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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29. 화요일

물뚝심송

 

 

 



[딴지이너뷰]평조합원이 바라본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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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고용노동부에게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다. 마치 “여기 보물 없음”이라고 쓴 팻말을 보는 것 같은 어감이긴 하지만, 공권력은 무서운 거다. 전교조는 이제 법의 보호를 받는 정식 노동조합의 자격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전교조가 교육부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하자고 말도 못 꺼내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제안은 어떤 임의 단체도 다 할 수 있다. 대신, 정식 신고서가 접수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했을 때, 사측(그러니까 교육부)에서 그 제안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되기 마련인데, 전교조는 신고서 자체가 14년 만에 반려되는 기이한 상황에 놓이게 되어, 이제 교육부는 전교조의 어떤 제안도 거절할 수가 있게 된 것 뿐이다.

 

그러니까 일각에서 얘기하는 '불법노조가 되었네 어쩌네'하는 것은 틀린 이야기다. 그냥 법적인 권한을 일부 상실한 것뿐이다.

 

딴지라디오에서는 이 상황이 발생하기 직전 긴급 편성한 딴지 이너뷰 특별판에서 전교조 대변인 하병수 님과의 인터뷰를 했고 이미 방송으로 공개되었다.(딴지 이너뷰 - 전교조 대변인 하병수)

 

그러나 그것은 전교조의 최상층부에서 바라본 관점일 뿐, 어떤 언론도 우리에게 현재 전교조의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입장을 전해주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 일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들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해서 우리는 전교조 최말단 조합원들을 만나러 갔다. 딴지일보가 아니면 이런 짓을 도대체 누가 하겠는가 말이다. 민족 정론지 딴지일보의 위상이 또 한번 휘날린다. 아아~ 모두 경배하라~

 

 


당신들은 누구인가

 

인터뷰는 경기도 모처의 한 식당에서 진행되었다. 메뉴는 보쌈정식이었는데 뭐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식사 비용은 딴지일보에서 제공해 줬다. 딴지일보 진짜 마이 좋아졌다. 식사비도 주고. 그런데 차비는 안 주더라.

 

인터뷰 대상은 두 분의 선생님. 전교조의 앞 두글자를 따서 이하 “전”과 “교”로 호칭을 통일하도록 하자. 물론 인터뷰어는 물뚝심송이니 “물”로 표기한다.

 

최초의 질문은 각자 소개. 하지만 익명성을 위해 공개하지 않도록 한다. 경기도 지역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는 두 분이며, 한 분은 부임한 지 10년, 한 분은 2년 정도 된 분이었다. 각자 소개가 끝난 뒤, 전교조에 가입하게 된 동기부터 물었다.


 

전: 예. 대학교 때 교대 다니면서 학생회 활동을 했는데 그때 전교조 선생님이 좋은 강의 등을 소개를 해 주시고 직접 와서 해 주시기도 해서 도움을 계속 받았어요. 전교조가 뭘 하는지는 평소에도 많이 듣고 있었기에 졸업하면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졸업하고 군대 갔다 온 후에 조합에 가입을 하게 된 겁니다.

 

물: 선배들 꼬임에 빠지신 거네요.

 

전: 네. 하하..

 


(이래서 선배를 잘 사귀어야 한다.)

 


교: 저는 대학교 다닐 때부터 활동을 하진 않았어요. 제가 올해 발령 받은 지 한 10년 정도 되는데 재작년에 가입했어요. 저는.

 

물: 그러시군요.

 

교: 왜냐하면 와서 처음 발령받은 데가 뭐랄까 전교조에 대해서 호의적인 곳이 아니었어요. 어딜 가나 마찬가지겠지만. 학교 내에 조합원이 없으니까. 직원이 한 50명 넘게 있는데 조합원이 1명, 2명 이렇게 있으니까 선뜻 가입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물: 아. 조합원 비율이 무척 낮은 학교네요. 높은 학교도 많지 않나요?

 

교: 초등학교는 거의 다 낮아요. 학교 수가 저희 관내에 7~80개 있거든요.

 

물: 초등학교가요?

 

교: 예. 그러다 보니까 아무리 조합원 수가 200명 있어도 7~80으로 나눠버리면 한 학교엔 한두 명밖에 있을 수가 없죠. 그러니까 이게 좀 애매하더라구요.

 

물: 힘드시겠네요.

 

교: 예, 그러니까 그 때 용기를 못 냈죠. 첫 학교에서는 발령받고는 용기를 못 내가지고 가입 못하였는데 ‘학교 옮기면 꼭 들어야겠다’ 생각하고 있다가 학교 옮기면서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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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평교사가 전교조에 가입하는 것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약간은 눈치가 보이는, 그런 것이다. 대학 시절부터 전교조 관련 선배들과 친했던 경우는 발령 받자 마자 바로 가입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해당 학교에 조합원이 다만 몇 명이라도 있어야 마음 놓고 가입을 하게 되는 그런 분위기다.

 

그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각각의 분들이 인터뷰에 응해주신 것이다.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차이

 


물: 실제로 전교조에 가입하신 분하고 안 하신 분하고 학교 생활은 거의 차이가 없죠?

 

교: 그 차이라는 게 어떤 뭐 조합원으로서의 혜택이라던가 그런 거라면 차이는 없죠. 어디서 지원 받는 것은 하나도 없고 모이면 다 같이 1/n 해서 돈 모아서 먹으니까요. 그런 면에서는 좀 짜증날 때도 있어요.

 


전교조는 조합비를 걷고 있었으나, 각 지부들의 활동은 또다시 각 조합원들이 돈을 모아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물론 조합비 자체를 풍족하게 걷을 수도 없을 뿐더러 중앙에서 각종 활동에 소모되는 비용을 감당하기도 힘들 수준일 테니 이해는 간다. 중요한 것은 전교조 활동은 개인의 희생 정신에 많이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물: 초창기 80년대 전교조가 처음 출범할 때에는 촌지 받고 이런 게 일상화 되어있는 와중에 그런 잘못된 관습을 고치겠다고 나선 분들이니 성향에서 확실한 차이를 드러냈을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차이가 거의 없어지고 있나 봅니다.

 

교: 그렇죠. 아무래도... 극단적이진 않죠. 극과 극은 아니에요.

 

전: 본인이 가만히 있으면 조합원인지 아무도 모르고 지나갈 수 있어요.

 

물: 실제로 가입만 해 놓고 활동은 안 하시는 분들도 많은가요?

 

전: 혼자 계신 분들도 많아요. 아무래도 혼자라면….

 

교: 혼자서 나서기는 정말 힘든 거 같아요. 하하.

 

물: 그러면 무슨 모임 같은 것은 몇 개 학교씩 모여가지고 하게 되겠네요.

 

교: 네. 학교에서는 그냥(비조합원이) 50명인데 혼자 있으면 찌그러져 있어야죠. 회의할 때 일어서가지고 ‘아... 이건 아니지 않냐’고 얘기하면 대개 ‘쟤...뭐야’ 아니면 ‘빨리 하고 끝내야 되는데 너 때문에 퇴근 못한다. 씨~’ 이런 분위기...

 

물: 전교조라고 해서 특별히 불이익 당하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죠?

 

전: 딱히 뭐…….

 

물: 교장, 교감선생님이 싫어한다든가...

 

교: 무척 싫어하죠. 하하... 싫어하는 게 불이익이라면 어마어마한 불이익을 받고 있겠죠.

 

물: 싫어하는 걸 막 표를 내십니까?

 

전: 엄청 싫어하죠.

 

교: 저는 4~5년 전만 해도 교장실에 불려가서 ‘너 왜 조합하냐...나와라’ 이런 얘기 듣고 그랬어요.

 

물: 사실 탈퇴를 권유한다거나 이런 것은 엄밀히 따지면 부당노동행위인데...

 

교: 그렇죠.

 

전: 그러니까 뭐 이런 거죠. 칭찬을 해 주실 때도 말입니다. 그 교사가 잘해서 칭찬을 하고 싶을 때에도 그 교사가 전교조 조합원이면 ‘참...그 선생님이 좋은 일 많이 하는데 가끔 이상한 얘기들을 많이 해서 탈이야.’ 이런 식이 되는 거죠.

 

교: 하하..

 

전: 네..노골적으로 싫어하시죠.

 

물: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전: 저 같은 경우에는 아마 조합원인 줄 반쯤은 아실 것 같고 반쯤은 모르실 것 같고 그래요. 제가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랬는데 저도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요즘에 학교에서 하는 교육제도나 그런 것을 비록 저 혼자라도 조금 고치거나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아이들한테 하는걸 볼 때 전교조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진 학부모라면 ‘이 선생님이 혹시 전교조 선생님이라서 이러나?’ 하기도 하죠.

 

물: 직접 얘기하시지 않아도 티가 난다는 건가요?

 

전: 근데 학부모와 상담을 하건 만나건 물어본 적도 한번도 없고요, 학부모님께 제가 먼저 얘기한 적도 없고 그래서 짐작만 하시지 않을까 싶은데.

 

물: 그러니까 이쪽 계통을 잘 알고 눈치 빠르신 분만 겨우 알게 되는 수준이군요.

 

전: 네.

 

교: 전 그냥 얘기해요.

 

물: 네?

 

교: ‘전 조합원입니다.’ 이렇게 얘기 하는데요.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죠. 뭐랄까 보수 성향의 학부모님들은 제 생각에는 집에서 제 욕을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이제 애가 집에 가서, 예를 들면 학생들이 에버랜드를 다녀왔다고 하면 제가 ‘에버랜드는 삼성에서 하는 건데, 이건희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 뭐 이런 식으로 얘기 하면 집에 가서 얘기 하겠죠.

 

물: 보수성향의 학부모님이라면 좀 싫어하시겠네요.

 

교: 그러면 다시 또 애가 메신저가 되어가지고 ‘선생님은 왜 자꾸 삐딱삐딱한 소리만 해요?’ 합니다.

 

전,교,물: 하하하.

 

교: ‘엄마가 이상하다고 그러셨어요.’ 뭐 이러고기도 하고. 하하

 


스스로 밝히지 않아도 티가 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워낙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수용하는 사람들과 이 현실을 타개하고 비판해야 한다는 쪽의 사람들과는 인식의 갭이 크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느 쪽에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면을 왜 보여주고 말해주냐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느 쪽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인데 왜 욕을 하냐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거나 분명히 이 선생님들은 뭔가를 해 보려고, 바꿔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당연히 티가 날 수 밖에.

 


 

어떤 일들을 하는가

 


물: 전교조에 가입하신 분들의 연령대 분포가 있잖아요. 나이 많으신 분들은 대부분 교감으로 가거나 그러면 그 조합원이 아니게 되는 거죠?

 

전: 예. 교육 전문직 관리자는 조합원 대상이 아니라고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교: 그래요? 몰랐네.

 

물: 그러면 교감 승진 준비하시는 무슨 부장 같은 분들은 미리미리 좀 그만두고 그러시겠네요.

 

전: 네. 그렇죠.

 

물: 전교조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끝까지 평교사로 갈 생각을 하시는 거죠?

 

교: 그런 경우가 많을 거 같아요. 중간에 이제 탈퇴하고 갈아타시는 분들이죠.

 

전: 근데 나이대가 40대 중반 정도 되시면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교: 저희 학교에는 그런 분들이 좀 많으세요. 한 5명 정도 계시는데, 한 42~45정도..

 

물: 선택의 기로에 선 분들...

 

교: 한때는 나도 강성 노조원이었다 뭐 이런.

 

물,전,교: 하하하..

 


교원이라는 직업은 특이해서 끝까지 평교사를 해도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한다. 정년도 보장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교육청에 진출해서 장학사도 하고 교감도 하고 교장도 하고 싶어한다. 만약 전자라면 끝까지 전교조 활동을 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후자라면 어느 선에서 활동을 멈춰야 한다.

 

초창기 전교조 활동에 앞장섰던 사람들은 이미 이런 기로에 놓여지게 된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선택을 했다. 남거나, 혹은 길을 바꾸거나.

 

어느 쪽도 비난할 수는 없을 터이다.

 


물: 정규적인 학교 업무 이외에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별도로 하는 활동 같은 것들이 있을까요?
 
교: 지회 차원에서는 어린이날 행사가 있어요. 안 가봐서 뭐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선생님 가 보셨어요?

 

전: 어린이날 행사하고 크리스마스 때도 있어요. 지역 단위의 활동이죠.

 

교: 결식 아동들 데리고 했던 거 같고.

 

물: 보통 어린이 날에는 학교에도 행사가 있지 않나요?

 

전,교: 그건 빨간날이에요.

 


학교 선생님들은 빨간 날에는 무조건 논다. 그러니 그 날에 전교조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학교의 업무와 중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대로 보자면 그만큼 학교에서는 전교조 조합원들의 활동에 대해 특별한 지원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알 수도 있다.

 


전: 행사 같은 건 지역사회에서 같이 하는 것들이 많아요. 모임활동 같은 것도 많고. 연극 모임도 하고 밴드 같은 것도 합니다. 저희 지역에서는 학교폭력예방에 관한 활동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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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아, 그렇군요.

 

전: 그런 것들이 그리 쉽지는 않아요.

 

물: 알게 모르게 그런 학교 외적인 활동과 학교 내부에서의 활동 사이에 묘한 갈등 같은 게 조금씩은 있겠네요?

 

교: 글쎄요. 어떤 갈등을 말씀하시는 건지..

 

물: 심리적 부담 같은 것 말입니다.

 

교: 심리적 부담이라..

 

물: 교장,교감선생님이 그렇게 싫어하는데 모월 모일에 행사를 가야 되겠다. 또는 뭐 전교조 모임이 있다. 이럴 때 학교 행사와 겹치거나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교: 별로 안 겹쳐요. 빨간 날에 나보고 일하라고 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하하

 

물: 아..그렇군요.

 

교: 그러니까 뭐..'갔다 오겠습니다'라고 얘기하고 갈 일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물: 얘기할 필요도 별로 없다, 주로 휴일날이니까 겹칠 건 별로 없다.

 

교: 그렇죠.

 

전: 기본적인 전교조 활동들이 학교 업무시간을 뺏어가면서 하는 것보다는 개인의 시간을 주로 투자해서 업무 이외의 시간으로 많이 하기 때문에...

 

물: 그러면 실질적인 갈등이 생길 만한 여지가 별로 없고, 교장, 교감이 좀 싫어하는 그 정도일 뿐이다?

 

전: 사실 교장, 교감 선생님들도 그런 걸 싫어하시지는 않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다 도움 되는 활동들을 하니까요. 학교폭력예방도 사실 그 교사가 잘 배우면 좋은 거라서 그런 건 좋아하고 잘 도와주세요. 자기한테 뭔가 태클을 안 걸기만 바라는 거죠.

 

교: 저희는 그거를 단위학교 투쟁이라고 하는데 학교내의 민주와 비민주적인 어떤 일 처리나 그런 것에 대해서 ‘이건 비민주적이니까 민주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를 할 사람이 조합원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런 면에서 주로 부딪치죠.

 

물: 학교 내에서 어떤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능동적으로 부딪치는 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교: 네.

 

물: 강제로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고.

 

교: 그렇죠.

 

물: 그런 거 이외에는 또 다른 갈등 요인은 없다는 거군요.

 

교: 그렇죠. 뭐, 우리는 들이받는다는 표현을 쓰는데..하하. 들이받는 조합원이 없으면 편하겠죠. 전 학교에 있는 교장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교장단 회의에 가서 ‘우리 학교에 전교조 있는데 걔는 착한 전교조야’라고 얘기를 했다 그러더라구요.

 

물: 딴지를 안 거니까?

 

교: 네.

 

전,교,물: 하하하..

 

물: 딴지거는 사람은 나쁜 전교조고..

 

교: 예.

 


기본적인 전교조 조합원의 활동은 학교 업무와 하나도 안 부딪힌다. 전교조 행사나 모임은 모두 휴일에 진행되고, 학교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지역 사회의 모임이나 교육 같은 것들, 특히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 교환 같은 것들은 학교에서도 좋아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학교 운영상에 발생하는 비민주적인 요소들이 발견되었을 때 이를 시정하고자 문제를 제기하는, 쉽게 말해 들이받는 일은 거의 조합원이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 그리고 교장 교감 선생님들은 이렇게 들이받는 것을 싫어할 뿐이다.

 

이게 현실이다.

 

전교조는 애초에 주류, 혹은 다수 교원들 사이에서 환영 받지 못할 요인을 원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존재다. 왜냐고? 내부의 문제를 보아 넘기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자. 이 사람들이라고 그런 분란을 일으키고 싶어서 일으키겠는가 말이다. 이들이 들이받는 이유가 뭘까? 아무도 들이받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관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누구의 잘못이며, 전교조 조합원들이 받고 있는 미움은 누가 받아야 하는 것일까?

 


물: 전교조를 처음부터 굉장히 오래하신 분들은 어떠신가요?

 

교: 원조 전교조 분들은 자부심이 대단하시죠. 주로 이제 총회 할 때만 뵐 수 있는데..

 

물: 총회는 일년에 1~2번 하나요?

 

교: 예. 정규 총회하고 연말에 갖는 총회 정도 있는 거 같은데.. 지금같이 이렇게 공주님께서 저희를 건드려 주시면.. 하하.. 또 덕분에 자주 모였네요.

 

전: 시국이 시국이라.. 하하..

 

교: 덕분에 평소 못 보던 분들 많이 봤네요..하하..

 

물: 예, 평소에 전교조에 소속된 분들이 어떤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지 그게 좀 궁금해서 여쭤본 겁니다.

 

교: 평소 같은 경우엔 또 인권교육 같은 것도 합니다.

 

물: 아, 사례를 하나 소개를 해 주시죠. 평소 학교 내의 어떤 비민주적인 요소를 발견해서 교장, 교감 선생님들과 충돌이 났던 사례.. 그러니까 들이받았던 사례요. 하하.

 

교: 그건 좀 민감한 얘긴데..

 

물: 저도 조심해서 쓰겠습니다. 하하.

 

교: 저도 이 학교에 온 지 2년밖에 안 되어서 제가 들이받은 거라고는 되게 쪼잔한 거 밖에 없어요. 하하,.

 

‘에어컨 좀 틀어주세요’ 그렇게 들이 받았어요. 이번 여름에 발전소가 멈췄다고 해서 학교에 실내 온도가 되게 높았어요. 28도 이하로는 못 내려주겠다고 막 그러더군요.

 

‘공문에는 분명히 학교는 26도라고 되어있는데 왜 28도냐고’..그걸로 뭐 좀 행정실장하고 교장선생님하고 언성을 높였던 적이 있었지요.

 

그거 말고는 제가 볼 때 좀 이거 진짜 비민주적인 문제였다 싶은 것은.. 이건 선생님께서 얘기하시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직접 제기했던 당사자니까.

 

전: 예. 저희 학교가 아침에 '녹색어머니회'라고 교통 정리 해주시는 어머니들이 있습니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어머니께 인사도 드릴 겸 담임교사도 와서 같이 해라 이러는데, 사실 교사입장에서 설 수는 있는데 그 시간에 아이들이 담임교사도 없이 빈 교실에서 있게 되는 겁니다.

 

물: 그렇죠..

 

전: '이거는 안 된다' 했죠. 인사하고 그러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이걸 담임교사가 아이들 있는 교실을 비우고 가서 서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고, 이건 또 교사에게 주어지는 잡무에 관한 단협 위반사항이거든요. 이건.

 

물: 그렇죠.

 

전: 주번교사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하지 않기로 했는데 관리자는 계속 그걸 지시를 하시고, 저 같은 경우는 1학기 때 그걸로 많이 부딪쳤었죠. 그래서 '지회(전교조도 노동조합이다.)에 연락 하겠다'하면 관리자께서 안 하는 걸로 하자고 그러고, 다시 학기가 바뀌면 또 하자고 그러고.

 

물: 또 얘기 하고..

 

전: 예. 다시..

 

물: 하하. 그거 참.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교: 저도 궁금해요..

 

물: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하지 않는 게 맞고, 저는 선생님들이 그때 그 시간에 다른 걸 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담임선생님으로 아이들하고 같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자꾸 나가 있으라고 하는 건 교육적으로도 안 맞는 것 같은데 그걸 그렇게 주장을 하면...

 

전: 교육적으로도 안 맞고 책임을 질 수도 없어요. 사실 담임교사를 믿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놨는데 아침시간에 담임교사가 자리에 계속 없고 밖에 있으면 과연 학부모들은 그걸 좋아할까요?

 

물: 제가 학부모라고 해도 불안하죠.

 


이런 문제는 참 난감한 일이기도 하다. 녹색 어머니회라고 해서 학부모들을 동원해서 아이들 안전을 위한 교통정리를 하는데, 학부모들이 또 워낙 말이 많은 사람들이라,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같이 나와서 해 주면 좋아하고 안 나오면 무관심하다고 뭐라 하기 마련이다. 아이 키워 보면 사실 이런 거 불려 다니는 거 참 귀찮은 일이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도 인력이 많은 것이 아니다. 선생님들도 바쁘고 교직원들도 바쁘다. 누군가 나가 보면 좋긴 하지만 그걸 교실에서 아이들 돌봐야 되는 담임선생님까지 나가게 하는 건 아닌 게 맞다. 이럴 때, 원칙을 따지면서 담임교사는 못 나간다고 주장하는 선생님들과, 사람 없으니 그냥 좀 나가 있다 오면 어떠냐고 유도리를 발휘하라는 교장, 교감과는 충돌하기 마련이다.

 

이거, 애당초 학부모들 불러다가 이런 거 시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정히 아이들이 위험해 보이면 교통 시스템을 고쳐버리든가 할 일이다.

 


교: 이런 식으로 싸우는 거에요. 별 것도 아니죠. 또 학교에도 이게 삼권분립의 시스템이 있긴 있어요. 교장, 교감선생님이 행정부고, 그 다음에 학운위라고 의회의 역할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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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정확한 명칭이 학교운영위원회..

 

교: 예. 위원회에 교사위원으로 들어가서 목소리를 내죠. 가면 가장 중요한 게 돈이잖아요. 학운위에서 학교 예산을 심의하거든요. 그런데 이 학운위를 허수아비 학운위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어요. 학교장 측에서는 아무래도 예산안을 내면 그저 ‘땅땅땅’만 해주는 걸 원하는 거죠. 교장, 교감, 학교 선생님 쪽으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부장선생님들이나 그런 분들을 넣고 싶은데 제가 들어가면 싫어하죠. 하하..그런데 저는 꼭 들어가요.

 

물: 자신들이 짠 예산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싫어하는 거 아닌가요?

 

교: 어..그렇죠.

 

물: 당당하고 문제 될 게 없다면 싫어할 이유가 없는 거죠..

 

교: 예. 얼렁뚱땅 하고 싶은 거죠. 예를 들면 올해 학운위 같은 경우엔 저는 안 들어갔거든요. 제가 안가고 다른 조합원 선배님이 들어가시고 저는 참관만 하고 있어요. 이게 교사 티오가 4명이라 교감과 둘이 들어가버리면 교장, 교감, 교사, 교사 이렇게 되어가지고 선거를 치러야 해서 분란이 난다고 해 가지고, 전 안하고 그냥 참관만 하고 있는데..

 

수학여행이나 졸업앨범.. 이런 것들이 돈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그런 쪽에서 매년 하던 업체, 별로 잘 했던 업체가 아닌데 계속 이 업체만 주구장창 하자는 거에요. 그러면 이제 아무도 얘기를 안 하는데 꼭 얘기하는 조합원 선생님이 계시기 마련이죠.

 

‘작년에 여기서 이래서 저래서 말 나왔던 업체인데 업체들끼리 공정하게 경쟁입찰 했나’하고 이런 거 물어보면 되게 당황하시죠. 그래서 싫어하시는 거에요.

 

물: 그런 경우에는 유착이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죠. 그게 돈이 몇 푼 되기야 하겠어요. 잘 모르겠어요. 그거에 대해선 섣불리 얘기하기 좀 그러네요.

 

물: 그렇죠. 이건 사법적인 문제니까.

 

교: 예. 그런 건 있었어요. 한 5년 전에는 학교에 공사 했다고 하면 그건 좀 냄새가 난다, 이렇게 보고 있거든요.

 

물: 규모가 크니까?

 

교: 네..동그라미 하나 정도 떼어 먹어도 모를 거 같은 그런 분위기죠. 개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학교인데 역사관을 짓는다는 거에요. 학교 역사관을.

 

‘아니..이 짧은 역사에 무슨 역사관이냐’고 사람들이 생각하겠죠. 그 해 하필 교장선생님이 퇴임하는 해였거든요. ‘퇴임하기 전에 이거 다 해먹고 나가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고.

 

그때 조합원 선생님이 의문을 제시를 하고 막 쌍욕이 오갔죠. ‘증거 있어?’ 이러면서..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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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결론이 밝혀졌나요?

 

교: 결론은 뭐. 그 분은 무사히 정년을 마치셨고, 나중에 퇴임하신 뒤에 상부에서 감사하러 나왔었어요. 그 건은 아니고 다른 건으로 나왔죠. 수련회 업체하고 담합이 있었는데 그 업체가 걸리면서 지금까지 그 업체하고 뭐 이래저래..

 

그 업체의 사장이 무슨 퇴임 교감의 아들이었는데, 그 업체하고 연결되었던 학교는 다 리베이트가 있었던 것 같다, 뭐 그런 감사결과가 나왔었어요. 그런 식으로 해가지고 막..

 

물: 혐의가 밝혀진 건가요?

 

교: 대략 심증은 있는데.. 그런 물증 찾아내기가 힘든 것 같더군요.

 

물: 그러게요. 얼마나 조심하겠어요..

 

교: 하하..

 

물: 그럼 대략 누가 봐도 정상적인 감시 활동 수행을 하고 계시는 건데요.

 

교: 학교에서는 그렇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물: 알겠습니다.

 

교: 하하..

 

물: 그러니까 약간의 눈총을 감수하면서 항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감시 활동을 수행하고 계시는 그런 상황, 이 정도로 정리하면 되겠네요.

 

교: 예. 제일 힘든 점은 관리자야 당연히 싫어할 거고, 근데 동료교사들도 좀 그래요. 쟤는 피곤하다, 항상 딴지를 건다, 둥글게 둥글게 좀 살지.. 좀 그런게 힘들죠...씁쓸하죠..

 

물: 심각하게 왕따를 당하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요.

 

교: 예...그렇진 않아요..

 

물: 비조합원 교사들 중에도 조합에 대해서 호의를 가지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 ‘저런 친구들이 있어야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요.

 

교: 예. 있겠죠..

 


어느 집단이나, 어느 조직이나 이런 사람들은 꼭 필요하다. 만약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그 조직은 백프로 부패하기 마련이다. 요즘 학교들은 전과 달라서 오가는 예산의 규모도 무척 커졌다. 이런 감시의 눈길이 내부에 없다면 어찌될까? 소소한 부패는 당연히 시작되기 마련이고, 소소한 부패는 경우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성장하기 마련이다.

 

이런 감시의 눈길을 귀찮은 일이고 모난 짓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런 역할을 떠맡아 주는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감사는 못할 망정 그들을 백안시 해서는 안될 일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도에 지나치게 나서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의 활동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얘기다.

 


물 : 비율은 어떻게 될까요?

 

전: 저희 학교는 교사가 60명 되는데요. 조합원은 저까지 3명있어요..

 

물: 60명중에 3명.

 

전: 예. 아까 말씀 드린 그 일..(녹색어머니회에서 교통정리 하는 문제)

 

물: 예..

 

전: 그 일을 함에 있어서 교장의 앞에서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은 부장 12명 중에 한 분 계셨다고 그러더군요.

 

물: 11명은 다 그냥 하자는 대로?

 

전: 예..

 

물: 그 비율도 그렇고요. 전교조를 바라보는 우호적인 시선과 적대적인 시선의 비율은요?

 

전: 그 부분은 전교조로 갈리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제 느낌에는 전교조라서 싫어한다기보다는 개인적인 부분이 더 많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주제에 따라서 다른 것이죠.

 

물: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겠네요.

 

교: 하하

 


이들은 이러고 산다. 눈총 받고 구박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거다. 전교조의 역할은 교원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런 감시자로서의 활동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우리 사회에서 교원만큼 확실하게 고용이 보장되고 돈 잘 주는 직업도 별로 없지 않은가.

 

전교조가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혐의는 그리 많이 찾지 못하겠다. 이들이 무리하게 월급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무리하게 교원 복지를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도대체 왜 사람들은 전교조를 그렇게 싫어하는 걸까?

 


 

사건의 발생

 


물: 지금 벌어진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인지 하셨나요?

 

전: 저 같은 경우에는 1월에 알았어요..

 

물: 올해 1월...

 

전: 예..올해 1월달에 제대하고 나서 전교조 행사에 처음 간 것이 전교조 참실대회라고, 1년 동안 있었던 교육평가를 발표하는 대회가 있는데..

 

물: 참실대회라면..참교육 실천?

 

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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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참교육 실현대회..

 

전: 저희는 그냥 참실이라고 해요. 1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자리가 있는데 거기에 그 때 안건으로 올라와 있었어요. 아마 그 때가 2차 통보했을 때 같은데요. 그때 상황을 잘 아는 어떤 분이 설명하시길 ‘이건 저쪽 입장에서는 꽃놀이 패다. 절대 잃을 것이 없다’라고 하시는 거에요.

 

물: 계속 찔러볼 것이다...

 

전: 예. ‘계속 찔러볼 것이고 올해 아마 터질 것 같다’. 이런 얘기를 그때 처음 들었죠.

 

물: 선생님도 그때 들으신 건가요?

 

교: 저는 그 때가 4월 총회였던 것 같은데요. 총회 때 서울지부에서 설명하러 누가 오셔가지고 이래이래 일이 진행되고 앞으로는 뭐 아마도 나가리가.. 하하하, 될 것 같은데 우리는 그 때 어떻게 투쟁할 계획이다. 뭐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물: 사실상 알려지기 전부터 낌새는 있었다는 얘기네요..

 

교: 예..

 

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가민가 했었는데 그게 굉장히 빠르게 터져버린 거군요.

 

교: 하하..

 

전: '언제고 걸 순 있겠다'라는 건 알았는데, '설마 진짜로 걸까?' 이런 생각이 그땐 좀 많았던 거 같아요.. 설마 그걸 걸까..

 

물: 공식적으로는 9월 23인가 그때 걸렸죠?

 

전: 네. 9월 23일이 맞네요.

 

물: 일단 그렇게 막상 강경한 통보가 실제로 오니까 '올 게 왔구나'하는 생각을 하셨겠어요.

 

교: 그 때부터 고민 많이 하기 시작했죠.

 

전: 예..이게 어떻게 될 것인지 일단은 알고 있었고, 그래도 사실 그 때 겨울에 처음 들었을 때 생각은 이랬어요. 이 정부가 진짜 미친 듯이 가면, 미친 척하면 할 수도 있겠다.

 

물: 그렇지만 상식적으로 별 가능성이 없다.

 

전: 예. 상식적으로 정부가 설마 이거는 못하겠지. 그 때도 이미 근거자료들은 다 있었거든요..

 

물: 그렇죠..

 

전: 그런 근거들이 다 있는데 설마 정부가 미친 척하고 이걸 하겠냐, 그런데 정국이 돌아가는 걸로 봐서는 박근혜 정권의 힘이 정말 세지면 할 수도 있겠다, 뭐 이런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아, 정말 세졌구나, 하하, 이건 미쳤구나' 그런 생각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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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렇게 예측을 했었다. 다른 분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게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얘기고 흘러온 과정을 봐서도 정상적인 정부라면 하지 못할 일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했다.
 
누구나 예측하기를, 이건 정상적이면 못하는 일이지만 이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니까 '할 수도 있겠다. 과연 이 정권이 얼마나 비정상적인가 그게 문제겠구나'라고 예측하고 있던 일이었다.

 

물: 사실상 고용노동부에서도 이거 못하는 걸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가 갑자기 돌변했죠. 교육부에서도 그렇고. 이렇다면 이것이 총체적으로 같이 움직이고 있을 정도로 청와대가 강력하게 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겁니다. 자, 이제 통보가 왔습니다. 고민하셨겟죠.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그 과정을 한 분씩 설명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투표에 이르는 과정까지 말입니다.

 

전: 제가 먼저 얘기 할까요?

 

물: 예

 

교: 예. 얘기하세요.

 

전: 며칠은 그냥 감정적인 판단이 많았던 것 같아요.

 

물: 감정적으로?

 

전: 예. 어떻게 해야 되지? 투쟁을 해야 하는 건가? 정말 혼란스러웠다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거의 한 일주일을. 추석연휴 끝나고 나서 사람들을 만나도 다 혼란스러워 하는 거죠. ‘뭐..어떻게 되는거야’ 추석 끝나고 나서 대의원대회가 잡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대의원대회에서 뭔가 가닥이 나오겠지, 그러면 그 결정에 따라 조합원들끼리 힘을 모아서 대응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러니 일단 대의원대회를 기다려 보자' 지회장님을 대의원대회 전에 한번 만났을 때 그 분도 대의원대회에서 결정을 할 것이고 혹시나 의견이 있으면 대의원들한테 말을 하라고 그랬는데 그 때 의견을 못 줬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물: 예..

 

전: 제가 혼란스러워서...

 

물: 그 때까지 결론을 못 내신 거에요?

 

전: 예. 그때는... 그런데 대의원대회 결정이 났는데 무슨 결론이 나온 것이 아니라 평조합원들 투표를 하게 되었다는 거에요. 저희가 결정하게 된 거죠. 결국엔 또 다시.. 이제는 좀 진지하게 따져야 되는 때가 온 거죠. 그때부터 선생님, 비조합원 선생님들한테도 얘기를 막 꺼냈어요.

 

물: 비조합원 선생님들은 뭐라고 대답을 하시던가요?

 

전: 그것도 성격마다 다른 것 같아요..걱정이 많으신 분들은, 그러니까 전교조에 대해서 긍정을 하고 있고 그러신 분들일수록 오히려 수용을 해야 한다고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수용이라는 것은 해고된 조합원들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쪽으로 규약을 수정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동지들을 배신하라는 쪽. 하지만 수용하게 되면 전교조는 당분간 합법노조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는 결과가 온다.

 


물: 수용하는 게 맞다?

 

전: 그러니까 ‘전교조가 없어지면 어떡해, 전교조가 지금 일 많이 하고 있는데..’ 이런 거죠.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막상 별로 도움이 안 되었어요. 조합원으로서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 분은 지금 그 분한테 유리한 쪽으로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니까요.


 

'전교조의 존재는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전교조에 가입해서 활동하기는 좀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전: 딴 선생님들 얘기를 들어보고.. 제 주변 여론조사를 해 보고..‘이런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뭐 이런 질문을 계속 했죠. 그러면서 제 경우에는 좀, 그것도 한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야 반대쪽으로 굳어졌던 것 같아요.

 

물: 강경한 쪽으로 마음을 정하셨군요.

 

전: 어..네..

 

물: 그렇게 되면 닥쳐올 상황을 알고 계시잖아요.

 

전: 예, 그렇죠..

 

물: 수용한 뒤의 상황보다 그 쪽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전: 상황은 힘들어지겠지만 수용을 해서는..사실은 지금의 전교조에 대한 비판도 많아요. 합법화는 되었는데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해왔는가. 우리가..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어떻게 만들어낸 합법화인데.. 전교조인데..’ 였어요.


그 말에서 저는 ‘그렇게 만들어진 전교조가 과연 잘 하고 있었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전교조를 부정하는 그런 시각은 아니었고, 오히려 그러니까 '내가 들어가서 더 열심히 뭔가 도와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이런 생각이 많았었는데.. 이번에 그걸 수용하게 되면은 그 길에서 너무 멀어져 버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에요.

 

물: 고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전: 예. 전체 한국 사회의 문제도 있는 거고, 전교조가 과연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앞으로, 지금 제가 생각할 땐 원래 가려던 방향에서 약간 벗어나 있었는데 너무 많이 벗어나 버리는 게 아닐까..

 

물: 수용을 하게 되면 더 많이 벗어날 수도 있다.

 

전: 예.

 

물: 차라리 거절하는 쪽이 그나마 원래의 방향으로 좀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전: 예. 거절하게 되면 사실 뒤로 퇴보하는 거잖아요. ‘합법화에서 다시 비합법으로 퇴보는 할지언정 방향은 지킬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컸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그랬고, 근데 현실적인 여건은 이쪽 의견도 저쪽 의견도 많이 있고,


근데 제가 모든 정보를 다 알아서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의견은 어쨌든 분분했어요. 저는 반대를 했고, 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건 저랑 대학 내내 같이 했고, 지역에서 같이 활동하는 친구였어요. 그 친구는 수용이었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래서 ‘그래, 넌 수용해. 난 거부인 거 같아’라고 둘이 그렇게 얘기를 정리했던 거 같아요..

 

물: 두 분이 굉장히 얘기를 많이 하셨겠네요..

 

전: 예..둘 다 서로 공감하고 있는 문제라서요.

 

물: 그러니까 서로 상대 입장까지 다 알고 있고, 다 공감하고 있지만 미세한 저울 눈금의 차이로 수용과 거부가 결정 났군요.

 


이런 결정,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사람들, 전교조를 심심해서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이 걸려 있고, 자신의 삶의 의미가 걸려 있는 것이다. 평생을 교육자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하고 교대를 졸업해서 자격을 따고 학교에 발령받는 그 과정 모두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지키기 위한 삶의 과정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좀더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택한 전교조라는 길이 어느 날 갑자기 정부에 의해 법적 지위를 박탈당하고 과거로 십 년이 넘게 퇴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선택을 강요 받는 상황이 와 버린 것이다. 수용을 해 봤자, 바로 뒤이어 또 어떤 요구가 나올지 뻔하게 예측되는 상황, 거부를 하면 당장 법적 지위가 박탈되고, 앞으로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어떤 압박이 다가오게 될 것인지 역시 뻔하게 보이는 상황.

 

어떤 선택도 좋은 결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이 겪게 된 고민의 두께를 조금이라도 공감해 보고 싶은 거다.

 


교: 저 같은 경우에는 그냥 딱 봤을 때 이건 수용 못하겠다 그랬는데요. 하하...

 

물: 처음부터?

 

전: 예, 못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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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왜 그러셨어요?

 

교: 순차로 처음 3월에 이걸 들었을 때 4월이었나, 총회 때 들었는데 해직되어있는 조합원이 9명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조합원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며, 미래에 혹시 투쟁을 하다가 해직 당하는 사람이 나오면 그 사람들도 이제 조합원 자격을 자동 상실하는 거잖아요.

 

물: 그렇죠.

 

교: 그러면 어떤 머리에 총 맞은 놈이 조합을 위해가지고...

 

물: 퇴직을 하고..

 

교: 예. 퇴직을 각오하고 누가 투쟁을 하겠어요. 그 생각이 드니까 전 수용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러고는 이제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하하...

 

물: 선생님은..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쪽이시군요.

 

교: 전 그냥.. 별로 생각을 안 하는데요..하하..

 

물: 하하하..

 

교: 옷 고를 때도 그냥 첫 집에서 주로 사고요..하하.. 첫 집에서 안 사면 돌아서 결국 첫 집으로 오게 되더군요.

 

물: 수용은 못하겠다고 결정을 내리셨군요..

 

교: 내려놨는데 9월에 마지막 통보가 오고 막 토론을 하면서 그 수용의 어떤 입장을, 그 전에는 그러니까 수용을 하는 사람의 논리랄까요, 그런 걸 제가 접해본 적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 때 제 주변의 모두가 투쟁을 하자는 쪽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로 그쪽 말만 들었던 거 같은데 다시 저쪽 말도 들으니까 일리가 있고, 조직의 실리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이쪽이 더 이익이 있는 선택인 거 같고, 현실적으로 박근혜 정부 5년을 일단 버티고 나서 그 다음에.. 


이 사람들하고 말이 안 통할꺼 같은데, 우리가 뭘 투쟁을 하던 말던 그냥 촛불정국을 헤쳐나가는 거만 봐도 '귀 막고 안 들림' 이러고 그냥 계속 있어버리면 힘 빠지는 쪽은 우리고..

 

물: 그렇죠.

 

교: 그런 생각이 들면서 거의 마음을 바꿨어요. 거의 다 마음을 바꿨었는데 막상 투표 용지에 찍을라니까 이게 손이 안 가더라구요. 미래에 그 퇴직 조합원들을 배제시킨다는 그 조항, 그게 그 어떤 조합원이 바로 내가 되고 내가 짤릴 수도 있는 건데…. 하하

 

물: 차마 못찍겠더라?

 

교: 하하..네..

 

물: 그러니까 초기에 결정을 내렸는데 중간에 약간 흔들렸다가 결국 초기의 결정으로 돌아가셨네요..

 

교: 거의 바꿨는데 도장은 못 찍겠더라구요..

 

물: 음.. '도장은 못 찍겠다'라는 것이군요.

 


이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비록 말은 '퇴직 조합원의 자격을 배제해 버리면 누가 조합을 위해 싸우겠는가' 하는 전략적인 면을 얘기하고 있지만, '함께 했던 조합원을 우리가 안 지키면 그게 막상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누가 나를 지켜주겠는가'하는 의리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이런 뜨거운 감성일 수도 있다. 이런 결정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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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여태는 각자 개인의 입장을 말씀 하신 것이고, 예상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이거 '투표 결과는 어떻게 나올 것이다'라는 부분.

 

교: 솔직히 전 수용이 많이 나올 줄 알았죠..하하..

 

전: 저도 수용일 줄 알았어요.

 

물: 거의 대부분의 분들이 그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교: 예.

 

전: 저도 그랬죠.

 

물: 결과가 7:3으로 나왔잖아요.. 왜 이랬을까요..어떻게 보세요?

 

교: 하하..

 

전: 어제도 요 얘기하면서 술 많이 마셨는데..

 

물: 그게 궁금한데요.

 

전: 학교 선배교사...원로교사는 그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너 전교조 들어온 지가 별로 안 돼서 전교조를 꽤 얕보고 있었던 거야. 나 같은 사람도 예전에 지회장하고 정말 운동에 투신했던 그렇게 열심히 하던 사람인데. 나 지금 일개 조합원이야. 나 같은 사람들이 다 일개 조합원인 조직이 전교조야. 사방에 나 같은 사람들이 숨어 있는 것이 전교조야. 근데 니가 수용이 나올 거로 생각했으면 너무 얕봤던 거 아니냐..’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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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 일그람 감동적이었다. 80년대에 시작된 전교조가 걸어온 역사를 이해한다면, 그 당시 피눈물 나는 가시밭길을 걸어왔던 사람들이 지금 모두 다 어디로 날아가 버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저 선배교사의 말은 충분히 우리들 가슴 속에 파고 들어올 만한 아픈 말이었다.

 

우리는 우리를 얕보고 있던 것이 아닐까? 우리가 걸어온 길의 두께를 잊고 있었고, 지레 포기하고 지레 비관하면서 우리들 스스로를 지나치게 비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 그 사람들이 지금 뭐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고, 전교조의 방향이 좀 많이 틀어진 것 같고...이렇게 겉으로 보이더라도 그 사람들 속에는 정말 진짜들이 많이 있었다, 그게 이번 투표로 드러났다...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거죠?

 

전: 네.

 

사실 너무 의아해서요. 저희 학교에 전교조 선생님 3분 계신데 그 중에 한 분이랑은 얘기를 못 해봤고, 다른 한 분은 그냥 ‘저 이거 총회 내일 들으러가요, 설명 들으러 가요.’ 그러니까 ‘그래, 잘 듣고 와봐.’ 해서 갔다 와서 ‘어때..분위기가?’, ‘저희보고 결정하래요’ ‘그래? 수용해야 되지 않을까’ 이러셨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투표하고 ‘난 거부했어’라고 하시는 거에요.

 

물: 하하. 수용 할 것처럼 얘기를 하시더니..

 

전: 예.

 

물: 막상 본인은 가서 거부하고..

 

전: 3일 전에 수용이라고 말씀하셨으면서, 근데 그 분은 그런 게 있다면 온건파, 되도록이면 마찰보다는 부드럽게..

 

물: 잘 풀어가자..

 

전: 평소 그런 주의인데 왜 거부를 찍었을까, 너무 이상하더라구요..

 

물: 그런 분들은 진짜 왜 거부를 하셨을까요. 다 수용이라고 말씀하시다가.

 

교: 글쎄요. 하하, 이거 참.

 

물: 선생님처럼 마지막 순간에 차마 못 찍어서..

 

교: 그럴 수도 있겠고..

 

물: 저도 나름대로 관심이 있다면 있는 쪽인데요.

 

교: 네.

 

물: 저는 잘해야 겨우 이길 거다. 수용이 거의 반 가까이 육박 할 거다. 그러니까 한 51:49, 52:48.. 이 정도로 나오지 않을까. 혹시나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수용이 많을 수도 있다. 그렇게 봤었거든요. 결과 딱 보고 저는 깜짝 놀랬어요.

 

교: 저도 놀랬죠. 하하..

 

물: 놀래는 순간 이제 걱정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거죠.

 

전: 그죠.

 

물: 예,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교: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

 

물: 얘기를 들어보니까, 학교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원천징수가 되던 조합비가 이제 막힐 거 아닙니까?

 

전,교: 예.

 

물: CMS(Cash Management Service - 은행의 컴퓨터와 거래처의 컴퓨터나 단말기를 통신회선으로 연결하여 거래처에 금융거래정보의 제공, 자금의 효율적 관리, 자금대체 등의 서비스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 서비스의 주된 내용은 ① 잔고조회, 입출금명세 등의 거래내역 제공, ② 송금, ③ 대체에 의한 자금의 집중관리, ④ 환율, 금리 의 시황정보 제공, ⑤ 증권매매와 거래명세보고 등 증권거래, ⑥ 포트폴리오분석, 재무분석 등의 서비스제공이다. 시스템을 만들고 계시다고 하더군요.

 

전,교: 예..

 

물: 두 분은 그러면 CMS으로 돌리고 법외노조가 되더라도 계속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실 계획이신가요?

 

전: 그죠.

 

교: 저희 같은 사람이야 뭐, CMS되면 더 편해요. 하하.

 

물: 아..그러세요?

 

교: 왜냐하면 이명박 때부터 매년 갱신하라고 그랬거든요..

 

물: 이명박이 그걸로 괴롭혔군요.

 

교: 되게 귀찮아요. 그거..

 

전: 그게 무척 효과적이었어요. 조합원 숫자를 줄이는데요. 매년 엄청나게 떨어져 나갔죠.

 

교: 해마다..할 때마다 그게..좀 눈치가 보이거든요..

 

물: 아..그런 면이 또 있었구나..

 

교: 예..아무도 안 하는데 나 혼자 행정실에 가서 ‘아..이거 조합원 갱신 해달라고..’

 

물: 그게 좀 그렇겠네요.. 약간 좀 민망하기도 하고..

 

교: 예.

 

물: 근데 여기서 한 가지 좀 더 강한 질문이 있습니다. 정부가 좀 더 독하게 나오면서 '전교조 불법이니까 거기 가입한 분들 해임시키겠다' 마치 80년대처럼요. 전 충분히 그렇게 나올 가능성이 있는 정부라고 생각하거든요.

 

교: 그렇게 나오면 이제. 또.. 9월에 고민하던 내용을 계속 고민해야죠. 이제 그만두고 뭐하지? 이런 면에서요. 하하

 

물: 9월에 해직도 고민하셨나요?

 

교: 예..9월 23일에.. 하하..혹시 짤리면 뭐해야 되지? 뭐 이런 생각을 했었죠.

 

물: 그러면 지금 짤리면 뭐할까라는 고민을 하셨다는 얘기는 짤리더라도 전교조를 하겠다라는 얘긴가요.

 

교: 많은 고민이 되죠.. 이게 또 가장이다 보니. 하하

 

물: 그러니까 가정이 있으시니까요.

 

교: 예.

 

물: 80년대 말에 노태우 시절에 그때 함께했던 수많은 분들이 90년대 복직되었다 하더라도 그 사이에 겪어야 했던 그 고통과,,

 

교: 그죠.

 

물: 결국 복직이 안되신 분들도 많을 거고, 직업을 바꾸신 분들도 많이 있고..

 

교: 예예..

 

물: 이게 다시 재현될 상황이 되었고 또 복직투쟁을 해서 복직이 된다 하더라도 이 정권이 끝난 다음이어야 될 거고..

 

교: 근데 이게 골 때리는 게 만약에 전교조 조합원들의 자동이체 시스템을 지네가 다 해지해 버리면 조합원이 누군지를 알 방법이 없어요. 하하..

 

전: 현실적인 수준에선 아마..지도부 중심의...

 


이 분은 이미 지도부 중심의 해직 사태를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물: 그렇죠..중심적으로 활동을 많이 하시는 분들은 전부 파견 근무가 불가능해 지니까 학교로 복귀해야 되는데, 그 복귀를 거부하면 바로 또 해임조치잖아요.

 

전: 이번 일 겪으면서 선배들한테 젤 많이 물어봤던 게 바로 그 비합시절 얘기였어요. 그 사이에 과정을 젤 많이 물어봤는데. 사실은 그 때도 전혀 예상을 못했다 하더라구요.

 

사실 그때 지도부의 예상은 500명 미만, 그러나 선택을 하라고 했고 거기에 많으면 500? 500도 안될 것이라고 지도부는 다 그렇게 판단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1500여 명이 그것을 썼다는 거에 대해서..

 

물: 거의 1600여명에 육박하는 숫자가...

 

교: 짤려도 하겠다 이거죠. 하하..

 

전: 모두가 놀라는 그런 상황이...

 

물: 이번에도 그게 재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교: 그럼 우리나라 이제 OECD 탈퇴하게 되겠죠.

 

전, 교, 물: 하하하..

 

교: 이 내용이 OECD 가입 조건이었다는데.

 

물: 탈퇴하는 게 아니라 강퇴 당하겠죠.

 

전: 강퇴 당하겠죠. 근데 이번엔 그렇게는 안되더라도 현실적인 상황에서 봤을 때 지도부 중심의 어떤 중징계가 내려지면은 CMS 걷히는 게 오히려 잘 걷히지 않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물: 더 늘어나지 않을까?

 

전: 그게 몇 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교: CMS는 조합원이 아니라도 낼 수 있거든요..하하..

 

전: 네..

 

교: 우리학교에서도 벌써 그냥 비조합원인데 돈 내겠다는 분들이 막 나오고 있어요.

 


어쩌면 이 정권은 건드려서는 안될 사람들을 건드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교조 조합원 자격도 유지하지 않던 교사들이 스스로 전교조에 힘을 보태주겠다고 나서기 시작했다는 거다.

 

물론 법외노조가 되면 전교조를 마치 보험처럼 이용하던 사람들, 전교조의 정신하고는 관계없이 유사시 도움만 받겠다고 생각하던 이기적인 조합원들은 대량으로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진짜 교육을 생각하고 전교조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음으로 양으로 돕기 시작할 것이다.

 

나아가 전교조에 대한 여론도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물: '오히려 CMS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조합원 자격이 아니더라도 돈은 내겠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 시작되는군요.

 

교: 하하..

 

물: 제가 보기엔 아마 정부에서는 OECD쪽이나 ILO쪽에서 뭔가 집행하고 들어오기 전에 중심에 계시는 분들은 후닥닥 일단 자르고 볼 거 같아요.

 

전: 글쎄요. 전교조가 상황은 열악하지만 열의는 장난 아니에요. 제 친구, 그 첨부터 끝까지 수용해왔다는 그 친구는 누구보다 강경이 되었거든요. 걔는 사실은 전교조를 못 믿었던 거죠..

 

교: 그런 생각 저도 있었어요..하하

 

물: '내가 뭐 강경하게 거부하겠다고 해봐야 전교조 다수가 수용할텐데'하는 생각이었다가, 70%를 딱 보고 굉장히 강경해졌다. 그게 참 복잡하네요.

 

개인만의 판단도 아니고 내가 속한 집단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못 미더워 하다가 그걸 발견함으로써 확신을 갖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투표결과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네요.

 

전, 교 :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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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는 아이러니 한 일이다. 전교조가 합법화 이래 별다른 업적을 만들지 못하고 여론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조합원 숫자는 감소되면서, 온갖 언론에 몰매를 맞고 있던 상황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조합원들 스스로 자신을 못 믿게 된다.

 

그 결과 모두가 '나야 강경하게 싸우고 싶지만 대부분이 정부 안을 수용하자고 하지 않겠나'하는 자포자기에 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우리 안의 70%가 아직 싸우려고 하고 있다는 모습을 발견하고 용기를 되찾은 거다. 스스로의 모습에 스스로들이 감동 받은 거다.

 

어쩌면 이 정권에게 감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졸라 고맙다, 우리 안에 잠든 우리를 깨워 줘서.

 


 

앞으로는?

 


물: 앞으로는 어찌 하실 계획이십니까?

 

교: 글쎄 뭐..수업해야죠..하하. 수업하고 이제 뭐 또...중앙에서 집회 하자..그러면 집회 나가고.

 

물: 설마 일반 평조합원한테 또 각서를 요구하지는 않겠죠?

 

교: 탈퇴각서요?

 

물: 예. '각서를 안 쓰면 짜르겠다' 이런 식으로.

 

교: 아. 그럼 뭐.

 

전: 네..그럼 선생님 성격에는 찢어버리실 거 같은데요?

 

교: 하하..뭐가요.

 

전: 그냥 화나서..

 

교: 하고 짤리는 쪽으로?...하하

 

전: 난..됐어요...하고...

 

물: 선생님은 어떻습니까? 각서를 들이밀면..

 

전: 전 아직 젊으니까..먹고 살 방법이 있겠죠..

 

물: 각오는 하신거군요.

 

교: 교대 나와서 딴 곳에 취직도 안 되고... 딴 거 뭐하고..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요즘엔..뭐라도...설마..죽겠어?

 


이 사람들, 해직을 각오하고 있다. 이 분들이 해직되는 일이 생겨서는 절대 안되지만, 그래도 모른다. 과연 어떻게 될까.

 


 

반성, 그리고 또 반성

 


물: 전체적인 상황은 정리가 좀 된 거 같고요, 두 가지 질문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여태껏 전교조가 해온 과정에 대한 반성,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가'하는 질문입니다.

 

교: 예..하하..저부터요?

 

전: 네..

 

교: 14년 동안, 저는 그러니까 2006~7년 그때부터 교직에 있었는데 조합원이 된 거는 2년밖에 안되니까, 합법화되고 나서 전방위 5년은 교대생의 신분으로 전교조를 바라봤고,,그때 봤을 때는 뭐랄까요.. ‘너무 오버한다’..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물: 전교조가 너무 강경하다?

 

교: 네. NEIS(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교육행정정보시스템.시·도 교육청에 시스템을 구축해 모든 교육 행정기관 및 초·중등 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행정 처리는 물론 전 교육 행정 기관에서 처리해야 할 학사·인사·예산·회계 등 교육행정 전체 업무를 전자적으로 연계 처리하는 시스템. 기존의 폐쇄적인 클라이언트 서버(CS) 시스템이 학생 데이터를 해당 학교에서만 활용하는 것과 달리 NEIS는 학생 전출입 및 진학 시 관련 정보를 자유롭게 전송하는 등 편리한 학사 행정을 지원하고 학부모가 자녀의 학습 성과를 집에서 살펴볼 수 있어 자녀 지도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성 때문에 전교조를 비롯한 관련단체에서는 정보유출 우려를 제기하면서 NEIS의 운용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투쟁하고 그랬을 때요..제가 대학생 신분으로 봤을 때는 ‘어, 저거 손으로 하건 컴퓨터로 하건 똑 같은 거 아냐?’ 이랬어요. 하하..‘왜 저렇게 막 다 나와가지고 저러고 있나, 저렇게 투쟁하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않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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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네..

 

교: 지금 와서 보니까, 글쎄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좀 아쉬운 거는 '노동 현안에 대해서 발벗고 나섰던 적은 없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물: 그러니까 지금 말씀하신 노동 현안은 학교 말고 외적인?

 

교: 예..

 

물: 사회적인?

 

교: 그렇죠, 뭐. 쌍차라던지..또 뭐가 있을까요?

 

물: 그게 노동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부족했다라는 것은 밖에서 보기에는 전교조가 자신들의 문제에만 집중했다, 이기주의다, 뭐 이런 얘기겠네요.

 

교: 그렇게 비칠 공산이 되게 크겠죠.

 

물: 그렇죠..

 

교: 사실 NEIS 문제는 그렇게 투쟁을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가와 중앙서버에 전국민의 어떤 교육정보가 다 안 담기고 다 분산되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긴 했어요. 그런 결과가 나왔던 거는 교사로선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물: 예...

 

교: 그걸 제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대학생시절에 봤을 때는 ‘왜 겨우 저걸로 저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물: 그건 홍보의 문제 같기도 합니다.

 

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겨우 저런 컴퓨터 문제로 저래' 이런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좀 많이 아쉽죠., 아마 여력이 없었던 것이긴 하겠지만...하하..

 

물: 그렇군요.

 

교: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정말 개인적인 생각인데 계속 얘기하는 거지만, 그냥 평소에도 얘기하는 건데요. 그냥 박근혜고 뭐고 하야투쟁으로 가자고 하고 싶은데요. 안되겠죠?

 

물: 아, 대놓고 그걸 하자고요? 하하하하..

 

교: 앞으로 막장이니까요. 하하.

 

물: 어차피 전교조고 뭐고 다 필요 없고, 막장으로 가자, 이제 하야투쟁으로 가자?

 

교: 너네 투표 잘못했다, 그런 식으로 나가는 거죠. 하하.

 

물: 인기는 좀 있으실 거 같습니다.

 

전: 하하..

 

교: 조합의 입장은 아니라는 것을 밝힙니다. 하하..

 

물: 지금 모든 얘기는 조합의 대표성을 가지고 하는 건 절대 아니구요. 경기도에 계시는 모 초등학교의 한 선생님으로서 하시는 겁니다.

 

교: 저를 찾아 낼 것 같아요. 하하.

 

전: 하하. 아는 사람은 다 알 거 같어.

 

물: 외부적으로는 학교명조차 밝히지 않을 생각입니다.

 

교: 촛불 발언대에 올랐던 사람들조차 막 찾아 내더만요. 하하.

 


처음부터 발언기조가 좀 강경하다 싶더니 다이렉트로 하야 투쟁으로 가자는 얘기를 꺼낸다. 본 주장은 딴지일보와는 아무 관계없고요~ 기사 쓴 인간하고도 아무 관계 없습니다. 저는 저 선생님 누구신지 몰라요.

 


물: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저도 과거의 문제에 대한 아쉬움은 비슷해요. 대중의 지지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방향으로,.

 

물: 하강세였죠..

 

전: 예.. 그게 특별한 사항을 잘못해서 그랬다기보다는 잘 안고 가지 못했다는 거죠. 그 기대에 부응을 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진보를 했어야 되는데..대중의 지지를 잃고 있다는 게 참..

 

저는 이제 NEIS 그때 생각할 때도 그게 아쉬웠거든요. 그때는 한참 또 투쟁이 마치 전산화를 거부하는 듯한...

 

물: 예. 러다이트 운동 비슷하게 좋은 시스템이 들어오는데 막고 있는 것처럼..

 

전: 예. 언론에서도 다 그렇게 몰고 갔죠. 사실은 그래서 제가 조합원이 돼서 젤 먼저 물어본 것이 그거였어요. ‘솔직히 그건 좀 잘못한 거 아니냐’고. 


데 나중에 듣게 된 거죠..‘그게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NEIS를 생각하면 안 된다. 그건 끝까지 투쟁한 결과 지금 우리가 얻어낸 결과가 반영된 시스템이다’, ‘다 막아놔서 요런 거였지. 원래 정부에서 기록하란 거 다 기록했으면 이거는 정보인권이란 게 아예 없는 나라가 되었을 거다’

 

생각을 하면 ‘그래..이유는 있었구나’라고 이해는 하면서도 아쉬운 거죠. 대중의 지지를 계속 잃어버린 겁니다. 그걸 열심히 알렸어야 되는데 사실은 그때는 우리나라는 정보인권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거든요.

 

물: 없었죠..

 

전: 별로 없었고..

 

물: 그렇기 때문에 대중의 지지를 받기 힘들었던 문제인 거 같아요...

 

전: 예, 참 우직한 사람들이에요. 나중에라도 계속 알렸어야 되는 건데... 우리가 안 막았으면 애들 1학년때 누구랑 싸웠는지가 지금 다 기록이 되었을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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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그렇죠.

 

전: 근데 전교조 조합원 선생님들이 자랑하고 다니진 않죠. 대중의 지지를 많이 잃은 게 아쉽고..

 

물: 그런 거는 일종의 홍보의 부족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전: 네.

 

물: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전교조 내부의 문제는 관심이 많고, 사회적 상황에는 무관심했다' 이거에도 동의를 하시는 건가요?

 

전: 네..그렇죠..

 

물: 혹시 다른 문제는 뭐..

 

전: 근데 좀 특수성은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조금은 생각이 다른 게..

 

물: 예.

 

전: 전교조가 노동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알려주자... 전교조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전교조가 합법화 될 때 그 많은 것을 양보하고 그런 부분의 계산이 다 깔려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로서 정말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알렸으면은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구요.

 

또 아쉬운 점은, 철학의 부재? 그 당시에는 촌지를 안 받는 거, 그냥 깨끗한 거만 가지고도 다 되었고 충분히 이슈가 되었는데...

 

그 다음도 우리가 어떤 그런 철학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었어야 된다는 거죠. 우리가 처음에 이렇게 깨끗함, 공정함을 이끌어 갔듯이 그 뒤에도 계속해서 전교조는 교사입장이기 때문에 도덕적 우위에서 계속 이끌어갔어야 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정부가 하는 일의 반대, 반대, 반대만 하니까.

 

그러니까 이제 일반 비조합원 교사랑 전교조 교사랑 뭐가 다른가에 대해서 지금은 할 말이 없어졌다는 거, 그게 아쉽죠.

 

물: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전: 앞으로요? 그래서 도덕적으로 잘 살아야죠..하하

 

물: 하하.

 

전: 조합원으로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올바른 일을 해나가야겠죠..CMS 열심히 내고.

 

교: 하하..

 

전: 하하..투쟁 열심히 해야죠..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들이면서 중요한 부분은 다 언급하고 있다. 일을 제대로 해놓고도 알리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슈를 선점하고 논의를 이끌어 갈 만한 주제를 제시하지 못하고 사사건건 정부의 제안에 대한 반대만을 지속하다가, 맨날 반대만 하는 조직이라고 낙인 찍힌 점, 기타 등등 여러가지 전교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소회들이 흘러 나온다.

 

내부에서도 다 알고 있다. 미처 지면에 옮기지 못하는 진짜 문제들도 다 알고 있다. 도대체 이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의 교육을 맡겨 놓으면 안 되는 이유를 나는 절대 찾지 못하겠다.

 


 

마무리

 


물: 예..근처에 아시는 분들 말고 전국에 퍼져 있을 수많은 조합원들에게 같은 동지로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저는 꼭 하고 싶은 말은..

 

물: 예..

 

전: 거부 찍었으면 이젠 열심히 투쟁 하셨으면 좋겠어요.

 

물: 거부 찍고 그만두지 말고?

 

전: 예..거부 찍고 안 나가지 말고...거부 찍고 투쟁 안 나가지 말고..이제 거부 찍었으면..

 

물: 선생님은요..

 

교: 다 같이 투쟁합시다..하하.

 

물: 알겠습니다.

 

교: 사람들이 다 모이면 총대를 멜 수도 있을 거 같은데...‘자,.합시다!’ 하는데 뒤에 아무도 없으면 되게..

 

물: 썰렁하죠..

 

교: 네.. 그러니까 다 같이 투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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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잘 알겠습니다. 이것으로 일단 공식 인터뷰는 다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공식적인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 되었으나 이야기는 잠시 더 이어지면서 지면에 옮기기 힘든 얘기들이 오갔다.

 

쉬운 상황은 아니다. 저 사람들은 지금 무척이나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생활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직장을 그만두게 될 지도 모르는 각오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로는 그만두고 나가도 먹고 살 게 없겠냐고 큰소리 치고 있지만 그 속이 어떠할지는 미루어 짐작이 가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도 자신들이 무엇을 했어야 하는지, 무엇을 못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더 이상 긴 얘기는 하지 말도록 하자.

 

겉에서 보는 전교조, 비난하는 사람들의 얘기, 지지하는 사람들의 얘기도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그 문제를 직접 겪고 있는 당사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딴지일보 독자 여러분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다.

 

여태껏 가장 밑바닥에서 전교조 말단 평 조합원으로 활동을 하시는 두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무척 속상하고 힘든 인터뷰였다는 것을 밝혀 둔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마친다. 졸라~


끝.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