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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찌라시 한국사'는 재미난 역사적 사건을 대화체로 풀고 썰을 마구 첨가하여 남녀노소 상하좌우 친박반박까지 한국사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새 연재입니다.


찌라시만큼 흥미진진하고 쫄깃하여 찌라시인 것이지, 진짜 찌라시와는 무관하니, 맘 편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변칠우라... 이름부터 먼가 몹시 낭만적인 듯 하면서도 어딘가 질풍노도의 냄새가 나지 않아? 그럼 이 사건이 뭔지 브리핑을 한 번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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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칠우 사건개요>


주요멤버 : 영의정 박순의 서자 박응서, 상산군 박충간의 서자 박치인, 목사 서익의 서자 서양갑, 허균의 제자 허흥인 등이 주축으로 전원이 서자출신으로 구성.

주요활동 : 강가에 정자를 짓고 -벼슬길이 막힌 서자들끼리 모여- 시와 술로 세월을 보내며- 자기들끼리 죽림칠현을 자처.

주요 뻘짓 : 돈이 떨어지면 작은 도둑질도 서슴지 않았는데 큰 거 한 탕을 하기 위해 문경세제를 넘던 은 상인을 습격하였고 이 와중에 사상자 발생.


이 사건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의 범죄이긴 하지만 정치적인 색채는 전혀 띄고 있지 않았어. 하지만 사회질서를 무너뜨렸으니 어쨌거나 포도청에서 형사재판을 당연히 진행을 하게 되었어. 장안의 화제가 되었음은 물론이야. 이름부터 사회면 보다는 연예면에 실려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이잖아. 그런데 어찌하여 이 사건이 정치면의 헤드라인으로 옮겨 가게 되었는지 살펴 보자고.


이 소식이 대북파의 주요멤버 이이첨의 귀에 들어가면서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어.


하하하 이 대감님. 그 강변칠우인지 먼지 하는 얼빠진 놈들의 소행을 들으셨습니까? 하여튼 천한 것들은 안 된다니까요. 지 놈들이 모여서 한다는 짓거리가 다 그렇지요 머. 쯔쯔쯔.”


아 글쎄, 몇 년 전에는 서얼철폐를 주장하는 상소까지 나오지 않았습니까? 태종임금 때부터 공고히 내려오던 서얼의 관직금지를 철폐 하자는 둥 가당치도 않은 소리지요. 우리 밥 그릇도 모자란데 천한 것들과 나눌 게 어디 있습니까? 헤헤헤헤헤


이 대감님 왜 듣고만 계십니까? 한 마디 논평 좀 해주십시오. 이번 기회에 서자 놈들을 확 후려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버러지 같은 것들 잡아 뭐 하겠습니까? 이걸로 경쟁자를 잡아야지요. 이번 기회에 영창대군을 위시하여 소북파를 싹 쓸어 버려야겠소.”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서자 놈들이 사고 친 걸로 소북파를 어찌 잡는단 말씀이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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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생전에 대북파는 광해군라인을 탔고, 소북파는 영창대군 라인을 탔었어. 광해군이 왕이 되어 소북파의 활동이 위축이 되긴 했지만 아직 영창대군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이이첨은 강변칠우 사건을 확대, 조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거야. 선조 때 광해군 라인을 탔다가 좌천의 쓴 맛을 본 이이첨은 한 번 잡은 권력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세요. 내일 날이 밝는대로 대감들이 직접 그 강변칠우인가 먼가 하는 놈들이 잡혀 있는 포도청으로 가세요.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자백을 받아내세요.”


자백이라 함은?”


어허~ 이 답답한 양반들 보게나. 역모였다는 자백을 받아내는 거지. 사랑 고백이라도 받아낼 심산이요? 소북파의 후원을 받아 영창대군을 옹립하기 위한 역모 준비의 일환으로 은 상인을 털었다. 이렇게 말이요.”


!! !! 이제야 감이 왔습니다. 분부 받들어 다녀 오겠습니다.”


주상전하께는 내가 대면보고 드리리다. 그리고 허균이 곧 나을 찾아 올 것이오. 흐흐 흐흐


이렇게 밀실 공작정치를 통해 우리의 강변칠우들은 졸지에 역모의 행동대장들로 순식간에 지위가 격상 되었어. 그래도 강변에서 모여 무예연습도 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던 기개가 남아 있었던지 초반에는 강하게 저항을 하였어. 하지만 끝내 모진 고문을 견뎌내지 못하고 역모를 위한 것이었다는 허위자백을 하고 말았어. 자백을 받자마자 반대파에 대한 숙청작업이 신속히 진행 되었고 영창대군까지 그만.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허균도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어. 강변칠우의 활동무대와 홍길동전의 주요 무대가 신기하게 겹칠 뿐만 아니라 허균이 평소 이들과 가까이 지냈기 때문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농후했지. 거기다 허균은 이미 정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으니 말이야.


허균은 글방 동문이자 대북파의 핵심인 이이첨을 찾아가기로 결심했어. 이이첨은 10살 아래의 글방 동문 허균을 따뜻하게 맞이해.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시대를 잘 못 만난 불운한 천재 허균 아니신가? 어서 들어와요. 요즘 마음 고생이 심하지요? 내가 다 압니다. 날 찾아 올 줄 진작에 알고 있었어요.”


“… ….”


긴 말 할거 없고 내가 신변은 확실하게 보장해 드리리다. 신변 보장 뿐만 아니라 형조판서까지 제공해 드릴 테니. 그 기막힌 재주 좀 빌립시다. 이거야 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소? 자 이제 서로 합의한 걸로 알고 자세한 이야기는 술 자리가 파한 후 다른 분이 브리핑 해줄 것이오. 우리가 이리 뜻을 합한 것을 기념하여 러브샷 한 잔 합시다.”


허균은 다음 날부터 글 좀 쓴다는 유생들을 모으기 시작했어. 심지어 숙식까지 제공하며 모든 편의를 제공했지. 물론 자금은 이이첨이 제공 했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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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은 유생들이 올릴 상소에 큰 틀을 잡아주고 총괄지휘를 맡았어. 그 상소의 주된 내용은 인목대비의 폐위였어. 이 일을 계기로 허균은 정치적으로 탄탄한 입지를 얻고 광해군의 신임을 얻게 되었어. 하지만 인목대비의 폐위는 같은 대북파 내에서도 심한 반대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당시 영의정이었던 기자헌이 특히 반대가 심하였어. 하지만 허균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한 때의 정치적 동지였던 둘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되었지.


그렇게 강변칠우 사건으로부터 4년이란 시간이 흐른 1618 12월 허균과 완전히 등을 돌렸던 기자현의 아들 기준격이 왕에게 비밀첩보랍시고 상소를 올려. 내용인 즉 사실은 허균이 영창대군을 옹립하려 했었다는 철 지난 내용이었어.


이에 이이첨은 허균을 조용히 불렀어.


허 대감. 어제 주상전하께 비밀첩보가 전달되었소. 대감이 실은 영창대군을 옹립하려 했다는데 설마 사실은 아니지요? 그건 아닐게요.”


아니 대감님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입니까? 제가 지난 날 인목대비의 폐위를 그리 주창한 걸 아시면서, 설마 저를 의심하시는 것은 아니지요? 주상전하께서는 어찌 보고 계십니까?”


아 물론 내가 허 대감을 의심 할 리가 있소. 주상전하께도 내가 잘 말씀은 드려놨지만 앞으로는 각별히 조심을 기하세요. 아닌 땐 굴뚝에도 자꾸 연기가 나면 사람의 눈과 마음이란 것이 흐려지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이듬해 8월 10일 남대문에 하남대장군이 나타나 백성들을 구할 것이라는 내용의 격문이 나붙게 되었고, 범인이 이상하리만치 쉽게 잡혔어. 범인들은 허균의 외가 서얼과 조카들이었는데 이들이 국문장에서 역모의 배후가 허균이라고 진술을 해. 이들은 진술을 할 때마다 내용이 바뀌고 나중에는 허균이 직접 왕이 되려고 했다는 진술까지 하게 되지. 또 한 번 정치공작의 냄새가 나는 것은 나와 여러분만이 느낀 건 아니었어.


<광해군일기>에 이것은 당시 대북파 실세였던 이이첨과 한찬님이 허균 제거를 위한 정치공작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해.


마침내 1618년 824일 격문이 붙은 지 2주 만에 허균이 긴급체포 되었어허균은 억울함을 거듭 호소하였지만 모진 고문만이 이어질 뿐이었어.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하라니 억울하기 그지 없소. 주상. 주상전하를 뵙게 해주시오. 안 되면 이이첨 대감이라도 불러 주시오. 분명히 큰 오해가 있는 것이외다.”


모진 국문이 이어지고 허균이 유치장으로 안치되자 이이첨이 면회를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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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런 사람 몰골이 말이 아니구만. 어찌 이리도 모질게도 사람들 다뤘단 말이냐? 여봐라 어서 준비한 음식을 들여 보내거라. 그리고 얼굴이라도 상처를 치료해 드려라... 보기가 참으로 흉하구나.”


대감마님. 저기 이 자는 지금 역모 죄로 끌려온 자입니다. 아무리 이 대감님이라도 이러시면... 저희 입장도 곤란하고...”


이놈이 지금 내가 누군 줄 알고? 허 대감은 누명을 쓴 것이야 곧 풀려날 것이다. 그리고 내 관직을 걸고 허 대감을 돌볼 것이니. 네놈은 책임질 일 없다.”


허 대감 조금만 고생하세요. 내일이면 다 해결될 겁니다. 이건 내가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저기 VIP의 의중이기도 하니 안심하세요. 그럼 사람들 눈도 있고 하니 난 그만 가리다.”


허균은 몸도 상하고 제대로 된 변론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을 때 내심 광해군과 이이첨에게 서운하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이첨이 직접 찾아와 저리 말해주니 안심을 하였어. 비록 심신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내일이면 풀려난다는 생각에 감옥에서 이틀만에 단잠을 청했어.


잡혀 온 지 3일째 되던 날 바깥이 소란스러워 허균은 단잠에서 깨어났어.


"이보시오. 무슨 일인데 밖이 이리 소란스럽소?"


허균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먼가 불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어.


죄수 허균은 밖으로 나와 어명을 받으시오.”


감옥생활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 속에 그의 앞에 붓과 벼루가 놓여졌고 서류에 서명을 하라는 관원의 지시가 내려졌어. 서류를 읽어보던 허균은 벼루를 집어 던져 버리고 소리를 질렀어.


조선은 사형을 집행할 때에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삼복계라는 것이 있는데, 어찌 이번에는 나의 이야기도 들어보지 않을 뿐더러 체포 3일만에 사형을 집행 한단 말이냐! 나는 여기에 서명 할 수 없다. 법적 절차를 제대로 밝도록 하거라.”


그의 마지막 외침은 허공에 떠돌기만 했고, 전례 없이 사형은 집행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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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바깥에는 허균의 무고함과 제대로 된 재판절차를 진행 하라는 군중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는데, 양반이나 사대부는 눈을 씻고 찾아 볼 수도 없었고 허균이 애착을 가졌던 천민, 서자, 기생 등의 사람들이 집회를 하였다고 해.


이 모든 것이 허균이 혹시라도 여론을 선동 할까봐 그 전날 와서 안심을 시킨 이이첨의 정치계략이 아니고 무엇이었겠어.


허균의 호가 교산이야. 교는 이무기를 뜻하는 것인데, 고향 집 앞에 산의 모양새가 이무기와 닮은 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해.


혹시 말이야.


허균은 홍길동이 ‘왕좌의 게임의 주인공처럼 용을 타고 악의 무리를 무찌르며, 힘 없는 백성들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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