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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01. 화요일

무천







회색 나라의 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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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많이 긴 서두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았다’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퇴임 기사를 아침에 읽었는데, 방금 창을 연 인터넷에서는 임모 여인의 가정부로 일했다는 이 모 씨와 채 전 총장의 진실 게임이 한참입니다.

 

한편에서는, 국정원 대선 개입 진위를 둘러싸고, 국정원 파트장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경찰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지시한 것이 재판에서 밝혀졌고, 이제는 분기별 정례 행사가 되어버린 고위직 공무원의 인사 파문도 시끄럽습니다. 두 달이면 밝혀진다던 실종된 NLL 대화록은 삭제한 것인지, 삭제된 것인지 아직 오리무중이고, 녹색피로 피떡이 된 4대강은 오열하며 밤새 울부짖습니다. 언제 끊길지 위태한 육아보조금 말고는 뭐 하나 나아진 게 없는데, 대통령 지지도는 식을 줄을 모르는 오늘입니다.

 

사실 생각했던 마중말은 이런게 아니었습니다만,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조선일보의 기사와 분노에 찬 가사도우미 이모씨의 대거리는 이전 생각을 기어이 날려보냅니다.


어차피 다들 읽으셨을테니, 옛날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옛날에, 옛날에, 강용석이 국회의원하던 시절에 말입니다.

 

술자리에서 대학생 애들 데리고, ‘여자 아나운서 되려면 다 줘야 한다’고 씨부렁 거리던 시절에 말입니다. 대단한 경기고, 서울법대, 하바드 석사학위로도 한나라당에서 싹뚝 제명되었던 그 시절에 말입니다.

 

강용석이라는 한 듣.보.가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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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롱, 강고소, 강제명 등으로 인생 막장에 몰린 이 아해는, 당시 가장 핫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타겟으로 잡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개입(선관위 디도스)으로 수세에 몰리고, 돈봉투 사건으로 그로기까지 간 극우(보수가 아닙니다.)정당에 흑기사로 금의환향케노라 작심한 것이죠.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인 박주신 씨가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허위의 병사용 진단서와 MRI를 제출했다고 질러버린 겁니다.

 

박원순 측의 거듭된 부인에도 강용석의 주장은 계속됐고, 급기야 박주신 씨를 병역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을 하기까지 이릅니다. 


1.강용석 형사고발 .png


이 과정에서 이 아해가 박주신 씨의 뛰는 동영상과 MRI 제보 등에 5,000만 원의 현상금을 건 일은 이제는 도시 전설로 회자된다는 것만 알아둡시다. 이 아해가 박씨의 체형도 몰랐다거나, 박씨의 여자친구의 실명을 공개한 것 등까지 따질려면 손 아픕니다.

 

결국 박씨는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광장으로 끌려나와, 공개 검진을 받아야 했으며, 만방에 자신이 특이 체질의 허리 병신인 것을 공포하여야 했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강희롱, 강고소, 강제명 등의 캐릭터 대마왕이 갓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을 상대로 이러한 베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절대 그러시지 않는 카카와 또다른 조력자 덕이었습니다. 바로 강용석의 어그로질을 키운 찌라시(언론)들과 증인(증언자)이었죠. 


2.조선일보 박주신 보도.png

 

두 달여 동안 강용석의 무분별한 주장을 받아적기에 급급하던 찌라시들은, 강용석의 국회의원직 사퇴로 사건이 막을 내린 후에도, 박원순의 무대응이 사건을 키웠다며 적반하장질에 여념이 없었고, 그간의 무분별한 기사와 오보에 대한 사과조차 한 줄 없었죠.


 3. 박원순 무대응이 소동키워.png


한 분 더 있습니다. 바로, 전문가 증인 역할을 톡톡히 한 연세대 의대 교수 한석주 씨입니다. 한 씨는 강용석이 불법으로 게재한 박주신 씨의 MRI 사진을 인용하며, "박주신 씨의 MRI가 바꿔치기된 것은 거의 확실하다."며 감사원 홈페이지에 사실 규명을 촉구하는 글까지 올립니다.

 

한 씨의 이런 전문가다운 증언으로 인해 박 씨의 병역 기피 사실은 확정적으로 굳어지는 듯 했고, 결국 박 씨는 공개 검진에 끌려나와야 했습니다.

 

알려졌다시피 박 씨의 허리디스크 MRI 바꿔치기를 확증한 한석주 교수의 전공은, 소아과입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용서로 가해자들의 만행은 잊혀지는가 했습니다.



24시간을 돌려, 채 전 총장의 사퇴 직전으로 가 봅시다.


채 전 총창의 사퇴 즈음에 밝혀진 사실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에 대한 정황입니다. 조선일보의 일방적인 주장이었죠. 채 전 총장은 적극적으로 부인 하였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을 내내 끌다, 금요일 오후에 급하게 낸, 법무부의 대단하신 감찰 결과도 의혹 확인에 그쳤습니다.


‘…레스토랑에 자주 출입했다, 임모여인이…사무실 방문을 거절당했다, …당일 급하게 여행 가방을 쌌다’ 정도였죠.

 

법무부의 결론은, '혼외자가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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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보도된 ‘낙지질식사 사건 무죄판결’에서도 보듯이 정황증거만으로는 유·무죄를 가릴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법집행을 담당하는 기관이 의혹만으로 실체적 사실을 판단한다면, 저잣거리의 호사가들보다 나은 게 무에 있을까요.

 

법무부의 감찰 결과가 나오자 원칙과 진실 규명을 중요시하시는 우리 대통령은 재깍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해 버렸죠. 의혹만으로 수리될 사표였다면, 남재준은 왜 아직도 국정원장에 버티고 있는 걸까요? 김무성은 왜 한나라당의 실세로 버티는거죠? 권영세는 왜 아직도 주중대사로 떵떵거리는 겁니까? 어제 재판에서 경찰수사를 방해한 국정원 파트장은 왜 아직도 국정원 직원인건가요? 4대강을 피떡으로 만든 인간들은 왜 아직도 테니스를 치나요? 의혹만으로 책임을 진다면 도대체 ‘카카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조선일보는. 후… 다음 화면으로 대신하겠습니다. 특종을 보도해 놓고, 사실관계는 피해자더러 입증하라고 하는 언론이 있다면, 이게 공기일까요? 흉기일까요?


4.오늘 아침 조선일보 보도.png 


강용석 감독, 강용석 주연, 한석주 출연, 조선일보 배급·투자로 상영했던 일 년여 전의 박주신 사건이, 채동욱 주연, 청와대 등 각종 잡다구리 조연, 조선일보 감독·각본·투자·배급으로 현재 다시 절찬리에 상영중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 영화가 예전처럼 논픽션을 가장한 픽션으로 끝날 것인지. 혹은 한국형 카이저 소제의 탄생을 알리는 유주얼 서스펙트로 끝날지는 아직 열린 결말이라는 겁니다. 


 


2. 강호 

 

예전 명나라 관제 중에 창위라는 게 있었습니다. 무협지 등에 흔히 나오는 동창, 서창 등이 포함된 '창'과 금의위의 '위'를 합쳐서 '창위'라고 불렀죠.

 

정난의 변을 일으켜 조카(건문제)를 제끼고 보스가 된 명나라 3대 황제 영락제는 항상 뒤가 꺼림칙했습니다. 왕위는 찬탈했지만, 이전 보스인 건문제의 행방이 묘연한데다 명분 없는 찬탈이다보니, 구린 점이 많았죠. 해서 ‘내치’라 쓰고 정치보복이라 읽는 학살을 위해 전담 부서를 만듭니다. 이른바 관료들을 관리, 감시할 수 있는 비밀첩보조직인 동창입니다. 확장팩이 없는 국정원과 달리 국내외 정치 모두에 관여할 수 있었던 동창은, 관료 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도 당당하게 사찰할 수 있는 ‘온리 거세 멤버스’의 폐쇄적인 클럽이었습니다. 궁내에 거주하는 내관인 환관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보니, 황제와 독대가 수월했고, 직접 보고와 직통 명령을 통해 황제와의 관계는 나날이 돈독해졌습니다. 관리, 감시, 사찰, 정보 보고에 그치지 않고 나중에는 구금과 처형에까지 권한이 확대되면서, 동창은 분점으로 서창과 내행창까지 두는 문어발 기업으로 확장됩니다. 명나라 좃망의 한 원인이었죠.

 

1촌으로는 금의위가 있었습니다. 손자인 영락제에 이르러서야 설치된 동창과 달리 금의위는 할아버지인 명시조 주원장 때부터 내려오는 뼈대있는 기구였습니다. 주원장이 금의위를 만든 이유도 동창과 대동소이 합니다. 역성혁명의 버그로 생겨난 개국 공신들을 제거하기위해 치외법권적인 특별 사찰 기관을 만든 것이었죠. 초기 금의위의 무고질에 저승게이트를 탄 사람들이 몇 만명에 달한다는 기록도 있으니, 변희재가 이 때 났으면 한 자리는 했을 겝니다. 이렇게 주원장은 5년여 간 금의위를 풀로 돌려서 뽕만 빼 먹고 없애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대체된 게 삼법사죠. 형부, 도찰원, 대리사로 이뤄진 사법기관인 삼법사로 인해 그제서야 명나라는 제대로된 사법기관이 들어서는 형식적 프로세스를 밟게 됩니다.

 

이 금의위는 나중에 다시, 영락제로 가서 동창과 함께 부활되어 황제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내곡동 팀으로 재창설되는데, 이들로 인해 명나라의 형사 시스템은 극심한 부침을 겪게됩니다. 평시가 없는 비상시가 상시화되는 게 만연됐기 때문이죠.

 

한 6개월간 국정원 사태를 가만히 지켜보니 동창과 내금위가 떠 오릅니다. 누가 동창이고 누가 내금위일까요? 삼법사는 과연 있을까요?

 


 

3. 현실


국정원의 난이 있었지만, 사실 국정원의 권한은 ‘공식적’으로 제한적입니다. 대한민국의 형벌 집행권은 검찰에 있죠. 짐짓 사법권의 최후의 보루라며 거들먹대는 법원의 권한도 제한적입니다. 법원은 검찰이 제기한 기소(문제)에 대해서만 반응할 수 있는 수동적 기관입니다.

 

국정원의 난이 국정원 때문에만 일어난 걸까요.

 

아닙니다.

 

국정원 난의 책임은 80%가 검찰에게 있습니다. 헌법과 법률에 주어진 권한과 의무대로 검찰이 엄정하게 법집행과 감시를 했더라면 국정원의 난은 일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작년 대선 개입 과정에서 검찰은 언제든지 독자적으로 인지하여 국정원 대선 개입을 수사할 수 있었지만 경찰에만 미뤄둔 채 뒷짐을 지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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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전 총장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 낸 전두환 비자금 환수 문제도, 이를 20여년간 방관한 검찰 덕에 가능했습니다. 20년 전의 정의와 오늘의 정의가 다른 걸까요? 1,700여억이 20여년 전에 걷혀졌다면 국고가 얼마나 더 튼튼해 졌을까요? IMF때 갖다 바쳐야 했던 돌반지들이 얼마나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을까요? 폐업으로, 실업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이 얼마나 살아 계실 수 있었을까요? 뭣보다, 갖은 엄살 떨며 추징금을 내고, 뒷방으로 들어가 해죽이며 지폐 다발을 셀 그 면상을 얼마나 더 찌그러뜨려 놓을 수 있었을까요?

 

결국 성씨만 바꾸는 역성혁명처럼, 한두 명의 얼굴 마담만으로 여지껏 국정 농단에 동참해 온 것이 검찰이었습니다.

 

그런면에서, 대통령바라기인 국정원이 동창이라면, 검찰은 금의위에 가까운지 모릅니다. 개국부터 있던 관제로, 정적의 제거에 주용도로 쓰였으며, 무소불위의 치외법권을 가진 기관. 정권의 향배에 따라 폐지되거나 칼자루를 돌려잡지만, 어김없이 다시 권력의 주구로 몸을 파는 창녀. 마치 삼법사인양 탈을 쓰고, 활보하지만, 결국엔 삼법사를 농단하는 사자 배 속의 벌레와 같은 배신자 말입니다. 

 

마치 정의구현사제단이라도 되는 듯이 보도되는 ‘평검사 회의’도 태반이 검찰 개혁에 대한 반동이었지 검찰 바로서기가 제대로 지켜진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For the 검찰, By the 검찰, Of the 검찰. 오로지 검찰 조직 그 자체만을 위한 조직.


5.역대 검찰 평검사회의.png

 

조직의 수장이 말도 안되는 비법리적 사유로 옷을 벗어도, 누구 하나 나서서 제대로 칼을 휘두르는 이가 없는 칼잡이 조직. 주군이 은퇴한다고 할복을 하면 그게 야꾸자지 검찰일까요. 칼잡이는 칼로 말하고, 수사기관은 수사 결과로 말하는 겁니다. 검찰이 과연 어떤 수사 결과를 내어 놓을까요. 아마, 곧 있을 결과는, 고검장 인사 결과일 겁니다.

 

수사 검사들이 자랑스럽게 자칭하는 칼잡이는 은연 중에 프라이드가 배어있는 단업니다. 곤조(근성)를 가지고, 채 전 총장 말마따나 ‘…그 외 다른 어떠한 고려도 개입없이’ 수사한다는 자부심이죠.

 

그런데 수사 검사를 칭하는 또 다른 표현도 있습니다. 바로 ‘백정’입니다. 칼잡이와 백정의 차이는 주체성입니다. 칼잡이는 자기의 의지로 칼을 휘두르지만, 백정은 손님의 주문에 따라 칼을 휘두르죠. ‘… 그 외 다른 어떠한 고려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는 검사들을 업계에서는 백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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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업보

 

채동욱 씨의 혼외자 문제를 둘러싸고 초기에 들었던 반응 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말은,

 

‘내가 검찰을 응원하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입니다.

 

맞습니다. 제 심정이 딱 그랬거든요. 해서 채동욱 사태가 일어나는 내내 한켠으로 불편했습니다. 마치 브라질에게 털리는 일본 축구를 보는 심정이랄까요. 평소에는 그렇게 얄밉고 싫던 검찰이,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털리는 것을 보니 저도 모르게 응원을 하게 되는 겁니다.

 

사실, 지금 검찰이 당하고 있는 모든 일들은, 이미 수십 년 동안 검찰이 써 먹어 오던 빌드입니다.

 

  • 이른바 피의사실공표로 불리는 혐의사실을 흘리기
  • 흘린 혐의사실로 언론 몰아가기 및 여론 형성
  • 형성된 여론으로 마녀사냥 후 재빠른 사건 종결
  • 부당한 기소
  • 재판 패소 후에도 항소 등으로 확정판결 지연
  • 잘못된 기소결과에도 모르쇠로 버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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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빌드로 수십 년 동안 버티는 검찰 너님들이 왕이에요.


모든 게 이미 검찰이 미네르바, PD수첩, 광우병, 노무현, 노회찬 사건 등에서 숱하게 돌려막기 해 온 방법이죠. 홍준표 경남지사는 예전 자서전에서, 검사 시절에, 수사 진행을 위해 적절한 언론플레이를 종종 써 먹었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린 것처럼 말입니다.


채 전 총장은 그간 검찰이 자행한 업보를 그대로 돌려받고 있는 겁니다. 마치 브레이킹 배드 피날 시즌에서, 제시의 그간 행한 일로 인해 여자 친구 제인이 죽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검찰이 대오각성하고 자정을 할까요. ㅎ. 처녀가 애를 먼저 배겠군요.


채 전 총장의 다음 행보는 비교적 빠르고 임팩트가 강한 형사소송으로 보입니다. 형사적 명예훼손 등의 확정판결을 통해 결백을 입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사소송과 정정보도 청구 등을 진행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혹은 의혹만을 낳지 않습니다. 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 섞인 ‘기대’에, 채 전 총장의 빠른 사퇴는 불을 지폈고, 가사도우미 이 씨의 증언은 기름을 끼얹은 셈입니다. 세상에 나온 의혹들은 빠르게 확신을 양산할테고, 확증된 추정 앞에 사실은 돌아와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릅니다.

 

9회말 2사 투 스트라이크의. 

정말, 꿈.같.은. 조선일보의 적시타가 없다면 말입니다.




5. 그럼에도


양비론은 피곤합니다. 그래서 뭐 어떻다는 거냐, 이것도 틀리고, 저것도 틀리다면 어쩌자는 것이냐.


맞습니다. 그런데, 악마가 디테일에 숨어있는 것처럼 진실은 양비론 속에 웅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회의 몫은 양비론 속에 숨어 있는 진실을 길어 올려 사회적 유산으로 되새김질 하는 데에 있을테죠.

 

채동욱 주연, 청와대 등 각종 잡다구리 조연, 조선일보 감독·각본·투자·배급의 이 부조리 극에서 ‘한쪽 편’에 너무 몰입하지 마세요. 주인공도 결국은 악당 조직의 얼굴 마담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조폭마누라도 결국은 조폭인 마누라라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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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듀오가 부릅니다. 거기서 거기. 



동시에.


조선일보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열린 결말이 어떻게 닫히건, 이 신문이 일 년 전에 똑같은 마녀사냥으로 범죄를 범했고, 일 년 후 똑같은 저의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사회적 공기라는 방패 아래, 언론의 자유를 사리를 위해 남용하고 있다는 것을 주시해야 합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언론이 아니라, 사회적 흉기로 사회를 상처내는 사회악이라는 사실을 목청 높여 따져야 합니다.

 

사실 처음에 생각했던 서두는 '피곤하시죠?'로 시작되는 말이었습니다. 

 

피곤하시죠?


저도 많이 피곤합니다. 이 끝 간 데 없이 질척이는 흙탕질에 진이 빠지고, 참담해져 가는 마음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의로운 사회가 참말 ‘받아야하는 대가’가 돌아가는 사회라면, 이 시대는 정말 피폐한 불의의 시대입니다. 강한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라며 느물대며 해죽거리는 주둥이에 쑤셔박을 주먹도, 이미 부서져 시뻘건 눈물을 흘립니다. 아무리 바둥거려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숨만 턱턱 막힙니다. 세상은 변할 수 있을까요. 실패한 기억은 상처로 남고, 상처는 상흔으로 남아, 속 안엔 떨어진 딱지들만 늘어갑니다.

 

과연 이 또한 다 지나갈까요?

 

먹고 살기에도 팍팍한 삶에, 시민의 책무는 점점 늘어만 갑니다. 국정원도 감시해야 하고, 대선도 살펴봐야 하고, 고질적인 검찰은 어디서 손을 볼지도 모르겠고요. 정치는 언제나 그렇듯 개판입니다. 이젠 하다못해 언론까지 감시해야 하니, 시민이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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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고단합니다.

힘드네요.

피곤합니다.




잠시 앉아야겠습니다.


형들께도 안부를 전합니다. 힘. 내세요.



 

 




무천

트위터 : @Dummer_Mucheon


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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