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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01. 화요일

물뚝심송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비극이다. 왜 비극이냐고?


외도, 내연의 관계, 불륜, 혼외자식, 첩질, 가끔씩 남의 눈을 속이고 찾아오는 아빠, 가정부의 고발, 술집 여사장, 권력과 부를 몰아가진 남자...


이런 단어들이 횡행하는 바닥의 최고 강자가 누구란 말인가. 단연코 황색 사이비 찌라시의 원조, <썬데이 서울> 이외에는 감히 대적할 자가 없는 업계의 맹주, 명랑세상을 꿈꾸는 전통의 민족 정론지 <딴지일보> 아닌가 말이다. 감히 이 말에 토를 다는 자는 강호에 그 씨도 못 뿌리고 말라 죽어 버릴 지어다.


하지만 국가 권력의 3대 축(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중의 하나인 현직 검찰총장이 혼외자식 시비로 잘려 나가는 이 거대한 황색 콜로세움이 열렸는데 딴지일보가 설 자리가 하나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혼탁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데 딴지일보에 초청장 하나 없이 지들끼리 개싸움을 벌인단 말인가. 강호의 도가 제 아무리 땅에 떨어졌다 해도 이럴 수는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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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


해서 뒤늦게 숟가락이라도 올려 보고자, 이 사건을 뒤비기 시작한다. 늦었다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 때가 진짜 늦은 때라는 사실을 곱씹으면서 말이다.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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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싸움판의 시작을 알린 조선일보가 최초의 선수이다.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인 현직 검찰총장에게 '숨겨진 아들이 이따~~~' 라고 선빵을 날리면서 게임의 공이 울린 것이다. 물론 조선일보 선수의 배후에 청와대 사주가 있었다는 루머도 횡행하고는 있지만 근거는 없다. 의혹일 뿐이다. 의혹일 뿐인가?


문제는 이 조선일보 선수가 날린 선빵 자체가 이 바닥 룰에 아주 잘 맞게 반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 '사실로 확인되었다'라는 식의 문장을 서슴없이 남발하면서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황당함을 안겨줬지만 실제로 가지고 있던 증거는 거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 금방 밝혀졌다. 이른바 '선 선빵 후 근거 확보'라는 비전의 초식을 날린 셈이다. 그리고 뒤에 확보한 근거들이라는 것도 뭐 실제 증거로 보기에는 좀 부족한 어리버리 한 것들.


보통의 선수들이라면 이런 선빵 못 날린다. 나가서 떡이 되도록 맞더라도 파이팅 머니 쏠쏠하게 챙겨 주겠다는 프로모터의 확약이 없으면 못할 일이었고, 그러니 당연히 청와대가 스폰서 아니냐는 의혹이 도는 거다.


두 번째 선수는 선빵 맞고 카운터 날린 채동욱 전 총장 본인. 청와대에서 수리 안 하겠다고 뻗대던 사표도 수리 되었고, 검찰총장 퇴임식까지 거행됐으니 이제는 확실하게 '전 총장'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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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선수의 양아스러운 선빵을 고스란히 받아낸 뒤, '유전자 검사해, 시바' 초식으로 카운터를 날렸다. 이 카운터가 예상보다 강해서 조선일보가 헤롱대며 주춤거리는 순간 태그매치도 아니면서 뛰어든 법무부의 일찌기 시전된 적이 없던 '내부 감찰' 초식을 불러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내부 감찰' 초식으로 말 할 것 같으면, 법적으로 가능은 하지만 단 한 번도 시전된 적이 없을 정도로 맞은 사람은 극악의 쪽팔림 상태에 빠져 차마 사표를 안 쓸 도리가 없다는 그런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법무부 선수. 황교안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는 조선일보 선수처럼 청와대의 몰래 스폰을 받는 그런 선수가 아니라, 대놓고 청와대의 꼬붕인 공식 선수 되시겠다. 현직 검찰총장에게 '내부 감찰'이라는 똥칠한 펀치를 날려 놓고, 추석 연휴가 지나자 '그럴만한 정황이 다수 발견되었으나 친자인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겠다'는 기괴한 스텝을 밟아 상대편 선수들의 무릎을 풀리게 만드는 성과를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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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는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져버린 '호위무사와 평검사회의' 선수들이다. 분명히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검찰청이 발급한 직원증을 보유한 현직 검사이면서도, 총장 개인을 위한 호위무사가 되겠다는 똥꼬발랄한 헛소리와 함께 수리검 비슷하게 생긴 사표를 날리긴 날렸는데, 수리되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아무도 관심 없다.


거기에 마치 궁극의 집단 하극상 초식이라도 펼칠 기세로 살기 등등하게 나섰던 평검사회의 선수도 있긴 한데, 나서자 마자 하루 이틀 만에 싸그리 진압이 되어 버려서 이제는 어디 숨었는지 찾기도 힘든 선수들이다. 이럴 거면 담부터는 아예 나서지도 말자. 괜히 해설하는 내 대가리만 복잡하다.


이 네 명의 선수들이 어우러져 화려한 1차전을 치르고 상황은 마무리 되는 줄 알았다. 채 총장은 확실하게 자신이 더 이상 검찰의 총수직을 유지할 생각이 없음을 표명했고, 청와대는 그냥 수리하기에는 쪽팔리니까 법무부의 숭그리당당 감찰 조사 결과 발표를 명분 삼아 사표 수리하고 일은 마무리 되는 걸로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2차전이 또 벌어졌다.



추가 투입된 선수들


1차전부터 개입을 하긴 했으나,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은 2차전부터였던 임 여인이 있다. 1차전이 발발하기 직전 도망치듯이 미국으로 가버린 임 여인은 편지를 보내 아이의 아빠는 따로 있고, 채동욱은 그저 아이에게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신이 무단으로 빌려 쓴 이름일 뿐이라고 밝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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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여인


그러나 추석 지나고 본격적으로 발발한 2차전에서 임 여인이 새롭게 등장한 괴력의 '이 모' 가정부 선수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쓰고, 그거 떼먹음과 동시에 입막음을 하려고 깍두기 머리의 아저씨들까지 동원하는 등, 보다 다채로운 역할로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진짜 채 총장을 돕고 싶으면 그냥 바로 아이 머리카락 몇 개 뽑아서 편지봉투에 동봉했으면 되는 거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물장사 수 십 년에 산전수전 다 겪은 임 여인 선수의 깊은 뜻을 내가 어찌 알리오.


하지만 2차전에서 뭔가 좀 밀린다 싶었던 조선일보 선수가 태그매치의 상대로 새롭게 발굴해 온 이 모 선수의 위력에 밀리고 있는 것 같다.


이 모 선수는 문제의 아이를 어려서부터 길러온 사람의 자격으로 '아이 아빠는 채동욱이다'라는 단호한 원투 스트레이트를 날리면서 등장했다. 조선일보가 태그팀에 대한 우대의 성격으로 코리아나인지 아메리카나인지 모를 모 호텔 스위트에 며칠째 모셔두고 소스를 받는다는 루머가 파다하게 퍼진 속에서 나온 이 모 선수의 증언은 사람들에게 '헐~ 채 총장이 진짜 아빠 노릇을 하긴 했네' 라는 관전평을 불러 일으켜 전세에 영향을 주고 있는 중이다.


그 결과, 어찌되었든 간에 검찰총장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게 된 채 총장이 격분(전직 대통령이라면 격노를 했겠지만)을 했고, '유전자 검사부터 한 뒤에 결과 나오면 니들은 다 죽었어' 초식을 날리기에 이른다.


과연 이 그칠 줄 모르는 피바람은 어느 쪽 땅끝에서 잠들게 될 것이란 말인가...


가능한 결말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사건은 마무리 된 상황이다. 채 총장은 검찰총작직에서 물러났고, 이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어찌되었든 간에 앓던 이 같은 검찰총장을 뽑아 내어 버렸다.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이다. 조선일보는 뒤가 좀 켕기기는 하겠지만 권력의 원하는 바를 치졸하고 음습한 방법을 동원해서 이루어 준 공적을 세웠다. 위에서 보기에 얼마나 예쁘겠는가. 남은 것은 던져줄 먹이만 기다리며 꼬리만 흔들고 있으면 되는 거다.


하지만, 궁금증은 남는다. 과연 아이의 진짜 아빠는 누구일까?


두 가지 가능한 가설이 있다. 다양한 출전 선수들의 초식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 그런 결말이 두 가지라는 뜻이다. 그간 출전 선수들이 시전한 초식들이 워낙 앞뒤 안 가리고 던지는 막장 테크들이라서 그런 행동들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일관된 가설을 찾기는 정말 힘들었다. 무슨 동사무소 동장도 아니고 일국의 검찰총장을 놓고 벌어지는 치정에 얽힌 놀음판이 이렇게 치열하게 벌어진단 말인가. 솔직히 좀 많이 황당스럽기도 하다.


그 하나는, 아이는 채동욱의 친자가 맞지만 임 여인이 채동욱 본인에게 밝히지 않아서 정작 아빠인 채동욱 본인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가설. 새누리당 쪽은 이 가설을 밀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가설은 임 여인이 보이는 애매한 태도와 채동욱 전 총장의 이해 불가능한 수준의 단호한 태도를 동시에 설명해 줄 수 있다. 임 여인이 채 총장의 내연의 연인이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이며, 그런 관계로 인해 임 여인의 집에 가장 역할을 하면서 자주 드나들었다는 것도 사실인 듯 하다. 이 모 씨의 증언도 이런 정황을 설명한다. 그러나 임 여인이 채 총장에게 아이의 친부가 다른 사람이라고 둘러대고 이해를 구했다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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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에 아이가 열 살 전후인데 채 총장은 13년 전에 정관수술을 했다는 루머도 있다. 결국 채 총장은 '걔가 내 아이일 리가 없지, 암~' 하고 있는 중이고 임 여인은 겉으로는 채 총장에게 '당연히 아빠는 따로 있죠' 하면서도 속으로는 '그 수술 실패했네~'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 아이 아빠는 다른 사람이고 채동욱은 모종의 이유로 임 여인 모자를 돌봐주었고 그 돌봄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게 되면 아빠 역할을 해 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었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채동욱은 희대의 미담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까지 성심성의껏 아빠 역할을 해 줘야 할 아이라면 실제 아빠는 누구인가? 채 총장이 성격상 도저히 밝힐 수 없는 과거의 동료?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한 부하직원? 평생을 두고 갚아야 하는 큰 빚을 진 친구?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친아빠와 채 총장의 관계가 사회적으로 밝혀지는 것을 채 총장이 용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채 총장은 아이 아빠가 누군지 밝히는 것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언급도 안 했다. 그저 자신이 친아빠가 아니라는 점만 밝힐 수 있도록 유전자 검사를 고집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해명이 된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이고, 또 유전자 검사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백프로 정확하게 사실이 밝혀지는 것도 아니다. 조작과 오염의 혐의에 대한 주장은 양 쪽 어디에서나 나오게 될 것이다. 거기다가 채 총장의 사임이 공식화된 이 시점에서 어느 쪽이 진실인지 밝혀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원하게 밝혀지면 좋겠지만 어디 세상일이 우리들 맘대로 되는가.


확실한 것은 하나 남는다. 유전자 검사를 하건 말건,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건 말건, 채동욱 전 총장은 이제 정치적으로도 재기하기 힘든 상태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청와대의 의지에 따라 완전 매장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게 끝인가?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제 아무리 본지가 사이비 황색 언론의 표상이라고는 하지만, 핵심을 놓친 적은 없다. 여태껏 장황하게 떠든 썬데이 서울에나 나올 법한 스토리들은 다 표면을 가리고 있는 위장망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성동격서


청와대는 원하는 것을 다 이루었다. 손톱에 낀 가시 같던 채 총장을 사임시켰다. 별다른 업무상 과실도 없는 현직 검찰총장을 조폭언론 하나를 동원해서 간단히 날려 버린 것이다. 이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채 총장이 현직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그가 정치판으로 가는 일도 쉽지 않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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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흙탕 싸움이 1차전에서 마무리 되지 않고 2차전까지 확전된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는지 모른다. 채 총장이 최초 조선일보 보도에 대응하던 태도를 기억한다면, 이 사람은 사표를 내고 초야로 돌아갈 사람이 아니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채 총장의 사의 표명문은 읽기에 따라서는 '출사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청와대는 채 총장의 정치적 재기 가능성까지 확실하게 소거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 덕분에 겨우 검찰총장 하나 날리려고 이 소란을 떠나 싶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와중에도 싸움이 2차전까지 확대되고, 이 더러운 진흙탕 싸움을 통해 채 총장을 완전히 매장시키려고 하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또 어떤 면에서는 그 소란 덕분에 국정원의 선거개입 문제를 비록한 굵직한 시사 사안들이 다 물 속으로 잠겨 버렸다. 이 어찌 조치 않을쏘냐~ 겸사겸사 일석삼조 사조 오조까지 해 치웠다.


그리고 후임 검찰총장으로는 아마도 현정권에 있어 입속의 혀가 될 수준의 인물이 선정될 것이다. 검찰 내부에 구성되는 총장 후보자 선정 위원회? 시스템에 의한 인선? 다 날아갔다. 청와대는 2013년 현재 20세기 말, 그것도 7-80년대에나 벌어질 만한 정치공작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청와대 일 잘하네~ 하고 칭찬해야 되는 건가? 그건 또 아니지.


모든 선수의 반칙행위


이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시스템 중에 제 기능을 다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최소한 우리가 관전자로서, 이 더럽기 짝이 없는 경기의 심판으로서 이 사건을 보고자 한다면, 선수들의 반칙을 똑바로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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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


이제부터 각 선수들의 죄상을 읊어 보도록 하자.


조선일보의 죄상이야 서른 일곱 개의 기사를 써도 다 적지 못할 듯 하다. 일단 굵은 것만 따져봐도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식의 구라 기사를 쓴 점. 그리고 그런 기사를 쓰는 목적이 너무나 투명하게 들여다 보였다는 점. 언론 본연의 임무를 똥통에 처박은 짓거리다.


이런 조선의 행위에 부역한 관련자들 역시 모두 다 같은 죄목으로 단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언론을 마비시키고 역기능을 부각시킨 그 공로, 역사에 기록해서 후대의 교훈이 되도록 남겨야 한다. 그러나 더욱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그런 조선을 처벌할 수 있는 도구가 우리에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가 아니라고 나오면 조선을 단죄할 수 있지 않냐고? 별로 가능성이 없다. 그들이 가져온 학적부, 주변 사람들의 증언, 특히나 가정부 이 모 씨의 증언을 들이대면서 우리는 그렇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정황증거가 있다고 뻗대면 그만이다. 그게 선빵을 날린 시점 이후에 확보한 정황 증거라는 점도 소용없다. 조선은 우기고 위에서는 눌러주고 이러면 땡이다. 기껏해야 벌금 몇 푼.


그들에게 형평성의 논리, 일관성의 논리, 언론 본연의 임무, 이런 저런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들을 아무리 들이대봐야 눈 깜빡도 안 할 집단이다. 얘들은 말이 필요 없다. 그저 문 닫게 만들어주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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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죄상도 있다. 그냥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감찰을 하기로 했다고? 여태껏 헌정사가 이어지는 동안 단 한번도 가동된 적이 없는 법무부 감찰관의 현직 검찰총장 감찰이 그저 사실확인을 위한 절차라고? 우습지도 않다. 차라리 탁 깨놓고 현직 검찰 총수를 잘라야겠는데 말을 안 들으니 모욕을 줘서라도 쫓아내야겠다는 의도로 택한 궁여지책이라고 말이다.


최초로 만들어진 시스템에 의해 선출된 현직 검찰총장을 법과 절차와 관례, 의전을 다 무시하고 개 쫓듯이 쫓아낸 법무부는 창피한 줄을 알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단 하나의 근거는 법무부 장관의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지시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법무부라니... 당신들은 이제부터 내시나 환관이라 불리워도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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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크게 잘못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원하는 바를 다 이루었으니 성공했다고 자축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가 집권 현재까지 이룬 바를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길 권한다. 뭘 했는가? 하나도 없다. 겨우 했다는 것들이 전부다 뭔가 했어야 할 일을 안 하겠다고 하는 것뿐이었다.


굳이 무수하게 철회되는 복지 공약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채동욱은 분명히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법과 절차에 따라 임명된 현직 검찰총장이었다. 이렇게 절차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 인사시스템을 자신들이 꼴리는대로 스스로 파괴해 버린 것.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 되지 않는다.


누군가 나서서 단죄하지는 못하니 처벌 받지 않을 것 같은가? 법과 절차는 괜히 보기 좋으라고 만들고 지키는 것이 아니다.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권력은 똑같이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좀 더 악랄한 내부의 적에 의해 붕괴되기 마련이다. 박정희 정권이 법과 절차에 의해 붕괴되었던가? 잘 돌이켜 생각해 보시길 권한다. 법과 질서는 권력의 입장에서 불편한 것으로 보이기 쉽지만 결과적으로 권력 자체를 보호해 주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청와대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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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등장인물 역시 누구 하나 잘 한 사람이 없다. 혼외자식, 불륜, 외도 이런 선정적인 주제가 뜨면 좋다고 쫓아다니는 당신도 잘못했고, 합리적으로 사안을 분석하기 보다는 그저 내 편, 네 편을 갈라 반응하는 당신들도 잘못했다. 채동욱이 정권에 대항하는 것처럼 보이자 바로 '내 마음속의 검찰총장'이라는 낯 부끄러운 칭호를 붙여 주는 사람도 있었다.


혼외 자식이 있건 없건, 불륜을 하건 말건 그게 뭔 상관이냐는 나 같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만, 현직 검찰총장이 내연의 관계를 가지고 두 집 살림을 하다시피 한 것은 정당한 해명이 있기 전에는 공직자 윤리상 아직은 문제가 되는 것이 우리 사회다. 학위 조작했던 신정아와 연인 관계였다는 이유만으로 청와대 정책실장을 날려 버린 것이 바로 몇 년 전의 일이다.


편 가르기 이전에 최소한의 일관성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사생활과 공직 수행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일관되게 옹호할 것이고, 사생활과 공직 수행이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일관되게 비난을 해야 한다. 그걸 못하면, 프랑스의 사례를 들먹이며 어떤 장관은 옹호하던 조선일보가 친자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채동욱 검찰총장에게는 물러나라고 악다구니 치는 그런 짓을 한다 해도 비난 할 수가 없게 된다.


조선일보 욕하면서 조선일보 닮아가는 짓을 하지는 않는지 반성할 필요도 있겠다.


이렇게 모두를 싸잡아 욕하면서 훈장질 하는 너는 죄 하나도 없냐는 댓글이 나올 것 같기도 하기에 지레 제 발이 저려 나도 반성한다.


뭐 내가 지은 죄가 한 두 가지겠냐마는, 무엇보다도 훨씬 더 재미있을 수 있었던 로맨틱, 에로틱한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졸라 재미없게 길게만 쓰는 것도 부족해서 읽는 사람들 모두에게 죄책감을 느끼라고 손가락질을 해 댄 점. 졸라 반성하고 있다.


미안하다.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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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