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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국축 난민'이다. 응원하던 팀이 어느날 갑자기 해체되어 버린(...) 눈물 없이도 들을 수 있고 비웃으면서도 볼 수 있는 안습한 사정의 K리그 팬이다. K리그가 이미 개막했지만, 뒷북으로 프리뷰를 쓰는 까닭은 이제 완전한 제3자의 시선으로 축덕질을 해보자는 다짐에서다. 팀이 없어진 마당에 이판 사판 가릴 거 없이 막 까고 싶지만, 그것은 시즌 종료 후로 기약하기로 하고, 오늘은 프리뷰를 써본다.


* 필자는 팬의 한 사람이므로 K리그 전체 팀의 상세한 정보를 얻는 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여 에펨네이션 국내축구갤러리 유저들이 작성한 프리뷰 [개축학개론]을 많이 참고했다는 점 밝힌다.



 

1. 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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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의 보물, 숭의 아레나. 객석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직관의 묘미가 대단하다


감독 : 이기형 / 주요 포메이션 : 4-1-4-1 / 주요선수 : 김도혁, 김용환, 부노자 등 / 자랑거리 : 숭의 아레나


인천은 EPL로 따지면 위건이나 선더랜드 같은 팀이다. 개막 전에는 분명 유력한 강등 후보, 시즌 중반까지 유력한 강등 후보. 시즌후반이 되면 '아직 모른다'며 생존 의지를 불태우다 결국 잔류하는 피닉제, 아니 피닉스 같은 팀이다. 김도훈 감독의 경질 이후 새로이 부임한 이기형 감독은 민간에서만 쉬쉬하며 비법으로 전해져 내려온다는 생존 드링크를 선수들에게 퍼먹인 것으로 의심된다. 어쨌든 꾸역꾸역 잔류 후, 이적 시장에서 팀을 거의 밭 갈듯 갈아엎으면서 새로운 팀을 꾸렸다. K리그 경험이 있는 웨슬리를 영입하는 등 용병을 대거 교체했으며, 10명 이상의 국내 선수들을 영입하며 젊고, 체력적으로 강한 팀을 만들었다. 올해 이 팀은, 단내나게 뛰는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심 수비수인 요니치와 팀의 주포 케빈이 팀을 떠나고 영입된 선수들의 무게감이 다소 떨어져서 이 팀을 얼마나 조화롭게 꾸려가느냐, 또 들어온 선수들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가에 따라 올해의 잔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로 영입된 용병 달리가 빠지면 달리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것이 불안요소.




2. 광주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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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동일 인물이다...


감독 : 남기일 / 주요 포메이션 : 4-2-3-1 / 주요선수 : 김민혁, 나상호, 본즈 등 / 자랑거리 : 남기일


인천처럼 열악한 재정지원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잔류하고 있는 광주FC의 올 시즌도 강등의 위협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깔끔하고 댄디한 중년 간지를 뽐내는 남기일 감독은 그동안 대자대비한 소대 선임병 같은 리더쉽으로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잘 끌어왔고, 꾸준히 잔류를 성공시켰다. 퇴물이라 생각했던 '분유캄프' 정조국을 영입해 득점왕으로 만들며 재미를 봤던 남 감독에게 올해도 그런 대박이 터질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팀의 주포 정조국이나 핵심 자원인 여름, 이찬동 등이 나가고 유망주들로 그 자리를 채웠으나, 중앙 미드필더 풀이 너무 얕아져 인천과는 달리 좀 더 세밀한 추꾸를 구사하는 광주가 시즌을 잘 버틸 수 있을까 우려스럽다. 또 '믿을맨' 정조국이 떠난 자리를 용병 바로스로 채웠으나, 바로스가 부진하면 곧바로 팀도 부진할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모른다.' 감독이 남기일에, 소문난 유망주들이 늘 그랬듯 터져주기만 한다면...!




3. 전남드래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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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 협정체결 더비, 전남과 전북의 호남더비


감독 : 노상래 / 주요 포메이션 : 3-4-3 / 주요 선수 : 유고비치, 자일, 김영욱 / 자랑거리 : 조... 조금만 가면 여수 밤바다...


팀의 레전드이자 필자가 추꾸계의 안철수라 부르는 노상래 감독은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력에 책임을 지고 사퇴 직전까지 갔으나 구단의 설득으로 잔류했다. 강등권까지 떨어졌던 순위는 용병 자일의 영입으로 폭풍 등반하여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니 못 따니 하다가 결국 뒷심부족으로 좌절. 그래도 수년간 팀의 목표였던 상위 스플릿 진출에는 성공했다. 올 이적 시장에서는 작년 하반기 반등을 이끌었던 베스트 11을 모두 지켰다. 내놓기만 하면 필패였던 노 감독의 역습형 3백 전술이 이제 안정화 되었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 급구 포지션이었던 원톱 자원도 용병으로 마련했다. 그럭저럭 준수한 이적 시장을 보냈다고 할 만하다.


다만 이 팀은 선수단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올해도 간소한 숫자의 스쿼드를 꾸렸기에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면 순위 경쟁에서 홀라당 밀릴 수도 있다. 또 과연 하반기 순위 급상승이 노 감독의 공인가 영입 선수들의 하드 캐리인가를 따지면, 노 감독의 지도력에 여전히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 그래도 선수들과의 스킨쉽은 좋은 감독이니, 유망주들의 포텐을 올해도 잘 터트리길 기대해 본다.




4. 상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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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워터파크로 변하는, 악명높은 상주 경기장

 

감독 : 김태완 / 주요 포메이션 : 4-2-3-1 / 주요 선수 : 신진호, 유상훈, 주민규 등등... / 자랑거리 : 상주시민과의 끈끈한 유대관계


골칫덩어리처럼 여겨져 여기저기 연고지 유랑을 다니던 상무 추꾸단은 상주에 안착하며 지역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새로 바뀐 김태완 감독의 이름은 추꾸팬들도 매우 낯설지만, 상무의 코치, 수석코치로서 무려 15년간이나 일해 왔다. 그냥 군인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과연 '병사의 주적은 간부'라는 불멸의 법칙을 극복할 수 있을까가 그에 대한 물음표. 그래도 이번에 들어온 신병들의 수준이 K리그 최고 수준이라, A급 신병들만 빡세게 굴려도 지난 시즌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입대한 선수들만 봐도 K리그 수준급 골키퍼 유상훈, 수준급 풀백 홍철, 수준급 미드필더 여름, K리그 챌린지 간판 스트라이커 주민규, FC서울의 주전 신진호, '장안동 호날두' 김병오 등이 들어왔다. 이 정도 자원이면 K리그 팀 어떤 감독이나 군침을 흘릴만한 스쿼드다.


그러나 상주 상무가 늘 시즌 내내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말년 병장이라 띵가 띵가 추꾸하는 선수들이 전역하게 되면 뜬금없이 강제 리빌딩을 해야만 하기 때문. 올 시즌도 그런 위험이 남아있어 이 팀의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다. 하지만 절대 강등은 없을 것 같다. 그들에게는 '포상 휴가'라는, 사실상 승부조작 급의 버프가 있으니까.




5. 대구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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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왕 조광래 단장의 미소가 레바논이 아닌 대구에 내리기를...


감독 : 손현준 / 주요 포메이션 : 4-3-3 / 주요선수 : 조현우, 김동진 / 자랑거리 : 상왕(上王) 조광래


사실은 지지난 시즌에 승격했어야 했다. 재작년, 유력한 승격 후보였지만 막판 몇 경기에서 내리 삽질을 반복하며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기고 챌린지에 잔류하는 충공깽을 겪었었다. 이 팀은 묘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팀의 단장인 조광래 전 국대감독에게 상당한 권한이 부여되며 선수 영입, 유망주 육성은 물론이거니와 훈련, 심지어 감독의 고유권한인 전술까지도 직접 체크한다는 것. 다른 팀 같았으면 감독과 단장이 박 터지게 싸울 상황이나, 신임 손현준 감독은 이를 쿨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사회생활은 역시 융통성이 생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운다. 좌우지간, 지난 시즌 드라마를 쓰며 올라왔다가 아쉽게 강등당한 수원FC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승격의 주역들을 내치지 않은 채 용병과 몇몇의 포지션만 영입했다. 조직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과 챌린지의 수준 차이가 엄연히 나기 때문에, 이 선수들이 과연 잔류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강하게 의구심이 든다. '조광래 유치원'은 과연 이번에도 통할 것인가. 대구 FC는 챌린지 팀들에게 '잔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6. 강원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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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점프대를 활용한 알펜시아 경기장. 의도는 좋았다. 그러나...


감독 : 최윤겸 / 주요 포메이션 : 4-3-3 / 주요 선수 : 정조국, 오승범, 이근호 / 자랑거리 : 조태룡


여기는 대구보다 사장이 더 주목받는 팀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임 사장이 물러나고 새로 부임한 조태룡 사장은, 신생팀 넥센 히어로즈를 성공적으로 리그에 안착시킨 성과를 낸 뒤 강원 FC에 부임했다. 챌린지에서도 1부 리그 팀이었다는 역사에 걸맞지 않게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던 강원 FC는 조 사장의 부임 이후 귀신같은 경기력으로 탈바꿈, 결국 승격 결정전에서 성남FC를 꺾고 승격하는 드라마를 썼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뜻밖의 승격을 지켜본 조태룡 사장은 폭풍 영입을 팬들에게 약속했고, 득점왕 정조국, '황카카' 황진성, 국대출신 이근호, 오범석, 이범영, 올림픽대표팀의 문창진 등을 영입하며 약속을 지켰다. '약속왕' 조태룡은 할 만큼 했으니, 나머지는 최윤겸 감독의 몫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꼭 희망만 있는 것은 아닌데, 재정 지원에 대해 '줄 수도 안 줄 수도'라며 간을 보는 강원랜드의 입장과 급하게 긁어모은 선수들의 조직력 문제 등이 있다. 조 사장은 재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팬들이 이번 시즌 다이렉트 강등을 당해버리면 다시 올라오기 힘들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만큼의 모험을 건 게 아닌가 싶다. 또 입장료가 3만원이 넘는 알펜시아 경기장 무리수 등도 까임거리.




7. 울산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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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초대가수도 자주 부르고 미모의 치어리더도 있다. 물론 당신의 잠재적 여친은 없다.


감독 : 김도훈 / 주요 포메이션 : 4-4-2 / 주요 선수 : 오르샤, 이종호 / 자랑거리 : 철퇴 DNA


일본에서 사간도스를 이끌며 기대를 모은 윤정환 감독이 구단의 전폭 지원에도 불구,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낸 후 부임한 김도훈 감독. 끈질기게 뛰는 '늑대 축구'와 비록 윤정환 감독 시기 무뎌진 감이 있지만, 울산의 아이덴티티인 '철퇴 축구'를 잘 버무릴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특히, 전북 현대가 심판매수 사건으로 인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박탈당하자 울산이 이를 받아서 올해 아챔을 나간다. 쓸만한 국산 스트라이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리그에서 손꼽히는 토종 공격수 이종호를 영입하고, 한때 리그를 정벅하는 포스를 보였던 이종호의 팀 메이트 오르샤를 영입했다. 김도훈 감독으로서는 처음 받아보는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하지만 이용, 이재성 등 리그 수준급 수비수들을 내보낸 뒤의 영입이 시원치 않아 수비진의 무게감이 무척 떨어졌다. 또 전술의 핵심인 코바가 부진할 경우 리그 순위도 접싯물에 코 박고 떨어질 위험이 있다. 짧았던 준비 기간도 위험요소인데, 우려대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하면 팬과 구단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듯 싶다.




8. 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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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쓴 자랑거리지만, 구단이 지역 사회와 이런 협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모습이다.


감독 : 최순호 / 주요 포메이션 : 4-2-3-1 / 주요 선수 : 이광혁, 손준호, 양동현 / 자랑거리 : 과메기


'스틸타카'로 유명한 패스추꾸로 리그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오랫동안 강호로 자리했던 포항 스틸러스. 그러나 이명박근혜 정권의 은혜를 한아름 받고 철강업계의 부진까지 겹친 모기업이 갈수록 메롱해지고, 포항 스틸러스의 재정 상황도 악화되며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매년 팔아야만 했다. 그나마 팀을 꾸려오던 황선홍 감독이 떠나고, 욕을 한사바리 먹은 최진철 감독의 경질 이후 포항의 선택은 최순호 예토전생. 팬들은 또 한 번 큰 실망을 했다. 어찌어찌 강등은 넘겼으나, 이번엔 팀 레전드인 신화용 골키퍼가 떠났다. 그 외에는 그럭저럭 실속 있는 영입을 하긴 했는데 전체적으로 스쿼드의 밸런스가 무너진 감이 있다.


어찌 되었건 신화용 건을 제외하면 최순호 감독은 나름대로 지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스쿼드로 팬들이 가진 최소한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그의 감독생활은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겠다. 과거 '스틸타카'의 세련미는 많이 무색해졌지만, 여전히 빠른 스피드를 가진 선수들과 패스할 줄 아는 몇몇 선수들, 그리고 존재감 있는 원톱 양동현의 어깨가 무겁다. 포항 사람들에게 의미가 큰 포항 스틸러스의 부활을 바라본다.




9. 수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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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내가 뛴다! 가 아니고... 판정에 항의하는 서정원 감독.


감독 : 서정원 / 주요 포메이션 : 3-4-3 / 주요선수 : 염기훈, 조나탄, 신화용 / 자랑거리 : 제일기획(...)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삼성, 그리고 제일기획이 핵심 중추로 드러나자 수원 팬들은 여기도 순실의 그림자가 닿지는 않았는지, 역풍이 불지는 않을지 전전긍긍 해야했다. 지난 시즌, 한 때 강등 위기에 빠지며 결국 실망스러운 순위로 마감하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역시 광탈하며 총체적 난국을 보여줬던 수원. 안습한 순위와 경기력을 볼 때마다 서정원 감독에게 화를 내면서도, 눈물 나는 지원을 받고 꾸역꾸역 해 나가는 모습에 또 안쓰럽게 바라보는 팬들. 그리고 은퇴할 나이가 무색하게 매 시즌 리그를 호령하는 염기훈의 존재가 수원을 상징한다. 올해는 그래도 투자가 늘어났다. 포항의 레전드 신화용과 여러 수비수들을 보강해서 고질적인 문제였던 수비를 개선했다. 또 4년 만에 외국인 머릿수를 다 채울 수 있었다는 것도 고무적인 성과. 잉여 자원이었던 몇몇 선수들을 방출하는데 성공(?)하며 연봉 체계도 개선되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전술의 핵심이자 팀의 엔진인 권창훈이 떠난 것이 아무래도 크다. 지난 1년간 순위를 포기하며 키워 온 유망주들이 이제는 좀 터져야 할 텐데, 이들의 활약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올해도 좀 불안하긴 하다. 또 지난 시즌, 항상 선제골을 넣고 후반에 실점하며 무재배의 달인이 되었던 징크스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가 포인트. 염기훈-조나탄-산토스의 쓰리톱은 여전히 막강하니, 중원이 살아나느냐에 따라 명가 재건 역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10. 제주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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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팀은 감독들이 감귤색으로 염색을 한다. 부끄러움은 팬의 몫인가...


감독 : 조성환 / 주요 포메이션 : 3-4-1-2 / 주요 선수 : 오반석, 이창민, 마르셀로 / 자랑거리 : 홈 깡패


독보적인 홈 이점을 가진 제주 유나이티드는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패스추꾸로 '귤스날'이란 별명을 가졌다. 수년간 다져온 팀의 철학이 드디어 빛을 발해, 애타게 바라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얻었다. 올해 이적시장에서는 전체 팀 가운데 가장 훌륭한 보강을 했다고 평가를 받는다. 애타게 찾던 수비형 미드필더 이찬동을 비롯, 전 포지션에 걸쳐 수준급의 선수들을 골라 넣었다. 특히 특허라도 내야 할 법한 제주의 용병 선구안은 올해도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기대에 부합하듯, 삼일절 일본 원정을 떠나 치른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놀랄만할 경기력을 보여주며 팬들을 장미빛 환상에 젖게했다. 어쩌면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다.


물론, 지난 시즌의 원톱 김현이 보여준 극악의 골 결정력에 비하면 확실히 나아진 공격진으로 바뀌었지만, 제주 특유의 '기회창출 대비 득점 성공력'이 개선되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또 고질적인 단점인 원정 경기력의 개선도 리그 우승경쟁의 필수요소. 무엇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감이 떨어져 보이는 조성환 감독의 능력에 대한 확신도 아직 부족하다. 올해, 구단 역사상 최초로 아챔 우승 트로피를 가지길 기대해 본다.




11. 전북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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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X바, 할 말을 잃었슴다.


감독 : 최강희 / 주요 포메이션 : 4-1-4-1 / 주요 선수 : 김신욱, 이동국, 이재성, 김보경 / 자랑거리 : 전주성의 관중


'성공적인 지방 구단'의 롤 모델로 평가받는 전북 현대 모터스. 최강희 감독의 종신체제로 매 시즌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왔고,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강호로 뽑힌다. 그러나 지난 시즌 최악의 사태를 맞았으니, 심판 매수 사건이다. 승점 9점 감점이라는 솜방망이 징계와 이후 억울한 듯한 자세만 보였던 구단, 선수, 감독, 일부 팬들의 태도로 전북이 쌓아 올린 명성이 와르르 무너졌다. 9점 감점은 부메랑이 되어 서울과의 리그 우승 결정 단두대 매치에서 패해 우승컵을 내주었고,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은 했지만, 출전권은 박탈당했다. 아챔 박탈을 반영하듯, 예년 같지 않은 다소 소극적인 이적 시장 행보를 보였다. 살펴보면, 유럽 이적설이 무성하던 에이스 이재성을 비롯, 김보경 김신욱 등의 핵심 자원을 지키고, 분데스리가 출신 풀백 김진수와 리그 수준급 수비수 이재성, 이용을 영입하였고, 과포화였던 선수단을 시원하게 정리했다.


그러나 핵심 선수인 레오나르도와 권순태의 방출, 그 외에도 김형일, 한교원 등이 나갔는데, 점점 노쇠화 되는 이동국, 에두를 대체할 공격 자원 영입은 다소 미흡해 보인다. 김신욱의 어깨가, 아니, 머리가 무거워졌다. 또 항상 지적받는 최강희 감독의 전술 능력도 마이너스 요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승 후보지만, 올해는 우승보다 심판 매수 사건을 씻을 만한 클린한 시즌이 되기를 바란다.




12. 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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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현재 심정은요?


보스형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어온 최용수 감독이 중국 잭팟을 터트리며 떠난 자리에, 자타가 공인하는 명장 황선홍이 들어섰다. 아무래도 사령탑 교체로 인해 리그 우승은 힘들지 않을까 했었는데, 리그 역사에 남을만한 드라마를 쓰며 우승. '황선홍이 과연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 얼마나 그 팀은 무서워질까?' 상상만 하던 많은 팬들에게 이번 이적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지는 시기였다. 하지만 매우 실망스럽게도 올해 이적 시장은 꽝. 황선홍 감독의 가난한 감독 노래는 올해도 이어진다. 안습이다. 최고의 아시아 쿼터 용병 다카하기,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밥값은 한 아드리아노, 특급 조커 윤주태의 입대에 비해 지지부진한 영입이 너무나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그나마 기대를 모을만한 부분은 포항의 신광훈, 하대성의 예토전생, 그리고 용병 마우링요 정도. 또 종종 끔찍한 경기력을 보여준 유현 골키퍼의 경쟁 선수를 보강하지 않은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3경기에서 끔찍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불안했던 바를 그대로 보여줬다. 역대급 광탈. 여러 공격수들의 이적으로 박주영의 활약을 기대하는 수밖에. 그래도 황선홍 감독의 패스추꾸가 잘 정착되기만 한다면, 올 시즌 우승은 힘들어도 장기적인 면에서 여전히 기대가 된다. "우리 황새 불쌍해 죽겠어... 한번만 돈 좀 퍼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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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겉핥기는커녕 냄새만 맡는 수준으로 살펴본 2017 K리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번 대선은 구닥다리 K리그 대통령을 뽑는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K리그가 경쟁력이 밀리는 점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팬들이 즐거우면 그만이지 않나 싶다. K리그 보러 와달라고 말하는 것도 지겹다. 별 의미 없는 얘기니까. 그저 좀 더 재밌는 요소들로 가득 채워지고, 승부 조작 같은 반 스포츠 정신 행위는 사라졌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생기지 말라고 해도 자연스레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아 참, 아직도 일각에서 '축구장에서 연애' 운운하는 낭설이 떠도는데, 믿지 말자. 축덕질은 연애질과 반비례하느니. 올해도 독자 제현의 연애를 포기한 축덕질을 응원한다. (눙물..)




* 참고 및 출처

에펨네이션 국내축구 갤러리 [개축학개론] (https://www.fmnation.net/football_k/6840906)






빵꾼


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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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교양서를 쓰고 있는, 딴지가 배출한 또 하나의 잉여 작가
딴지의 조선사, 문화재, 불교, 축구 파트를 맡고 있슴다.
이 네 개 파트의 미래가 어둡다는 거지요.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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