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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의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는 제왕병자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작품에서 나온 왕들의 이름은 졸라 크고 아름답고, 왕호가 붙은 이유도 그러하다. 뱀을 죽였다는 이유로 붙은 '무적왕', 맨주먹으로 차돌을 깼다 하여 '철권왕',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외눈의 예언자'가 전생을 꿰뚫어 보고 인증해준 '현명왕'. 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과거의 전설적인 왕, 영웅왕의 후손들이라 주장한다. 

 

박근혜라는 왕을 잃어버린 자유당에도 제각기 제왕병자들이 우후죽순 솟아났다가 4명으로 압축됐다. 한국에 이런 정치인들이 있다는 것이 까무러치게 자랑스러워, 세계 평화를 위해 내전 국가나 한반도 통일을 위해 부칸으로 수출하는 것이 어떨까 싶을 정도로 퀄리티 넘치는, 자유당의 판타스틱 4를 준비했다. 어차피 이 양반들 길게 써봐야 안 읽으실 테니, 하나로 퉁치겠다. 자유당원의 반박은 죄송하지만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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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이 멎을 정도로 빛나는 환상의 라인업...!

 



1. '일베왕' 김진태

 

1964년 출생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1987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92년 국군기무사 법무관 전역(대위)

2003년 춘천지검 부장검사

2008년 춘천지검 원주지청장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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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링크)

 

 

사실 그놈이 그노...아차, 죄송. 그분이 그분 같은 친박님네 중에서 이런 사람도 있었나? 싶었지만,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선봉장이 되면서 그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는 동안 독보적인 활동량과 엄청난 탈당 압박, 그리고 박근혜를 향한 뚝심을 보여준 춘천의 him! 김진태는 친박의 살림꾼으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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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만 있는 게 아니다. 2013년 국정감사장에서 당당하게 일베에 접속해 일찌감치 '일베왕'으로 등극하셨다. 좌 친박 우 일베의 추대를 통해 대한민국마저 꿀꺽하려는 그의 야욕은 대선후보에 어울린다. 딴 거 말고 야욕만.

 

그러나 일베왕을 검증하다보니 한 가지 의심스러운 과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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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찌하여, 왜 하필이면, 나꼼수를 좋아했나. 필자가 군복 입고 낄낄대며 나꼼수 듣다가 얼차려 받을 동안, 김진태도 사무실에서 뱃지 달고 낄낄대고 있었다니. 차라리 킹무성의 사위처럼 마약에 손댄 다든가, 윤창중처럼 성희롱 의혹을 뿌려보든가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개인에겐 아니겠지만, 오랜 집권 세력 구성원의 행보로는 좀 더 '일반적인 행위'에 가깝다고 본다. 주말마다 나꼼수를 기다리던 '상식의 아이콘'이 과연 일베왕으로서 떳떳할 수 있나 의문이다. 김진태 본인은 '아는 동생에게 블로그를 맡겼다가 생각이 맞지 않아 결별했다'는데, 자기 블로그에 나꼼수가 꼬박꼬박 올라가는 걸 알면서도 쌩깠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는 2007년 참여정부의 <진실화해위원회>에 파견돼 위원장인 송기인 신부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띠용이다. 뼛속까지 반공 투사였다면 거부했어야 마땅한 직책. '까라면 까야 하는' 검찰 조직의 섭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한 걸까? 그의 책 속에서 과거에 대한 고백을 찾았다.

 

돌이켜보면 나도 80년대 대학에 들어가 백기안, 송건호 등이 저술한 <해방전후사의 인식>, 한완상의 <민중과 지식인>,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을 읽고 나서 고등학교 때까지 배웠던 것이 다 잘못된 거라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다. 특히 <해방전후사의 인식> 중에서 반민특위가 이승만의 방해공작으로 와해되어 친일 청산에 실패함으로써 우리의 건국은 정당성을 잃었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정의감에 치를 떨며 분노했던 기억이 있다.

 

- 김진태 <법대로 살까? 멋대로 살까> (여담이지만 책 네이밍 센스가 넘넘 구리다)

 

이승만을 까던 그의 역사인식, 어떻게 변했을까?

 

대학시절 해방전후사의 인식(줄여서 '해전사')이란 책에서 어지간히도 이승만 대통령 욕을 해댔었다. 6.25때 혼자만 살려고 한강다리를 끊고 도망갔다는 대목이 기억난다. 과연 사실은 어떤가? 낙동강에서 나라의 운명을 건 전투가 벌어질 때 이승만 대통령에게 일본 망명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 철 들고 보니 해전사란 책은 좌파학자들의 의식화 교재였다.

 

-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링크)


역사적 사실이 적힌 멀쩡한 책을 '좌파들의 교재'라 치부하며 취사선택하려는 자세를 보니, 그가 국정교과서 필진이 되었다면 해리포터에 비견할 만한 대작 판타지 소설이 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의 부친께서는 그가 검사의 길을 걷게 되자, "강원도 출신이라고 하면 검찰에서 행세하기 힘들다"는 말을 남기셨고, 그는 부친의 말씀을 따라 출생지를 '경북 상주'라고 적어왔단다. 노태우 정권 시절, 신임 검사의 고향 세탁은 그가 정치 입문을 하고 나서야 멈췄으니, 어쩌면 '춘천인'으로 산 기간과 '상주인'으로 산 기간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춘천시민들은 경북 상주 출신의 의원을 뽑은 건 아닌지 확인하실 필요가 있겠다. 


검사 임용 후에도 딱히 반공 신념이 투철한 검사는 아니었단다. 17년간이나 검찰에 있으면서 원주지방청장도 지냈으나 그를 존경하는 후배들이 별로 없었다고. 이렇게 그저 충성충성하는 평범한 검사의 옷을 벗고 변호사로 살던 그는 구미시장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매일 아침 박정희 생가를 참배하던 남유진 현 시장에게 밀려 광탈. 충성력이 부족했나보다. 


그 후 친박계의 장자로 입양돼 국회 입성 후 지난 반 세기간 써먹었던 매카시즘 용법을 고대로 써먹으며 '시간을 달리는 의원'이 되었다. '내부의 적', '종북 세력', '간첩' 운운하는 발언들 덕인지 일약 친박의 핵심이 되었고, 2013년 그의 부친상에선 김기춘 비서실장이 직접 챙기며 새누리당의 이름난 의원들과 정부 고위인사들이 다녀가며 인증샷을 찍어주기에 이른다. 고작 몇 년 사이에 나꼼수 애청자에서 박근혜의 유산 상속자로 지명받은 것이다. 세상일은 참 알 수 없다.

 

좌우지간, 과거에 그가 어떻게 살았든, 지금의 김진태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발언만 제외하고 그가 내뱉은 X소리 몇 개만 소개하겠다.

 

"이번에 파리에서 시위한 사람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파리 순방 중 국외 교민의 시위에 보복을 예고하며


"국정원 직원은 댓글달면 안되나?",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이 아니냐?"

                                          -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이 드러나자


"간첩에게 가장 친절한 법관이 있는 대한민국" 

     - 국정원 간첩 조작 혐의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에게 불리하게 재판이 돌아가자


"물 좀 세게 해서 어르신 좀 다쳤는데, 이걸 가지고...폭력, 살인 진압? 문제없다고 본다." 

 - 민중총궐기에서 사용된 경찰의 물대포를 옹호하며


"하긴 왜곡과 선동으로 눈이 삐뚤어졌는데 뭔들 제대로 보이겠습니까?" 

         - 박지원 의원의 의안을 비꼬며


"간통과 부정 청탁이 있었던 황희 정승도 세종대왕이 감쌌기 때문에 명재상이 됐다." 

- 이완구의 비타500행을 두둔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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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이쯤에서, 여러분께 문제 내드리겠다.

 

Q : 다음 중 김진태 의원에 대한 설명으로 틀린 것은?


1. 어떻게 한 자리 해볼라꼬 여기저기 간 보다가 친박 꼽사리 껴서 승승장구했지.

2. 툭하면 빨갱이 운운하지만, 그도 과거엔 이승만을 까는 빨갱이였다구.

3. 액티브 스킬로 '역풍'이란게 있어서, 말만 하면 상대의 투지를 불태워주기도 해.

4. 지금은 지역구의 민심을 완전히 잃은 기이한 대선후보가 되었어

 

정답이 없을 수도 있다. 하여튼, 이 분에 대한 내용은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일베왕 얘기 길게 써 봐야 혈압만 오를 것 같다. 앞으로도 친박의 살림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셔서, 마침내 대한민국의 진공청소기로 거듭나시길 바란다. 온갖 흑역사들을 한 몸에 모조리 거두시고 장렬히 역사의 뒤안길로 산화하시길! '일베왕'에게 영광 있으라!

 

 

P.S 혹시 또 다른 식당에서 전용 숟가락 쓰신다면 인증 바란다. 

 

 

 

2. '경북용왕' 김관용

 

1942년 출생

1969년 영남대 경제학과 졸업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1991년 대통령 민정비서실 행정관

1995년 구미시장(3선)

2006년 ~ 현재 경북도지사(3선)

2017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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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천한다....!

 

 

지방자치제도가 출범한 95년부터 지금까지 10여 년의 구미시장 재임과 이후 10여 년 간 경북 도지사를 재임하며 '경북의 왕'이 되신 김관용 지사. 금년 2월엔 경북의 친박을 집결한, 이름도 졸라 쩌는 '용포럼'을 만들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상식적으로 볼 때 이건 너무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래도 되는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태극기 열사들이 서울을 가고, 주장했습니다. 오는 26일, 대구에서 우리 의원님들하고 한 번 씨게(세게) 해가지고 확 덮어버려야 합니다. (후략) "

                - 뉴스인 (17.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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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링크)



이 분은 친박의 슈퍼루키인 김진태 의원과는 달리, 오래전부터 박정희의 반인반신화를 진두지휘해오신 원조 친박이라 할 수 있다. 구미시장 시절엔 박정희 체육관을 건립하고, 후임 구미시장의 '반인반신 성역화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며, 박근혜의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충실히 수행해왔다. 지난 20일에는 박정희 생가에 방문해 이렇게 적었다. "어려울 때마다 대통령님의 영전에 와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지켜주옵소서." 그가 고향과 학교가 같은 박정희를 직접 본 것은 단 한 번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는 악수 한 번 해본 적이 없다. 그저 먼발치에서 본 기억은 있다. 1961년인가 혁명에 성공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구미를 방문했다. (...) 위대한 분을 고향, 학교 대선배로 두게 돼 영광이다.”

 

    - 중앙일보 <시·도지사 평가 1위 김관용 경북지사의 20년 지방행정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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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청와대인가 싶겠지만, 경북도청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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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에 비하면 소담해보이기까지 하는 이것이 청와대다

 

 

청와대를 너무나 사모한 나머지 아예 청와대 뺨을 날리는 크고 아름다운 경북도청을 건설하며 낙후 지역 개발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에 입각한 제왕적 호연지기를 실행하시기도 했다. 너무나 우람해서 청와대가 경북도청의 미니어쳐로 보일 지경이다. 이렇게 20년간 일관성 있는 박정희 따라잡기에 열중한 결과, 전국 도지사 호감도 순위에서 늘 1~2위 권을 다투는, 경북도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존재가 되었다. 2014년 도지사 선거 과정에서는 김영석 영천시장이 아예 대놓고 김 지사의 업적을 홍보하며 군민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셔틀이 되기도 했다.

 

“A 지사님이 23개 시ㆍ군 중에 ○○시를 가장 사랑한다. 김 (영천)시장을 제일 사랑한다. 경마공원 진입로 300억을 지사님이 주셨다”라고 말했다. 이후 참석자들에게 도지사 이름이 뭐냐고 3차례 물어본 뒤 누군가가 “A“라고 답하자 “A 도지사에게 박수를 쳐주자”라고 하는 등 A 도지사 업적홍보 및 지지를 유도한 바 있다.

 

- 헤럴드경제 (링크)

 

 ...이쯤 되면 명실상부 경북의 용왕이라 할 만하다.

  

 

용왕님께서 20년간 강조해오신 것은 '지방자치분권'이다. 참여정부 시절, 수도권 규제 완화가 발표되자 이를 막기 위해 한 수를 두기도 했다.

 

김 지사와 떼어놓을 수 없는 악연은 바로 수도권 규제완화 였다. 이 때문에 그는 비수도권의 역량을 강화해야 할 필요를 절감했었을 것이다.

수도권 규제완화와의 첫 악연은 구미시장 시절인 2005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 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을 들고 나오자, 그해 11월 17일 정부와 여당의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에 반발한 구미시민을 비롯한 경북도민들은 구미공단 운동장에 집결, 대규모 궐기대회를 가졌다.

  

- 경북문화신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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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구미참여연대가 성남과 구미를 비교하는 자료가 화제가 되었다. 그는 과연 이 짤방을 어떻게 보았을까. 물론 2016년 구미시장은 남유진 시장이고, 구미시장과 경북도지사의 역량만으로 수도권 집중현상을 해결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구미가 지금까지 받아온 예산 총액을 생각하면 성남이 가진 지리적 이점을 상쇄할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 또 김 지사의 구미시장 시절이나 남 시장의 시절이나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김 지사가 그동안 그토록 강조해온 일자리는 지금 구미를 더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어쓰까? 왜 구미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박정희 신(神)도시' 정도로 남게 된 것일까? 

 

뭐,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김 지사에 대한 지역민의 지지율은 높다고 하니, 이미 망해버린 박정희 모델을 또다시 5년간 전국구로 돌릴 생각보단 그냥 경북에서 천수를 누리시는 게 어떨까 싶다. 혹시 아나. 진짜로 박정희 모델이 터지게 될지. 전설을 듣자 하니 사해의 용왕들도 서로의 나와바리는 침범하지 않는다던데, 경북의 용왕님도 그냥 도정에 전념하시길! Long live the 용왕! 

 


 

3. '개그왕' 홍준표

 

1954년 출생

1977년 고려대학교 행정학 학사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1988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특수부

1991년 광주지방검찰청 강력부 강력계

1996년 제15대 신한국당 국회의원

2001년 제16대 국회의원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2011년 제14대 한나라당 대표

2012년 ~ 현재 경상남도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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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는 참 별명이 많다. 지금의 그를 만든, 강직한 검사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은 '모래시계 검사'에서부터 버럭준표, 막말준표, 홍반장, 홍막장, 홍도저, 준키호테, 독고다이 등등. 썩 유쾌하진 않은 얘기들만 쏙쏙 골라 뱉지만,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귀신같은 재주가 있다. 그래서일까, 홍 지사는 한때 개그맨을 꿈꾸기도 했단다.

 

그는 고려대 법대 시절인 1972년, MBC 개그맨 공채에 응시원서를 냈던 일화를 소개했다. 홍 전 대표가 재학 시절에 재밌게 노는 모습을 보고, 당시 ‘웃으면 복이 와요’ 등을 연출한 고(故) 김경태 PD가 개그맨 시험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실제로 MBC에 개그맨 응시 원서를 냈다. 그러나 그해 10월 유신헌법이 선포되면서 전국 대학생에게 “고향으로 내려가라”는 지시가 떨어지는 바람에 개그맨 응시를 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일보 (1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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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 ㅁ..멋져요

 

그의 정치인생을 통틀어 딱 하나의 유우머만 꼽자면, 역시 이것이라는데 모두가 동의하실 것 같다. 

 

'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선언했던 오 시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홍 대표는 "(오 시장이) 거취 문제는 당과 상의한다고 했으니 충분히 상의해서 하도록 하겠다"며 홍 대표는 "사실상 승리한 게임에서 (오 시장이) 즉각 사퇴는 해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서울시장으로 무책임한 것"이라고 했다.


 - 오마이뉴스 (링크)

 

'사실상 오세훈의 승리'라는 희대의 정신승리 스킬을 그 자존심 높은 양반이 해야만 했으나, 결국 시원하게 먹튀한 오세훈. 일련의 모든 과정들이 참 꿀잼이었다. 야권 지지자들에겐 이명박정권을 통틀어 가장 즐겁던 순간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그가 말을 재미있게 하는 타입은 아니다. 질질 늘어지고 지루하고 졸리다. 나꼼수의 모든 에피 중에서 노잼 오브 노잼을 꼽자면 단연 홍준표 출연 편이 아닐까. 김 총수의 공허한 웃음소리만 기억난다. 그래도 그가 꿀잼으로 기억되는 까닭은, 가끔 한방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열에 아홉은 어처구니없는 말이라서 웃긴 거지만.

 

좌우간 그가 "문재인을 10분 만에 제압" 가능하다며 토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본인이 토론에 강하다는, 필자로썬 도저히 근거를 알 수 없는 자부심이 있는 듯하다.

 

멍석이 깔아지자 홍 의원은 토론 잘하는 비법을 묻지도 않았는데 털어놓았다. 첫째는 순발력이고 둘째는 풍부한 실탄, 세번째는 직설적인 화법구사라고 정리했다. 

 

- 중앙일보 (링크)

 

기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영업비밀을 술술 공개하는 이 깨방정이란. 이 시대의 이름난 논객들을 떠올리면 뇌리를 스치는 장면들이 있다. 노회찬 의원의 '지단 드립'이나, 유시민 vs 유승민의 백분토론 경제설전 같은 것들. 필자가 기억하는 '토론의 대가' 홍준표의 한 컷은, 바로 이것이다.

 

패널단이 한미 FTA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예전 홍 대표께서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국가소송제는 문제가 크다고 한 바 있다”고 지적하자, 홍 대표는 “원래 ISD 자체를 알지 못했다. (FTA 협상 실무 책임자인) 김종훈에 물어보니 이미 67년부터 맺기 시작했고 83개 81개 나라와 ISD를 맺었다고 하더라”고 해명했다.

 

조선일보 (링크)

 

홍 지사가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시절, 20대와 소통을 하겠다며 당당하게 홀로 적진으로 들어가 토론을 했던 적이 있다. 홍 지사는 장판파의 장비처럼 모든 공격들을 막아내고 결국 적들에게서 인정을 받는 그림을 그렸을지도 모르겠으나, 결과는 참담. 패널로 나온 20대들은 으른공경 정신은 잠시 집에 놔둔 채 출전했고, 그냥 맹폭했다. 하이라이트는, 'ISD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고 고백하던 장면. 사실 여당 대표가 이렇게 토론이라도 나오는 것 자체가 박근혜 4년과는 다른 긍정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토론의 달인'인가에 대해선 글쎄. 아무튼, 덕분에 실컷 웃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가 토론으로 이름을 날린 이유는 명쾌한 논리를 제시해서가 아닌, 막다른 곳에 막히면 꾸중 섞인 호통을 마구마구 쳐서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그는 두테르테와 트럼프의 화법을 옹호하기도 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25일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막말 논란'에 대해 "자기 나라가 처한 현재의 위기상황과 대중의 불만을 소박한 대중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고 옹호했다. 

 

- 뉴시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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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왕족들이나 사용할 법한 이 고귀하고 신사적인 어법을 보라

 

 

하지만, 개그왕은 아시려나, 세상이 변했다는 것. 예전처럼 그렇게 하시다간 어떤 반응이 오는지 JTBC 신년토론 전원책 변호사 하이라이트 부분만 다시 보시는 게 좋을 듯싶다.  

 


좌우지간 개그왕께서 대권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지사는 지방선거 직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우선 도정에 전념해서 도민들이 이만큼 일했으면 됐다고 할 때 대선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중앙일보 (링크)

 

경상남도의 도민들은 과연 홍 지사에게 "할 만큼 했으니 청와대로 가라"고 말하고 있을까? 아니, 애초에 도민들의 의견은 잘 귀담아들으셨을까. 불통과 고집의 아이콘이신 분인데, 의구심이 간다. 어쩌면 "이제 그만하고 내려가라"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신 게 아닐까? 평소 오죽 소통이 안 되면 도의회장에서 이런 일도 있었다.

 

11일 김갑 의원이 도정질문을 통해 “홍 지사가 예전에 자신을 ‘독고다이’라고 표현, 혼자서 저돌적으로 몸을 던져 희생한다는 뜻으로 알고 있는데”라고 하자 홍 지사가 “독고다이는 특공대라는 뜻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불장군이라고 잘못 알고 있더라”며 “소수의 병력으로 대군을 무찌르는 특공대입니다”라고 답변.

 

김 의원이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이런 말이 나와 이 자리에서 도민의 의견을 말하게 됐고 지인들이 ‘‘독고’는 하지 말고 ‘다이’만 하십시오’라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고 하자 모두 한바탕 웃기도.

 

- 경남신문 (링크)

 

같은 당인 김갑 의원에게 "'독고'는 하지 말고 '다이'만 하십시오"라는 말을 들었을까 싶다. 성완종 리스트에 걸려 진짜로 '다이'하나 싶었지만, 아직은 살아난 홍 지사. 그동안 밤마다 막말 레퍼토리만 수천 개 고심하며 적어왔는지 요즘 김진태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본 필자, 갑자기 홍 지사의 명언이 생각난다.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며 단식을 하는 정의당 여영국 도의원에게 홍 지사께서 하신 말씀이다.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 이 말씀 살짝만 바꿔서 바치겠다. "개그왕이 (  )어도 시대의 기차는 갑니다."

 


홍준표 vs 안상수의 레전드 '개'드립 대결

 

 

 

4. '불멸왕' 이인제

 

1948년 출생

1972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79년 제21회 사법시험 합격

1981년 대전지방법원 판사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1993년 제10대 노동부 장관

1996년 경기도 도지사

2000년 제16대 민주당 국회의원,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2004년 제17대 자민련 국회의원

2008년 제17대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제18대 국회의원(무소속)

2011년 제18대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2012년 제19대 선진통일당 국회의원, 새누리당 국회의원

2014년 새누리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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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귀엽다.

 

 

불멸왕 이인제에 대한 설명은 사실 졸라 간지나는 프로필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대한민국 정치 현대사의 살아있는 화석! 한때 왕좌를 손에 틀어쥘 수 있었던 사나이! 당적에 대한 구차한 얽매임 따위 개나 줘버리고 단옷날 널뛰기하듯 종횡무진하는 그 자유로움! 20대 총선에서 낙선했으나 죽지 않고 돌아와 대선후보를 꿈꾸는 권력욕의 화신! 그리고, 신한국당에게 역사에 남을 팀킬로 정권교체를 선사한 대인배! 그를 용납할 수 없어 노무현을 대선판에 뛰어들게 한 낚시왕! 더하여, 매일 매일 멘션 올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 부지런한 트위터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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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붙일만한 수식 문장이 수십 개는 머릿속에서 떠오르지만, 지면도 한계가 있으므로 여기까지 해야겠다. 그에 대한 찬양론을 쓰라면 학창시절 영어 단어 빽빽이 하듯 적어낼 수 있을 텐데. 통탄스럽다. 아쉬운 대로 이번 글에서는, 그의 유연하고 융통성 넘치는 생각에 대한 조명만 하려고 한다. 쓸데없이 똥고집만 부리는 홍준표와는 격이 다른 인물, 이인제의 능수능란한 정치어록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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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코스덕들은 이인제의 박정희 코스프레를 배울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전대통령이 새누리당 탈당을 시사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당적이 부담스러웠으면 일찍 탈당하지 왜 지금인가! 아무리 선의로 생각해도 당에 침을 뱉는 행동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금도도 지키지 못하는 모습이 안스럽다. 

- 이인제 트위터 (링크)

 

자신의 탈당은 '국민의 여론'이지만 전직 대통령의 탈당은 금도를 어긴 행위라고 비판한다거나

  

“민주당은 개혁과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전국 정당으로 창당 과정에 본인도 직접 참여했다.”, “민주당에 뼈를 묻을 것” 

- 동아일보 (링크)

 

분명 민주당에 뼈를 묻겠다고 선언했지만

 

“불법도청 파문을 지켜보면서 이번 대선에서 부패한 세력과 급진과격 세력의 집권 연장기도를 막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 한겨레 (링크)

 

경선에서 패배하자 쿨하게 탈당을 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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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 혹은 정권교체를 하고 보자는 이런 목적을 위해서 적절하지 못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12.10.26)

 

문재인 안철수의 단일화는 정치쇼에 불과하다며 비판하다가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은 큰 틀에서 가치와 노선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가치와 노선을 공유하는 정파끼리 손을 잡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고요 또 좋은 것입니다.” 

-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12.10.26)

 

같은 자리에서 보수 합당은 노선이 같으니까 문제가 없다고 역설하고

  

"그러니까 지역 이야기는 아예 할 필요가 없죠. 어느 지역 출신이건 국민의 표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이면 되는 것이니까." 

- 신동아 (링크)

 

2001년의 '영남 후보론'에 대해서는 지역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다고 하다가 

 

"저에 대해 미운 정, 고운 정이 있겠지만 충청도가 대통령을 만들고 난 뒤 저를 혼내는 게 좋지 않겠느냐."

- 중앙일보 (링크)

 

2007년 대선에서는 당당하게 충청 대망론을 호소하고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는 지혜롭지 못했다”, “정치, 군사 분야는 엄격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경제나 민간 분야의 교류와 협력은 제한 없이 풀어야 한다”

- 한국기자협회 (링크)

 

이명박 정권의 대북제재는 지혜롭지 못했다며 민간 차원의 교류를 강조했지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가 우리에 이익이라고? 문재인의 주장이다.", "북의 핵질주로 안보위기가 폭발 직전인데 이 무슨 한가한 소리인가" 

- 이인제 트위터 (링크)

 

개성공단을 재개하자는 주장은 한가한 소리라 일축하는 등, 마치 메타몽처럼 때마다 자신의 과거 발언을 반박, 갱신하며 일신우일신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물론 이 와중에 변하지 않는 말도 있다.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젊은 세대가 정치의 전면에 나서 희망찬 미래를 국민에게 열어줄 의무가 있다. 이것이 시대적 소명이고 나는 그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사람이다. 

- 동아일보 (링크)

  

통일이 곧 경제라며 대한민국 당면과제인 지속적인 경제발전, 저출산과 청년실업, 이념갈등 해소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통일뿐이라고 했다. 통일의 시기가 왔을 때 지도자의 판단력, 결단력, 추진력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이에 적임자는 자신임을 우회적으로 흘렸다. 

- 골프타임즈 (링크)

 

97년 대선에서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과 2017년 '통일 대통령'을 천명하는 답에서 느낄 수 있다. 명분이 뭐가 됐든, 이유야 어쨌든 자신이 대통령 적임자라는 강한 확신, 비록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젊은 세대'는 아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청춘인 그의 이 독보적인 일관성. 이것이야말로 이인제의 아이덴티티다. 


20년 동안의 만성 제왕병자의 두터운 집념만큼은 정말 누구도 못 말린다. 선거철마다 '이인제 방지법'이 회자되지만, 그 어떤 법도 이인제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기왕이면 당적 한 번만 더 옮겨주시라. 2012년 딴지일보의 '이인제 당적변경 기네스북 등록 시도가 좌절된 것이 못내 아쉽다. 아쉽게도 이번엔 자유당에 계시겠지만, 다음 대선도 있지 않은가. 그때까지, 불멸왕이여, 만수무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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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위치가 참으로 절묘하다

 

 

영양가라고는 1g도 없는 글이지만, 그들도 대선후보인 만큼 쓸데없는 일화들로 채워봤다. 굳이 쓸모가 없다고 한사코 만류하는데도 쓸데없는 사람들이 나왔는데, 필자라고 쓸데 있는 글을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 제왕병자들은 모조리 티나한의 삼각 철봉을 후드려 맞고 쫓겨난다. 이때 티나한의 대사는 명대사로 팬들에게 유명하다. "잔치는 끝났다. 집에 돌아가!!" 그 대사 살짝 비틀어, 자유당 퐌타스틱 4에게 돌려 드린다. "친박 잔치는 끝났어! 집에 돌아가!"

  

 

 

번외. '막말왕'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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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애청자와 나꼼수 출연자는 컷오프에 통과시키면서, 정작 나꼼수 제작자는 출당시키는 자유당의 잣대 없는 패권적 행태를 규탄한다! 




* 챕터 출처

경향신문 <김진태 의원, 너무 튕겨난 현실주의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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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꾼


편집 : 딴지일보 인지니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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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교양서를 쓰고 있는, 딴지가 배출한 또 하나의 잉여 작가
딴지의 조선사, 문화재, 불교, 축구 파트를 맡고 있슴다.
이 네 개 파트의 미래가 어둡다는 거지요.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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