릿느릿 전진해 오는 좀비에게서 달아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바로 토끼와 거북이 효과(Rabbit & Turtle Effect) 때문이다. 해당 우화에서 토끼는 빠른 발을 믿고 잠이 들었다가 거북의 지구력에 굴복, 그만 경주에서 패하고 만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뱀파이어도 체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는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특히 이들은 햇빛에 취약하기 때문에 낮에는 어두운 실내나 지하 공간 등에서 멈춰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좀비는 햇빛이나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휴식도 필요 없이 목표물을 향해 24시간 전진할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나 비행기 등 탈 것의 힘을 빌리지 않는 한, 단지 걸음만으로 좀비에게서 벗어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뱀파이어가 드디어 추적을 따돌렸다고 한숨 돌리며 관 속에서 잠든 동안, 어느새 도착한 좀비들은 조금씩 관 뚜껑을 뜯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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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뱀파이어의 휴식. 좀비들이 창궐하는 경우

이런 안전하고 럭셔리한 수면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3. 다수의 좀비 Vs. 다수의 뱀파이어

 

맥스 브룩스의 <월드워 Z>에는 지구를 뒤덮으며 엄청난 속도로 퍼져가는 좀비들과 운명을 건 전쟁을 벌이는 인류의 사투가 그려져 있다. 한편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에는 인류를 말살시키고 새로운 종족으로 태어나는 뱀파이어들의 이야기가 암울한 필체로 묘사된다. 두 경우 공히 좀비와 뱀파이어가 각각 인간을 상대로 싸운 사례고 전자는 인간의 승리로, 후자는 패배로 그려지고 있다.

 

실제로 종족 규모에서 이런 전쟁이 벌어진다면 인간과 저들 중 어느 쪽이 승자가 될지 가늠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무기나 장비, 작전 등 기존의 전쟁술에 더해 이 경우는 인간이었던 존재가 개별적 패배의 결과 좀비화/뱀파이어화 되는 특수한 상황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 한 사람이 싸우다가 좀비에게 물린다면 이는 인간 병력 1인의 손실에 더해 좀비 병력 1인의 증강을 의미한다. , 1만 명의 인간과 1만 명의 좀비가 싸워 인간이 전멸한다면 그 결과는 두 배로 늘어난 2만 명의 좀비로 남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인간이 좀비를 전멸시킨 경우에는 이쪽에 전혀 인명피해가 없다 한들 기존과 같은 1만 명의 인간이 남을 뿐이다. 뱀파이어와 싸우는 경우도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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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좀비족과 뱀파이어족을 통째로 맞붙여 보자. 두 종족간에 거대 규모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승패의 핵심 요소는 바로 위에서 설명한 내용과 관련될 것이다. 좀비와 뱀파이어는 양쪽 다 인간을 자신의 종족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 서로간에는 어떨까?

 

신체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자. 좀비는 기본적으로 장기와 사지가 부패하고 훼손된 존재며 그 과정은 좀비화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대뇌의 대부분이 바이러스에 의해 폐사되어 사고력과 판단력이 부재하고 이 과정은 역전시킬 수 없다. 따라서 뱀파이어가 썩는 냄새를 참으며 좀비를 문다고 해서 이들이 정상적인 대뇌활동과 근골격을 갖춘 뱀파이어로 변환되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비록 실험이나 관찰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좀비가 뱀파이어를 물어 좀비화시킬 가능성은 그보다는 훨씬 높아 보인다. 뱀파이어의 살과 뼈, 혈관을 흐르는 피, 뇌 구조는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고, 따라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들 또한 좀비 바이러스에 무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때 뱀파이어의 몸 속에 충분히 강한 항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항체는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는 만큼 유사이래 가장 강력한 바이러스인 좀비 바이러스의 갑작스러운 공격을 막아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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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에게 우두(牛痘) 바이러스를 접종하는 에드워드 제너 (1796)

이 통제된 질환의 경험를 통해 인체는 항체를 생성,

치명적인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좀비족과 맞붙은 뱀파이어족의 운명도 인간의 경우와 별반 다를 것 없을 듯 하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하나 둘씩 좀비화되고, 그 좀비화된 뱀파이어들의 공격까지 받게 되어 결국은 멸종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결정적인 변수가 남아 있다.

 

영화 <월드워 Z>를 보면 좀비들은 심한 병에 걸린 인간을 알아보지 못하고 공격하지 않는다. 이 환자들은 좀비들에게 투명인간이나 다름이 없는데, 좀비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강한 숙주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찬가지 관점에서 좀비들이 뱀파이어를 환자로 인식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보통 사람을 기준으로 할 때 뱀파이어는 분명 치료 불가능한 심각한 병에 걸린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약 좀비들이 오직 건강한 인간만을 필요로 한다면 - 좀비는 소화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살을 씹는 행위는 오로지 숙주로 삼아 바이러스를 퍼트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뱀파이어는 좀비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다. 따라서 투명인간 같지는 않더라도 뱀파이어를 향한 좀비의 공격성은 전무하거나 아주 소극적인 형태로만 드러날 것이다.

 

이 경우라면 전세는 뒤바뀐다. 좀비는 성향상 필요한 대상을 목표로 오직 공격만 할 뿐 방어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뱀파이어가 바로 옆에 서 있다 한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을 것이다. 이를 노려 뱀파이어들이 조직적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경우 좀비들은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 아주 쉽고 안전한 사냥감이 되는 것이다...

 

12.jpg 

뱀파이어를 숙주로 여기지 않는 좀비라면

단지 느리게 움직이는 연약한 표적에 불과하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인류의 입장에서 봐도 좀비 보다는 뱀파이어가 승리하는 쪽이 유리하다. 좀비가 사실상 인간의 몸을 지닌 바이러스 덩어리로 어떤 의사소통도 불가능한 데 반해, 뱀파이어는 적어도 협상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지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둘 중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고 해도 좀비보다는 뱀파이어가 훨씬 나은 선택일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좀비는 우리가 되는존재가 아니라 이미 죽은 우리의 신체만이 바이러스에 의해 조종당하는 상태다. 반면 뱀파이어화 되는 과정에서는 성격과 취향, 섭생이 달라질지언정 나는 여전히 나로 남고 자아는 지속된다. , 전자는 죽음이요, 후자는 변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만약 좀비와 뱀파이어, 인류 세 종족이 혼전에 휩싸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간은 좀비에 당해 좀비화하고, 동시에 뱀파이어에 당해 뱀파이어화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류의 개체 수는 극적으로 줄어든다. 이어 앞의 논리에 따라 뱀파이어들은 결국 좀비를 전멸시키고, 이 시점까지 살아남은 얼마 안 되는 인간들도 결국 뱀파이어화 된다. 그럼 이제 지구상에 남은 종족은 뱀파이어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종족 통일의 순간이 도래하면 동시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 이들이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신선한 인간의 피를 더 이상 지구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에서의 최종적인 승리가 멸종의 직접적인 전주곡이 된 역설적 상황이다. 이렇듯 다른 종족보다 강했지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아니 자신들의 생존 환경을 스스로 파괴한 뱀파이어들도 결국 빠른 속도로 종말을 맞게 되고, 지구는 더 이상 고등생물이 남아있지 않은 신생대 초, 중기와 같은 상태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이렇게 보면 동물의 피만을 마시는 <트와일라잇>의 초식 뱀파이어들이야말로 가오는 안 살지만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이다. 역시 멀쩡한 사람 피를 빠는 짓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거 하지 말자.

 

 



 


편집부 주



이제 추석도 지나고, 완연한 가을입니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우리 마음도 한결 차분해 지는 계절이지요.


<더딴지>도 가을을 맞아,


한층 차분해진 모습으로 여러분께 다가가렵니다.


무규칙 이종 매거진 <더딴지> 10호


'좋은 생각(?)'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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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좋은생각>스럽게 소개하려니...


개롭다... 개로워...


우예뜬! <더딴지> 10호가 발사되었다는 사실!


똥꼬에 '빡' 힘주고 얼른 사서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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