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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13. 수요일

너클볼러



며칠 전에 졸라 끔직한 일이 발생했더랬다. 멕시코에 거주하는 한 여인이 자살 직전의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그녀의 페이스북 내용으로 미루어 남자친구와의 결별로 인한 충격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살이라는 선택보다 더욱 끔직한 것은, 생전 마지막 모습을 캡쳐해 퍼다 나르는 언론들의 모습과  그 여인의 마지막 사진을 접한 2만 여명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누질렀다는 사실이다. 언론들이야 어디 하루이틀 일인가. 하지만 어떤 노무 생퀴들의 손꾸락인지 몰라도 ‘좋아요’를 누지른 넘들의 손꾸락을 하나하나 접어주고 싶다는 열망이 만개하다 사라진 자리엔 ‘좋아요’의 클릭수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을지 모를 그녀의 표정이 들이찼다.

 

좋아요.JPG 

머가 좋냐!!



‘OO아. OO아. 끝까지 책임 못져 미안하다. 아빠처럼 살지말고 열심히 살아라. 정말로 숨 막히는 세상이다. 아빠는 몸 건강, 정신 건강 모두 잃었다. 아무쪼록 모든 분께 죄송합니다.’

 

 

11월 10일 아들 둘과 아내를 미국으로 보내 놓고 혼자 살아오던 50대 남성이 목숨을 끊으며 세상 끝에 남긴 마지막 몇 마디다. 채널A 에서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기러기아빠’하면 이분이 떠오른다며 김흥국씨를 연결했다. 수화기 넘어 어디선가 혼자 있을 김흥국씨는 안타까움과, 기러기 아빠로서의 힘들고 외로운 삶을 전했다. ‘자식이 뭔지, 교육이 뭔지’라며 무기력하게 토로하던 김흥국씨에게 사회자는 ‘그럼 둘째는 보내지 말지 그랬냐’고 물었다. 김흥국씨는 살짝 당황하며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그 새끼랑 사귀지 말지 그랬냐’

 

‘애들을 유학 보내지 말지 그랬냐’

 

‘젊어서 바짝 벌어 노후준비도 안해놓고 대췌 머했냐’

 

‘사업에 왜 실패하고 지랄이냐’

 

이런 방식으로 '자살'은 선택을 한 당사자 개인의 문제로 손쉽게 치환되어 선택의 당사자들을 모두 ‘무능력한 너’로 규정해 버린다. 구성원들의 최후의 선택이 구성원 자신들의 문제로만 치환되어 극복되어야 하는 사회, 구성원은 있으나, 사회적 인식과 배려, 대안같은 당연한 개념들은 시공간을 넘어선 저 우주 어드메 쯤에나 존재하는 것 같은, 슬프지만 난 이런 우리들의 오늘을 나(개인) 말고는 아무도 없는 ‘독거시대’라 부르고 싶다. 

 

 

뜬금없이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하는 건 머가 있을까 싶었다. 하도 IT강국, IT강국 떠들어대싸서 인터넷 이용율 정도는 세계 1위일까 싶었는데 전세계 211개국 가운데 고작 21위(84.1%)란다. (1위는 영국령 포클랜드제도 96.92%) 머 그렇다 치고…

 

 

우리나를 흔히들 조선(造船) 강국이라고 하는데 이미 몇 해 전부터 중국이 치고 올라와 1위 자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양이다. 머 이것도 그렇다 치고…

 

 

한참 디벼보니 스마트폰 보급률이 무려 세계 1위란다. 미국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SA)의 2013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보급률이 67.6% 전세계 1위다. 2위인 노르웨이 55%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얼마 전 모바일 시장 분석 업체 플러리 애널리틱스(Flurry Analytics)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모바일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삼성, LG등 자국 기업 기기의 사용률이 존나 높다고 한다. 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업체는 삼성으로 60%, LG가 15%, 팬택이 10%란다. 애플은 14% 기타가 1%란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1위인데다, 그 중 짱짱맨은 삼성. 삼성이란다. 그 많던 싱아는 아니 애플빠들은 다 어디간겨?


 

플러리.JPG

이렇단다.


 

거침없는 짱짱맨 삼성전자의 실적을 보자. 삼성전자는 얼마 전 확정실적 발표를 했더랬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59조800억, 영업이익이 10조1600억을 기록했단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견인차 역할을 했고, 모바일부분에서 매출 36조 5700억원, 영업이익 6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3%, 7% 증가했다.(우리랑은 전혀 상관없는 액수이니 손꾸락으로 세어 본다거나, 그 돈이면 머할까 이런 생각들은 하지도 말자) 1등의 1등 다운 성적이다. 성공적인 매출을 담보로 올해 24조 이상을 시설투자로 지출할 예정이란다. 하지만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어재꼈다는 구국(?)의 소식과 함께 전해진 것은 삼성전자 천안센터 수리기사인 최모씨의 자살 소식이었다.

 

 

천문학적인 매출기록 소식과 하청업체 직원의 자살 기사가 교차되는 ‘빡침의 몽타주’를 절정에 이르게 한 것은 바로 최모씨의 자살을 두고 ‘고인의 최근 3개월 월평균 급여가 505만원이었다’는 내용이 담긴 천안센터 이제근 사장의 해명편지였다. 그 편지엔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이해불가의 멘트가 되풀이 되고 있었으나 최모씨와 같은 직원의 월평균 급여가 100여만원 안팍이라는 것, 그가 말한 500여만원(그것도 기름값, 전화기, 식대 등의 유지비가 포함된)액수는 성수기인 6-8월에만 가능한 금액으로 그 때 벌어놓지 않으면 1년이 힘들어진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사장이란 분이 수시로 명복을 빌면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거였겠다. ‘500만원이나 챙겨가믄서 힘들다고 자살을…’ 병신도 어지간히 병신이 아니고서야 웬만해선 이런 드립 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성공적인 매출을 담보로 올해 24조 이상을 시설투자로 지출할 예정이란다. 시설이라는 단어에서 그 어떤 의미로도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는 건 나만의 병신력일 뿐일까…

 

 

 

아. 그러고 보니 우리가 보란 듯이 세계 1등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자살률이다.작년 자살률이 28%로 하락했다는데 그렇다한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당당히 1위다. 그야말로 그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넘사벽이다. 넘사벽.

 

 

얼마 전 한강대교가 생명의 다리로 재탄생 했다며 대서특필 됐더랬다. 작년 9월 마포대교를 스토리텔링형 ‘생명의 다리’로 꾸민 데 이어 두 번째란다. 한강대교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다리 중 지난 5년간 마포대교에 이어 자살시도가 가장 많았던 곳이다. 김난도, 이효리, 추신수, 조수미, 신경숙, 하정우 등 44명의 명사가 직접 제시한 희망의 메시지와 8개 대학 80여명의 예술전공 학생이 제작한 조형물 등으로 한강대교가 가득 채워졌다.

 

'위기가 깊을수록 반전은 짜릿하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당신이 이겨야 할 사람은 당신의 경쟁자가 아닌 바로 어제의 당신입니다'

 

'경기의 흐름을 홈런 한 방으로 뒤집듯 여러분 인생에도 이런 홈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숨쉬기조차 힘들겠지만 한 번만 더 꿈을 가져봐요'

 

시 관계자는 각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회명사의 희망메시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줄 것이다’고 말했지만 서울시가 김춘수 건설위원장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교량별 자살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 생명의 다리로 조성된 마포대교에서는 1년 사이 투신 사고가 4배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름다운 문구 몇 마디가 과연 삶의 최후로 그곳을 선택한 이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일단 현실의 대답은 ‘아니올시다’다.

 

한강대교.JPG

정말 그런가요? (한강대교)

 


2012년의 자살률(28%)은 2011년의 31%에서 하락한 수치다. 물론 6년전인 2006년에도 전년(2005년)에 비해 3%정도의 감소했더랬다. 당시 언론에서는 실업률과 이혼율이 감소했고, 경제적 형편이 나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구성원들의 처절하고 슬픈 선택에 대한 그 어떤 사회적 개입도 별반 존재하지 않았는데… 어라. 줄었네’다. 자살률 20%인 옆 나라 일본의 자살관련 예산은 3천억에 달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2013년 자살예방 예산은 달랑 32억. 생각해보니 그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것 정도가 바로 명사들의 재능기부라는 명목으로 쓸쓸한 다리에 플랜카드 몇 장 거는 것 뿐이겠구나 싶다.

 

 

2004년 NHK를 퇴사해 비영리기구(NPO) 라이프 링크를 설립. 2년간의 노력 끝에 자살방지책은 물론, 자살자의 친족 등에 대한 지원은 물론 국가, 지방자치단체, 사업주 책무사항에 자살 대책 마련에 대한 공헌을 넣은 ‘자살대책기본법’제정에 이르게 한 옆 나라 일본의 시미즈 야스유키는 “자살한 이의 유가족들은 굉장한 소외감을 느낍니다. ‘왜 가족의 자살을 막지 못했느냐’는 주위 사람들의 비난에 시달리기 때문이죠. 유가족들에게도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 이 때문에 특히 아이들이 힘들어 합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동안 가장 답답했던 것은 ‘자살예방을 위한 일본 정부의 대책과 노력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이라 말했다. 그들은 이렇게 반성과 동시에 의욕적이었다.

 

 

언론은 며칠 전 목숨을 던진 기러기 아빠였던 50대 남성의 아내와 아들 둘이 항공권을 마련하지 못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채널A에서 진행한 김흥국씨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은 ‘이러한 가슴 아픈 자살을 막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대책은 무엇일까요?’가 아니라 ‘최근 불거진 연예인 스포츠 도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란 질문이었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마지막을 올린 여인의 당사국인 멕시코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아마 우리 언론에서 나올 후속 보도는 ‘남자친구 알고보니 듣보잡'식의 가쉽이나, 좋아요 버튼의 혐오스럼 따위였을 게다.


 

기러기아빠.JPG

그렇다. 힘든 거다.


 

문득 생명의 다리를 떠올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경인운하를 통해 들어온 유람선이 한강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 양화대교의 좁은 교각을 넓히는 ‘ㄷ’자 공사를 진행했는데, 총 공사비용은 450억, 경인운하 총 공사비는 2조 3000억이었다. 이 비용을, 아니 이 비용의 백분의 일, 아니 천분의 일만이라도 사회적 약자, 혹은 소외 받는 구성원, 재기를 노리는 기업인,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쓰였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살기 좋은 나라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살 1위국이라는 오명은 진작에 씻었을지도 모르겠다.

 

 

한때 여객기 승무원에게 라면을 대령하라 개진상을 떤 왕상무란 분이 계셨다. 그에게 서비스를 했던 여승무원은 한 순간 상공 2만피트 위건 나발이건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을지 모른다. 정말 그 심정이었을 때 그 여승무원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기운내’라는 몇 마디 힐링 철철 넘치는 다독거림이었을까. ‘참어. 월급 많이 받잖어’와 같은 뜬금 없은 개드립이었을까. 그것도 아님 ‘라면은 집에서 찾아, 여서 진상떨지 말고 씹쌔야’란 주인공 왕상무를 향한 뜨거운 혼구녕 이었을까. 힐링, 개드립, 혼구녕도 좋지만 너와 내가 바라는 건 '운행 중 진상 행위 실시간 유튭 중계'나 '운행 중 캐진상 탑승객 자동 낙하 시스템(물론 낙하산은 주고)'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한 예방이 아니겠나 싶은 거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선택하고 있는데 정작 사회와 정부는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그 무엇도 하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구성원들의 죽음이 좁디 좁은 단칸방에서의 쓸쓸한 최후라는 '개인사'정도로 치부되고 마는 지금이야 말로 우린 모두 차가운 '벽'말고는 의지할 곳 없는 '독거시대'를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ㄷ’자 양화대교는 다리는 커녕 마냥 허무한 잿빛으로만 보인다. 그래서 하나도 아름답지 않다.


 

 양화대교.JPG

아름다울리가 없다.





문득 나는 '머문 자리도 아름답지 않을 것만 같은'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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