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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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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요일,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이 금리인상을 발표했다. 인상된 금리는 기존금리에서 0.25% 상승한 0.75% - 1.00% (기준금리는 보통 이렇게 구간을 정해서 고시한다)로, 3년 전 제로금리에서 약 세 차례 상승한 것이다.


경제에 관심이 많거나,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인상은 사실 예상된 수순이었다. 지난번 12월 금리인상 때 이미 옐렌 연준 의장은 2017년 내 세 차례 동안 기준금리를 인상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그 후로도 지금까지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여부에 주요지표로 삼았던 미국 고용지표가 계속 좋게 나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가 3월 금리인상을 예측했다. 이로 인해 미국 등 주요 주식시장이 금리인상 직후 급등했다. 금리인상은 경제성장 속도를 약간 늦추는 효과가 있는데,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는 것 자체가, 미국경제가 건강해졌다라는 자신감 때문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번 금리인상에 의외성은 없어 보이지만, 한 발 짝 떨어져서 보면 사실 이번 금리인상은 기존 패턴을 꽤나 크게 거스른 점이 많다.


먼저, 금리인상 시기가 3월이라는 점이다. 2014년에 옐렌 의장이 취임한 이후 미국 연준은 매년 양치기 소년처럼, 연내 2회 금리인상을 예측한 뒤에 질질 끌다가 12월에 기준금리를 한 번만 깔짝 올리고, 내년에는 진짜 2번 올리겠다고 뻥카를 반복해서 날렸다. 그런데 올해는 진짜 여우가 나타난 것이다. 연초부터 금리를 '정말로' 올림으로써, 연내 3회 금리인상이 가능해졌다.

 

두 번째는, 금리인상의 폭이다. 연준이 그동안 연 2회 기준 금리인상을 예측했다면, 올해는 3회 기준금리 인상을 예측했다. 정말로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3번 올린다면, 미국금리는 지금의 두 배인 1.25% - 1.50%가 된다. 오랫동안 0%대를 머물던 기준금리가, 1%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진짜 이렇게 된다면, 한국은 꽤나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거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텐데, 이렇게 돼버리면 한국에서 돈 굴리는 것보다 미국에서 돈 굴리는 게 이득이 된다. 게다가 달러는 안정적인 기축통화이니, 외국자본 입장에선 돈 되고 안정적인 달러를 원화로 바꿔서 굳이 한국이 투자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한국이 금리를 올렸다간, 이자가 두 배로 늘어서 가계대출 뇌관이 크게 터져버릴 가능성이 높아, 따라 올리지도 못한다. 참고로 미국은 대부분의 주식담보대출이 30년 만기 고정금리다. 금리가 올라도 개인의 이자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일은 많지 않다.

 

셋째로, 금리인상 계획을 축소, 수정할 뚜렷한 명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옐렌 의장을 비롯한 연준 멤버들은, 실업률이 계속 내려가자 “임금상승속도가 더디다”라는 명분을 들었고, 브렉시트 및 트럼프 당선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인상을 연기해온 전례가 있다. 금리 2회 상승 같은 뻥카를 칠 때마다, "아이구, 어쩔 수 없네" 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넣어두었는데, 이번 금리인상에는 그러한 명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해보면,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8년간 제로에 가깝게 유지해왔던 기준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려 놓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정상수준이란, 미국 기준금리의 평균치인 4% 정도에 약간 못 미치는 (인프레이션이 안정적인 걸 감안했을 때) 3% 정도를 의미한다.



양치기 소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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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렌 의장은 2014년도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이후, 비둘기파로서의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온건적이고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지지해왔다. 특히, 연준의 역할을 인플레이션 관리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고용 통계 등을 폭넓게 고려하는 시장 친화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미국 기준금리를 최대한 천천히,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올리려고 노력해왔다. 그녀가 금리인상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결과, 미국 실업률은 약 4%대로 낮아졌다.

 

이제 2018년 임기종료를 앞둔 옐렌 의장은 본인이 취해온 경기회복 및 교용회복을 위한 금리상승 억제정책을 서서히 되돌리려 하고 있다. 그녀의 재임 여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결정하게 될 터인데, 트럼프는 경선 시절부터 이례적으로 옐렌의 저금리 정책을 비판하며, 금리 정상화를 서둘러야 된다고 개입한 역사가 있다. 만약 재신임 되지 않아도, 그녀는 연준 의원의 직위는 유지할 테지만, 이미 정점까지 밟아봤기에, 트럼프 행정부 밑에서 더러운 꼴 보느니, 재임에 실패하면 때려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그녀와 오랫 동안 함께해온 비둘기파 동료의원들도 줄줄이 임기 종료가 예정돼 있어, 앞으로 2년 안에 트럼프는 무려 5명의 연준 의원을 선출할 권한을 갖게 된다(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 판사 임명권 등을 비롯, 정말 막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권한을 갖고 있다. 운도 좋다).

 

문제는, 만약에 정말로 세간의 예상대로 옐렌과 동료 연준 의원들이 이렇게 물갈이되면, 공화당 쪽과 연관된 경제학자들, 매파가 이들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점이다. 매파들이 연준 의장으로 취임하면, 단기간에 기준금리를 3%~4%, 혹은 그 이상으로 올릴 가능성이 생긴다. 물론 모든 주요 공직 자리가 그렇듯이, 예상되는 후보들이 실제 인선까지 연결되는 법은 거의 없으며, 특히 트럼프는 인사권을 진짜 알다가도 모를 정도로 다양하게 행사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누가 되던 옐렌 의장보다는 강경하게 금리를 올릴 거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한편에선, 트럼프가 역으로 옐렌을 재신임할 가능성도 솔솔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을 정책으로 하고 있는 트럼프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천천히 올려줘야 그 효과가 극대화될 텐데, 옐렌 만큼 비둘기파적인 인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은 임기 동안 옐렌이랑 대립각을 세우면서 길을 들이고, 막상 임명권을 행사할 때는 그녀를 재신임해서, 미국경제에 아주 그냥 버블을 끼얹어볼까 하는 구상을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사업가 시절 부도 여러 차례 낸 거 보면, 빚을 늘리는 거엔 거부감이 전혀 없는 인물이니까.

 

결국 퇴임을 앞둔 옐렌의장은, 좀 더 강경하게 금리인상을 추진할 후임자가 일하기 좀 더 편하게, 또 연준 의장 교체로인해 갑자기 바뀔 정책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녀가 오랫동안 추진해 왔던 비둘기적 기준금리 정책을 정상에 가깝게 되돌려 놓을 필요가 생겼을 것이다. 요즘 인터뷰하는 그녀에 영상을 보면, 진짜 전역을 얼마 안 남긴 군대 원사님처럼 허허 웃으시며, 그동안 금리인상을 낮게 해 온 덕에 경기가 많이 회복된 것 같다고 여유 있는 표정이시다. 물론, 늘 그렇듯이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까지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진 않을 거라는 당부를 잊지 않으면서.



늑대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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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온화했던 옐렌을 떠나보내고(위에도 적었지만 재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임되더라도 2기 옐렌의 연준은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훨씬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인선한 새로운 연준 의원들을 맞이해야 할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첫째, 각국의 재정정책이 훨씬 중요해졌다. 옐렌이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려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트럼프가 세금감면을 비롯해서 인프라 건설과 같은 팽창적 재정정책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었다면, 이제는 각국 정부가 각자 지갑을 열고, 올라간 기준금리를 메우기 위한 경제정책을 내놓을 차례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진짜 필요한 곳에 투자하려 하겠지만, 강에 삽질을 하는 나라가 생길지도 모른다.

 

둘째, 빚을 줄여야 한다. 그 동안 비정상적으로 낮게 유지된 금리가 몇 년내로 정상화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이 사태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금리 시절 무리해서 벌려 놓은 빚을 정리하는 것이다.

 

셋째, 더 많은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금리인상으로 이자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면, 늘어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진 개인과 기업들은, 불행히도 파산에 이를 수 있다. 사회는 이들 중 누구를, 어떻게 구제해야 하는가? 한번 망한 기업을 어떻게 다시 경쟁력있게 만들 것인가? 직장을 잃은 개인들을 어떻게 재취업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을까? 어떤 산업을 키워, 손실을 만해할 수 있을까?

 

명확한 정답이 없는 답답한 고민들이다. 하지만, 최소한 이 고민들에서 우선 순위 정도는 정할 수 있다. 현재 구조에서 이득을 보는 기득권이 우선이 될 수도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삶이 개선되는 것이 우선할 수도 있다. 국민들이 투표하기에 따라서.




씻퐈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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