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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11. 금요일

At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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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조개1>에서 ‘주혀기’님의 질문에 대한 AS부터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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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 해 사람은 뼈가 근육 안에 있고 패류는 뼈가 근육을 감싸고 있는 모양입니다. 근육에는 혈관들이 자리하고 있겠죠. 혈관에는 피가 흐릅니다. 사람도 피가 흐르고 조개도 피가 흐릅니다. 사람은 붉은피가 흐르고 패류는 투명한 피가 흐르는 것이죠. 그런데 피조개는 조개답지 않게 붉은피가 흐릅니다.


사람의 피에는 헤모글로빈 색소가 들어있어 붉은색을 띄고 패류를 비롯해 갑각류의 피에는 헤모시아닌 색소가 들어있어 투명한 색을 띕니다. 두 색소 모두 산소에 반응하는데 헤모글로빈은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 산소와 만나면 매우 붉은빛을 띄고 헤모시아닌은 구리 성분이 들어있어 산소와 만나면 푸른색을 띕니다. 철이 녹슬면 붉어지고 구리가 녹슬면 퍼렇게 변하는 이치나 마찬가지입니다. 조개가 죽어서 상한 것을 보면 푸르스름하게 색이 변해 있는데  이 상태는 삼일상 다 치른 놈이구나 하시면 됩니다.


새우나 게를 삶았을 때 껍질이 붉은색을 띄는 것은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아스티크산틴 색소 때문입니다. 아스티크산틴은 60도 이상 가열하면 아스타키신으로 변하고 붉은색을 띄게 된답디다. 연어나 송어의 근육에도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색소를 함유하고 있어 주황색의 붉은빛을 띄는 것입니다.


카로틴? 당근이죠.(carrot - carotin) 당근이 주황색인 이유는 카로틴 색소 때문입니다. 일단 조개의 피는 이러합니다.

 

그른데... 조개도 피부와 근육에 상처가 나야 피를 흘립니다. 피조개를 아주 조심조심해서 까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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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하나도 안 보이죠. 상처를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통 피조개를 깔 때는 껍질과 닿아있는 얇은 피막을 칼로 긁어 껍질과 완전히 분리시키는데, 껍질에 연결되어 있던 혈관에서 피가 나는 것입니다. 손톱 빠져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핏기 없어 보이는 그 손톱 아래 무수한 혈관들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걸. 졸 아프고 졸 피납니다.


헤모시아닌 색소를 가진 다양한 조개들도 마찬가지죠. 졸 피가 나긴 하는데 피가 나는지 모르는 것이죠. 투명한 피가 흐르니까 말이죠.


다시, 그른데... 그렇다고 해서 조개를 깠을 때 흘러내리는 국물이 조개의 피는 아닙니다. 말하자면 입 안에 침도 그득합니다. 특히 백합류의 조개들 안에는 묽은 침부터 끈적끈적한 침까지 그득하게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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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저... 침 흘린 것 봐. 에이 디러...

 

피조개를 잡아서 가만 나두면 헤벌쭉 입을 벌리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타액이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백합을 잡아 가만 나두면 입을 아주 조심스럽게 벌리는데 그 안을 들여다 보면 묽은 침부터 끈적끈적해 보이는 침 까지 그득합니다. 뭔노매 침을 그리 질질 흘리는지.


말하자면 이 침이 조개의 국물이란 이야기 였습니다. 비유할 게 없어서 침이냐고 하시겠지만 어쩌겠어요. 침이 침인 거슬... 쩝. 추루룹. 조개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다양하지만 이 타액의 성분에 따라 조개의 맛과 조개탕 국물의 맛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이 나온김에 여기서 한 가지 더. 진주는 이 타액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보통 진주가 조개 입 안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껍질과 피막 사이에서 만들어집니다. 쉽고 졸 아프게 설명하자면 손톱 밑에 모래알을 넣고 키운다는 말입니다. 조개의 껍질과 근육이 연결된 부분은 껍질의 가장자리고 그 안쪽은 조금 허술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입을 재빠르게 닫으려면 껍질 가장자리 근육이 발달해야만 했겠죠. 그 가장자리를 뚫고 모래알이 껍질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진주양식을 할 때도 그 사이를 벌려 모래알을 넣는 것이죠. 후덜덜하죠.


손톱 안에 모래알이 들었으니 씨부랄 것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혓바닥으로 밀어낼 수도 없는 일이고. 껍질을 단단하고 더 크게 키우려고 분비하는 그 타액을 모래에 쳐 바릅니다. 아프니까 제발 나 아프게 하지 말라고. 지 몸이 커가는 대로 그 모래알도 커가지 않겠어요. 껍질 키우려고 타액을 분비하면 모래알에도 묻을 거 아니에요.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아도 제 몸이 커가면서 그 진주도 커가는 것이죠. 리플리가 에이리언을 키우는 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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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도 어지간히 박았다. 껍질과 피막 사이에 진주가 박혀있는 모양입니다.


조개를 많이 까다 보면 영글지 않은 진주가 나올 때가 있어요. 요걸 이로 질근 씹어보면 딱딱하긴 한데 돌이나 모래처럼 바스락 깨지는 것이 아니라 사탕처럼 약간은 물컹하게 부서집니다. 완성되지 않았을 땐 조금 단단한 단백질 덩어리인 것이죠. 동태 눈깔보다 조금 더 단단한 느낌이랄까, 진주는 그렇게 만들어진담미다.


여기까지 AS였구요. AS한답시고 팔자에 없는 해양생태학까지 들춰보다니 말이나 됩니까. 헤모글로빈은 알아도 헤모시아닌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피조개, 백합 입 벌린 거 구부다 보고, 까 보고 하다 보면 야가 왜 피를 흘리는가... 하고 알게 되고 무엇이 국물이고 무엇이 핀 줄도 알기 마련이죠. 어려운 질문들 하지 마세요. 바닥 드러납니다. 무튼 해양생태학과 기초식품학을 참조한 AS였습니다. ^^


이제 조개 2편 들어갑니다.


1편에서 이야기한 꼬막이 가장 맛있었던 기억은 따로 있었더군요. 겨울이 되면 종종 산에 들어가 마른가지들을 모아 불을 피우고 놉니다. 이 때 고기와 고구마를 준비해 구워 먹어도 좋지만 꼬막을 한 망 정도 사들고 산으로 들어가 피운 불에 고구마 궈 먹듯 궈 먹으면 그만한 맛이 없습니다. 고기먹을 때 처럼 여러가지 장비를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눈에 띄는 잔솔, 조금 두툼한 마른가지들을 모아 불을 놓고 생각 없이 그 불에 꼬막을 툭툭 던져 넣고 익었다 싶음 하나씩 꺼내 먹는 거죠. 짭짤하고 고소한, 불맛이 든 꼬막의 맛이 그만입니다. 지난주에 수산시장에 나갔더니 꼬막이 나오기 시작했더군요. 캠핑가실 때 꼬막을 준비해 보세요.


키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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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조개는 항상 물에 잠겨 살기를 좋아합니다. 깊은 물속의 갯벌에 입을 박고 살아가기 때문에  채취가 쉽지 않은데 1년에 몇 번은 손 쉽게 채취할 수 있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슈퍼문이 뜨는 날들입니다. 종종 방송에서 슈퍼문이 뜬다고 호들갑을 떠는 날들이 있죠. 달이 크면 그만큼 지구와 가까이 있다는 뜻이고 그만큼 많은 양의 바닷물이 달 쪽으로 쏠려가기 마련이죠. 항상 물에 잠겨 살던 키조개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기도 합니다. 


보통 백중사리 전후로 하루 이틀은 걸어 다니며 키조개를 잡을 수 있는 날입니다. 백중 외에 슈퍼문이 뜨는 보름에도 키조개를 손 쉽게 잡을 수 있죠. 키조개는 완전히 뻘 안으로 몸을 밀어 넣고 살아가지 않고 끝부분을 항상 뻘 밖으로 내밀고 주둥이만 뻘 안으로 밀어 넣고 살아가기 때문에 물이 빠지면 한 눈에 키조개를 알아 볼 수 있습니다. 


내륙에 가까운 해안은 항상 바닷물이 들고 나기 때문에 키조개를 발견하기 어렵고 섬 주변의 갯벌에서 사릿날 키조개를 발견하기 쉽습니다. 슈퍼문이 뜨는 썰물 때는 아주 멀리까지 물이 빠지기 때문에 평소에 드러나지 않던 부분까지 물이 빠지고 그곳에서 키조개를 볼 수 있는 것이죠. 조개의 끝 부분이 뾰족뾰족하게 밖으로 나와 있어 걸어 다니며 주어 담기만 하면 됩니다. 최근엔 키조개도 양식을 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종묘는 장어처럼 자연에서 구해야 하기 때문에 종묘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키조개는 모든 부위가 맛이 좋지만 특히 관자가 크고 쫄깃해 다양한 요리에 활용됩니다. 껍질이 워낙 크다보니 껍질과 직접 연결된 관자가 발달해 있습니다. 키조개는 관자의 근육이 아주 특별한 맛을 가지고 있지요. 모든 조개에는 관자가 있지만 크기가 작아 의미를 두지 않고 조개의 발 부분을 선호합니다. 반면 키조개는 발은 크게 발달하지 않고 껍질과 관자가 발달 되어 있어 관자가 매우 큽니다. 일본에선 키조개를 '가이바시'라 하는데 가이바시 초밥 앞에선 일본인들 특유의 오바질을 졸 펼칩니다. 아~~~ 쓰고이 쓰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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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조개의 관자는 근육이 세로로 뻗어 있습니다. 이것을 가로로 썰어 요리를 해야 질기지 않습니다. 세로로 썰면 근육 한 가닥 한 가닥이 마치 명주실처럼 이 사이사이에 박혀 치실을 방불케 할 것입니다. 모든 고기는 결과 직각으로 썰어야 부드러운 맛을 내는데 키조개의 관자는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특히 익혀 먹을 때는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삶아 냈을 땐 통으로 먹을 생각은 마세요. 관자를 삶아 통으로 먹으면 고무보다 질깁니다. 아주 강한 근 섬유가 일직선으로 뻗어있기 때문에 익히면 단단하게 움츠러들고 여러분의 치아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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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식입니다. 보기는 좋은데 저거... 이빨에 상당히 꼈겠는데요 ㅋㅋ


키조개는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좋습니다. 미끈미끈한 이물감도 다른 조개들에 비해 덜하고 비린 맛도 덜합니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초밥과 어루러지면 흐벅지다 말할 수 있겠죠. 그래서 그런지 일본인들 흐벅진 가이바시 스시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모시조개(가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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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시조개를 보면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모시조개의 표준 규격이 바지락급입니다. 모시조개를 찾기도 쉽지 않지만 찾았다 한들 성에 차는 크기는 없습니다. 마지못해 구입하지만 요리를 해도 맛이 없어서 매번 ‘바지락을 사고 말지’라며 후회를 합니다.


모시조개는 깨끗한 물, 뻘과 모래가 적절히 잘 섞인 갯벌에서 잘 자랍니다. 깨끗한 환경이 선제 조건인데 모시조개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바다가 깨끗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모시조개를 염전 주변에서 많이 잡았습니다. 염전은 소금을 만들기 위해 바닷물을 최대한 깨끗하게 정제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깨끗한 물이 흐르는 길목에 모시조개가 많이 자랐습니다. 보통 1차적으로 바닷물을 받고 갯벌을 가라않히는 호수에서 모시조개를 많이 잡을 수 있었는데 모래보다 뻘이 80%이상 차지하는 그런 호수에서도 모시조개는 잘 자랐습니다. 모시조개는 크기가 작으면 맛이 없고, 자라면서 깊은 맛을 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오 백 원짜리 만한 모시조개는 9월 바지락만도 못한 맛을 냅니다. 살도 없을 뿐더러 국물 맛도 별 볼 일 없지요. 적어도 지름이 5cm 이상 되는 모시조개라야 내장에 고소한 맛을 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개는 발이나 관자의 쫄깃한 맛을 즐기지만 모시조개는 내장의 고소한 맛을 즐깁니다. 또한 모시조개는 큰 것 일수록 바다의 향기를 가득 품은 시원한 국물 맛을 냅니다. 이 고소한 맛과 시원한 국물 맛 때문에 봉골레파스타에는 반드시 모시조개가 들어가야 하기에 어줍잖은 모시조개라도 선택하지만 매번 살 오른 바지락이 더 옳았다고 뒤늦게 후회를 합니다.


모시조개 양식도 잘 된다더만... 모시조개가 닭도 아니고 조금 더 키워서 출하해주면 안되겠니????!!! 요즘 나오는 모시조개는 종자개량이라도 한 게요??? 자연이 경쟁대상에서 제외되면 자본은 소비자를 기만하기 마련!!


봄이 제철인 모시조개를 잡아가면 할머니가 참 좋아하셨어요. 초딩 때 한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큰 모시조개를 한 수대 잡아 집으로 돌아가면 할머니가 우선 함박웃음이 되었죠.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셨던 할머니는 걸쭉한 국물이 나는 백합 보다 시원하고 맑은 국물이 나는 모시조개로 끓인 된장찌개를 좋아했습니다. 모시조개는 익히면 살이 바짝 쪼그라들기 때문에 구이나 찜으로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먹을 게 없어요. 조개의 국물로 맛을 내는 국이나 볶음요리가 적당합니다. 이른 봄에 나온 모시조개로 된장찌개를 끓일 때는 달래와 두부만 넣고 끓이고 하지가 지나 나온 모시조개는 하지 감자와 파만 넣고 된장찌개를 끓이는 것이 가장 맛이 좋습니다.


최근엔 지방의 시장에서도 모시조개 구경하기가 쉽지 않으니 그 시원한 맛은 꿈에서나 맛 볼 수 있으려나 봅니다.


동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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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죽은 가장 많이 생산되고 가장 많이 소비되는 조개지만 그 실체를 알기 힘든 조개일 것입니다. 뒤에 이야기할 개량조개와 함께 조갯살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많이 유통되는데, 냉동식품코너에서 조갯살로 이름 붙여진 것들 중 크기가 작은 것은 동죽이고 크기가 큰 것은 개량조개입니다.


동죽이나 개량조개는 모래를 많이 품고 있고 해감을 시켜도 모래를 모두 토해내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껍질을 까고 내장을 걷어내야만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갯벌이 있는 해안이라면 어디서든 쉽게 발견되는데 껍질 대부분이 하얗고 주둥이 부분만 노란 조개가 동죽입니다. 크기는 바지락만 하지만 두툼한 갑빠를 자랑합니다. 두께가 매우 두꺼운데 살 보다는 내장이 알찹니다. 내장은 걷어내야 하니 먹잘 게 별로 없다고 말할 수 있겠죠. 맛도 바지락에 뒤지고 내장을 제거하면 양도 적어서 만년 2인자 신세지만 대량으로 채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냉동식품이나 젓갈로 많이 유통됩니다. 비교적 얕은 바다의 얕은 뻘에 집단으로 서식하기 때문에 저인선에 채취기를 달고 스윽 훑고 지나가면 그물에 가득가득 담겨나옵니다. 특별한 이름이 붙지 않고 조개젓이라고 불리는 젓갈은 동죽으로 담은 젓갈입니다. 싸구려로 여기기 쉽지만 잘 담은 동죽젓은 감칠맛이 일품입니다. 싸구려 멸치액젓이나 질 낮은 새우젓보다 그 맛이 훌륭하니 대용으로 동죽젓을 이용해 보길 권합니다.


개량조개(명주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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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갯살이 노란 주황색을 띄기 때문에 노랑조개라고도 불립니다. 사실 저는 노랑조개라는 이름 밖에는 몰랐습니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본명이 개량조개더군요.


냉동코너에서 자숙조갯살이라는 이름으로 팔립니다. 삶았다는 말이죠. 동죽은 생조갯살로 판매가 되는 편이지만 개량조개는 대부분 익혀서 판매됩니다. 조갯살이 크고 단단해서 식감이 좋긴 하지만 동죽처럼 모래를 어마어마하게 물고 있습니다. 살을 발라내고 내장을 걷어냈음에도 모래가 조갯살에 가득 묻어 있습니다. 물에 대여섯 번은 씻어내야 그 모래를 다 씻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생해서 모래를 씻어내면 그 맛은 환상적입니다. 생으로 회를 무쳐도 맛이 좋지만 살짝 대쳐 회를 무치는 것이 더 맛이 좋습니다. 마늘대가 올라올 때가 제철이라 마늘대와 함께 회무침을 하면 맛이 그만이죠. 살이 단단하고 쫄깃해 초밥으로도 적절합니다. 또한 전으로 부치면 쫄깃한 맛이 일품입니다.


잡는 것은 동죽만큼이나 쉽습니다. 게다가 엄청난 규모로 집단서식을 합니다. 한 군락에 수십톤이 함께 모여 살기도 합니다. 물이 막힌 새만금에는 개량조개가 엄청난 양으로 군락을 지어 서식했었습니다. 잡기 쉽고 맛도 좋지만 중간단계가 매우 까다로워 만년 하품 취급을 받는, 조금은 억울한 조개죠. 어릴 때 인근마을 비포장도로는 대부분 개량조개의 껍질로 포장이 되었습니다. 살을 발라내고 남은 껍질을 도로에 깔았었죠. 여름엔 그 길 지나기가 아주 죽을 맛이었습니다. 조개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겨울엔 그 껍질 덕에 흙발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고맙기도했었죠. 지금은 아스팔트 도로가 되었지만 그 아래엔 개량조개 껍질이 수킬로미터 깔려 있습니다. 천년이 지나고 그 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 시대의 사람들은 그 길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새조개


새조개.jpg


얼핏 보기에 피조개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껍질에 새겨진 골이 피조개보다 얕고 껍질의 색도 밝습니다. 무엇보다 큰 특징은 조갯살이 보랏빛을 띕니다. 이 새조개의 발부분이 새의 주둥이를 닮았다 해서 새조개라 불립니다. 충남 태안 일대에서 주로 잡히고 12월에서 1월엔 그 주변에서 새조개축제를 벌입니다. 조개 치고는 너무 고가에 판매가 되기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전복을 먹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가에 거래가 되기 때문에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한 번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흠흠... 솔직히... 네. 그렇습니다. 허허허;;;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이 좋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조개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을 조금 상회한다고 말하면 많이 띄워준 것입니다. 대단히 시원한 국물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음... 조개발 부분이 유난이 발달해 있어 발이 크고 양이 많긴 합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죽합이... 허허 네. 


쭈꾸미가 한동안 엄청난 거품을 자랑하며 거래되더니 근래엔 값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그 이치대로 시간이 지나면 새조개도 적정한 값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생산되는 지역이 태안 일대 뿐이어서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이 되지만 족보에 없는 새조개를 그렇게 비싸게 파는 건... 흠.


새조개도 물 밖으로 나오길 꺼려하는 조개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다른 조개들에 비해 이동을 매주 잘 할 수 있습니다. 조개발이 크다고 했죠. 그 큰 조개발로 갯벌을 밀어내고 튀어 올라 조류에 편승해 멀리까지 이동을 합니다. 먹을 것이 없거나 천적이 나타나면 발을 차고 튀어 올라 이동하는 것이죠.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배를 이용해 잡는 조개입니다. 저인망 어선에 글갱이가 달린 그물을 달고 바닥을 긁고 다니면 그물 안으로 조개가 걸려 들어갑니다.  이제 곧 새조개축제가 시작되겠군요. 새조개 맛보러 태안으로 가실래요? 난 안 갈래요 ㅋㅋㅋ


비단조개


비단조개.jpg


서해에서는 비단조개 구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갯벌이 주를 이루는 해안 사이사이에 있는 모래 해수욕장 주변에서 종종 잡히지만 시중에 유통될 만큼 많은 양이 잡히지는 않습니다. 비단조개는 모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동해에서 주로 서식합니다. 깨끗한 동해안의 모래에서 서식하는 비단조개는 해감이 필요치 않은 몇 안 되는 조개 중 하나입니다.


크기와 무늬가 얼핏 바지락과 비슷하지만 손으로 만져보면 샥시 피부처럼 매끈매끈한 껍질을 가지고 있어서 바지락과 구분이 쉽습니다. 맛은 모시조개와 매우 비슷한데 살은 담백하고 뒷맛이 달달합니다. 국물맛도 모시조개와 비슷하니 비단조개를 접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스튜나 파스타에 활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포항 구룡포에 갔을 때 비단조개 맛을 보았었는데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라 맛의 기억이 갈팡질팡 합니다. 동해안은 조개가 많이 나지 않는 지역이라 그런지 즐겨먹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대신 재첩을 많이 먹더군요. 형산강에서 잡았다는 재첩에 무를 넣고 끓여준 재첩국 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 편에선 재첩에 대해서도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죠.


이 밖에도 갯벌과 모래 속에서 서식하는 조개는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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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  개조개  떡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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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할미조개, 애기접시조개, 살조개, 빛조개, 우럭조개


가리비, 개조개, 떡조개는 쉽게 볼 수 없던 조개들였는데 양식에 성공한 이후 조개구이집의 단골메뉴가 되었습니다. 나머지 애들은 들에 핀 잡초 같은 애들입니다. 어딘가에 하나씩 있긴 한데 개체수가 적거나 사람의 입맛에 맞지 않아 버려진 아이들입니다. 어떤 계기에 의해 이들이 각광받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지금까진 자유로운 영혼들입니다. 이 말고도 자유로운 영혼들은 이름을 열거하기 귀찮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여기까지 갯벌에 사는 조개들을 알아봤습니다.


다음 편에선 갯바위에 서식하는 조개들을 알아보겠습니다. 갯바위 조개라야 굴과 홍합이 전부니 여기에 부쳐 민물조개들도 함께 알아보죠. 민물하면 다슬기탕이 죽음이죠. ㅎㅎㅎ


<한국패류도감 -유종생 저 - 1976년>을 참조했습니다.







Athom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