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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선고를 하루 앞둔 2017년 3월 9일 오전

 

대학로 쪽인지 안국동 쪽인지 거대한 군중의 함성 소리가 낙산 자락까지 들려왔다.

매 주말 대학로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함성소리 대신 군가나 찬송가 연주 소리만 낭랑히 울려퍼지던 것과는 사뭇 양상이 달랐다.

'아무리 돈 받고 동원된다는 의혹을 받는 집회라지만 아침부터 줄잡아 수만명 규모의 인원이 모이다니 대단하긴 하군'이라 생각하며 낙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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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대학로는 조용하고, 안국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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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 사거리 주변 인도에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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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아래 수십명의 인원이 모여 집회를 하고 있다.

군중의 함성과 구호는 계속 들리고 있는데 대체 본대는 어디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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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낚였다..

이들은 지난 3.1절 개신교 기도회에 참가한 군중의 소리를 녹음해서 반복 플레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크레인에 매달린 저 웅장한 스피커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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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방면으로는 경찰들이 열심히 차벽을 치고 있다. 나중에 좋은 세상 오면 '버스로 미로 만들기' 기네스북 같은 것에 도전하는 것도 대한민국 경찰의 위상을 한껏 드높이는 방법 중 하나일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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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를 경비하는 여경들이 근무교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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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서 관심을 두는 비중보다 '저쪽' 사람들이 전교조와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노무현-문재인을 증오하는 정도가 훨씬 크다. 사학토호와 개신교가 엮인 세력과 관계 있는 현상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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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회 참가자가 지나가던 시민에게 '박사모도 아니면서 여기 왜 있냐'며 시비를 걸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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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 과연 저 헌법재판소 벽면의 무궁화가 2017년의 봄소식을 전해주게 될까?

 

 





그리고 박근혜가 파면된 2017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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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로가 차량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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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정체구간이던 율곡로 안국역 방면은 통제로 인해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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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입구에서부터 겹겹의 차벽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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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 사거리를 기준으로 남쪽에는 탄핵 반대 집회, 서쪽에는 찬성 집회, 중앙에는 경찰본부가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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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스피커의 위용을 뽐내는 탄핵 반대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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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은 장비를 준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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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멘트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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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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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객이 싹 사라진 관계로 상대적으로 일본 관광객이 눈에 많이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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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시위대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은 안국동 일대의 좁은 골목까지 꼼꼼히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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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성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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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전광판의 사운드가 연결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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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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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탄핵소추 가결 절차에 어떠한 흠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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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7인 이상이 출석하면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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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인의 재판관이 재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심리를 하지 말라는 것으로, 헌정 위기를 방치하자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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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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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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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간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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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없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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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당일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절차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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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대통령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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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지시와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이 최씨에게 흘러간 것은 국가공무원법 비밀 엄수 의무에 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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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K스포츠재단의 임직원 임면과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박대통령과 최씨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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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위 권한을 남용한 것은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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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하게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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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등 헌법기관의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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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조사 요구, 청와대 압수수색 등에 응하지 않았으며, 법 위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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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가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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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박 대통령 파면을 통해 얻을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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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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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환희와 탄성이 떠나지 않는 탄핵찬성 집회장을 뒤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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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벽의 미로와 지하도를 지나 탄핵 반대 집회장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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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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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과 거친 말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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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바람대로 지금 당장 차벽을 뚫고 헌재로 갑시다."

자제를 당부하는 발언자들도 있었으나 결국 이 발언이 가장 큰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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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취재를 하던 도중 두 번의 제지를 당했고 결국에는 거칠게 등을 떠밀리며 안국역 출구 쪽으로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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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에게 맞아 머리가 찢어진 기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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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버스에 오르는 집회 참가자와 이를 막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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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로 경찰을 공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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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으로 내려가 보았다.

한 시민이 뒤돌아 서서 "여기로 못 갑니다, 오지 마세요"라고 소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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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쪽 출구로 나가려던 시민과 막는 경찰의 대치 지점에는 사람들이 여럿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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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잃었는지 가슴 압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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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있는 사람들의 상황이 잘 파악되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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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 올라가려는 시위대와 막으려는 경찰의 충돌은 거세지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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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의사 있습니까?" 라는 외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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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경찰 여러 명이, 쓰러져 있던 또다른 한 사람에게 인공호흡과 가슴 압박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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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쓰러져 있던 사람들을 안국역 밖으로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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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낯빛이 희고 입술이 푸른 것이 내가 봐도 매우 위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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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급대가 인파를 헤치고 뛰어 들어올 때까지 경찰들은 4번 출구 앞에서만 10여분 남짓 심폐소생술을 반복했고, 출동한 구급대 역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더니 결국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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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는 "지금 애국동지 한 분이 돌아가시고, 네 명이 의식불명이다"는 방송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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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 지하를 통해 헌재로 가려던 사람들은 계획을 바꾸어 안국역 지상에서 경찰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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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압력을 못 이긴 한 명이 지하철역 난간을 넘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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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안국역사거리 북단까지 밀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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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의 청년들이 인근 건물에서 촬영을 하고 있던 취재진을 때려서 쫓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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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 지하는 경찰들이 지키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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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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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긴 차벽을 지나 차도로 들어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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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전체에 집회신고를 냈는지 훌륭한 영상장비들이 즐비한 탄핵 반대 집회장을 빠져나왔다.

 

더이상 움직일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안국역 헌법재판소 방향 출구에서 쓰러진 이모씨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떠밀리는 과정에서 쓰러져 후송되었으나 숨졌다.

부검 결과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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