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3. 09. 27. 금요일

아까이 소라





 



지난 기사



[프랑스라는 이름의 파라다이스 <1>]



 





낭만에 대하여

 

다시 돌아왔어. 지금은 프랑스. 한국이랑 프랑스는 서머타임 포함 시차가 7시간(아닐 땐 8시간). 그러니까 난 지금 너 보다 7시간 과거를 살고 있어. 남들에겐 환상의 대상이 되는 이 곳이 내겐 현실이란 사실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아. 한국 역시 다름 아닌 현실에 불과했으니 난 지금 꿈에서 깨어나 구토를 하는 니체와 같아. 개드립 미안.

 

저번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프랑스의 이미지는 크게낭만’, ‘예술’, ‘향락’, ‘이상의 네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어. 그 중 먼저낭만에 대해 다루어 보려고 해.

 

먼저 질문. 낭만이 무얼까? 프랑스에 오기 전, 이 추상명사를 입 밖으로 꺼냈을 때 함께 연상되는 장면에 대해 간단한 조사를 해 봤어. 보통은 노을 지는 바닷가에서의 키스, 촛불이 켜진 근사한 테이블에서의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 사랑이 담뿍 담긴, 그러나 담백함을 잃지 않은 손편지, 낙엽 쌓인 오솔길을 걸어가는 버버리 차림의 고독한 남자, 혹은 분홍빛 과거를 회상하며 삼키는 씁쓸함과 아련함 정도가 나오더라.

 

, 그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낭만이라는 거에 대해 분석해 보자. 우선은사랑이라는 감정과연인이 수반되어 있는 듯 하지? 그리고 와인이나 촛불, , 보석 같은 무언가 블링블링한 것들이 추가돼. 여기에다 또 감정을 극대화해 주는 낮과 밤의 경계라던가, 바스락 소리가 청각을 자극하는 낙엽 덮인 길, 그리고 둘 만의 장소.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노래에서처럼 낭만이란 현실에 부재한 것이기도 해. 정리하자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낭만이란사랑이라는 감정과 연계되며 현실에는 쉽게 속하지 않는 것, 그러기에 갖고자 꿈꾸는 것 정도로 거칠게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

 

2.jpg

불어로 낭만적을 뜻하는 romantique로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들은

죄다 근육질 남성과 육감적인 여성의 러브신...

 


3.jpg

위의 사진이 남성용이라면 아래 사진은 여성용. 여튼 저녁노을은 필수

 

 

낭만의 나라 프랑스

 

낭만의 나라. 프랑스 앞에 붙는 수식어 중 가장 익숙하지? 과연 우리는 언제부터 이 나라를 낭만의 나라라 부르기 시작했을까?

 

답은 식민지 시기. 그 이전 프랑스는 단지 서양의 어디 즈음에 있는 한 나라일 뿐이었어. 실제로 한일합방 이전의 신문 기사를 살펴보면, 프랑스에 대해서는 정세와 관련한 단순 정보만이 단편적으로 실려 있어. '프랑스' '낭만'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건, 다시 말하지만 바로 식민지 시기.

 

어떤 단어들은 그 의미와 쓰임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당시 낭만이라는 말은 주로 '자유연애'와 함께 붙어서 사용되었던 것 같아. 지금이야 자유로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하는 것이 당연시되었지만, 알잖아? 몇 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이 중매결혼이었다는 거. 물론 지금도 조금은 다른 이유로 기업화된 뚜쟁이를 거쳐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4.jpg 

이전 저렇게라도 결혼이 하고 싶을까 했는데...

이젠 결혼정보업체에서 나를 찾지 않음. 아놔 훌쩍

 

식민지 시기엔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 Fils) <춘희(La Dame aux Camélias)>같은 프랑스 연애 소설에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했어. 유교사상이 지배하던 당시에는 자유연애나 연애결혼이 거의 불가능했잖아. 한국소설이라 해 봐야 권선징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그러다 서양 문화가 들어오고 서양식 근대화가 지향점으로 설정되면서 마치 그들처럼 자유연애를 즐기는 모던걸, 모던보이들이 슬슬 거리를 누비게 된 거라.

 

당시 쏟아지기 시작했던 '자유연애' 콘텐츠의 센세이션은 단연 <카르멘(Carmen)>이었던 듯 해. 프랑스 작가이자 역사가 프로스페르 메리메(Prosper Mérimée) 1845년 탈고한 이 소설은 그 파격적인 매력 덕에 오페라, 영화 등으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사랑 받고 있어. 작품의 무대가 스페인이라고 해서 <카르멘>을 스페인 거라 생각하면 그건 오산.

 

 5.jpg

2004년 한국에서 최초 개봉한 스페인의 빈센테 아란다(Vicente Aranda) 감독의 <카르멘>

 

언제나 친절하기 이를 데 없는 필자가 잠시 <카르멘>의 줄거리를 이야기해 줄게.
스페인의 세비야에 카르멘이란 유혹의 집시가 살았어근데 이 여자, 남자를 유혹했다 싫증나면 가차 없이 차 버리는 팜므파탈이 매혹녀가 순진한 군인 돈 호세와 사랑을 하게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지, 배신감과 넘치는 사랑에 몸부림 치던 돈 호세가 급기야는 자신을 떠난다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하지만 오히려 죽이라는 카르멘결국 빡친 돈 호세가 카르멘을 칼로 찔러 죽여 버리곤 잃어버린 사랑에 눈물 흘려참고로 매체에 따라 줄거리는 조금씩 달라지니 너무 딴지 걸지 말길.


1924년 조선극장에서 연극 <카르멘>이 상연되고, 1928년 단성사에서 자크 페데(Jacques Feyder) <카르멘(1926)>이 개봉되는 등, <카르멘>은 당시 조선인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자극을 선사하는 인기 있는 작품이었어. 이어 자유연애를 소재로 하는 많은 문학작품이나 기사 타이틀에카르멘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면서카르멘은 그야말로팜므파탈의 대명사가 되어 버려.

 

먼저 신문기사. 조선중앙일보 1934 3 10일자엔조선의 카르멘, 변심한 남자 가슴에 칼을 꽂은 정열 女, 십이일 평양법원서 공판’, 1935 5 20일자에는매춘가에 연인 두고 젊은 인쇄공 범죄, 카르멘을 밤마다 만나 보고저, 절도질로 자금 조달이란 기사가 실려. 사랑에 목숨 건 나머지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여자. 혹은 남자로 하여금 사랑에 눈 멀어 미친 짓을 하도록 하는 치명적 매력을 가진 여자. 카르멘.

 

그리고 소설. 1929 6월부터 10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 <황원행>(김팔봉 作)의 여주인공 애라카르멘의 화신으로 그려져. 남주인공 철호는 애라를 이렇게 묘사해.

 

올타! 과연 이 녀자는 드믈게 보는 근대뎍 녀성의 뎐형이다. 어대까지든지 자긔라는 것을 세워나가려 하고 족음도 희생되기를 실혀하며 사랑하면 뼉다구까지 갈어바칠 듯이 열렬하게 덤비고 그 대신 사랑이 식기만 하면 초개가티 내 버릴 녀자요, 경우에 의하야서는 제 몸을 제 스스로 깨강정가티 부시어 버릴른지도 몰르는 녀자다. 그러타! 제 말과 가티 카르멘과 가튼 녀자다.”


6.jpg 

<황원행> 48화 삽화 (안석영 畵)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그러고 보면 프랑스의 낭만이란 '연애'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 물론 여기에서의 연애는 그냥 일상적인 사귐이라기 보다는 열망으로 가슴이 끓어올라 가진 것을 다 쏟아 부어도 아깝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불타는 사랑이야. 그런 이유로 '프랑스는 정말 낭만적인가?'란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첫 장에선 프랑스인의 연애를 다루어 보려 해.

 

, 연애를 하려면 먼저 뭐가 선행되어야 하지? 작업? Holy shit! 단순하긴! 설마 넌 아무한테나 작업을 하는 거야? 치마(바지)만 둘렀다고 다 들이대면 안되지. 누군가 얼마 전에 나한테 그랬어. 굶었다고 아무 거나 먹으면 배탈난다고... 아직 잘 참고 있으니 걱정말거라.

 

일단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아야 할 거 아냐.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아니고는 사실 우선 외모. 성격이나 마음이 최고라는 내숭은 사양. 무슨 초능력자도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거야. 다 필요 없고 돈 많은 게 최고라면... 그래 뭐, 할 말 없네.

 

그러니까 한 번 알아보자, 프랑스인들의 미의 기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잖아?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계속되어 왔던 전쟁이나 제국주의에서 비롯된 이주 등으로 인해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살고 있어. 그러다 보니 외모에 대한 개개인의 취향이 한국에 비해서 훨씬 다채로워. 게다가 프랑스의 스타들은 외모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프랑스인의 미의 기준을 살펴보기 위해 프랑스 연예인들의 외모를 참고하는 것도 그리 의미는 없다고 봐.

 

그래서 이 필자, 딴지 독자를 위하야 파리에서 발품을 팔았어, 그러다 이상한 애들한테 끌려갈 뻔 했다는 건 여담. 여튼 인터뷰 한 번 하려다가 팔려갈 뻔 한 이후로는 안전제일주의를 외치며 보보(Bobo) 지역 위주로 돌아다녔다는 걸 먼저 밝혀.

 

보보가 뭐냐고? 보보는 프랑스어 부르주아 보엠(Bourgeois-bohème)의 준말로, 보헤미안 부르주아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아. 2000년 출간된 미국 작가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 <Bobos in Paradise>에서 유래했어. 그러니까 집 좀 살고 교육수준 좀 높은데 스타일이나 사상은 보다 자유분방하고 열려있는? 정치적으로는 좌파 성향이 비교적 강하고 환경에 관심이 많은 것도 그들의 특징 중 하나야.

 

보통 레 바티뇰(Les Batignolles)이나 마레(Marais)지구, 생 마르탱(Le Canal Saint Martin) 지역 등이 대표적인 보보 지역이야. 음... 파리에 올 생각이 있다면 기억해 둬. 특히 괜찮은 프랑스인을 만나 (어떤 종류이건)친분을 쌓고 싶다면 더더욱. 괜히 에펠탑 같은 관광지만 돌아다니고, 싼 방 구한다고 19, 20구에 자리잡고 밤 늦게 서성거리다가 괜히 소매치기 당하거나 이상한 애들한테 작업 받고 끌려가지 말고.


7.jpg 

위쪽 좌로부터 카날 생 마르탱, 바티뇰, 마레, 그리고 몽마르트 근처의 영화 <아멜리에> 촬영지

 

여튼, 100인의 프랑스인에게 다짜고짜 물었어.

 

"외모로만 보았을 때 당신의 이상형은 어떤 스타(국적, 직업 불문)에 가깝습니까?"

 

물론, 이 조사를 절대적이라거나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 알겠지만 이상형이란 말 그대로 이상형일 뿐이니까. 하지만 대강의 프랑스인이 선호하는 외모 취향을 알 수는 있을 거야. 그리고 알겠지만 네 외모가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에겐 인상이라던가 미소라던가 혹은 말발이라던가 하는 플랜B가 여전히 있는 거잖아? 왜 이래, 선수끼리.

 

, 그럼 이제 공개할게. 프랑스인들이 선호하는(것으로 보여지는) 남녀 스타들. 두둥 !

 

8.jpg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1위는 조니 뎁

우수에 가득 찬 눈빛과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광기가 매력적이라나?

노익장 조지 클루니와 영원한 아이돌, 애쉬튼 커쳐 스타일도 호감형


9.jpg

나탈리 포트만, 메간 폭스, 멜라니 로랑, 그리고 모니카 벨루치가 가장 인기

프랑스 남자들은 대개 자연미와 섹시미를 동시에 가진 여성을 최고로 치는 것으로 보임

 

그럼 다음 편에서는 프랑스인들이 선호하는 외모에 대한 썰을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보도록 할게. 감이 안 온다고? 조금 팁을 주자면, 다음 편 주제는 <작업의 정석 in France>. 놓치면 안되겠지? , 이제 글을 마치기 전에 인터뷰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그리고 사진 찍기를 허락해 준 분들께는 조금 더 감사! (아래 사진은 사진 게재를 허락해 준 분들. 위쪽 좌부터 레일라, 마날, 쥘리에뜨, 플로리몽, 막심, 토마, 브누아, 사뮈엘)

 

Leila, Manal, Juliette, Florimon, Maxime, Thomas, Benoît, et Samuel ! Je vous remercie beaucoup de mavoir permis de vous interviewer, et de mettre vos photos sur mon article. Vous êtes tous super beaux sur les photos. Maintenant, il ne vous reste qu’à venir en Corée du Sud!




10.jpg






아까이 소라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