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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16. 수요일

너클볼러










프로야구에서 흔히들 포스트시즌으로 대표되는 단기전은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막강한 선발 완투펀치만 보유하고 있으면 5차전, 혹은 길어야 7차전인 단기전에서 3승, 혹은 4승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일종의 '확률우위'를 말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그 옛날 애리조나 디백스의 랜디존슨과 커트실링이 그러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렉 매덕스와 톰 글래빈이 그러했다. 호랑이 곰방대 피던 시절로 올라가믄 류핸진이가 몸담고 있는 LA돠저스의 샌디 쿠펙스와 돈 드라이스데일도 늘 손꼽히는 최강 완투펀치라 할 수 있겠다. 이중 최강이라 할 수 있는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의 2001년 정규시즌 성적과 포스트시즌 성적을 보믄 주뎅이가 떡 벌어지믄서 야구는 역쉬 '투수놀음'을 연발하게 된다.


정규시즌


랜디 존슨 : 21승 6패 방어율 2.49

커트 실링 : 22승 6패 방어율 2.98


포스트 시즌 (월드시리즈)


랜디 존슨 : 3승 0패 방어율 1.04

커트 실링 : 1승 0패 방어율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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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ㄷㄷ 원투 펀치


이중 커트 실링의 경우 디비전시리즈(DS) - 리그챔피언쉽시리즈(LCS)에 3경기 연속 완투를 펼치고(방어율 0.67) 월드시리즈에 또 기어 나와 1승을 챙겨 랜디 존슨 + 커트 실링으로 4승을 챙겨묵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월드챔피언(지들이 먼데 월드챔피언이야)의 자리에 오른다. 그래 투수놀음... 인정!


*이 시리즈에서 김병현이 두번의 블론을 기록했다나 어쨌다나...


하지만.


고도로 분업화된 투수 로테이션이 정점에 다른 현대야구에서 완투펀치의 위용만으로는 완벽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현재 아뭬리카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 리그(NL, AL) 챔피언쉽 시리즈를 보면 더욱 확실해 진다.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의 이 깡패 듀오가 재림한다처도 말이다.



NL(NATIONAL LEAGUE) CHAMPIONSHIP


2패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끌려가던 LA 다저스는 류현진의 호투와 살짝 살아난 타선 + 홈 경기 어드벤티지로 1승을 추가, 추격을 위한 귀두보 아니 교두보를 마련했다. 문제는 리그 최강, 아니 메이저리그 최강인 커쇼와 그레인키라는 좌-우 원자력 원투펀치(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을 연상케 하는)를 내보내고도 패했다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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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원투펀치. 좌 커쇼, 우 그레인키


1차전 선발은 그레인키였다. 다저스가 애틀랜타와의 디비젼 시리즈 승리를 위해 커쇼를 3일 휴식 후 등판시키는 강수를 두었기 때문이다. 그레인키는 세인트루이스 원정 첫 게임 선발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8이닝 2실점이라는 이름에, 아니 2,450만달러(한화 대충 270억)라는 연봉에 걸맞는 피칭을 선보였다. 하지만 상대투수인 세인트루이스의 켈리 역시 6이닝 2실점으로 경험부족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호투했다. 2-2 동점으로 달리던 게임은 13회말 벨트란의 끝내기로 세인트루이스의 승리. 여기서 주목할 거슨 선발 그레인키와 켈리 이후다.


LA 다저스 : 그레인키(8이닝 2실점) - 윌슨(1이닝 무실점) - 벨리사리오(1이닝 무실점) - 하웰(1이닝 무실점) - 위드로(1.1이닝 1실점) - 잰슨(0.0이닝 무실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 켈리(6이닝 2실점) - 코트(0.1이닝 무실점) - 매네스(0.2이닝 무실점) - 마르티네즈(1.0이닝 무실점) - 로젠덜(2.0이닝 무실점) - 액스포트(1.0이닝 무실점) - 린(2.0이닝 무실점)


자, 바로 2차전으로 드가자. 2차전 선발은 올리면 이겨야 하는 커쇼, 그리고 세인트루이스 샛별 와카였다. 커쇼는 6이닝 1실점으로 재역할, 와카는 6.2이닝 무실점으로 깜짝쑈를 선보였다. 역시 여기서도 주목해야 하는 것은 커쇼와 와카 이후.


LA 다저스 : 커쇼(6이닝 1실점) - 벨리사리오(1이닝 무실점) - 하웰(1이닝 무실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 와카(6.2이닝 무실점) - 시그리스트(0.1이닝 무실점) - 코트(0.1이닝 무실점) - 마르티네즈(0.2이닝 무실점) - 로젠덜(1이닝 무실점)


양 팀의 선발투수가 재역할을 해주고, 그로 인해 타선이 쥐어 짜낼 수 있는 최소한의 득점만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을 경우 경기의 승패(지키느냐 마느냐)는 머니머니해도 중간계투진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쯤에서 AL(아메리칸 리그)로 살짝 넘어가 보자.



AL(AMERICAN LEAGUE) CHAMPION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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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의 패배를 점치게 하는 짤


보스턴 레드삭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결정된 AL 챔피언쉽시리즈의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대부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우세를 점쳤다. 보스턴의 쓰리썸, 아니 쓰리콤보 레스터 - 벅홀츠 - 레키의 경우 레스터가 포스트시즌 부스터모드를 갖추고 있긴 하나 올 시즌 전체로 놓고 보면 강력하지 못했고, 벅홀츠의 경우 슈퍼스타 시즌으로 시작했지만 부상으로 오랜 기간 결장 후 후반기에 복귀했다는 우려, 그리고 레키는 에인절스에서 보스턴으로 이적한 후 올 시즌만 좀 반짝했다는 이유로 슈어저(AL 사이영상 탈 확률 높은 넘) - 벌랜더(언제든 사이영상 타고도 남을 넘) - 산체스(사이영상 탈지도 모를 넘)로 이어지는 디트로이트의 활화산 선발 3인방의 우세로 보았기 때문이다. 리그 전체 득점 1위라는 불 같은 공격력을 뽐내는 보스턴의 홈인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1차전은 전문가의 예상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 산체스(6이닝 무실점) - 앨버커키(1이닝 무실점) - 베라스(0.2이닝 무실점) - 스마일리(0.1이닝 무실점) - 벤와(1이닝 무실점)


보스턴 레드삭스 : 레스터(6.1이닝 1실점) - 다자와(0.2이닝 무실점) - 브리슬로(1이닝 무실점) - 우에하라(1이닝 무실점)


보스턴은 이 경기에서 달랑 1안타를 치면서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ㅜㅜ (미안 필자가 보빠라서... 총17삼진 / 종전 13삼진) 이날 경기의 하일라이트는 바로 보스턴이 9회 말에 간신히 뽑은 1안타였는데. 그게 바로 디트로이트의 치명적 약점이라 불리우는 마무리 벤와에게 뽑은 것이었다. 이 안타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산체스의 6이닝 노히트를 칭송하는 우울한 광경을 보믄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씨바 할 수 없뜨아. 불펜을 조지자' 지푸라기 한 올이라는 잡아채겠다는 필자의 이 생각은 2차전에서 현실이 되었다. 디트로이트의 2차전 선발은 투수계의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인 슈어저였다. 근데 2차전 어떻게 됐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 슈어저(7.0이닝 1실점) - 베라스(0.1이닝 1실점) - 스마일리(0.0이닝 1실점) - 앨버커키(0.1이닝 1실점) - 벤와(0.1이닝 1실점) - 포셀로(0.0이닝 1실점)


보스턴 레드삭스 : 벅홀츠(5.2이닝 5실점) - 워크맨(1.0이닝 무실점) - 듀브론트(1.1이닝 무실점) - 우에하라(1.0이닝 무실점)


보스턴의 선발 벅홀츠가 5.2이닝 동안 5실점. 타이거스의 슈어저가 7이닝 1실점(안타 달랑 2개)으로 보스턴의 우울한 홈경기 2연패가 확실시되던 8회 말, 슈어저 이후에 등장한 베라스-스마일리-앨버커키가 차곡차곡 채운 2사 만루 상황에서 첫 경기 달랑 1피안타의 주인공이었던 벤와가 보스턴의 데이빗 오티즈에게 만루홈런을 처맞고 동점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2경기 16이닝 동안 달랑 3안타를 때리는데 그쳤던 보스턴이 슈어저 이후 등장한 타이거스의 계투진 4명을 한 방에 골로 보내버린 것이다. 게다가 9회 말에 등장한 포셀로에게 사뿐이 2안타를 선사하며 이번 시즌 최고의 역전승이라 불릴만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다. 시리즈 전적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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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뜨아...


이렇게 세인트루이스 홈에서 치뤄진 NLCS(내셔널리그 챔피언쉽 시리즈) 2경기는 세인트루이스의 2승, 보스턴의 홈에서 벌어진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쉽 시리즈) 2경기는 1승 1패.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부터다.



오 나의 불펜이여.


LA 다저스 : 6.1이닝 1실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 9.1이닝 0실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 4이닝 5실점

보스턴 레드삭스 : 6이닝 0실점


현재 리그 챔피언쉽시리즈에 오른 4팀 2게임 불펜의 성적이다. 총 4경기 모두 불방망이 모드가 시전되지 않았음을 고려한다면 팀의 승패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은 불펜임을 알 수 있다.(선발에 비해 형편 없는 불펜으로 평가 받는 디트로이트만 제법 많은 실점) 


NLCS의 경우, 그레인키와 커쇼를 모두 내보낸 1-2차전에서 다저스의 불펜이 허용한 단 1실점이 시리즈 전체 향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2연패를 만들어냈고, 반대로 세인트루이스의 중간계투들은 한 게임이 넘는 9.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숨막히는 투수전으로 치달았던 2게임을 모두 얻어갔다.


ALCS에서는 산체스와 슈어저가 만들어낸 13이닝 2안타 1실점에 호투에도 불구하고 불펜의 사랑스런 불장난으로 시리즈는 오히려 불펜의 역투와 타선의 집중력으로 역전승을 거둔 보스턴의 '분위기 우위'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제-오늘 벌어진 3차전까지 보믄 그 결과는 더욱 확실해 진다.


LA 다저스 : 류핸진 7.0이닝 무실점) - 윌슨(1.0이닝 무실점) - 잰슨(1.0이닝 무실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 웨인라이트(7.0이닝 2실점) - 시그리스트(0.1이닝 1실점) - 매네스(0.0이닝 무실점) - 코트(0.2이닝 무실점)

 

 

보스턴 레드삭스 : 레키(6.2이닝 무실점) - 브리슬로(0.2이닝 무실점) - 다자와(0.1이닝 무실점) - 우에하라(1.1이닝 무실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 벌랜더(8.0이닝 1실점) - 베라스(0.1이닝 무실점) - 코크(0.1이닝 무실점) - 앨버커키(0.1이닝 무실점)


홈에서 추격의 발판의 마련한 다저스의 초일등공신은 7.0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류핸진이지만 남은 2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윌슨 - 잰슨 콤비의 훌륭한 계투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두 팀은 모두 빈타에 허덕였고, 상대 투수 웨인라이트 역시 2실점으로 세인트루이스의 에이스 다운 역할을 소화했음에도 윌슨과 잰슨이 류현진의 호투를 완벽하게 마무리한데 반해 세인트루이스의 중간계투진은 추가 1실점하며 후반 추격에 찬물을 셀프로 끼얹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월드챔피언을 경험했던 철벽 마무리, 하지만 결국 쫓겨난 브라이언 윌슨은 3경기에서 2이닝동안 무실점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호투하면서 시즌 내내 불안했던 LA의 중간계투진에 훈훈한 안정감을 불어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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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요미. 브라이언 윌슨


그리고 오늘 아침 벌어진 보스턴과 디트로이트의 경기는 불펜의 소중함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줬다. 보스턴의 선발 레키는 에인절스에서 보스턴 이적 후 머 제대로 보여준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올 해(별 기대도 없었는데) 부활하고야 말았지만 템파베이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는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 근데 어라, 오늘 게임에서 6.2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인 것이다. 교체타이밍은 이른 감이 있었지만 브리슬로 - 다자와 - 우에하라로 이어지는 어뭬이징 중간계투진은 2.1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특히 8회말 1사 1-3루 상황에 타석에는 무조건 타격왕 미구엘 캬브레라가 들어선 상황을 다자와가 삼진으로, 이어 타석에 들어선 무서운 왕자 프린스 필더를 다자와에서 교체된 우에하라가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무리 지은 것은 승리를 결정지은 최고의 순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시리즈는 NL, AL 모두 2:1이 되었다(다저스가 오늘 패하면서 NL은 3:1). 언론에선 보스턴이 시리즈를 앞서게 된 이유로 2차전 오티즈의 만루 홈런을, 혹은 선발 투수 레키의 부활투를 말하고 있고, 원정 2연패 뒤 추격을 발판을 마련한 다저스의 1등 수훈갑은 류핸진이고, '헨리 라미레즈는 갈비뼈 부상 중'인데도 나왔다며 감동하고, 푸이그가 결국 부활했다고만 떠들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과 역투와 타선의 3득점(사실 그 페이롤 갖고 3득점이면 챙피하다)을 포스트시즌만되면 어벤저스로 돌변하는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를 지켜낸 윌슨과 잰슨, 그리고 달랑 1득점을 카브레라-필더-마르티네즈-페랄타로 이어지는 디트로이트 판타스틱4 타선으로부터 완벽하게 막아낸 브리슬리-다자와-우에하라야 말로 숨은 승리의 역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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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 빠이요.


동네에서 축구 할 때 웬만해선 주목받지 못하는 골키퍼를 하지 않으려고 하듯, 야구에서 스포트라이트는 늘 선발투수나 타자의 몫이었다. 시즌을 마치고 수상하는 MVP는 늘 타자를 위한 것이고, 투수를 위한 사이영상은 늘 선발 투수 몫이었다. 2000년대 이후 AL, NL 사이영상 수상자 중 계투(마무리)로 수상한 이는 2003년 LA 다저스의 마무리 에릭 가니에(55세이브 방어율 1.20) 뿐이었다.


선발투수의 경우 로테이션에 따라 규칙적인 등판과 휴식이 보장되고, 대개의 선발타자들 역시 규칙적인 선발 출장과 경우에 따라 휴식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중간계투를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시즌 내내 언제 어떻게 등판할지 모를 상황에 직면해 있으면서 동시에 주목 받지도 못한다. 전체 게임 중 가장 위험한 상황에 등판하는 긴장감, 스트레스 쩌는 '대변인' 역할을 가장 빈번히 수행함에도 말이다.


지금도 진행 중인 리그 챔피언쉽시리즈 중 승리를 바라는 LA 다저스의 중간계투진은 5명이 3게임 8.1이닝 1실점을 기록(지금시간 벌어지고 있는 4차전 제외)하고 있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중간계투진은 5명이 3게임 8.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적어도 3게임 중 한 게임은 중간계투진이 승리했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의 훌륭한 성적이다.


시리즈의 향배가 어떻게 결론 날지는 모르겠으나 난 이들에게, 언제든 마운드에 설 준비를 하고 있는 모든 중간계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필자는 단 한 명의 타자와의 승부를 위해,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위해 시즌내내 불펜에서 대기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어쩜 정규시즌, 포스트시즌의 진정한 주인공은 지금도 몸을 풀고 있을 지 모를 그들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내가 딴지일보 편집부 홀짝 기자와 했던 두 가지 내기가 있다.


1. 보스턴이 3차전 이기고, LA가 4차전 진다(그럼 내가 이김)

2. 보스턴과 세인트루이스가 월드시리즈에 오르고 보스턴이 우승한다(그럼 내가 이김)


왠지 공짜 술 두 번은 먹게 생긴 것 같다. 하지만 류현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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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째요...... 기억 안나요... From 홀짝 







너클볼러

트위터 : @Knuckleballer77


편집 : 하필이면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