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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용도의 선택

 

삼국지에는 수많은 전투가 등장하지만, 그중 제일 유명한 건 적벽대전이다. 물자도 군세도 부족했던 ‘우리 편’ 촉/오 연합이 ‘나쁜 넘’ 조조의 백만 대군을 쳐부순 통쾌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공명의 동남풍과 거기 연계된 봉추선생 방통의 연환계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남풍은 일기에 지식이 있었던 제갈량이 사기 진작과 카리스마 연출을 위해 벌인 드립이었지만 여하튼 불어왔고, 방통은 수전에 익숙하지 않다는 핑계로 조조의 배들을 철사로 몽땅 묶게 함으로써, 동남풍을 타고 온 불길에 모조리 타 버리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한의 대승상 조조는 고작 수십 기의 부장들을 거느린 채 도주해야 했다. 그리고는 허허실실의 계교에 속아 천하명장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꼬나든 채 기다리는 화용도로 뛰어든다.

 

그리고는 아래의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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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는 자신을 거두어 줬던 조조의 옛정을 생각해서 차마 그를 죽일 수 없었다. 공명은 어째서 관우가 조조를 놓아줄 것을 알면서 그를 화용도로 보냈을까? 단순무식의 표상 장비를 보냈다면 일은 깨끗이 끝났을 것이다. 적의 수괴를 넘어 ‘거악’ 그 자체인 조조를 백퍼센트 죽일 수 있는 상황에서 살려 보낼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인가.

 

삼국지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인 이 장면은 정치적 맥락이 아니면 해석이 불가능하다. 조조가 죽는 순간, 촉과 오의 연합이 무너지며 조조의 땅과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그 경우 세력이 약한 유비 측이 철저히 불리하다. 이는 공명이 삼고초려 때부터 주장한 유비의 생존 및 천하 도모의 틀, 위촉오 삼국이 힘의 균형을 이루는 솥발의 형세, 이른바 ‘천하삼분지대계’ 가 한 순간에 무너짐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던 오군 대도독 주유는 그 사실을 아는 순간 이미 손안에 놓여 있던 유비의 목을 베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즉, 화용도에서 조조를 죽이는 것은 비록 통쾌한 승리이지만 다음 순간 유비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무모한 정치적 모험이었던 것이다. 이런 혜안과 냉정함이 공명에게 있었기에 모든 면에서 열세였던 유비와 촉한이 그만큼이나마 존속할 수 있었던 거다.

 

…이런 것이 현실 정치다. 정치가 고려되지 않은 병법은 한낱 전투 교범에 불과하다.


이를 잊는 순간 전투에는 이기되 전쟁에는 지게 된다.

 

 

2.박근혜의 흥망성쇠, 그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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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의 소용돌이와 쾌감 속에서 우리가 잊기 쉬운 것, 혹은 생각하기 싫은 것이 있다. 본 지면을 통해 수년간,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했듯이 박근혜는 수구 기득권의 바지사장이라는 사실 말이다. 박근혜는 내각제로 가는 디딤돌에 불과했다. 정작 당시 여당과 야당 수구파가 내각제를 추진하려 하자 이 바지사장이 소유권과 경영권을 행사하려 든다. 그래서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권부 내부에서 견제를 시작한 거다(관련 기사는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시길).



1)내각제 개헌 영구집권 음모 관련 첫 기사(링크)


2)반기문을 다음번 디딤돌로 사용하려던 수구파의 계략 관련 기사(링크)


3)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권부 내 박근혜 견제론 관련 기사(링크)

 


저걸 다 읽어보진 않으실 테니 지금 상황에 맞게 짧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박근혜가 자격도 능력도 없다는 걸 다 알면서도 수구파가 대통령을 시킨 건, 당선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성향상 바지 사장 역할에 만족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5년 시간을 벌고 그 동안 수구세력 모아 내각제 개헌해 영구집권 하려던 게 그들의 마스터 플랜이다. 나도 2013년에는 조심스럽게 썼지만 이젠 다들 아시듯 100% 확실한 상황이다. 며칠 전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대선 때 내각제 개헌 투표도 함께 하자는 합의까지 이룬 걸 보면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박근혜가 "개헌은 블랙홀" 등 뜻밖에 내각제 논의를 힘으로 중지시키자 수구파의 그랜드 플랜이 어긋나게 됐고, 견제의 메세지를 보내는 차원에서 청와대 정윤회 문건 파동을 일으켰다. 이는 야당도, 야당 성향 언론도 개입되지 않은 여권 내부 혹은 국정원의 작전이다(조응천 등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그런 관점에서 움직였다는 뜻은 아니고, 장기판의 말로 쓰인 것). 문제는 머리 나쁜 박근혜가 그 메세지에 숨은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런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제 뭘 하지?

 

 …제거해야지.

 

 어떻게?

 

 …최순실 등 약점과 치부 다 드러내서 탄핵시켜 버려야지.

 

엄밀히 말해 박근혜는 제왕적 대통령은 아니었다. 제왕적 대통령도 나름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거고 박근혜는 그저 심히 무능하고 엄청 방콕이고 댑따 권위적인 공주일 뿐, 실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일반적 유형의 독재자와는 좀 다르다. 오히려 정치사회적 의미에서의 독재를 한 건 대통령 박근혜가 아니라 각계각층의 수구 기득권 세력과 그들의 정당, 새누리당이었다. 박근혜는 그저 바보일 뿐이고 진짜 거악은 그들이다.

 

오해 말자. 그래서 박근혜가 탄핵되지 말아야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우원도 엄청 기뻤고 지금도 기쁘다. 그러나 아주 냉철하게 봐서, 최순실 폭로와 촛불과 탄핵에 이르는 일련의 상황들은 저들 수구세력과 우리 민주시민의 이해가 기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조건 속에서 가능했다. 조중동이 가세한 것이 갑작스런 개과천선에 따른 건가? 기분 잡쳐서 생각하기 싫어도 이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렇게 박근혜는 파면되었다. 이 상황은 저들 내각제 영구집권 세력의 염원이기도 했다. 개헌을 막을 권력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3.바른정당의 위선

 

여기 모인 자들이 바로 정윤회, 최순실을 드러내는 데 막후에서 영향을 미친 수구 내부의 중추고 내각제 영구집권 마스터 플랜의 입안자들이다. 김무성과 유승민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비박 말이다. 박근혜를 쫓아내고자 하는 국민의 민주적 염원을 최대한 활용했고 앞으로 더 활용하려는 자들이다. 김무성의 불출마 선언은 욕심을 버린 행위가 아니라 내각제 하의 총리 선언이고, 유승민도 명목상 출마는 준비하고 있지만 후보로서의 상징성만 갖는 낮은 지지율로 결국 같은 게임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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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은 거대 여당의 총리를 염원한다

 

이들은 효과적으로 자신들을 ‘제왕적 대통령’이자 ‘거악’인 박근혜와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다. 바른정당이란 위선적인 이름은 그런 그들의 의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 상황에서 바른정당의 집권 플랜은 이렇다. 소위 진성 친노 진영과 진성 친박 진영을 배제한 나머지를 통합한 정치 세력의 창설. 이를 위해서는 정계개편이 필요하고 친문과 친박을 비슷한 부류로 엮어서 내외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 절실하다. 그런 억지 주장은 이미 더민주 내부를 포함해 다양한 목소리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이 가능한 정족수는 국회의원의 2/3다. 과연 이 머리수를 맞출 수 있을까? 실은 이미 맞춰져 있다. 작년 10월 말경,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의 회원 수가 이미 20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현재 바른정당 의원의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지만, 당연히 그들만으로는 불가능하다.

 

 

4.국민의당의 두 마음

 

두 가지 계산이 혼재한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요 며칠 전 자유, 국민, 바른의 3당이 개헌국민투표에 합의했을 때 안철수는 펄쩍 뛰었다.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 아닌가. 자당의 나름 유력한 대선후보가 모르는 가운데 당이 그런 일을 벌이다니.

 

실은 이상할 것 하나 없고, 안철수가 국민의당에서 어떤 위상이고 쓰임새인지 보여주는 일일 뿐이다. 만약 안철수가 현 헌법하에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의당으로서는 내각제 개헌에 목맬 이유까진 없다. 하지만 떨어진다면 약발이 완전히 떨어진 안철수 카드는 더 이상 써먹을 수 없게 된다. 나아가 당 자체가 더 존립할 이유가 없으니 안철수나 소속 의원들 모두 군소 야당으로 각자도생해야 될 판이다. 구 민주당 보수파들이 그럴려고 신당 만들어 나간 건 물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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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결코 박지원의 정치적 계산력을 넘어설 수 없다

 

여기에서 안철수를 대선후보로 밀되 한편으로는 내각제 개헌을 통해 살길을 찾아야 하는 국민의당의 고민이 있다. 호남 출신 의원들이 포진한 국민의당으로서는 내각제 하에서 상당히 안정적인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박지원은 호남 지분을 근거로 총리직 한 번 정도는 내심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바른정당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5.자유한국당의 처세

 

이들 중 박근혜를 정말 존경하고 대통령감으로 생각했던 이들은 많지 않다. 지금 이 마당에 박근혜와 함께 순장되고자 하는 ‘충신’은 더욱 드물다. 그럼에도 그들이 새누리당의 후신으로 자유한국당을 만들어 여전히 친박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것은 그 편이 그나마 정치적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탄기국’류의 수구 고령층의 탄탄한 지지라도 받는 것이 친박의 원죄를 지고 어정쩡하게 다른 데로 가는 것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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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의 선장이라도 하겠다는 인명진. 물론 역전을 노린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 수 없는 이들 입장에서 친박 원죄를 희석하고 정치적 재기를 노리기에 가장 좋은 길은 역시나 정계개편과 내각제 개헌이다. 결국 바른정당, 국민의당과 한배를 탈 수밖에 없다.

 

 

6.더불어민주당의 오월동주

 

그렇다면 더민주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머지 당들과 입장이 별다를 게 없다. 물론 누가 후보로 나서든 현재로서 대선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더민주 내부에도 많은 수구 기득권층이 존재하며, 이 사실은 앞서 이야기한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놀랍게도 더민주 의원 90여 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자명해진다. 새누리당이 둘로 나뉜 지금 단일 정당으로는 가장 많은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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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 개헌을 한다면 추미애는 최대 수혜자일 것이다

 

 

현재 경선의 3강 중 문재인과 안희정은 소위 ‘친노’ 적자라고 할 수 있고 이재명도 노무현의 영향을 받아 변호사가 된 사람이다. 이들 중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더민주 내 보수파로서는 집권여당 의원이 되는 것 외에 정치적 미래의 청신호로 느껴질 리 없다. 오히려 청산 대상이 되지 않을까 불안한 자들이 다수일 것이다. 따라서, 대선 정국에서는 대놓고 드러내지 않겠지만 결국 내각제 개헌에 다수가 찬성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7.개헌의 힘

 

비록 3당이 합의했고 국회 개헌 모임이 정족수 200명을 넘어서지만, 대선을 50일 남긴 현재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일정상 무리가 있다. 일단 드러난 개헌안조차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하지만 개헌은 대선 후에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지금의 무리한 대선 동시 국민투표론은 개헌 분위기를 띄운 상태에서 대선을 치르기 위한 떡밥에 가깝다.

 

왜 그런 떡밥이 필요할까. 생각해보자. 개헌은 헌법을 바꾸는 것이다. 헌법에는 대통령책임제나 내각책임제 등의 ‘정체’가 담겨 있어 개정을 통해 이를 바꿀 수 있음은 두말할 것 없고, 대통령의 임기 같은 것도 개헌을 통해 재정리가 가능하다. 박근혜가 탄핵 위기가 오자 국회에 제시했던 것이 바로 이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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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는 증거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 한들 올 가을쯤 의원들이 모여 내각제로의 개헌과 함께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5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면 문재인은 2019년 5월에 퇴임해야 한다. 그리고 거대 여당에 의한 자민당식 내각제가 펼쳐진다. 여기에 대한 반발을 줄이기 위해, 개헌 떡밥이 새 대통령의 선출 전부터 필요한 것이다. 결국 개헌이 될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기는 상태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면 정권은 다시 수구 기득권과 그 부역 세력에게 돌아가고, 촛불과 탄핵 등 이 모든 노력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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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마스터플랜의 배후에 엠비 가카가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잘 알다시피 엠비는 수많은 실정을 저질렀음에도 아무 탈 없이 박근혜 정권을 지나갔다. 첫째로 박근혜의 개인적 약점 – 최태민 정윤회 최순실 - 을 잡고 있었을 것이며(이는 이미 증명되었다), 둘째로 자기와 이해관계가 연결된 많은 사람들이 정,재,언론계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설파했듯 탄핵 등 현 정국의 상당 부분은 구 새누리당 비박계의 계산과 공작에 힘입은 바 없지 않으며, 그들은 모두 한때 ‘친이’로 분류되었던 자들이다. 엠비의 입장에서는 박근혜 다음 정권으로 무엇이 들어서던 결코 자신을 파헤칠 수 없게 해야 하고, 그렇기에 대선을 무화시키거나 선출된 대통령을 무력화할 자기 사람들 중심의 내각제 개헌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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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정말 얼굴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엠비는 박근혜와 달리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이다. 그렇게 내각제 개헌이 이루어진 후, 어쩌면 엠비는 마치 자민당 계파의 수장처럼 뒤에 숨어서 권력을 휘두르려 들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본인이 새로 당을 창당해 스스로 총리로 나설 수도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내각제 헌법에 ‘대통령을 했던 자는 국회의원이나 총리가 될 수 없다’ 는 조항만 없으면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도 없다.

 

기우일지도 모른다만, 그 모든 기우가 이 나라에서는 현실이 되어 왔다.

 

 

9.박근혜의 부활

 

하지만 정녕 불가능할까. 위와 같은 방식의 헌법 개정이라면, 그리고 법적으로 정치 활동이 제한되지 않는다면 – 유죄 판결을 받아도 사면복권 등 방법은 많다 - 박근혜조차 정치를 재개할 수 있다. 그 난리통에도 이 나라에는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는 20%의 국민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단순 인구로 따지면 천만에 달하며 그중 충성도가 매우 높은 탄기국 박사모 등의 비율이 적지 않다. 박근혜로서는 이 모든 굴욕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내각제 하에서의 정치 재개다. 물론 그의 당이 집권당이 되거나 스스로 총리가 되기는 구도상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지역과 연령을 기반으로 낙선 후의 김종필이나 이회창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화려한 부활은 아니더라도, 저들 또한 이렇게 죽을 생각은 없을 것이다. 여하튼 그 경우, 이 나라에서 다시 박근혜와 그 추종 세력이 정치적 지분을 갖게 되는 것이다,

 

 

10. 홍석현의 속내…?

 

직접 대선 출마를 하려는 게 아니라면 – 아마 아닐 것이다. 정주영, 정몽준, 문국현의 과오를 모를 리 없으니 – 현재의 조건과 상황으로 보아 그가 지지할 수 있는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낮은 여당계 인물이 아닌 '두 안 씨' 중 하나로 보여진다. 그러나 당장이 어찌 되었든 그의 방향도 결국은 내각제다. 대중적 인지도에 비해 기득권 세계 내부의 인지도와 파워가 큰 사람에게 이는 필연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킹 메이커는 원하는 사람을 왕에 앉힌 후 그 지위나 권력을 사실상 빼앗는 사람이다. 조조가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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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양반의 얼굴에 팔파틴의 의장 시절이 오버랩되는 것일까.

그냥 그렇다고.

 

 

그런 의미에서 <JTBC>와 손석희는 홍석현의 길고 끈질긴 권력을 향한 계산에 이용되어 온 건지도 모른다. 또 내각제 개헌을 위한 박근혜 제거의 책략에 본의 아니게 선봉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손석희를 비난할 수는 없다. 앞서도 말했지만 박근혜 제거는 분명 우리의 염원이기도 했으니까.


홍석현이 손석희가 뉴스를 진행하지 않는 18일 토요일에 퇴임을 발표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좋은 의미에서는 손석희에게 대처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이며, 나쁜 의미에서도 손석희에게 대처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어쩌면 그 주말 동안 두 사람 사이에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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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3월 20일 월요일 저녁 손석희는 앵커브리핑에서 언론의 임무와 자신들의 노력을 열거한 후, 이렇게 방송을 마쳤다. “책임을 질 수 없게 된다면 저로서는 책임자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무 변화도 없을 테니 걱정들 말고 믿어 주십시오’가 아니다. 일부 낙관론과 달리 실제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저런 말을 할 이유는 없다.

 

그는 이미 버려질 것을 각오하고 있다. 만약 그가 버려진다면 홍석현의 정치 참여는 그것만으로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11. 그리고 우리,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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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우원의 경고와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린 지금 내각제의 덫에 걸려 들어가고 있다. 나아가 지금까지의 상황은 박근혜 탄핵의 이해관계 맞물림과 함께 내각제 개헌론자들에 훨씬 더 큰 명분과 국민 설득의 논리를 주고 있다.

 

내각제 자체는 고급스러운 정치 체제로 죄악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지금 시점에 적용하여 부당한 권력을 쥐려는 자들이 죄인이다. 앞서 지적했듯 현 시점에서 내각제 개헌은 이번 대선을 사실상 반쪽 이하로 만들고 반민주 독재를 일삼아 온 자들에게 권력을 나눠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유통기한이 끝난 줄 알았던 전직 권력자들에게 새로 기회를 실어 줄 가능성마저 있는 최악의 방향이다.

 

그래서 본 우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당부드리고 싶다. 3년 전 처음 내각제 개헌을 경고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것은 결코 허황된 음모론이 아니다. 설마설마하는 동안 우리가 촛불로 어렵사리 되찾아가는 민주주의를 몽땅 다시 잃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참극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것도 바로 우리다. 내각제 개헌의 실상을 주변에 최대한 알려서 부정적인 여론을 끌어내고, 그로 인해 가능하다면 국회의 개헌 시도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만약 그게 안 된다면 국민투표 지점에서라도 부결시켜야 한다. 필요하다면 다시 촛불이라도 들어야 한다.

 

정치 이론만 따지는 선비 학자들의 내각제 미학 따위 탁상공론에 혹하지 마시자. 지금 저 정치인들 수준으로는 이 나라에서 내각제를 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없애야 돼, 운운하는 정치권과 언론의 거짓말 내지 착각에 끌려들어가지 말자.

 

언론에도 부탁드린다. 여러분이 딴지일보 기사를 곁눈질 하고 활용하되 무게를 싣지 않는 것은 본 우원이 20년간 겪어 왔다.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영광스러운 승리의 지금, 이 때가 사실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명색이 프로페셔널 언론이라면 현재 정국의 허실을 일상에 바쁜 생활인보다 냉정하게 보고 치밀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진상이 보인다. 고깝게 듣지 마시고, 부디 지면을 통해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 주시기 바란다.

 

우원은 그날의 토요일 저녁, 광화문의 탄핵 축하 행사에 나가지 않았다. 물론 매우 기뻤다. 다만 갈 수 없었다. 정권이 교체되고 내각제 개헌이 무산되는 시점이 오면, 비록 세상에 별 티가 나지는 않는 날이더라도, 그제서야 혼자서라도 진짜 축배를 들 것이다. 비로소 결승전이 끝난 것이니.

 

지금은 2대 0 으로 이기는 가운데 9회말 수비 1사 1,2루 상태다. 홈런, 안타, 더블플레이 등 모든 옵션이 남아 있다. 상대의 작전을 파악하지 못하고 직구 승부만 하다가는 게임은 물론 한국 시리즈 전체가 뒤집어진다.

 

그리고, 이번 리그가 일단락되더라도 리그는 또 반복된다. 


민주주의에 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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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