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07. 월요일
견인차
하늘은 높아지고 제가 살찌는 천고차비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저만 살 찌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닌 척 하지 마세요.(부릅!!!) 추석의 저주가 당신의 양쪽 옆구리에 있나니... 분명 텃새인데도 불구하고 가을만 되면 수리부엉이가 생각납니다. 아마도 가을이 돼서 나뭇가지에 잘 숨어 있던 부엉이들이 보여서이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그럼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커다란 텃새인 수리부엉이에 대해 알아 볼까요?
유라시아 정to the벅
1. 부엉이 vs 올빼미
“부엉이랑 올빼미랑 차이가 뭐야?”
혹은
“부엉이는 부엉부엉 우는데 올빼미는 그럼 올뺌올뺌하고 울어?”
라는 질문으로 멘붕 당하신 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엉이가 올빼미 입니다. 부엉이는 동물계 척삭동물문 조강 올빼미목 올빼미과 ㅇㅇ부엉이 인 것이죠.
모든 부엉이는 올빼미지만, 모든 올빼미는 부엉이가 아닙니다.
수식으로 하면
올빼미⊃부엉이
모든 인간은 원숭이지만, 모든 원숭이들이 인간은 아닌 것처럼요. 비슷한 질문으로 Crow(까마귀)랑 Raven(큰까마귀)의 차이가 뭐야? 또는 “똥 주머니랑 부패 정치인의 차이가 뭐야?” 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자면 “부엉이랑 올빼미의 차이가 뭐야?” 보다는 “부엉이를 어떻게 구별해?” 가 더 옳은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둘은 어떻게 구별하냐고요? 안알랴줌…. 농담입니다.
가장 쉽게 구별하는 법은(유일하게 구별하는 법은) 귀깃털이 있는가 없는가로 구별하시면 됩니다.
요렇게 포스 넘치는 게 달려있으면 부엉이 입니다.
그럼 문제,
요 녀석은 부엉이 일까요 올빼미 일까요?
올빼미 입니다.
그럼 뻐꾸기는 어떻게 구별하냐는 분이 계셨는데 뻐꾸기는 아무런 관련 없는 완전 다른 종입니다. ㅃ자 때문에 왠지 올빼미랑 관련 있을 것 같지만 관련 없습니다. 뻐꾸기 시계에서 튀어나와서 뻐꾹! 뻐꾹! 하고 우는 녀석이 바로 이 뻐꾸기 입니다.
참고로 뻐꾸기는 영어로는 Cuckoo로, 미쳤다는 뜻이죠. 그래서 저는 집에서 쿠ㅇ 밥솥 밥 다 돼서 “쿠ㅇ하세요! ㅇ쿠!” 하면 뿜습니다. 여러분 이게 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입니다.
어머, 네이년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닌가요?
뻐꾸기와는 반대로 이름만 들으면 아무 관계도 없을 것만 같은 소쩍새는 올빼미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올빼미 중 가장 작은 올빼미로 여름 철새입니다.
근데 얘도 귓기털 있으니까 따지고 보면 부엉이
2. 수리부엉이는 모든 올빼미 중에 가장 큽니다.
짱 큽니다. 날개 다 펴면 약 160 - 188cm까지 되고 기록된 가장 큰 녀석은 200cm, 무려 2미터나 됩니다.(암컷이 더 크고 화려하고 성깔도 드릅습니다. 그래서 평생 일부일처제)
짱 크기 때문에 양도 사냥할 수 있고, 여우도 사냥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KBS에서 수리부엉이 다큐 찍은 이유가 고라니 다큐 찍다가 고라니 새끼를 사냥할 수 있는 동물이 뭘까 생각한 끝에 수리부엉이 다큐를 찍기 시작했다고 합니다.(다큐 ‘밤의 제왕수리부엉이’ 추천입니다.)
여우찡 지못미
Eurasian Eagle Owl 이라는 포스 넘치는 이름처럼 유라시아 대륙을 정ㅋ벅ㅋ(개체 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날개 덕분에 평균 속도 40km로 어렵지 않게 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최근에 34km짜리 도버 해협을 가볍게 건너, 영국으로 다시 진출해서 영국 생태학자들이 살짝 멘붕하고 있죠.
“저 새가 원래 영국에 살긴 했었는데……. 몇백 년 동안 안 살았었는데…. 쟤들이 돌아오면 생태계가 파괴 되려나… 아니 파괴 됐으니까 또 와서 밸런스 맞춰 주려나… 아… 어떻게 하지… 양 잡아 먹으면 어떻게 하지… 토끼들 다 잡아 먹으면 어떻게 하지… 여우들은 또 어쩌나… 아…….”
참고로 서유럽에는 수리부엉이와 같은 종류의 커다란 올빼미가 딱 한종 더 있는데 Snowy Owl(흰올빼미)입니다. 바로 해리포터에서 나와 사랑 받았던 해드위그죠.
해리의 해드위그는 과연 암컷이 였을까요 수컷이 였을까요.
3. 올빼미들은 목이 돌아 갑니다. 270도.
아 왜 이렇게 귀엽죠? ㅋㅋㅋㅋㅋ
올빼미들의 목이 이렇게 돌아가는 이유는 바로 특이한 눈의 구조에 있습니다. 일단 눈알이 동그랗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요렇게 우주선 뉘어 놓은 것처럼 생겼습니다.
눈알이 머리 속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주변을 보려면 두리번 세리번거려야 하고 +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습성 덕에 발달이 극대화된 것이죠. 270도 빠워 회to the전!
올빼미는 납작한 얼굴 덕에 한 면에 하나씩 눈 달린 새들과는 다르게 Binocular vision(양안시각)이 넓습니다. 양안 시각이란 양쪽 눈이 하나의 물체를 바라보며 거리 지각을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Monocular vision(단안시각)이 훨씬 더 넓은 까마귀나 앵무새가 뭔가를 유심히 쳐다 볼 때 얼굴을 돌려서 한 눈으로 유심히 뭔가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당신의 영혼을 노려보고 있는 회색앵무
이런 몇 가지 이유들 덕에 올빼미는 뭔가를 집중해서 쳐다보거나 소리를 들을 때 카페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 발견했을 때의 우리네 마냥 흘끔흘끔 쳐다보지 못하고 노려 봐야 하는 것입니다.
아놔 닝겐아 손 좀…쫌…
아, 그리고 올빼미는 눈꺼풀이 3겹 입니다.
뙇 보면 볼수록 웃긴 사진
제일 밖에 있는 눈꺼풀은 눈을 깜빡일 때 쓰고, 대각선으로 내려가는 건 윈도우브러쉬고 밑에서 올라오는 건 잘 때 쓰는 겁니다.
괜히 웃기니까 한번 더 볼까요?
4. 올빼미들은 귀가 비대칭 입니다.
대부분의 올빼미 과 새들은 야행성 포식자 입니다(몇몇은 주행성). ♥◎◎♥ 초저녁부터 밤까지 사냥하고, 낮에는 나뭇가지에 앉아 멍 때리고 앉아 있죠.
멍...
밤에 사냥을 한다는 것은 시력보다는 다른 기관들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시력도 좋습니다.) 물론 뱀이나 박쥐처럼 특수 기관으로 막 적외선 보고, 초음파 쏘고 그러면 좋겠지만, 부엉이는 사기급 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 옆 거대한 구멍 두 개가 귓구멍들 입니다.
이렇게 비대칭으로 달려있는 귀 덕에 들려오는 소리의 미묘한 Delay(지연)으로 먹이의 위치, 대략적 크기, 이동 방향을 파악합니다. 단순히 들리는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납작한 접시 모양의 얼굴이 소리를 증폭시켜 귀로 전달하기 때문에 두려움에 가득 찬 당신의 심장 소리도 들을 수 있죠. 크하하하하! 그렇기 때문에 올빼미 뒷담은 까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뭐 임마?
6. 공기역학적 깃털로 날아다닐 때 펄럭이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올빼미가 날 때는 푸덕푸덕 하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그저 우아하게 스윽 스윽 하고 바람을 저어갈 뿐이죠. 그 비밀은 바로 특수하게 생긴 깃털에 있습니다.
솜털 위에 솜털 위에 솜털이 나는 솜털셉션
엄청난 청력이 올빼미 만의 특화라면 좋겠지만, 밤에 활동하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청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둘기처럼 파닥파닥파닥♥ 하고 다가갔다가는 굶어 죽고 말죠. 그래서 부엉이의 깃털은 바람과 부딪쳐 소리 내지 않도록 아주 부드럽게 진화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분 별로 깃털이 특화 발달 되어 뭔가 눈치를 채고 위를 올려 봤을 때는 이미…
아 젠장…….
7. 통째로 삼키고 펠렛을 토합니다.
너무 큰 먹이를 먹을 때는 찢어 먹지만, 쥐 정도는 통째로 삼킵니다.
얘네는 왜 이러는 걸까요?
이렇게 먹고 나면 소화 못 시키는 뼈, 발톱(?!), 가죽이나 깃털 같은 것들을 펠렛 형태로 토해 냅니다.
똥 아님 올빼미 펠렛임
덕분에 올빼미의 사냥감 구별과 식성, 식습관 연구가 어렵지 않은 편이죠. 잡는 대로 족족 다 먹는다고 합니다.
8. 직접적 사냥은 거의 없었지만, 무분별한 살충제/쥐약 사용으로 이차 중독
이렇게 무지막지한 능력으로 유라시아 전체를 평정하고 있는 수리부엉이지만 몇십 년간 개체 수가 전 세계적으로 급감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멸종 위기 2급이죠.
왜일까요.
아니 글쎄 전 잘 모르겠네요…
왜 죽은 걸까…
왜 멀쩡하게 잘 살다가 죽는 걸까요.
에그그그…왜 죽는 걸까요?
아, 사람이라고요? 제 생각에도 그것 밖에 없네요. 네, 바로 맞추셨습니다. 무분별한 살충제와 쥐약 살포로 연쇄 중독 현상이 일어나서 먹이 사슬 제일 위에 있는 부엉이들이 중독 되어 죽어 간 것이죠.
예를 들자면,
살충제 - 벌레 - 벌레 여러 마리 먹은 비틀거리던 참새/쥐 - 올빼미
쥐약 - 약 먹고 비틀거리던 쥐 - 약 먹은 쥐들 먹고 비틀거리던 살쾡이 - 올빼미
하는 식으로 중독되어 죽은 것이죠. + 사냥도 꽤나 당했죠.
올빼미의 먹이사슬
이렇게 상위 포식자가 급 감소하고 나니 유해동물들이 신나서 번식해 버리고만 것입니다. 눈 앞에 떨어진 문제들만 급급하게 처리하고 멀리 내다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인간들의 정책 때문에 한반도를 유해동물들로부터 지켜주던 수리부엉이라는 중요한 생태의 고리가 깨져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금수강산 쥐떼가 넘쳐나죠.
새로 나온 살충제다! 하고 잘 생각도 안 해보고 신나서 뿌리지 맙시다.
수리부엉이가 죽어요.
참고자료
http://www.asknature.org/strategy/938e8c4d8e2bf786fa5c9922d181273e
http://www.owlpages.com/articles.php?section=owl+physiology&title=vision
http://www.kbs.co.kr/1tv/sisa/eagleowl/staffboard/index.html
http://en.wikipedia.org/wiki/Snowy_Owl
http://darwin.bth.rwth-aachen.de/opus3/volltexte/2010/3251/pdf/3251.pdf
http://en.wikipedia.org/wiki/Eurasian_Eagle-Owl
http://www.kbs.co.kr/1tv/sisa/eagleowl/staffboard/index.html
http://www.ranchotexaslanzarote.com/park/?q=en/noticias/eurasian-eagle-owl-bubo-bubo
http://www.owlpages.com/articles.php?section=owl+physiology&title=vision
견인차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