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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의 파워(링크)인가. 추천 스무개 달리면 연재 시작하겠다고 했을때만 해도 불가능한 숫자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문으로 납치되자마자 순식간에 올라가버린 추천과 리플수를 보고 식은땀이 흘렀다. 더 이상 지체하면 현기증 나실 분들이 계신것 같아서 일단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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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영국에서의 사진이다.

우리는 독재자와 싸우고 있던 그 험난한 시절, 쟤네들은 이미 저러고 놀고 있었다.

민주주의는 덕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첫번째 글에서는 RC 헬기 시작 전 알아야 할 몇가지 사항에 대해서 질문과 답을 통해 먼저 알아보자.




- RC 헬기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다?

 

다음에 다루겠지만, 물론 장난감 수준의 간단한 헬기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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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녀석들. 방 안에서 이런 거 가지고 놀아도 재미있다.

나름 오리엔테이션 잡는 연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번 연재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급의 헬기들은 아이들의 장난감이 아니라 최소 6채널 이상에, 메인 로터는 collective/cyclic pitch 조절이 (이거 번역할 말이 없다. 일단 이런 단어가 있다 정도만 알고 넘어가자.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되는 녀석들을 이야기 한다.


물론 아이들이라고 못하는 건 아니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저스틴 지군 같은 경우는 이미 4세때 3D 비행을 마스터했고 10살때에는 국제 대회에서 수상까지 한, 이 바닥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파일럿이다.


https://youtu.be/JHJs1gBLiuQ

뭔가 아빠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케이스를 일반화 하기란 어렵고, 모든 야외 활동이 다 그렇지만 순간의 실수는 차짓 사고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속으로 회전하는 로터 블레이드는 예상치 못한 위험을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막기 위한 상식을 지니고 있으며, 만에 하나 발생했다 하더라도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기계적 상식과 이해를 지닌 성인이 할 때 가장 많은 발전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자녀에게 시키고 싶다면 본인이 먼저 해 보고 결정하자.




- RC 헬리콥터는 어렵다?


맞다. 어렵다. 두 가지가 어려운데, 하나는 날리는 방법 자체가 어렵고, 두 번째는 정비가 어렵다. 날리는 법을 완벽히 마스터했다 하더라도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고, 또 자신에게 맞는 세팅을 찾기 위한 작업이 끊임없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수리나 정비를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고 (반면, 이러한 이유로 본인의 취향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는, 취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쏠쏠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차는 모른다. 하지만 운전은 한다" 이런 게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헬리콥터에 대한 진입 장벽을 느끼는 순서는 거의 대동소이한데, 1) 큰 맘 먹고 완성품을 하나 산다. 2) 박스 뜯고 큰 기대감을 가지고 공터에 가서 날려본다. 3) 뜨지도 못하고 바로 추락한다 4) 고쳐 보려고 하니 도저히 모르겠다. 5) 창고에 조용히 처박아 두고 잊는다. 6) 헬리콥터는 어렵다라는 막연한 기억을 안고 평생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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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구건, 과거에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던 상관 없다.

헬리콥터는 연습 없이 날린다면 100% 추락 보장이다.


일단 날리는 것이 왜 어려운지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헬리콥터는 상승/하강 (쓰로틀, throttle), 앞뒤로 기울이기 (피치 pitch), 좌/우회전 (요, yaw), 좌우 이동 (롤, roll)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시에 신경써야 할 방향이 무려 4가지이다. 그리고 실제 이동은 이 네가지의 적절한 조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진은 앞으로 기울인 후 상승을 주는 것이고, 기체가 공중에서 거의 눕다시피 하며 급격하게 좌회전을 하는 것은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있는 헬기를 왼쪽으로 롤링한 후 뒤로 피칭하면서 왼쪽으로 요잉하면서 쓰로틀을 살짝 증가시켜 주는 액션의 조합이다.


AH-1 코브라 헬기의 추락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탑기어 코리아의 아래 동영상에서 코브라의 정확한 추락 원인은 뭐 따로 있겠지만, 저것이 RC 헬기라고 가정한다면, 급격한 우회전을 위해 우측으로 롤링과 요잉, 뒤로 피칭을 했는데, 그 다음 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다시 좌측으로 롤백 해야 하는데 이 타이밍이 늦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차량과의 속도 경쟁을 위해 초저고도 비행중이어서 일시적인 양력 손실을 커버할만한 고도가 나오지 않았다.


https://youtu.be/Xa3E03nXfWY

아무도 심각하게 다치지 않았다니 천만 다행이다.

전투용 헬기라 그런지 내구성이 장난 아니다. 뒤집어졌는데도 동체는 멀쩡하다.

그나저나 김진표 운전 잘 한다.


헬리콥터 조정의 난이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비유는, 손 끝에 올려놓은 막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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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끝에 있는 막대기가 어느 방향으로 쓰러지지 않고 잘 서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호버링이라고 보면 된다. (쓰러지면 추락 ㅠ.ㅠ) 저 상태에서 앞으로 전진하려면 막대기가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살짝만 기울인 다음에 내 몸이 막대기를 따라가야 한다. 저걸 들고 전진하면서 오른쪽으로 회전하고 싶다면? 살짝 앞으로 기울이다가 오른쪽으로 기울이면서 내 몸이 따라가다가 돌아서서는 다시 가운데로 중심 잡아주면 된다.


대충 이런 느낌이다. 이 모든 조종을 무선 조정 컨트롤러로 해야 한다는 거. 그리고 장대를 손에 들고 있다면 손으로 전달되는 느낌이 있겠지만, RC 헬리콥터는 오로지 조종자의 시각에 의존해서 해야 한다는 거. 게다가 막대기의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도 항상 신경 쓰고 있어야 하고... (이거 헬기가 하늘 올라가서 태양 방향으로 놓여 실루엣이 되어 버리면 정말 판단하기 어렵다) 또 조종기의 스틱을 건드리지 않고 중립 위치에 놓는다고 해서 내 헬리콥터가 예쁘게 호버링 하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거. 어려워 보이지만 그래도 쫄지 말자. 하다 보면 인간의 능력이란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에 반해 드론의 경우는, 위 사진과 마찬가지로 장대를 땅에 수직으로 세우고 있기는 한데, 손가락이 장대 아래를 받치고 있는게 아니라 장대 꼭대기를 잡고 들고 있는거라고 보면 된다. 즉, 아무 짓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호버링이다. 드론의 현재 자세를 자이로가 항상 모니터링 하고 있다가, 수평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다시 수평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모터의 RPM을 올려서 저절로 호버링을 잡아준다. 게다가 요즘 나오는 드론들은 GPS는 물론이고 바닥을 찍는 카메라와 거리 센서까지 장착되어서 거의 완벽한 호버링을 알아서 해준다. 그러니 헬리콥터 날리다 드론 날리면 너무 단조로워서 재미 없는 것이고, 드론만 날려 본 사람은 헬리콥터를 날리기 위해서 별도의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헬리콥터는 드론과 같은 세팅이 불가능한가? 아니다. 하기로 하면 할 수 있다. 3축 자이로 넣어주고 서보 믹싱만 잘 잡아주면 그렇게 하는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만, 드론과 같은 방식은 헬리콥터가 가진 기동성을 엄청나게 희생하게 된다. 날기만 하면 되지 그 기동성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그건 당신이 세발자전거가 아닌 두발 자전거를 타는 이유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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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타는 게 필요한 사람도 있기는 하다.




- RC 헬기는 비싸다?


비싸다, 싸다는 상당히 주관적인 기준인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저 위에 이야기 해 놓은 전형적인 RC 헬리콥터 포기 절차를 밟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흔한 취미인 사진, 오디오, 자동차를 모두 섭렵해 본 본인의 경험에 의하면 일반적인 취미 수준에서 그리 비싸지는 않다. 물론 돈이 깨질 가능성이 높은 부분은 날리다 추락하는 경우인데, 보통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는 포인트는 아무런 연습 없이 바로 헬기를 사서 날려보고 3초만에 추락하거나 심지어는 띄워 보지도 못하는 경우다. 요즘은 직접 조종기를 컴퓨터에 연결하여 돌려볼 수 있는 RC 헬기 시물레이터들이 많이 나와 있다. 또 아이패드용 앱들도 꽤 많아서 이런 사전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많다. 이런 연습 없이 헬기를 날려보고 추락한 후 비싸다라고 말하는 건, 생전 처음 자동차 핸들을 잡아보면서 사고 내고서 자동차는 비싸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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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이런 시뮬레이터들 잘 나와 있다.

이걸로 미리 연습하는 것은 추후 수 백 만원을 아끼는 길이 된다.

그리고 사실 시뮬레이터 그 자체로도 매우 재밌다.


이 취미도 나름 수십년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전세계에 탄탄한 덕후층을 가지고 있어서 헬기의 크기 라던가 부품들의 상당한 표준화가 진행되어 있다. 자전거와 어느 정도 비슷하다. 완성품을 사서 가볍게 탈 수도 있고, 완성품으로 시작해서 하나 하나 부품을 바꿔가며 커스터마이징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맨땅에서 부품들만 사서 조립할 수도 있다. 즉, 본인의 실력에 따라서 비쌀 수도... 아니면 매우 저렴할 수도 있는 취미이다.




- RC 헬기는 위험하다?


위험할 수도 있다. 가장 큰 사고는 다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블레이드에 주변의 사물이나 혹은 사람이 맞는 경우이다. 보통 뒤집기와 순간이동 등을 하는 비행(정확한 명칭은 3D 비행이다)의 경우는 로터의 RPM이 매우 중요하다 보니 더욱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도 한다. 따라서 본인의 실력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날리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RC 헬리콥터가 어린이용 장난감이 아니라고 설명한 이유들 중 하나도 이것이다.




- 제대로 날리려면 엔진 헬기로 가야 한다?


한 10년 전에는 이 말도 어느 정도 맞았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브러쉬리스 모터와 배터리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굳이 엔진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최근 드론 열풍이 일어나게 된 것도 이 브러쉬리스 모터의 발전 덕분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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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에 들어가는 브러쉬리스 모터의 단면. (보통 헬기는 이것보다 훨씬 큰 것을 쓴다.) 코일 부분이 회전하는 브러쉬 모터와는 달리, 자석이 붙어 있는 통(사진상 왼쪽)이 회전하면서 그 가운데 연결된 축을 돌려준다. 코일에는 ESC(electronic speed controler)라 불리는 외부 속도 제어기로부터 전류가 공급되는데, 기존 브러쉬가 하는 역할을 ESC를 통하여 전자적으로 한다. 즉, 저 세 개의 단자의 전극을 순서대로 바꿔주면서 전자석의 극성을 바꿔주고, 이 전자석이 자석이 붙어있는 통을 돌려줌으로서 토크와 RPM, 그리고 자유로운 속도 조절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게다가 모터는 모든 RPM에서 동일한 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테슬라의 제로백이 빠른 이유) 로터 스피드 조절에 더 유리한 데다가 모터 그 자체가 조용하기 때문에 제초기 돌리는 소리는 내지 않으면서 블레이드의 박력있는 공기 파열음을 더 잘 들을 수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그 의견이 갈릴 수 있겠으나, 800급 기체 이상이 아니라면 (헬기 사이즈에 대한 설명도 다음 글에서...) 모터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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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공부 하겠지만 미리 한번 보자.

TREX는 Align이라는 대만 회사에서 나오는 헬리콥터 브랜드이고 (거의 업계 표준이 되었다.)

뒤의 숫자가 헬기 사이즈 급을 나타낸다. 참고로 N으로 끝나는 모델들은 니트로 엔진 모델. 나머지는 브러쉬리스 모터




- 이 취미의 종착역은?


모든 덕질이 다 그러하듯이, 뭐 끝은 없다. 특별한 목적 없이 각 단계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취미 아니겠는가. 다만 그 방향성에 있어서 RC 헬기는 대략 세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1) 스케일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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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 모델은 말 그대로 실제 헬리콥터를 정해진 비율로 축소해 놓은 모델이다. 필자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프라모델을 해 본 사람이라면 실제와 동일한 모습을 가진 작은 모델을 소유하는 것의 기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스케일 모델은 단순히 외형적 디자인 뿐만 아니라 비행이라는 항공기의 기능까지도 동일하게 모델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스케일 모델의 궁극까지 가면 모터나 니트로 엔진이 아닌 터빈 엔진을 사용한다. 스케일 모델로 3D 비행도 세팅하면 할 수 있겠지만, 보통 스케일 모델들은 비행하는 모습까지도 진짜 헬리콥터와 동일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무리한 비행은 하지 않는 편이다.


2) 3D 비행


https://youtu.be/TMUZs43nOtI

저런 제한된 공간에서 3D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실력이다.

하지만 나는 저렇게 못한다고 쫄지 말자. 운전을 즐기는데 F1 드라이버의 실력이 필요한건 아니다.


이전 동영상에서와 같이 중력과 관성을 무시해 버리는 듯한 아크로바틱한 비행을 3D 비행이라고 하는데, 매우 정교하게 세팅된 헬기와 극도로 숙련된 조종 기술이 필요하다. 동영상 초반에 헬기가 호버링을 시작하고 나서 풀밭으로 옮겨간 뒤 잠시 후에 보면 헬기의 RPM이 높아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 때가 idle up이라는 모드로 전환한 상태로서, 이 때부터는 로터 블레이드의 각도가 마이너스로까지도 전환된다. (즉, 헬기가 바람을 아래에서 끌어들여서 위로 뿜어댈 수도 있다는 뜻. 이 또한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설명)


3) 속도 비행


https://youtu.be/kMISGDRzN1Y

자동차 드래그 레이스와 비슷한 경기인데 일정 거리를 달리면서 최고 속도를 측정한다.

위 동영상은 2016년도 독일에서 열린 대회의 한 참가자인데 시속 311km를 기록한다.

사실상 이 속도는 로터가 하나인 헬리콥터가 낼 수 있는 물리학적 최고 속도에 가깝다.

(참고로 AH-64 아파치의 최고 속도가 277km/h).




본격적인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일단 FAQ로 시작을 해 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RC 헬리콥터의 종류와 모델 선택에 대해서 알아 보도록 하겠다. 궁금한 사항은 리플에 달아주시라. 추후 글의 방향성에도 도움이 되겠다.






지난 기사


RC 헬리콥터에 대해서 알고 싶은가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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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투불패 및 자유게시판(그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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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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