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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핑 중, 평소 무척 사랑하는 단어를 발견해서 검색해보았다. 비록 일본어이긴 하지만 어느 순우리말 토박이 말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움을 뽐내는 이 사랑스러운 단어, 심지어 내가 딴지 닉네임을 정할 때 도비공과 더불어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게 했던 그 단어, 야리끼리. 그러나 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단어가 일부 몰상식하고 무지한 교수와 언론인들에게 난도질당하는 현장을 접하고 나는 울분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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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서울대 교수 "현대차 노조 '야리끼리'... 어마어마한 저항이 혁신 막아" (링크)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송호근이 현대차 문제를 연구한 '가지 않은 길'이라는 책을 출판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디. 그 자리에서 그는 현대차 노조가 기업 혁신을 방해하고 있으며 이것을 방치하면 조만간 해운업처럼 우리의 자동차 산업도 종말을 맞이하게 되리라는 으스스한 예측을 내놓았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는 가급적 비판을 삼가는 것이 나의 철칙이기는 하나, 본인이 기자간담회에서 책 내용을 요약해서 발표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윤곽은 알 수 있기에 기사를 중심으로 그의 주장과 한심한 수준의 노동관을 비판하고자 한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현대 자동차 노조에 대한 심층 연구를 통해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진단한 '가보지 않은 길'을 펴냈다. 그는 14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육체 노동의 결합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던 현대차가 신기술 개발에도 불구하고 조립공정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며 공정 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어마어마한 저항이 현대차의 혁신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교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년간 50여명의 울산 현대차 노동자를 심층 인터뷰했다. 노조에 대한 분석을 통해 현대차가 처한 위기를 진단한 그는 서문에서 "노동 문제를 푸는 열쇠가 고임금 정규직에게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는 따로 다루지 않았다"고 적었다.



현대차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면 마땅히 경영진과 비정규직들에 대한 연구도 병행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송호근은 처음부터 노조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연구를 진행했다. 만약 다른 구성원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모든 문제의 근원이 노조에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면, 그런 결론을 내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어야 옳다. 하지만 그와 같은 과정은 찾을 수 없고, '노동 문제를 푸는 열쇠가 고임금 정규직에게 있다'라는 선언만을 들을 수 있다.



송교수는 "연소득 9000만원 이상인 그들은 실상 중산층이지만 일터에서는 노동자로 이중적 정체성을 지녔다"며 이는 '계급 연대'가 아닌 '내부자 연대'를 강화하는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중산층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인지 노동자는 중산층이 될 수 없다는 것인지, 이중적 정체성이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다. 급여가 높더라도 타인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정해진 임금을 받는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이다. 노동자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나로서는 그 깊은 속내를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노동자는 중산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그의 강한 의지가 담긴 진술은 아닌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노조는 '고(高)임금, 소(小)노동, 장(長)고용' 원칙만을 내세운다. 이로써 사회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대차의 문제를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기에 혈안 된 송호근의 궤변은 갈수록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다. 높은 임금, 적은 노동, 안정된 고용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그 누가 있으며, 그것을 추구한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은 또 누구란 말인가? 그런 사람이 있다면 도리어 그가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이다. 혹시라도 고임금 군에 속하는 대학교수로서 송호근은 서울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의 급여를 시간 강사 수준으로 줄이고, 강의는 주 40시간 만땅으로 채우고, 근로 계약서를 해마다 새롭게 작성할 용의는 없는가? 행여 사회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까 봐 우려가 되어 드리는 권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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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가 보지 않아도 될 거 같다




그러면서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 의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말은 '기업 역시 시민의 일원으로, 시민의 책무와 공적 역할을 충실히 하는 조직체'를 뜻한다. 송교수는 "현재 대기업 사원이나 생산직은 시민이 아니다"라며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내부 문제에만 몰두하는 노조는 제조업 전반에 위기를 몰고 왔다"고 지적했다.



송호근은 노조의 설립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를 못 하는 듯하다. 노조는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노조는 구성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조직일 뿐이다. 그들에게 내부 문제에만 몰두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경련에 찾아가서 동성애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만큼이나 뜬금없다. 노조 사무실에서 시국 대토론회라도 열리길 기대하는가?


더구나 송호근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의 저 유명한 발언을 들어보지 못했는가? 개인이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다보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저절로 사회가 발전한다는(사실 애덤 스미스의 본래 뜻과는 거리가 있는 진술이긴 하다. 자세한 것을 알고 싶으면 이 글(링크)을 읽어보길 바란다). 보이지 않는 손은 노동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현대차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문제에만 집착한다는 것은 도의적인 문제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뿐이다. 오로지 비판 그 자체만을 위한 어거지 비판일 뿐이다.



시민의식이 실종된 노동조합의 행태는 '야리끼리'라는 은어를 통해 대변된다. '해치운다'는 의미의 일본말로 8시간 노동분량을 5시간에 해치워 버리는 것을 뜻한다. 그는 "컨베이어 속도를 마음대로 당겨서 빨리 해치우고 조기 퇴근을 하지만 비정규직은 예외"라며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을 가리키며 '절반만 일하고, 절반은 누워 잔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고 했다.



이 대목을 읽을 때 야리끼리가 건설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에도 있는 관행이라는 점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야리끼리라는 용어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정해진 일감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빨리 끝내고 빨리 퇴근하는 건설현장의 관행을 말한다. 직종의 특성상 비계공들은 야리끼리를 할 기회가 많은데, 아침에 작업반장이 '오늘 이거 야리끼리로 끝내놓고 집에 가'라고 한 마디 하면 그 순간부터 비계공들은 테란 마린의 스팀팩 모드로 전환된다. 숙련된 기공들은 옆에서 보면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빠르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는지 경탄을 금치 못할 정도의 속도로 작업을 진행한다. 간식은 시간 아깝다고 먹지도 않고, 점심시간에도 입에다 밥을 대충 쑤셔 넣고는 담배 한 대 피고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 나도 지난 일요일에 야리끼리로 일을 끝낼 기회가 있었는데 내 작업을 서포트해준 조공 아저씨가 '야리끼리라니까 숨도 안 쉬고 일을 한다'며 웃었다.


야리끼리를 하게 되면 워낙 빠르게 일을 진행하니까 체력이 딸리는 사람들은 야리끼리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건설현장에는 '야리끼리 좋아하다 노리끼리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리고 이런 스팀팩 모드로 하루 여덟 시간 매일 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조기 퇴근이라는 당근이 걸려 있기 때문에 미친 듯이 입에 게거품 물어가며 일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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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팩을 쓰면 HP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야리끼리 관행이 '시민의식의 실종'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난 일요일 내가 한 시에 일을 마치고 집에 간 행위가 시민의식의 실종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에는 수긍을 할 수가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지 않고 일찍 현장을 튀었다면 시민의식의 실종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마땅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관리자와 협의하고 진행된 사안이며, 관리자의 지시사항을 모두 충족했다. 현대차 정규직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대체 일 빨리하는 게 무슨 시민의식의 실종이 되는 것인지 송호근은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송호근은 이런 어줍잖은 진단을 내놓기 전에 한 달이라도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체험했어야 한다. 그래야 야리끼리에 시민의식 실종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타이틀을 갖다 붙이는 본인의 행위가 얼마나 민망한 것인지 깨달았을 것이다.


대한민국 기자들 대부분은 급여 주기가 아까운 받아쓰기스트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대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 경제 이학영 기획조정실장은 송호근의 간담회를 바탕으로 이런 글을 작성했다. 



"쉽게 말하면 노는 거죠. 컨베이어 스피드를 마음대로 당겨서 8시간 일할 것을 5시간에 후딱 해치우는 거." 송 교수가 노조원으로부터 들었다는 고백이다. "한 사람이 두세 공정을 한꺼번에 해치우면 옆의 동료는 그냥 논다"


한국경제, [이학영 칼럼] '수구 노조' 타락에 눈감은 '진보 정치' (링크)



송호근이나 이학영이야 공사 현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책상물림들이니 야리끼리가 무엇인지 모를 수 있다. 그러나 노조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뭔가 모순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면 이건 두뇌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건강검진이라도 받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8시간 일할 것을 5시간에 후딱 해치우는 것을 '노는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엄청나게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야 하지 않을까? 정말로 노동자 입에서 야리끼리가 '쉽게 말해서 노는 거'라고 나왔다는 점이 나는 믿어지지 않는다. 현대차 공장에 가서 그들의 야리끼리를 한번 구경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 8시간 할 일을 5시간으로 당겨 하면서도 놀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인간이 아니라 노동의 신이라 불러도 무방한 존재일 것이다.


송호근과 이학영이 노동 현장에 대해 아무런 기초 지식이 없다는 것은 컨베이어 벨트 관련 진술에서도 드러난다. 컨베이어 벨트에는 수많은 사람이 늘어서서 연속된 공정을 처리하기 때문에 한두 사람이 임의로 스피드 조절을 할 수 없다. 누군가가 퇴근을 빨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스피드를 올리면 대번 다른 공정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다. 모두가 합의하지 않으면 벨트 속도를 '마음대로 당기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어느 나라 공장의 현실을 말하고 있는지 나는 파악할 수 없을 만큼 황당무계한 소리만을 늘어놓고 있다. 제발 아무 공장이나 한번 찾아가서 컨베이어 벨트 앞에 한 시간이라도 서보고 글을 썼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을 뿐이다.


송호근의 뻘소리는 계속 이어진다.



신규고용 여력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 역시 경직된 노조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생산성을 높이지 않는 한 현대차는 신규 채용이 아닌 해외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국내 생산량은 2001년 94.2%였던 데 반해 지난 해 34.3%로 대폭 감소했다.



송호근은 생산성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듯하다. 간단한 산수를 한 번 해보자. 생산성은 생산량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8시간 동안 100개의 제품을 만들던 공장에서 야리끼리로 5시간 동안 100개의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생산성은 75%가 향상된다. 가뜩이나 OECD 국가 대비 생산성 바닥을 기고 있는 한국에서 75%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현대차 노조원들은 훈장이라도 받아야 할 것이 아닐까? 정해진 퇴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 커피도 마시고 담소도 하면서 100을 생산하는 것보다 바짝 당겨서 5시간 동안 '해치워버리고' 퇴근하는 것이 진정한 생산성 향상이다.


그러나 한국의 고용주들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이런 야리끼리 문화에 체질적인 거부감을 지닌다. 그들은 노동자들이 일찍 퇴근하기보다는 그 스팀팩 모드를 8시간 내내 발휘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우리가 일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함이지 임사체험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조기 퇴근이라는 당근이 있기 때문에 게거품 물면서 일을 하는 것이지 그런 당근도 없이 체력의 한계치까지 내몰리는 상황을 매일 겪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최근 유럽 국가들 사이에 화두로 등장한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이슈와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아둔한 한국 경영자들은 여덟 시간 내내 일해도 모자란 판인데 여기서 시간을 줄이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며 노동시간 단축을 아예 외계어처럼 치부해버린다. 송호근 같은 지식인(? 무슨 지식이 있는지 잘은 모르겠다만)의 책무는 회사의 문제를 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경영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노동 시간 단축이 오히려 생산성 향상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것이다.


'생산성을 높이지 않는 한 현대차는 신규 채용이 아닌 해외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는 주장을 보면 이런 순백의 두뇌로도 서울대 교수를 할 수 있구나라는 경탄을 금할 수 없다. 해외 생산은 여러 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이루어진다. 국내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굳이 지구 반바퀴에 존재하는 나라로 옮기는 것보다 아예 그쪽에 공장을 차리는 것이 수지타산이 맞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경영진은 해외에 공장을 차린다. 이 경우 국내 노동자의 생산성은 큰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을 따져보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노조의 잘못이라는 송호근의 태도를 보며 나는 본인은 야신이지만 선수들이 못해서 항상 성적이 안 나온다는 세이콘 김 감독의 세계관과 조우한다. 모든 회사의 경영책임은 일차적으로 경영진에 있다. 현대차가 위기라면 그것은 현대차 경영진의 잘못이지 노동자의 잘못이 아니다. 경영진은 노동자의 생사여탈권이라 할 수 있는 해고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정말 문제가 있는 노동자라면 해고하면 된다. 다만 손에 무기를 쥐고 있다는 이유로 아무나 살인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노동자의 해고사유가 법의 규제를 받지만, 어쨌든 이런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도 문제를 노조탓으로 돌린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위이다. 그래서 차마 현대차 경영진이 본인 입으로 하지 못하는 말을 송호근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가 잘 되면 경영진의 탁월한 선택 덕분이고 회사가 안 되면 강성 노조 탓, 김성근 감독보다도 더 김성근스러운 작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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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는 야리끼리 관행이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 문화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초래한다. 회사 일이 물론 바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든 시간을 때우기 위해 커피도 마시고 동료와 담소도 나누고 주식 차트도 들여다보고, 차라리 일정한 작업량을 정해주고 끝나면 알아서 퇴근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업무의 효율도 엄청나게 상승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의 고용주들은 정시 퇴근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일찍이 버트란드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이러한 자본가들의 태도가 어리석음에서 기인한 것이며 사회적인 재앙을 낳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러셀에 따르면 오늘날 자본주의는 사상 유례없는 생산성 혁신을 낳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노동시간을 축소해야 마땅하겠지만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은 여덟 시간 노동을 고수했다. 그 결과로 처치 곤란할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상품 때문에 불황이 발생하고, 인구의 절반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나머지 절반은 그런 일자리라도 찾아 헤매는 실업자로 전락했다.


러셀의 비판이 나온 지 대략 칠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한국의 바보들은 정시퇴근을 고집하는 태도 때문에 모처럼 생산성 향상의 기회가 찾아와도 그것을 사회적 축복으로 확산시키기는커녕 모두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 누군가가 여덟 시간에 할 일을 다섯 시간에 끝내면, 조만간 그 작업 스피드가 여덟 시간 노동의 표준이 된다. 비계공들의 경우도 십여 년 전까지는 깔깔이라는 공구로 볼트를 조였는데 십여 년 전에 전동 임팩 드릴이 도입되었다. 작업 속도가 세 배는 빨라졌지만 그것은 작업 시간 단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작업량만 세 배로 늘어났다. 상황이 이러니 노동자들은 생산성 향상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게 된다.


야리끼리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 무슨 문화융성 센터 같은 거 거창하게 만들지 않아도 늘어난 여가 시간 덕에 각 분야의 문화 산업이 풍부하게 발전하게 된다. 아울러 노동자들의 삶의 질도 향상된다. 이것은 숙박업계의 활성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시 퇴근이라는 패러다임을 깨기 전까지 대한민국은 헬조선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송호근 따위 매문이나 일삼는 학자에게 상처받은 가련한 단어 야리끼리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날을 기다리며 이만 글을 맺는다.




도비공


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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