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8. 목요일
독투불패 음냐리
엿 먹어라
1965년 3월 30일, 경향신문
우리나라 입시의 전설은 엿 먹어라 사건이죠.
1964년 12월 7일에 치러진 1965학년도 전기 중학입시의 공동출제 선다형(選多型) 문제 가운데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문제) "엿기름 대신 넣어서 엿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① 디아스타아제 ② 꿀 ③ 녹말 ④ 무즙
당시 정답으로 채점된 것은 ①디아스타아제였지만 보기 중의 하나인 ④번 무즙도 답이 된다는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무즙을 답으로 써서 1문제 차이로 떨어진 학생의 학부모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드디어 학부모들은 이 문제를 법원에 제소하기로 하고, 먼저 입시담당기관에 항의하였으나, 항의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무로 엿을 만들어 입시와 관련된 모든 기관(교육부, 교육청, 대학 등)에 찾아가 엿을 들이댔습니다. 무즙으로 만든 엿을 먹어보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치면서 엿을 만든 가마솥을 들고 나와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어머니들의 교육열(?)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엿 먹어라! 이게 무로 쑨 엿이다. 빨리 나와 엿 먹어라! 엿 먹어라!
무즙으로 쑨 엿 맛이 얼마나 맛있고 달콤한지 정부는 아느냐. 엿 먹어라! 엿 먹어라!”
이 엿 사건은 장안에 엄청 화제가 된 사건입니다.
(원문 링크)
이후 김규원 당시 서울시 교육감, 한상봉 교육부 차관 등이 사표를 내고 무즙도 정답으로 인정.
성대 입시부정
그리고 나중엔 부러진 화살의 발단이 된 1995년 성균관대학교 입학 시험 오류 사건도 있죠.
영벡터가 아닌 세 공간 벡터 가 모든 실수 x, y, z에 대하여 |xa + yb + zc| ≥ |xa| + |yb|를 만족할 때 임을 증명하라.
(원문 링크)
문제에서는 a, b 가 영벡터가 아니라고 했는데, 실제로 풀어보면 a 나 b 중 하나는 0이 되어야 된다는 점이 문제의 오류.
학교에선...
“해당 문제를 '영벡터가 아닌 세 벡터 와 모든 실수 x, y, z에 대해 조건명제 p이면 조건명제 q'라는 방식으로 바꿔 쓰도록 하자. 그런데 전제조건 p를 모든 실수 x, y, z에 대해 만족하는 영벡터가 아닌 벡터 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조건명제 p의 진리집합은 공집합이다. 이는 조건명제 q의 진리집합의 부분집합이다. 따라서 'p→q'라는 조건명제는 참이다.”
(원문 링크)
라고 우겼지만, 수학 문제에서 전제조건이 틀렸는데, 답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무논리 억지임.
그리고 이 문제 오류을 지적한 김명호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짤림. 뭐 이 문제 지적때문이냐 아니냐는 말이 많지만…….
김명호 교수
수능 문제의 답을 다수결 민주주의로 만드나
올해 오류 문제가 나왔는데.
(원문 링크)
이 문제의 문제점은 정답이 없다는 것.
8번 문제에서 A는 유럽연합, B는 북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문제의 답으로 ②번(ㄱ,ㄷ)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세계은행 자료를 분석한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ㄷ)는 오답이다.
발표 자료에서 2010년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B)의 총생산액이 유럽연합(A)보다 커지고 2012년까지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문항 속 세계지도 하단에는 '(2012)'라는 표시가 들어가 있어 수험생들이 2012년 상황과 통계로 오독하도록 했다는 지적이다.
(원문 링크)
"이 문항에 대한 외부 전문 집단의 유권해석을 위해 한국경제지리학회와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에 자문을 요청한 결과 두 학회 모두 '정답에 이상 없음'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원문 링크)
사실 문제를 잘못 낼 수도 있는거야.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쩌다 보면 실수가 있을 수도 있어.
그리고 학회를 배경으로 문제 없다고 하는데, 학회라는 것... 생각보다 이런 압력에 약하지.
예전에 김명호 교수 때도 고등과학원(명효철 교수), 대한수학회(대한수학회 회장, 충남대 주진구 교수)에 물어 보니까 답을 하지 않았지.
그 때는 답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냥 문제 없다라고 했다는 거야. 문제가 있는데. 학회가 문제가 좀 있네. 아마도 학회원들이 뭐라고 할지도 몰라.
학회 가보니 실제로 누가 말 꺼냈군.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 게시판(링크),
문제는 실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처리하는 자세야.
성태제 원장은 "만약 문항이 잘못됐다면 우수한 1등급 학생이 틀린 답을 고르고 아래 등급으로 내려갈수록 정답을 고르는 패턴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번 세계지리 8번 문제는 1등급 학생 대다수와 2등급 학생의 92%, 3등급 학생의 80%가 (정답인) 2번을 골랐다"며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일수록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충분히 정답을 고를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문항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수험생이 맞은 것으로 처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모든 학생을 정답으로 인정한다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가장 최선의 답을 고른 학생들이 '왜 틀린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점수를 주느냐'고 항의할 수 있다"며 "과거 유사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수험생은 시험 문항에 대해 상호 비교해 검토하여 가장 적합한 것을 답으로 택해야 한다'고 판결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원문 링크)
과거 유사한 소송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는데, 성태제 원장이라는 사람, 일단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자세가 글러먹었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에 성태제씨
성 신임 원장은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교육측정·평가)를 취득했다.
(원문 링크)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전공이 교육 측정 평가라네. 교육 측정 평가할 때 문제 잘못 내면 이렇게 우기는 걸 배우나 봐. 고대 스타일인가 아니면 위스콘신스타일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자기 본인 스타일인지도.
저 문제에 대해서 해명을 하면서 '틀린 아이'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오류야. 문제가 잘못인데 왜 아이들 탓을 하는 거야.
게다가 학문은 법원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야. 학문은 특히 과학은 법치도 아니고 민주주의도 아니야. 과학은 진실의 독재야.
그냥 틀렸으면 틀렸다고 시원하게 인정하면 되는거야.
전교조 "평가원, 수능 출제 오류 인정하라"
"통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건 출제자 실수" 논평
(원문 링크)
아마 전교조에서 이렇게 들고 나오니까 진영논리 때문에 잘못을 인정 못할지도... 아 정말 싸가지 없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가니, 여기에 이번 사건에 대해서 해명자료를 올렸는데...
대법원 판례(2010두17267, 2011.7.14.)에 따름. 문항의 <보기>에서 ㄱ은 맞는 내용이고 ㄴ, ㄹ이 명백히 틀린 내용이므로 ㄴ, ㄹ을 포함하는 ①, ③, ④, ⑤는 정답이 될 수 없음이 분명하고 수험생은 ㄷ이 논란이 된다 하더라도 정답으로 ㄱ과 ㄷ이 포함된 ②번 답항을 충분히 선택할 수 있음.
(원문 링크)
이 해명자료에선 ㄴ과 ㄹ 이 명백히 틀린 내용이라고 하는데, 실제론 ㄴ, ㄷ, ㄹ 모두 명백하게 틀린 내용... 아예 해명 자체가 지라르 드 풍자크 2세 수준이네.
판례도 설명 기사가 나왔네.
대법원이 초등임용시험에서 출제 오류를 부정한 것은 논란이 된 문항에서 ‘다의적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즉 ‘공을 뽑아서 흰 공이 먼저 나오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표현은 ‘무조건 먼저 흰 공을 뽑은 사람이 이기는 경우’로 볼 수도 있고 ‘둘 다 공을 뽑은 후 한 사람만 흰 공을 뽑았을 때 이기는 경우’로 해석할 수도 있었다.
(원문 링크)
이제 완전 자승자박. 원장 사표 예상인데.
독투불패 음냐리
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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