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 인용되었습니다. 이제는 민간인이 된 그 분께서 구치소로 퇴갤하실 타이밍입니다. 그동안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만, 학생들 수련회 가기 전에도 선생님들이 답사 다녀오는데, 그 분 가시는 길을 외롭게 놔둘 수가 없어가지고 딴지 편집부가 ‘구치소 가는 길’ 가이드를 해드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까짓 거 대충 가면 안 되냐고 하시겠지만, 그 분만 가실 것도 아니고 병우라든가 병우라든가 병우 같은 친구들도 갈 거잖아요. 그걸 생각하면 여러 가지 안을 드리는 게 낫겠죠. 하여 세 가지 루트로 구치소 가는 길을 구성해보았습니다.
도보, 버스, 택시
여기서 버스는 대중교통을 의미하나 법무부 버스로 바꿔 보아도 무방하고 택시는 경찰차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헌법을 수호하는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해석은 자유니까요.
버스 : 서울 투어를 하고 싶다면
딴지에서 제일 귀여운 챙타쿠는 버스를 탔습니다. 제일 귀엽다는 수식이 불편하시더라도 넣어두십시오.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시작은 청와대로부터입니다. 오후 3시, 경찰 분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했습니다. 제 계획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은 점에서 검은 점까지 가는 것이었지요.
아무런 계획이 없는 것 같은 건 착각입니다. 서울구치소와 4호선 인덕원이 아주 가까우니 4호선만 따라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생각했던 저를 용서하고 싶지 않습니다. 청와대 바로 앞에 있는 ‘신교동’ 정류장에서 7022번 버스를 탔습니다.
혼자 가기 외로워서 포켓몬과 같이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글은 포켓몬고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걷지 않았습니다(단호)
세종문화회관, 서울역을 지나 명동에 있는 롯데 영플라자에서 내렸습니다. 명동으로 가면 반대로 가는 거 아니냐고 물으시겠지만 이건 모두 전략적 후퇴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SPA 브랜드들이 요즘 한창 세일 중이라 옷이 저렴하고 명동엔 옷 가게가 참 많고 명동점들은 왠지 더 세일을 많이 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바지를 샀습니다. 못 보여드리는 게 예쁩니다. 후퇴란 미명 아래 사욕을 채우는 거 아니냐구요? 이제 옷 골라줄 사람도 없는데 그 분도 직접 쇼핑하셔야지요. 명동이 쇼핑의 핫플레이스다, 라고 알려드리려는 것뿐입니다.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 (가짜지만) 벚꽃도 있군요. 심란한 마음을 정화기에 좋은 장소인 것 같습니다.
쇼핑을 다 했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4호선을 따라 잡을 시간입니다. 숙대입구로 가는 152번 버스를 탔습니다.
저는 숙대입구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152번이 장승배기역까지 가더군요. 장승배기역은 4호선이 아닙니다만 최종목적지라 볼 수 있는 인덕원역과 가까워보였습니다. 마침 버스에 앉아있기도 해서 킵고잉 한 것도 있습니다.
가는 길에 지날 수 있는 핫스팟에는 숙대, 노들섬, 노량진 정도가 있습니다. 숙대에는 치코리타가 많구요(귀엽습니다), 노들섬(한강)엔 잉어킹과 고라파덕이가 많습니다(안 귀엽습니다). 원래 물가에 잉어킹하고 고라파덕 많은 건 다 알고 계시죠? 집 주변인 중랑천에도 오지게 많아서 고라파덕의 사탕이 쌓일 대로 쌓인 바 가볍게 모른 척 했습니다. 노량진에서 장승배기 가는 길엔 포켓스탑이 정말 많습니다. 30분 동안 경험치를 두 배 주는 행복의 알을 켜놓고 동네에서 밥도 드시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포켓몬고 리뷰가 된 것 같아 송구합니다만, 모든 건 지난한 버스 여행이 만들어낸 참사입니다. 아니, 그 분도 심심하실 거 아닙니까? 구치소 들어가면 포승줄에 잡혀 계실 텐데, 속세에서나마 뭔가 잡고 싶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게 포켓몬일 수 있는 거잖아요. 30분 버스에 앉아있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치코리타를 잡으면서 즐거워할지 모르는 거잖아요(치코리타는 능력이라곤 조또 없지만 귀엽습니다).
렙업을 하다보면 장승배기역 정거장에 도착합니다. 이제는 서울대입구에 갈 시간이니 6515번을 타세요.
서울대에 가는 길, 저는 매우 떨렸습니다. 서울대는 포켓스탑의 천국이라고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이럴 땐 참 서울대생이 하고 싶습니다. 서울대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능을 다시 보면 되나요?
그렇다고 합니다.
마음 같아선 서울대 안에 들어가 관악산의 포켓몬들을 무단포획하고 싶었지만, 제 아이폰이 추우면 사망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정거장에서 6513번을 탔습니다.
잘못 탔습니다. 절대 서울대생인 척 하려고 이 동네에 대해 잘 아는 척 아무 버스나 탄 건 아닙니다. 왠지 김기춘처럼 모르쇠하고 싶군요. 안 사요, 몰라요, 됐어요. 두 정거장 뒤에 급하게 내려 다시 건너편으로 갔습니다.
밥을 먹었습니다. 서울대 주변에서 서울대생인 척 하고 먹는 돈가스는 꿀맛이었습니다. 금수저도 쉽게 할 수 없다는 서울대생 코스프레는 저에게 색다른 기쁨을 선사하기는커녕 돈가스 먹느라 다른 거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잠깐 중간 정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네비게이션이 아니므로 경로엔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대충 이만치 왔습니다.
1) 7022번: 청와대->명동
2) 152번: 명동-> 장승배기역
3) 6515번: 장승배기역-> 서울대입구
4) 6513번: 서울대입구-> 서울대입구...
청와대에서 서울대입구 오는 약 한 시간 반 동안, 버스를 네 번이나 탔습니다. 이 정도면 저에게 명예 타요상이라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얘는 서울대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데 있습니다.
배도 부르겠다, 드디어 4호선 라인인 사당역에 가는 5528번을 탔습니다. 길거리에 시간도 좀 뿌리고, 밥도 먹느라 시간이 어느덧 6시가 넘었더군요. 6시 넘어서 서울시에서 버스를 타려고 하더니 늘 그렇습니다만 생각이 짧았습니다. 봉천동 가는 고개를 넘는데 제 모가지도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사당역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 급물살을 탑니다. 와, 인덕원역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타시는 겁니다. 무조건 그러기로 합니다. 심지어 남태령을 지나 과천을 지나 인덕원까지 가는 길이 밀리지가 않습니다. 유난히 이브이가 많은 동네에서 온 동네 이브이를 주머니 속에 넣다보면 인덕원에 도착합니다.
인덕원에서 서울구치소는 고작 네 정거장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것의 끝은 인덕원입니다. 그러나 저는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보이십니까? 사당역에서나 겨우 탈 수 있었던 502번은 숙대입구에서도 섭니다. 저는 왜 괜히 장승배기에 가서는 서울대 찍고 버스 잘못 타서 밥이나 먹고 다시 갔던 길 돌아 사당역에 간 뒤 인덕원까지 서서 갔던 걸까요. 단 세 번이면 올 수 있었던 인덕원을 무려 6번이나 버스를 갈아타면서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길거리에 시간을 뿌리기, 어렵지 않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인덕원에서 서울구치소로 가는 22번 버스를 탔습니다. 걸어가도 될 정도로 멀지 않습니다만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고 싶었습니다. 환승제도, 그거 굿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저는 도합 7번의 시내버스 ‘갈아탐’을 마치고(참고로 다섯 번 이상은 환승이 안 됩니다) 서울구치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시계 자랑이 조금 갑작스럽습니다만, 7시 40분이 좀 안 되었군요. 3시 좀 넘어 출발했던 걸 생각하면 도합 4시간 30분 만에 찾아온 그 분의 새로운 집입니다. 그럼 어디 구치소 앞으로 가볼...
까 했습니다만, 조금 4885스러운 무시무시한 광경이 저를 반겼습니다. 길지 않은 다리를 소유하였으나 운동으로 체력 하나는 발군인지라, 뛰었습니다. 이 길의 끝에 구치소가 있기 때문이었죠. 목숨을 향한 집착은 산노루가 와서 옆에서 뛰어도 비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발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도착했습니다. 저기 보이는 게 곧 그 분이 거치실 검문소입니다. 아직은 죄진 게 없어서 저 안에까진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서울구치소 안이 보고 싶다면 말씀하십시오. 곧 죄를 저질러서… 아, 아닙니다.
곧 그 분이 타실 법무부 버스가 뒤꽁무니를 보이며 구치소 안으로 들어가네요.
마지막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역시 경로는 조금 틀릴 수 있습니다.
5) 5528번: 서울대입구(에서 꼴랑 두 정거장인 서울산업정보학교) -> 사당역
6) 502번: 사당역 -> 인덕원역
7) 22번(경기버스): 인덕원역 -> 서울구치소
구치소 검문소 앞엔 잡을 포켓몬도 포켓스탑도 없다는 걸 알려드리며 투어를 마치겠습니다. 아무래도 구치소 안에서 포켓몬고 렙업은 조금 포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청와대에서 서울구치소까지-버스>
순례자: 챙타쿠
소요시간: 4시간 30분 (밥 먹고 바지 산 거 1시간 빼야지 돼여)
비용: 약 3,000원 (바지 구입 시 29000원 추가)
총평: 엄마가 돈 몇 푼 애낄라고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라했습니다. 돈이 짱입니다. 돈을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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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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