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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업무의 위험성을 세계에 알린 로버트 켈리 교수의 BBC인터뷰 내용이다.


“한국에서 10년을 살았는데 오늘이 그 중에서 최고의 날일 겁니다. 한국인들의 방식에 상당히 감명을 받았습니다. 탄핵 절차를 끝까지 마무리한 민주주의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인들은 이걸 폭력도, 큰 혼란도 없이 해냈습니다. 헌법 절차를 준수했고, 아무도 죽지 않았으며, 쿠데타도 없었습니다. 아랍의 봄과는 달랐어요. 민주주의의 대단한 성과입니다. 시스템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60일 안에 선거가 있을 겁니다. 전 이걸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스캔들은 늘 일어납니다. 문제는 민주주의가 그 스캔들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것이죠.”


그렇다. 박근혜 파면은 ‘민주주의’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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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자연인 박근혜 씨를 보고,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의 영혼을 쪼개서 심어놓은 호크룩스(‘해리포터’에 나오는 자신의 영혼을 쪼개어 다른 물체에 심어 놓는 마법)가 몇 개 더 남아 있을 때 나오는 표정과 말이 아닌가.



이젠 제발 좀 정신 좀 차렸으면 하는 마음에 최순실과 박근혜가 한 몸이었음을 증명하는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해서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았던, 'MITS Korea'의 사례를 밝히기로 한다. 워낙 명백하기 때문에 최순실이 국가 예산을 날로 먹으려고 했으며, 박근혜가 아주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마침 집에 가는 박근혜가 갖고 갔던 박스 중에 하나가 ‘아세안 6030 8대(A급)’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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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ITS Korea


이는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서 얼마나 자격이 없는 사람인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최순실과 박근혜가 한 몸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사부터 보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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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지난 2월 4일 <시사저널>의 보도다. 요약하자면, 교통안전공단이 미얀마와 무상원조 협약을 맺고 80억 원 상당의 자동차 검사 장비를 원조하기로 했고, 여기에 최순실이 ‘MITS korea’라는 회사를 통해 개입했다는 것이다. 최순실는 MITS korea’의 대표인 인 아무개 씨에게 은 이 회사의 주식 15%를 받았다. 최씨는 ‘MITS korea’의 지분을 차명으로 대신 받은 장시호 씨에게, “나랏돈이 들어간 주식으로 평생 먹고살 돈”이라며, “잘 보관해라”라고 말했다.


최순실과 미얀마를 연결하는데 핵심이 되는 회사가 ‘MITS Korea’로, 이를 통해 미얀마에서 하려고 했던 사업은 네 가지다.


첫째, 미얀마 K타운 건설 사업
둘째, 미얀마 커피를 이용한 커피 체인 사업
셋째, 미얀마에 세관 시스템 제공
넷째, MITS 코리아에 약 80억 원 상당의 ODA(정부개발원조.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제공


다음은 홈페이지에 나온 ‘MITS 코리아’의 회사소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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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S 코리아>


미얀마 상무부 산하의 기관으로, '수입되는 특정 상품에 대하여 상대국과 미얀마 항의 제반 검사를 실시하는 정부 부처'라고 나와있다. <시사저널>은 이에 대해 “MITS는 미얀마로 수출되는 특정 상품에 대해 상대국과 미얀마 간의 제반검사를 실시하는 부처로, 우리나라로 치면 관세청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관세청은 상무부가 아니라 재무부 소속이라는 건 둘째 치고, 2초만 생각해보자. A라는 나라에 물건을 파는데 A국가의 정부 조직이 B라는 나라에 ‘회사’를 설립해놓고 특정 업무를 보면, B라는 국가가 놔둘 것 같은가? B국이 “주권침해!”라고 할 것 같지 않은가?


대항해시대부터 무역은 서류와 신용을 기반으로 했지만 개발도상국들이 대거 이 거래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보내고 물건을 제대로 보낸 것처럼 서류를 꾸며서 튀는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때문에 세계은행조차도 특정 국가들과 무역을 할 경우에는 ‘물건을 보내기 전에 그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는 업체’를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통상적인 수출입 과정에서 수입업자가 국제거래를 통해 산 물건을 확인하는 것은, 통관 후 물건이 자기 창고 앞에 도착했을 때다). 이런 걸 ‘선적전 검사(PSI. Pre-Shipment Inspection)’라고 한다.


미얀마는 선적전 검사를 위해 상무부 내부에 ‘MITS(Myanmar Inspection and Testing Services)’를 만들었고, 이 회사들을 아시아 주요국에 파견했다. 다시 말해 ‘MITS korea’는 제대로 된 물건이 한국에서 미얀마로 실려 가는 것인지 확인하는 인증서를 발급하는 곳이라는 거다. 



2. 최순실과 박근혜의 사고체계 1


최순실은 ‘MITS Korea’를 미얀마 상무부의 일개 부처 정도로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하는 일이 뭔지 전혀 몰랐다는 것은 미얀마 상무부 장관이 내한했을 때, 이 양반을 교통안전공단으로 끌고 가 자동차 검사 시스템 개발 등을 논의하게 해놓고 무상원조를 끌어내려고 했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MITS Korea’가 한국에서 주로 다뤘던 아이템은 중고자동차였지만, 중고자동차 검사 시설은 없었다. 인증서를 발급해야 하는 조직이 검사 설비도 없이 인증서를 발급한다니 말이 안 된다. 많이 양보해도, 전국의 자동차 검사소에서 미얀마어 혹은 영어로 된 확인증을 출력만 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 특정 폼에 번역한 내용을 넣는 데 뭔 수십억이 들어가나?


ODA로 현지의 세관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걸 제안했다는 것도 이상하다. 보통 정부 기관 중에서 가장 센 곳은 군대를 다루는 부서와 자기네 나라의 가장 큰 산업을 다루는 부서, 혹은 돈을 다루는 부서다. 관세청은 모든 무역 업체들에게 갑질할 수 있는 위치로, ‘MITS Korea’에게 있어 미얀마 관세청은 갑중의 갑이다. 이 과정에서도 최순실은 뭔가를 받아야 한다고 나섰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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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위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 이백순 전 미얀마 대사가 청와대의 지시를 거부했다는 말이 나온다. 외국에서 굴러먹다보면 외교부 관료들을 만날 일이 종종 있다. 외교관에는 능력이 있는 사람부터 무례한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이 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대통령이 말하면 무조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거 하면 안 돼요.”라고 대사가 이야기했다는 것은, 기사에 나온 것을 넘는 더 황당한 주문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어지간하면 하는 이들이 뭐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주문을 받았으면 “개발도상국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이권을 챙기는 건 나라 망신”이라고 했을까.



3. 최순실과 박근혜의 사고체계 2


위의 <JTBC> 기사에 따르면 미얀마 쪽에서 버스 100대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박근혜는 미얀마에 학교 버스를 주는 대가로 K타운과 관련한 토지사용권을 받아내라고 지시했고.


통상 버스 한 대의 가격은 1억에서 1억 5천만 원이다. 100대면 100억~150억 정도. 그러니까 그거 가지고 땅 사용권을 좀 받자는 건데…, 가능해 보이지만, 문제는 저개발 국가일수록 땅값이 비싸다. 안전자산이 없고 상거래 시스템 자체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대사와 영사 서기관들 중에서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미얀마 수도 양곤의 땅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2014년 5월 22일, 유니세프(UNICEF) 미얀마 지부에서 보도자료 하나를 냈는데, 'Rising costs in Myanmar put strain on UNICEF’s resources in Yangon(링크)'라는 제목의 이 보도자료가 한동안 외신의 남아시아 섹션을 뜨겁게 달궜다.


미얀마에서의 비용이 너무 올라서 유니세프가 미얀마에서 쓸 자원이 없다는 호소로, 약 30,000평방피트(약 843평)의 사무공간을 임대하는데 미화 9만 달러를 월세로 내야 한다는 이야기 등이 실려있다. 9만 달러면 한국 돈으로 1억이다. 800평 좀 넘는 사무실 빌리는데 1억이라니, 거의 강남 땅값이다.


컨벤션 센터는 일단 단위가 만 평 단위다. “150억 줄 테니까 강남에 몇 만 평 내놓으라.”는 것과 같은 최순실의 말을, 그 나라 땅 값을 잘 아는 대사가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원조해주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대사에게 구걸을 시킨 셈인데, 거부했단 이유로 잘라버리곤 말 잘 들을 만한 사람으로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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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라인에 정상적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질 수 없었다(바로 이 이유 때문에 최순실과 박근혜가 지난 4년간 국정을 운영했던 거지만). 남의 말을 도통 듣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양반 둘이 의사결정을 하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미얀마 사례는 최순실과 박근혜가 한 몸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 내가 아는 호크룩스 중 하나다. 검찰은 꼭 최순실과 박근혜를 수사하는 검찰은 미얀마 사례를 반드시 수사하시기 바란다. 이거 파면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순실과 박근혜가 나랏돈 갖다 쓴 흔적들을 수없이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Samuel Seong

트위터 @ravenclaw69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