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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리무진 정류소에 도착을 하니, 전 여자친구가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아놔... 넌 옷이 그게 머냐? 내가 죽으러 가냐?"


작은 키에 뽀얀 피부, 단발머리, 위아래 원피스를 입고 둥그런 밀집모자를 쓰고, 검정색 원피스. 

"상복 입고 왔냐? 가슴에 뭐 하나만 달면 상복이네..."


"그래도 와준 게 어디냐? 혼자 갈래? 그냥 나 집에 갈까?"


난 조용히 표 두 장을 끊고, 둘이 나란히 앉아서 창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태풍으로 인해 비가 많이 온 후라서 그런지, 꿉꿉한데도 전 여자친구는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재잘댔다.

"오빠, 공항 가서 좀 잼있게 놀다가 가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자. 응? 오빠 가기는 가는구나. 진짜 가는구나..."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되나? 아, 오늘 취소하면 다 없어지는구나..."


난 가는 내내 별 얘길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공항은 좀 한산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우리 둘 옆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 티켓팅을 마치고, 둘이서 짜장면을 한 그릇 했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난 비행기를 타기위해 검색대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잘 있어. 그동안 오빠가 많이 미안했다..."


여자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금새 따라 내리기 시작했고, 울먹이며 힘겹게 말을 꺼냈다.

"오빠, 가서 아프지 말고, 안전하게 미국 잘 들어가고. 미국 들어가면 나 같은 애 잊고 살어. 돈 많이 벌어서 페이스북에 올리고..."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하염없이 울었다. 난 그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돌아서서 자동문 안으로 들어갔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아 공항 검색대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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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12시간만에 캐나다에 도착했다. 전에 캐나다 입국심사가 많이 힘들단 얘기를 들은 게 어렴풋이 생각났다. 록커브 역시 그런 말을 언급했던 적이 있다.

하필이면 또 내 앞에서 중국인처럼 보이는 여자가 이민국직원이랑 같이 가는 게 보였다. 내 차례가 오자, 난 밝은 표정으로 이민국 직원에거 걸어갔다.

"(공항검색대)안녕~ 캐나다는 처음이야?"

"응. 나 여기 처음이야."

"무슨 일로 왔어? 비행기는 돌아가는 거 한 달 끊었네?"

"응. 회사를 잠깐 쉬게 되어서 한 달 동안 여행을 왔어."

"한 달 동안... 여행 온 거 맞아?"

난 지갑에 있는 모든 신용카드와 돈 7000불,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 사원증, 회사에서 쓰던 노트 등을 미리 준비한 것처럼 꺼내 보였다.

"KT가 뭐야?"

"응 휴대폰 회사야. 나 여행 온 거 맞고 벤쿠버에서 나중에 토론토 쪽으로 갔다가 여기서 다시 귀국할 거야. 민박도 잡은 거 있고. 돌아다니면서 묵을 거야."

시나리오 만드는 건 아주 천재다.

별 의심없이 캐나다 입국을 끝내고.

"아, 앤디 씨~ 멀쩡하게 생겼네~ 반갑습니다. 록커브라고 합니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환하게 웃는 눈꼬리는 자글자글한 주름때문에 불독 주둥이와 흡사했다. 나이는 50대가 넘어보였다.

"비행하느라 힘들었지? 어떻게, 한 번에 통과 했네? 여기 앉아서 담배 하나 태우면서 잠깐 쉽시다."

"안녕하세요~ 별 문제 없이 통과 했어요. 이제 긴장이 좀 풀리네요. 아저씨 민박으로 가는 건가요? 어디로 가는 건가요?"

난 캐나다에 도착을 하고 록커 아저씨를 보자마자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아 참, 이제 출발 할 건데 민박으로 가지 않아요. 오늘 국경쪽에 있는 모텔로 갈 겁니다. 원래 혼자는 잘 안 넘어가는데 사람들이 늦게 올 것 같아서 혼자 넘어가는 걸로 하는 거니까 오늘 푹 쉬어요"

"그럼 일찍 가는 거에요? 뭐 위험하거나 그런 거는 없지요?"

"그런 거 없으니 푹 쉬어요."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도착한 모텔에 짐을 풀고 잠을 잤다. 그날 만큼은 정말 편하게 잘 잤던 것 같다. 아침일찍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오늘 갈 거니까 준비하세요'란 메시지와 함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차가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나가보니 어떤 외국인 여자와 록커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뒤에 타라고 했다.

외국인 여자는 날 도와줄 여자라고 했으며 계획은 대충 이랬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차량을 타고 가면 이민국이 있단다, 그 주변은 공원이고 외국인들이 날씨가 좋으면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는 장소라고 한다. 도착하면 알겠지만, 국경이라고 해서 펜스가 쳐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과 집 사이라고 한다. 공원 근처에는 큰 해변이 있고 거기에서 조개를 주우며, 해변가에서 관광객처럼 하고, 놀다가 올라가서 차를 타고 가면 끝이라고 한다.

"아니, 아저씨. 진짜 말처럼 그렇게 쉬워요? 장난치는 거 아니죠? 어떻게 그렇게 넘어가요?"

차는 철길을 사이에 두고 저 멀리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 섰다.

"자 앤디씨. 저기 해변 보이지? 그리고 왼쪽에 큰 독립문 같이 생긴 거 보이지? 그 옆이 미국으로 들어가기 전 이미그레이션이야. 그리고 그 오른쪽에 해변 보이지? 그 해변으로 걸어갈 거고. 해변 끝에 보이는 작은 부둣가. 거기 옆으로 올라가면 끝나는 거야."

"내가 이 해변으로 한 번에 최대 50명까지 넘긴 적이 있어 걱정하지마. 밥 먹듯이 왔다 갔다 한다니까?"

멀리서 보니 해변가에 사람이 한 두명 있고, 정말 부둣가에 미국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차량을 다시 타고, 해변 가까이로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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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자마자 외국인 여자가,

"어이~ 다들 해변가로 들어가서 조개 줍고, 할머니는 여기 앤디랑 같이 들어가세요"

외국인 10명 정도가 둥그런 세숫대야 같은 걸 들고서 해변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곱게 생긴 할머니가 내 손을 잡더니 천천히 이야기해 준다.

"자 해변가로 가자고. 드디어 기다리던 미국으로 가네~"

하면서 안경 사이로 살짝 윙크를 해주며 긴장이 풀리게 말을 해주었다.

해변에 들어가니 내 눈에는 저 멀리 펄럭이는 깃발 밖에 보이지 않았고, 록커는 자기가 미국쪽으로 이미 넘어와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놀다가 올라 오란다.

"아저씨, 제 가방 잘 가지고 계시지요? 저 잘 넘어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무슨 일 있으면 문자 바로 주시구요."

해변가이기 때문에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아서, 문자로 대화를 했다. 조개를 집다가 무심코 돌아보니 꽤 많이 걸어와 있었다. 한 삼 십분 정도 해변가에서 조개도 줍고 버렸다가 놀고 사진찍고...

그때 갑자기 할머니가,


"이제 천천히 미국쪽으로 넘어가자. 기다리던 미국이네. 앤디~"

난 할머니의 손을 꼭 잡은 채 천천히 해변가를 걸어서 미국땅에 발을 들이려는 순간.

"헤이~~~~~"

언덕만 올라가면 되는데 건물사이를 삐집고 선글라스를 쓴, 녹색 옷. 국경수비대다.

'하... 이거 뭐야...'

중얼거릴 때쯤.

"어이~ 너네 뭔데 미국으로 올라 오려고 해? 이리로 와봐"

하면서 손을 끄덕이며 오라고 손짓을 한다.

할머니는 내 손을 잡으며,

"아 미안합니다. 우리 여기 놀러 왔는데요..."

무전기로 뭐라고 말하자마자 한명 더 건물 사이에서 나왔고, 그 국경수비대는 해변가로 내려오지도 않고 위에 서서 가방을 달라고 손짓을 했다. 할머니가 짜증을 내며 말을 했다.

"아니 저희 캐나다 주민인데, 왜 가방을 달라말라 그래요?"

아랑곳하지 않고.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국경수비대원은 나에게,

"여권을 보니 캐나다로 들어온 지 며칠 안 됐네? 근데 미국을 가려고 하는 이유가 뭐지?"

"아닙니다. 전 캐나다에 놀러 온 거구요. 전 이 할머니 집에서 숙박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 왔구요. 1주일정도 지나서 동부쪽으로 가서 나이아가라 폭포도 볼 겁니다."

난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말도 버벅 거렸고, 할머니도 옆에서 뭐라뭐라 얘길하며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고 있었다. 가방을 뒤져본 수비대 직원이 사원증, 돈, 티켓을 다 보더니 자기들끼리 얼굴을 쳐다보면서 뭐라뭐라 얘길 했다. 할머니는 다시 수비대직원에게,

"아 미안합니다. 저 신분증 여기 있는데요, 여기 근처 살고 있는 거 맞고요. 아까 저기 면세점에서 뭐 산 영수증도 있어요."

록커는 무슨 일이 있냐면서, 문자 전화가 장난이 아니었다.

국경수비대는 내 물건들을 집어넣으면서 수첩에 내 여권번호를 적었고,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운 좋은 줄 알어. 아직 미국 땅에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잡아가지는 않겠어. 근데 또 한 번 더 오면 그땐 힘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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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질퍽거리는 해변을 따라서 빠져나왔다. 록커형은 그 길로 LA를 갔다온다고 하면서 떠나버렸다. 그 차량에는 내가 무사히 넘어갈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내 가방이 있었다. 록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앤디씨. 다행이야. 나 볼일이 있어서 LA 다녀올 테니까. 아까 있던 모텔 있지? 거기 다시 가서 방 얻어요. 그 외국인이 태워다 줄거야. 그리고 미안해."

갈아입을 옷도 없고,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하고, 오늘 잡혀 갔으면 어쩌나 하면서 어느새 얼굴에는 웃음기가 싹 가셨다. 스트레스를 동반한 담까지 왔다. 잠도 오지 않았다. 난 며칠만에 스트레스로 인해 살이 쏘옥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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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잔 건지 만 건지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 모텔 안이었다. 꿈에서 만큼은 이미 넘어간 상태였는데... 첫 시도가 생각지도 않았던 국경수비대를 만나고 나니 불안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언제 다시 시도할지 모르기 때문에, 난 하루하루 모텔비를 내며 지내고 있었다. 모텔 밖을 나가지도 못한 채 방구석에만 있었다.

"아저씨, 하루 더 방값 낼게요."

카운터로 전화를 했다. 계산을 하기위해 지갑을 꺼내들고 나가려고 하는 순간 브록한테 전화가 왔다.

“어~ 잘 지냈어? 조금 있다가 한... 3시쯤? 물이 빠져 나가고 오늘 날씨도 좋으니까 오늘 한번 더 시도 해볼까 해.”

“아, 참. 그리고 오늘은 무조건 성공할 거니까, 계산할 돈은 다 준비 되어 있지? 넘어가기 전에 계산 끝내자구~”

말도 안 되는 얘길한다. 며칠만에 전화 해놓구선.

"아니 아직 가지도 못했고 한 번 실패해서 걱정되고 열 받는데 돈을 달라니요. 전 넘어가기 전까지 절대 못 드려요. 오늘 성공할 거 같으면 넘어가서 드릴게요."

“아,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겠는데... 그 외국인 여자 있지? 그 여자가 급히 돈도 필요하고, 전에 도와준 할머니 일행에게 돈 줘야 한다고 해서, 그럼 2000불만 먼저 주셔. 남은 건 넘어가서 받을게. 아 참, 그때 잡혔을 때 입었던 옷 말고, 거 모텔 앞쪽에 가면 큰 몰이 있으니까, 거기서 모자랑 티만 사서 입으슈. 앤디 씨. 오늘 꼭 넘어가는 걸로 합시다.”

사실 돈을 그날 주지 않았더라면 맘이라도 더 편했을 것을. 그 여자 얘길 꺼내는 바람에...

난 오랜만에 모텔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몰로 향했다. 옷을 사고, 은행에서 돈을 찾으니 브록의 차가 앞에 서 있었다.

“앤디 씨, 얼굴 많이 상했네. 잘 못 먹었어?

"아니, 그렇게 잡히고 난 다음에 LA 가서 이제 오면 어떻게 해요. 전화도 안 받으시고. 이러는데 제가 돈을 어떻게 드려요."

“걱정 하지마. 내가 LA 동생이랑 통화도 했고. 걱정 하지마. 내가 어떻게든지 앤디 씨는 넘길게. 나도 이제 오기가 생기네. 동생 한테도 약속했고...”

난 LA에 친했던 동생이 있었고, 그 동생은 내가 캐나다에 오기 전에 브록을 통해 밀입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동생은 브록을 알고 있다고 말했으며, 자기가 얘길 잘 해준다고 한 적이 있다.

“형, 대신 돈은 절대 주지마. 나중에 넘어가고 난 다음에 줘야 해. 한 푼도 주지마.”

하지만, 그 여자가 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내 손에서 돈은 이미 떠나 있었다.

난 돈을 주고 외국인 여자의 차에 올라탔다. 브록은 어디 들를 데가 있다고 하면서 떠났고, 우린 작전장소를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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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같이 날씨도 좋고, 도착 해보니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아 놓고 음악을 듣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이미그레이션 쪽을 쳐다보니 전에 왔을 때보다 미국으로 향하는 차들이 많았으며, 해변가 반대편 공원에도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브록에게 전화가 왔다.

“앤디 씨, 나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어디 가지 말고, 나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밥이라도 먹던가. 한 삼 십분쯤? 걸릴 거 같아. 오늘 사람 많지? 거기?"

"네~ 사람 엄청 많네요. 오늘은 넘어갈 수 있겠지요?"

잠시 기분이 좋아졌던 것 같다. 넘어갈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외국여자는 꽤 많은 친구들을 불러 모았고, 집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까지도 데리고 오고, 아이들 친구까지 싸그리 다 잡아온 것 같았다. 돗자리를 2개 펴고, 옆에선 바비큐를 굽고. 그냥 소풍나온 사람들과 다름이 없었다.

그때, 키가 엄청 크고,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는 땀에 젖었는지 뭔지, 엉켜있는 긴 머리. 손엔 맥주를 들고 선그라스를 낀, 여자가 깊은 주름이 생길만큼 큰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야? 오늘 미국가고 싶다는 애가 너야?"

나도 소풍 온 것처럼 기분이 잠시 좋았던지라,

"어 나야~ 나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

라고 말을 하니,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손을 잡고 해변 반대편 공원 쪽으로 걸어 가더니, 화장실을 갔다 올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난 주변을 기웃기웃 거리며 화장실 앞에 있는 잔디에 누워 사진을 찍고, 헤헤거리고 있었다. 이제 미국에 가는구나~ 여기 누워서 옆으로 한 바퀴만 떼구르르 구르면 미국이었으니까.

화장실에서 나온 술취한 외국여자는 내 손을 잡고,

"가자. 내가 미국 데려다 줄게. 저기 공놀이 하면서 소풍 즐기는 애들 있지? 미국 애들이야. 저 무리에 껴서 공놀이 하다가 갈 때 같이 가자고 하면 돼. 내가 얘기해 줄게. 대신 성공하면 나 돈 줘야 해. 알겠지?"

철썩같이 믿었다. 말그대로 쉬워 보였다.

브록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이래도 되나? 돈이 싸게 먹힐라나?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고, 언덕 끝엔 흰색의 녹색 글씨가 쓰여져 있는 국경수비대 차량이 있었다.

"뭐야... 노노노노노 저기 수비대 차 있잖아."

“어? 그러네? 너 그냥 화장실 들어가. 바로. 내가 가서 차 안에 사람 있는지 없는지 보고 올게. 내가 저 앞에까지 갔는데 차에서 사람이 안 내리면 없는 거겠지?”

하더니 차량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다행히 사람이 없었는지 뭔지, 여자는 다시 나에게로 걸어와서 손을 다시 잡아 끌었다.

“봐 차에서 사람 안 내리지? 얼른 가자.”

난 공놀이 하는 무리 쪽을 바라보고 빠른 걸을으로 걷기 시작했다. 다 왔구나. 빨리 가면 좋겠다. 하는 순간,

차 문이 덜컥 열리고, 국경수비대가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 

'아... XX 걸렸구나. 아, 진짜 큰일났다.'

게다가, 게다가 저번에 해변에서 날 잡은 사람들과 똑같은 얼굴이었다. 내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헤이~ 앤디~~~ 이렇게 또 보면 어째? 내가 너 이럴 줄 알았어~~”

하... 도망도 가지 못하고, 여자는 술에 살짝 취한듯 선글라스를 이마에 걸어 올리며,

"왜요? 저희 저 쪽에 피크닉 왔고, 이 남자애 제 남자친군데요. 공놀이 낄까 싶어서 왔는데요."

“셧업. 이 친구 저번에도 해변 쪽에서 놀다가 미국 국경 넘었는데 우리가 봐준 적이 있죠. 헛소리 그만하고 뒤로 물러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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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자마자 여자는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둘은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분명 지난 번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들은 나의 여권을 다시 꺼내들고 어딘가로 무전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앤디, 너 나이아가라 갔다가 한국 간다고 하지 않았어? 거짓말 한 거였어? 미국 넘어가려고 하는게 그리 쉬운 줄 알아? 우린 노는 줄 알아? 내가 말했지, 이번엔 쉽지 않을 거라고.”

난 바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갔다가 왔고, 당연 국내선이니 여권에 쓰여 있지 않지. 2일 놀다가 왔어. 그리고 내일이나 모레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야. 오늘 그때 봤던 할머니 가족 피크닉 한다고 다시 왔어."

막히지 않고 잘 대답한듯 했다.

그러자,

"아니 이 새끼가 사람을 놀리나. 무릎 꿇어. 손 머리에 올리고.”

그러면서 내 다리를 툭 걷어 차고선 무릎 꿇게 만들었다. 술취한 외국여자는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내 모습을 보더니 놀라면서 열심히 해명하기 시작했다. 그때 록커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여기 도착한 모양이었다. 난 전화를 받지 못했다.

술취한 여자는,

“저기 우리 피크닉 하는 데로 가요. 가면 가족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보면 될 거 아냐. 나 경찰 부를거야.”

수비대는 그 말을 듣고 주변을 살피더니 흠... 하고 한숨을 내 쉬었다. 말 그대로 언덕 위쪽에서 보니. 우리 돗자리가 보였고, 거기선 우리가 잡힌지도 모른 채 고기를 굽고 있었다. 그때 같이 잡혔던 할머니가 이 쪽을 쳐다보고 이 쪽으로 뒤뚱뒤뚱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수비대가,

“앤디, 앤디, 할머니 오지 말라고 전화해.”

난 여자에게 말했고, 그 즉시 여자는 할머니에게 오지 마라 전화를 했다. 할머니가 멀리서 전화기를 들었다가 내리며 뒤로 돌아서자,

“일어서. 진짜 마지막이다. 니가 넘어가고 싶으면 지금 나한테 말해. 내가 보내줄 테니까. 아니면 나중에 넘어갈 때 제발 나한테 걸리지마. 나 화가 많이 났으니까.”

'뭐라는 거야 뛰어가면 잡을라고? 미친넘...'

난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무릎을 털며 뒤로 돌아서서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진짜 이렇게 운이 없을까? 또 걸렸다. 것도 두 번이나. 내 생각에는 그들이 날 풀어준 또 다른 이유가, 근처에서 날 태우려고 기다리는 차량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날 30분 동안 거기 무릎 꿇게 해놓고, 차량 수색을 했던 것 같다.

돈도 2000불 지급한 상태. 너무 어이없는 말도 안 되는 실수. 2000불 다시 달라고 하고, 포기하고 한국으로 갔다가 다시 오던가 할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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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에 빨간 벽돌로 되어진 작은 집이 화장실이다. 그 옆 언덕을 올라가다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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