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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농장에서 염전노예... 는 아니고 사장 속 우라까이(뒤집다의 속칭)시키는 직원으로 일하면서 말에 대해 부쩍 관심을 갖게 되었고, 비나타 브이 못지 않은 멋진 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말이라고 해봤자 김유신을 늘 가던 단란한 곳에 데려다 주었다가 단칼에 목이 베인 불쌍한 말, 아니면 적토마 정도밖에 없는데 역사에 남은 멋진 말들도 많다그 중 몇 마리를 똥말이 되어버린 비타나 브이의 재기를 응원하면서 살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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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정전 60주년이 지난 미니 월드워라고 불렸던 6.25 전쟁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여 미국의 전쟁영웅으로 꼽힌 말이 있다는 걸 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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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국산 말은 무려 <써전트> 레클리스다. 레클리스의 뜻은 알다시피 암말에게 붙여진 이름으로 <겁이 없는 여자>. 겁대가리를 상실한 써전트다. 암말인 레클리스(reckless)로 너무나 용맹해서 겁이 없다는 뜻의 이름이 붙었던 이 말은 대체 어떤 말이길래 이름부터 겁대가리 상실 하사란 말일까? 하사 계급은 탄약과 무기를 수송하는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낸 공로로 미국 해병대에서 엄연히 인간과 같은 지위를 받은 전쟁영웅이다. 다른 동료들도 모두 그()를 동료 하사, 상사로 깍듯이 대접했다고 한다.


원래 레클리스는 서울 신설동에 있던 경마장에서 '여명'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가, 물자를 수송할 말이 필요해서 여명의 주인이었던 소년으로부터 미군이 사들였다고 한다. 이 소년은 전쟁통에 지뢰 탓으로 다리를 잃은 여동생에게 의족을 해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끼던 말 여명을 팔았다. 여명은 여동생의 다리 값으로 미군에게 팔려나가 목숨이 위태로운 전쟁터에 나가게 된다. 그것도 귀신잡는 해병대에 입대했다! 구입한 군인이 미 해병 1사단 5연대 무반동화기소대 에릭 페더슨(Eric Pederson) 중위였기 때문이다.


250달러에 팔린 여명은 400kg였는데, 군마 치고는 아주 작은 편이라고 한다. 이 작은 몸집을 하고도 부지런히 일했는데 하필 여명에게 하달된 임무는 아주 위험한 것이었다. 전투 중 사용할 탄약을 운반하는 것이었는데, 총알과 포탄이 날아오는 소리에 사람도 무서울 것인데 여명의 용맹성은 참으로 신기하다내가 일하던 말농장에서도 말들은 손뼉 소리나 어린 아이들의 꽥 소리만 들어도 깜짝 놀랐건만, 포탄 타앙 탕 터지는 소리를 어떻게 견디며 하사가 되기까지 자기 일을 해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또 더욱 신통한 것은, 늘 사람이 데리고 다녀야 하는 다른 말들과 달리 달리 1~2번 같이 탄약을 나르는 코스를 동행하고 나면 그 뒤에는 알아서 스스로 가지러 다녔다고 하니 거의 삼국지 시대에 태어났다면 신마 급으로 칭송을 받았을 것이다. 알아서 길을 찾아간 것은 물론, 포복 자세로 엎드려서 적의 사격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고, 임무중 부상을 입은 경우에도 끝까지 임무를 완수했다니 웬만한 군인보다 훨씬 군인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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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참전한 여러 전투 중 특기할 만한 전투는 미 해병대 한국전사 중 가장 치열하기로 손꼽힌다는 네바다 전초 전투이다. 첫날 여명 혼자서 탄약보급소에서 산 정상까지 51회 왕복하면서 포탄을 날랐는데, 이는 그날 사용한 포탄의 95%라고 한다. 9천파운드( 4000Kg)가 넘는 탄약, 즉 자기 몸의 열 배 넘는 양을 혼자서 운반한 것이다. 5일간의 전투 중에 총 386, 거리로는 56Km를 총탄 속에 오갔다고 한다. 당시 미 해병대의 어느 상사는 "갈색 얼굴에 하얀 얼굴을 한 여명이 말없이 총탄을 뚫고 생명과도 같은 포탄을 날라주는 모습을 보고 모두 감동하여 사기가 진작하였고 그 용맹한 모습을 보고 우리들이 적을 괴멸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라고 회고했다.


이 전투에서 중공군의 사상자 수는 1,300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해병 부대도 118명이 전사하고 801명 부상에 실종 98명의 손실을 입어 가히 피로 지킨 고지라 할 수 있겠다. 작은 암말이 첫날 사용한 포탄의 95%를 혼자 날랐다니, 정말 짐승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대단한 말이다. 이렇게 무모할 만큼 대담한 나머지 동료 해병들이 여명 대신 겁없는 여인(reckless)’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위험할 때는 동료들의 방패막이가 되어 주기도 하고, 부상병을 등에 업고 수송하기도 했는데 동료 해병들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레클리스가 다칠까봐 기꺼이 자신들의 방탄조끼를 벗어 입혀 주었다고도 한다.


마침내 긴 전쟁이 끝나고 휴전 협정이 체결되자 레클리스는 해병대로 스카웃한 에릭 중위와 함께 1954년 미국으로 가서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 있는 캠프 펜들턴에서 지내게 된다. 이 용맹함이 해군 사단장에게 알려져서 1957 E-6(Staff Sergeant)으로 진급하게 되고, 1959년에는 성대한 전역식을 치르며 은퇴하여 우리나라보다 미국에서 훨씬 유명한 말이다.


받은 훈장의 수도 장난이 아니다. 퍼플하트 훈장(전투 중 부상 입은 군인에게 주는 훈장) 2, 모범 근무장(사병이 3년 단위로 일정 수준 이상의 징계를 받지 않을 경우 수여받는 훈장), 미대통령 표창, 미국방부 종군 기장, 유엔 종군기장, 한국대통령 표창장을 받게 되었고 1997년 라이프 매거진(Life Magazine) 특별호에서 미국 100대 영웅에 선정되었다. 무려 선정 동기들(?)은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라함 링컨! 그 후 레클리스는 Fearless, Dauntless, Chesty 등 자식 3마리를 낳았으며 1968년에 영면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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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레클리스의 혈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영어가 짧아 상상만 해 볼 뿐. 미 해병대는 레클리스의 죽음에 엄숙한 군 장례식을 치러 주었고 기지 내 묘지에 매장하였으며 기거하던 마구간 옆에 기념비도 세워 주었다고 한다. 과연 전쟁 영웅에게 주어질 만한 엄숙한 예우다. 레클리스의 일대기를 다룬 책도 나와 있지만 아쉽게도 한국에는 아직 번역판이 나와 있지 않다. 레클리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커다랗게 씌어 있다.


She wasn't a horse -

She was a Marine!


그녀는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해병이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미 해병인지 한방에 알 수 있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전부 정유라와 최순실의 거취에 관심이 있는 요즘 홀로 비타나 브이의 안부를 염려하는 나로서는, 비타나 브이가 어서 부활하여 레클리스처럼 마음껏 달리기를 바랄 뿐이다. 이 승마 정국에 승마장에서 일했던 본인은 다시 우리 설화에 나오는 말 이야기를 들고 이 말 한 마리로 시작된 정국에 작은 재미를 드리도록 노력하겠다. 모두 좋은 새해 맞으시길. 제 책 좀 관심 좀 가져주십사 두손 모아 빌며, 레클리스의 명복을.




레클리스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sgtreckless.com/

팬클럽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roups/sgtreck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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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저의 첫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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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때문에 출판시장은 더 망해간답니다. 문화계를 다 쑤셔놓은 최순실도 딱 하나, 출판계 만은 건드리지 않았지요? 왜 그랬게요? 아 눈에 땀이 날라 그래... 광화문 가셨다가 서점에 들르시게 된다면, 관심 가져 주세요!






김현진입니다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