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8. 월요일
세라아빠
누구나 얼굴만 봐도, 혹은 이름만 들어도 피가 거꾸로 솟게 만드는 사람이 하나 정도는 있다. 내가 그토록 꼴보기 싫어하는 인물은 훌륭한 미국 시민이며 자칭 세계적 학술 논문지에 여러 편 글을 올렸고, 또 명문 위스컨신대에서 종신 교수직을 갖고 계신 박재광 씨다. 개인적으로 이메일과 쪽지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본인이 올린 기사를 보고 박재광 씨가 열이 받았는지 "입 다물고 있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그래서 미디어를 통한 지상 토론을 제안하였더니 "자신은 세계적인 학술지에 이름을 올린 대학자고 너는 학생에 불과하니 격이 안 맞아서 못 하겠다"는 답변이 왔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게만 협박을 한 것이 아니고 4대강을 반대해 온 '김정욱', '임석민', '박창근' 교수 등 많은 양심 있는 학자들에게도 인간 같지 않은 후안 무치한 행태를 보여 왔다. 허나 반대 측의 역 고소로 오히려 '2억 손해 배상 크리'를 먹었다고 한다. 꼬시다 XXX!!!!!!
나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즈를 덮쳤을 때 마침 폭풍해일(태풍이 동반하는 해일)을 연구하시는 하산 마시리키 박사 밑에서 허리케인(태풍)으로 인한 해안 저지대의 침수 예상 지도를 작성하는 일을 했다. 그래서 한국 사람 중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뉴올리언즈의 개발의 역사와 그로 인한 자연 재해(카트리나, 뉴올리언즈, 그리고 경부운하)에 관련하여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왜냐하면 이 주제로 공부한 한국 사람이 나 밖에 없기 때문이지.
내가 박재광 씨를 주목하게 된 것은 바로 이 글이 시초였다. [기고] 해외운하 탐방기 - 뉴올리언즈 및 내륙운하편
박재광은 외국의 운하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도 반드시 운하가 필요하다는 주제의 글을 친한나라당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안’에 직접 기고 하였는데, 뉴올리언즈 편에서는
"한국의 운하가 뉴올리언즈의 '카트리나' 재앙를 불러온다는 건 오해… 부당한 주장 반복으로 국민 현혹"
이라고 내게 정면 도전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자연 재해를 막아줄 수 있다는 근거는 꼴랑 한 줄뿐이었다.
"만일 4대 강이 하나로 연결된다면 국지적으로 발생한 폭우로 인해 늘어난 물을 다른 강으로 흐르게 하여 피해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강과 낙동강을 터널로 연결한다 한들, 일산에 집중 호우로 생긴 물을 어떻게 낙동강으로 돌려서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이 자가 쓴 다른 글들도 뒤져보았다.
2007년 9월 24일에 투고한 글([기고] 해외운하 탐방기 – 영국편) 을 보면
“영국은 유류 운송의 80%에 운하를 활용하여 인명피해 및 수질 오염사고를 대폭 줄였다”
고 하였다.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믿기지 않아 영국 교통국 홈페이지(http://www.dft.gov.uk)를 확인해 보았다. 아무리 뒤져보아도 그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통계 자료는 찾지 못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80%의 근거를 유추할 수 있었다.
“Crude petroleum and petroleum products dominated total waterborne freight traffic, amounting to 47 billion tonne-kilometres of goods moved in 2005 (78 per cent of all waterborne freight).”
“원유 및 석유 제품의 운송이 수상 화물 교통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며 약 4백 7십 억 톤-킬로미터의 화물이 2005년에 운반되었다 (전체 수상 운송의 78%).”
제대로 된 해석이라면 일부 북해 유전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들어오는 원유 외에 대부분의 유류(78%)가 유조선을 통해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섬나라에 당연히 유조선으로 기름 나르는게 당연한 것을, 그의 논리 대로 라면 우리나라는 이미 유류 운송의 거의 100%에 육박하여 운하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내륙과 해양의 물을 모두 포함하는 water-borne의 뜻을 고의적으로 ‘운하 활용’이라 하는 호연지기에서, 그는 '性文 지조때로 영문법'의 창시자 김대충 구라 주필님을 이미 뛰어 넘었음을 알 수 있다.
영국 교통국의 또 다른 통계는 영국에서의 내륙 주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며 그것도 매년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그의 주장과 반대로 영국에서 내륙 주운의 비중은 2004년의 경우 15억 톤-킬로미터에 불과했으며(전체 운송량의 2.46%) 10년 동안 꾸준히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기사 내에 박재광 씨는 “현재 영국 정부는 운하보조금을 만들어 도로에서 운하로 운송 수단을 전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진실성 여부 역시 의심스러워 검색을 해 보았다. 실제로 운하 통행 물동량을 늘리려는 시도가 있기는 했다. 과거 몇 년 동안 급등했던 유류비 때문인데, 2005년 5월 11일자 영국의 <Time>지에 보도된 영국 수로국 대변인의 말은 다음과 같다.
“You are never going to want to transport bananas by canal, but waste is not time sensitive. Using such a green mode of transport also fits very well with the recycling industry, which is growing fast.”
“당신들은 운하로 바나나를 운반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쓰레기는 시간에 민감하지 않다. 이러한 녹색 수송 모드를 이용하는 것은 증가 추세인 재활용 산업에도 매우 적절하다.”
쓰레기는 시간이 좀 걸려도 상관없으니 운하로 나르자고 한 발언이며, 또 현재의 유가 수준이라면 나올 수 없는 주장이다. 그나마도 영국에는 기존에 만들어 놓고 방치된 운하가 있으니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지만, 쓰레기나 나르려고 운하를 새로 만들자는 주장은 절대 아니다.
또, 2007년 8월 10일 기사([기고] 해외운하 탐방기 – 미시시피강편)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인구 100만이 넘는 미니아폴리스와 내가 사는 매디슨의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도달하는 곳이 이곳 세인트루이스인데, 이곳을 지나는 강에서 수돗물을 취수해 공급하고 있다. 정수과정도 한국과 동일하지만 한국의 일부 정수장과 같은 고도처리는 하지 않는다. 운하로 사용되고, 또 상류에서 배출한 많은 도시의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흘러들어 오는 이 강의 물로 만든 수돗물을 이곳 시민들은 거부감 없이 마신다.”
그는 기사에서 수돗물을 취수하는 강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미니아폴리스와 매디슨의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포함하는 미시시피강 물을 식수로 아무 문제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시의 식수원은 ‘미시시피강물’이 아닌 ‘미주리강물’이다.(세인트루이스시 상하수도국, http://www.stlwater.com)
한국 정수장의 고도처리 절차와 세인트루이스시의 정수 처리가 어떻게 다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수돗물의 수질에 관하여 한국 정치에 관여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 아니다. 박재광 씨가 하이닉스 반도체 이천 공장 증설 문제에 대하여 과거에 어떤 발언들을 했는지 살펴보자. <동아일보> 2007년 2월 7일 기사를 보면 박재광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이닉스에 대한 정부 결정은 부적절하다. 정부의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 불허의 표면적인 이유는 이렇다. 하이닉스 공장에서 배출되는 처리수에 포함된 구리가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에 방류될 경우 상수원과 수돗물의 수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학자의 시각으로 볼 때 환경오염 우려 때문이라는 정부의 논리는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구리는 너무 많이 섭취하면 간과 신장을 파괴하지만 뼈 헤모글로빈 적혈구 형성에 관여하며, 태아와 신경체계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면역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중요한 영양소다.
…중략…
현재 미국 상수도의 구리 허용 수질기준은 L당 1.3mg이고 한국은 1mg인데 수도권 시민에게 공급되는 수돗물에서는 구리가 검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 시민은 수돗물에 의한 구리 섭취량이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셈이다."
소량의 구리 섭취가 인체에 무해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지식이 없으므로 논하기 곤란하다. 또, 최병성 님의 끈질긴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멘트 생산에 유독성 쓰레기를 소각 원료로 허용하는 환경부의 자세로 볼 때, 환경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위해 논리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박재광, 박석순 씨의 주장대로 구리 문제는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을 불허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정치적으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 다행인 것은 하이닉스는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 버리겠다고 정부에 협박도 마지 않았건만, 오히려 당시 설비 투자를 하지 못한 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해외 경쟁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이 마당에도 살아 남고 있지 않은가? 기자가 분노하는 것은 당시 그들 주장의 옮고 그름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따른 말 바꾸기 때문이다.
위스콘신대 박재광 씨의 웹 페이지에서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박재광 씨의 연구 주제는 독성 물질 처리이며 할로겐화 지방족과 인과 같은 유기물, 그리고 수은 구리, 카드늄과 같은 무기 물질을 제거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그가 제출했다는 세계적인 학술 논문을 살펴 보아도 하수 처리의 전문가 일뿐, 하천 관리나 생태, 그리고 환경에 대해서 전문가 소릴 들어야 한다는 아무런 근거도 찾지 못하였다. 다만 그의 홈페이지에서 흥미로운 자료를 발견하였다.
2003년 7월 8일 국내 모처에서 이뤄진 세미나에서 박재광 씨는 ‘염소와 부식방지제가 급수관으로부터 납과 구리의 용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하였다. 급수관의 노후로 인하여 구리가 수도물에 녹아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식 방지제를 투여하여야 한다는 내용인데, 미국의 음용수 내 구리 허용 기준은 L당 1.3mg이며 국내에서 납과 구리(Lead and Copper)에 대한 규제 기준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후 그는 국내 수돗물 구리 검출 기준을 L당 1mg으로 세우는데 직접 관여하였다. 얼마 안 있어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 문제가 터지자 우리 정부의 규제가 너무 심하고 비과학적이라 나무라며 과거 자신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짚는 행태를 보이고야 만다.
학자적 양심을 제어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내 교수/학자들 중 상당수가 이명박 싱크탱크라 불리우는 학자들과 같이 말 바꾸기를 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재벌 및 기득권 세력과 가까이 지냈던 학자들이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으며,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학자적 양심을 가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헌 고무신짝 버리듯 신념과 지식을 져버린 결과로 얻어지는 이익이 그에 따른 위험이나 손실 보다 크다면, 언제든지 제2, 제3의 박석순, 박재광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 한 번 한 사람이 두 번은 못하겠는가?
과거 하이트 맥주가 천연 암반수를 강조하여 기존의 맥주 시장을 뒤엎으며 공전의 히트를 지속할 때, 공장 지역의 지하수 고갈 문제를 들고 나온 모 대학 지질학과 교수가 있었다. 뜬금없이 해당 맥주 회사 광고 모델로 출연하더니 입을 다무셨다. 광고는 곧 인기 연예인 모델로 대치되었다. 그리고 평화의 댐으로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한 전두환 정권 당시, 북괴의 수공으로 금강산 댐이 무너지면 서울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국회의사당은 지붕만 남게 된다며 모형까지 만들어 열변을 토하던 서울대 토목과 교수가 있었다.
게다가 본인의 저서와 학생들에게는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가르치면서 티브이 토론에 나와서는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미미하다고 주장한 모 대학 해양학과 교수도 있었다.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불이익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는가? 이런 식이니 어찌 거짓 증언의 유혹에 빠지지 않겠는가?
전문가가 비전문가를 속이는 것은 매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서야만 양심 없는 학자들의 거짓 작태를 제어할 수 있다. 전문가의 증언이 가져오는 무게감이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 믿는 무지한 국민들에게 가져올 영향력을 생각해 보라. 도대체 대한민국 환경공학회는 뭐하는 사람들인가? 당신들의 침묵으로 박석순, 박재광과 같은 이들이 국민들을 우롱하고 또 국토가 유린 당할 위험에 처해 있지 않은가? 학회는 친목 도모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학자들이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존경은 당신들이 갖고 있는 교수 혹은 연구원이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닐 터인즉,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된 이 때에 제 목소리를 내는 학자들을 향하여 국민들은 칭송의 박수를 마지 않을 것이다. 또한 스승의 언행 불일치에 대하여 분노하지 않는 학생들을 볼 때 한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어쩌겠는가? 영혼이 무언지, 그리고 왜 영혼을 가지는게 중요한지 교육 받지 못한 채, 공허한 경쟁에만 매달려져 왔으니 그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 이명박에게 감사해야 할 일은 ‘누가 국민의 편이고 누가 국민의 적인지’ 확실하게 알려줬다는 것이다. 제 정신 가진 사람이 살기 힘든 세상이다. 저들이 교육과 언론을 장악하여 국민들의 눈과 귀를 흐리고 생각하는 방법을 못 가르치게 하고 있으니, 희망이란 게 있을까?
PS) 이명박 정권 아래서 수자원 공사 사장을 노리는 등, 이익을 위해서 악역도 마다하지 않던 그가 명박 퇴장과 함께 끈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되고야 말았다. 그런데 어제(10월 17일) 우연히 이 자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말았다. 퉷!!! 훈장까지 받았던 모양인데 어째 명박 정권하에서 훈장 받은 이들은 하나 같이 양심 불량이거나 뒤가 구린이 투성인가? 이 분 몰염치의 근원은 어디에서 왔으며 그 끝은 어디일까?
세라아빠
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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