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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대장암은 대장선종이 자라서 발생합니다. 정기적인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서 암이 되기 전의 선종성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대장내시경검사를 권했을 때 환자들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하긴 해야 하는데...장 비우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못 하겠어요"

 

"대장암 걸려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 힘듭니다"


환자들을 달래긴 하지만 저 역시 대장내시경검사를 받기가 주저되는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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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장 정결에 사용되었던 PEG 계열의 'COLYTE'입니다. 무려 4L입니다. 10분마다 250mL씩 마셔야 하는데, 투여하는 데만 160분이 걸립니다. 맛도 비려서 악명 높은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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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정결에 사용했던 NaP 계열의 솔린액입니다. 요구르트 병만한 크기인데 저거 하나만 마시면 'COLYTE'와 겨뤄도 무색할 정도로 장이 비워지는 신통방통한 물건입니다. 하지만 고인산혈증, 급성 신부전, 만성 신부전 등의 합병증 빈도가 다소 높아 현재는 장 정결 용도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후에도 일부 병원은 '환자가 편하다'는 이유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부작용 발생 가능성은 극히 드물고 'COLYTE' 4L를 마시느니 환자 입장에서는 NaP 제제를 사용하는 게 낫다 싶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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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렇게 맛과 복용량을 개선한 녀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COLYTE'로 정결제 노하우를 쌓은 태준제약의 야심작 '쿨프렙'입니다. '쿨프렙'은 Cool preparation의 약자라고 추측됩니다. 시원하게 비워준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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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비오 제약의 야심작 '피코라이트'입니다. 그 밖에 장 정결 제품이 몇 가지 더 있긴 하지만 생략하겠습니다.


요즘 사용하는 장 정결제들은 과거 쓰이던 것에 비해 맛이 덜 비리고 복용하는 물의 양도 다소 감소했습니다. 그럼에도 2L에서 4L까지 복용해야 합니다. 또한, 일부 환자들은 전처치 약물 복용 후 메슥거림과 구토가 심해서 검사를 제대로 받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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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제대로 비우지 않은 환자의 내시경 사진입니다. 사진과 같이 씨앗이나 나물 등 음식물 찌꺼기, 변 같은 것들이 검사를 방해합니다. 저 깊고 깊은 물 아래에 작은 용종이 숨어 있다면? 제대로 장 정결을 하지 않은 채 검사를 받으면 아니 받은 것만 못하진 않지만 거시기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똥물 사람 속은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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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설사약을 먹지 않고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는다는 광고를 보신 분이 있을 것입니다. 검색해보니 적지 않은 병원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내시경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획기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장 정결제를 몸에 투여하는 건 같습니다. 전날 금식하고 와서 아침 일찍 위내시경을 받고 십이지장에 주사기로 장 정결제를 투여합니다. 그리고 오후 장이 비워지면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습니다.


저도 이 투여법을 적용해봤습니다. 2~4L가량의 물을 주사기로 담아서 품는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해야 하는지라, 환자가 장 정결제를 한 모금만 먹어도 토하는 증상을 보일 때 이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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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대장내시경검사를 한 환자의 위내시경 사진입니다. 이 환자는 장 정결제를 한 모금만 마셔도 바로 토하는 증상이 있어서 주사 투여법을 이용했습니다. 사진과 같이 장 정결제를 십이지장 2nd portion에 주사해주면 됩니다. 장은 대부분 깨끗이 비워집니다. 위 환자 역시 수월하게 장을 비웠고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용종 절제술을 받고 퇴원했습니다. 

 

40세 이상 남성 혹은 복부 증상이 있는 환자,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가까운 소화기내과에 가서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봅시다. 제게 받으려면 항공료와 할증료가 있으니 고려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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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나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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