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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대선 때문에 열기가 뜨겁다면, 홍콩은 대선분위기가 차갑다.


사실 대선이라고 말 하는 것도 웃기다. 국가단위로 치면 일개 시장을 뽑는 건데, 홍콩의 행정지도부 수장은 중국에서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 일단 홍콩정부는 중국 중앙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 중국 중앙정부도 홍콩정부의 재정정책에 개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관리와 같이, 내치권만 있고 외치권은 없다. 홍콩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스릴수는 있어도, 외교, 국방은 중국 중앙정부에 위임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홍콩의 행정지도부 최고권력자를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번 제5대 홍콩행정장관 선거에서는 존 짱(曾俊華), 호국흥(胡國興)을 제치고 캐리 람(林鄭月娥)이 당선되었다.


Carrie Lam Photo.png 

가운데가 캐리 람, 오른쪽은 존 짱, 왼쪽은 호국흥

 

carrie lam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캐리 람

 

Election Results.png 

캐리 람이 선거인단 1194명 중 777명을 확보하고 당선되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제도


홍콩의 행정장관은 간접선거로 뽑는다. 체육관 선거 비슷한거 한다. Election Committee, 즉 선거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 홍콩 행정장관은 선거위원회 위원들이 선출한다.

2. 선거위원회는 120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3. 구성

- 기업계 (산업, 상업, 서비스업, 금융업) 대표 300명,

- 전문업 (교사, 의사, 변호사 등등) 대표 300명,

- 기타 (노동, 예체능. 종교 등등) 대표 300명 실업자는 무시하냐,

- 정치인들(입법회의원, 구의원, 전국 인민 대회 홍콩 대표, 인민 정치 협상 회의 국가위원회 홍콩 대표) 300명

4. 선거위원회의 임기는 5년이다.

5. 홍콩 행정장관의 입후보자들은 선거위원회 위원 중 최소 100명의 동의를 얻어야 된다.

6. 홍콩 행정장관의 선출방법에 대해 개정이 필요할 땐,

a. 2/3이상 입법회의원의 동의를 얻을 것
b. 홍콩 행정장관의 동의를 얻을 것
c. 전국 인민 대회 상무위원회의 동의를 얻을 것

(홍콩 기본법 45조 부록 1 中)

 

하지만 홍콩에서의 간접선거는,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표방했는데, 선거위원회 1200명 중, 종교계 대표 60명을 제외한 1,140명은 또 다른 선거를 통해 선출이 된다. 선거위원회 출범을 위한 선거, 즉 선거인단 선거는 2016년 12월 11일에 열렸고, 항상 홍콩행정장관 선거가 있기 4개월 전에 열린다.


결과는 직능/계열 별로 다음과 같다.


Sector

Sub-sector

Registered
voters

Candidates

Elected

Votes

Turnout

I

Catering

5,530

17

17

uncontested

I

Commercial (First)

1,045

19

18

605

60.20

I

Commercial (Second)

1,460

18

18

uncontested

I

Employers' Federation of Hong Kong

139

16

16

uncontested

I

Finance

122

18

18

uncontested

I

Financial Services

622

33

18

440

74.45

I

Hong Kong Chinese Enterprises Association

308

16

16

uncontested

I

Hotel

120

19

17

102

85.00

I

Import and Export

1,379

17*

17*

uncontested

I

Industrial (First)

542

18

18

uncontested

I

Industrial (Second)

764

18

18

uncontested

I

Insurance

131

29

18

94

78.33

I

Real Estate and Construction

706

18

18

uncontested

I

Textiles and Garment

2,330

18

18

uncontested

I

Tourism

1,298

25

18

724

59.20

I

Transport

195

24

18

159

82.81

I

Wholesale and Retail

6,706

21

18

2,118

32.45

I

Sub-total for First Sector

23,397

344

299

4,242

41.93

II

Accountancy

26,001

62

30

12,296

47.29

II

Architectural, Surveying and Planning

7,370

92

30

4,634

62.88

II

Chinese Medicine

6,143

55

30

2,615

42.57

II

Education

80,643

56

30

33,688

41.77

II

Engineering

9,405

58

30

5,506

58.54

II

Health Services

37,387

94

30

13,154

35.18

II

Higher Education

7,497

65

30

3,850

51.35

II

Information Technology

12,109

59

30

7,605

62.93

II

Legal

6,769

37

30

3,664

54.13

II

Medical

11,189

85

30

6,121

54.71

II

Sub-total for Second Sector

204,513

663

300

93,133

45.54

III

Agriculture and Fisheries

154

60

60

uncontested

III

Labour

668

69

60

471

74.76

III

Religious

N/A

60

60

no election

III

Social Welfare

14,130

104

60

7,826

55.44

III

Sports, Performing Arts, Culture and Publication

2,909

85

60

1,650

75.69

III

Sub-total for Third Sector

17,861

378

300

9,947

58.59

IV

National People's Congress

N/A

36

36

ex officio

IV

Legislative Council

N/A

70

70

ex officio

IV

Chinese People's Political Consultative Conference

91

51

51

uncontested

IV

Heung Yee Kuk

147

35

26

133

90.48

IV

Hong Kong and Kowloon District Councils

208

66

57

199

95.67

IV

New Territories District Councils

223

62

60

187

83.86

IV

Sub-total for Fourth Sector

669

320

300

519

77.58

 

TOTAL

246,440

1,705

1,119

107,841

46.53


(출처: 링크)


선거인단 1200명을 뽑기 위해 총 246,440명이 선거에 참여했다. 선거인단 선거는 홍콩입법회 직능대표 선거권이 있는 개인 또는 단체에게 주어진다. 홍콩영주권자이며 홍콩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선거권을 가지며, 직능대표 선거권 신청의 기준은 다음과 같은 패턴을 가진다.

  1. 기업계: 등록된 단체(회사)가 투표

  2. 전문업: 등록된 개인이 투표

  3. 기타: 노동단체 및 개인 (사회복지사, 예체능 전문인) 혼합

  4. 정치인: 직선+간선 혼합

(출처: 링크)

 

숫자로만 판단한다면 민주주의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선거권이 기업/전문직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엘리트주의적인 선거다. 특히 개인은 전문직 종사자들만이 투표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실업자는 제외하더라도, 일반노동자들이 대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2014년 중국에서 추진했던 대로 홍콩 행정장관 보통선거를 추진했었더라면, 이런 방식으로 선출된 '선거위원회'가 홍콩장관 입후보자들을 '필터링' 하고 보통선거가 치러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캐리 람은 어떤 사람인가?


캐리 람은 1957년 생으로, 가난한 환경에서 정무사사장(政務司司長) (우리나라로 치면 국무총리급 된다) 까지 관직을 맡은, 자수성가한 관료다. 1980년에 공무원이 된 이후,


사회복지서 서장 (Director of Social Welfare, 2000~2003),

주거토지기획국 상임비서장 (Permanent Secretary for Housing, Planning and Lands, 2003~2004),

런던 홍콩경제무역관 관장 (Director-general of Hong Kong Economic and Trade Office in London, 2004~2006),

민정사무국 상임비서장 (Permanent Secretary for Home Affairs, 2006~2007)을 거쳐서

2012년에는 정무사사장 (Chief Secretary)가 되었다.


홍콩대 사회과학과를 전공했으며, 칭화대 교환학생을 갔었고, 공무원이 된 이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발전학 (Development Studies)을 공부했다. 청년시절에는 학생운동가로, 현재 범민주진영 정치인들과 친했고 사회복지망의 확대를 촉구했다.


carrie lam young.jpg

왼쪽이 70년대 캐리 람 


하지만 더 높은 공직을 맡으면서 친중국, 친기업적인 정책들을 펴게 된다. 대표적으로 스타페리 신축공사, 신계지역 재개발 등에서 억압받는 소수보다는 정부 및 기업의 이득을 대변했고, 2010년에는 재개발 시 필요한 매입률을 90%에서 80%로 낮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리 람에 대한 지지율은 높은 수준이였다. 실제로 캐리 람이 정무사사장 임기 내에 노인복지, 저소득층 지원, 빈곤 해결문제 등에 앞장섰다. 서구룡 문화구, 홍콩고궁박물관 설치 등 예술 지원에도 앞장섰는데, 사실 복지나 예술은 홍콩의 경제적 수준에 비해서 훨씬 열악했기 때문에 국제적인 기준으로는 엄청 신선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대중 지지도는 2014년 우산혁명을 겪으면서 떨어지게 되고, 역설적으로 중국당국의 신임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개헌 태스크포스 (Task Force on Constitutional Development) 총 책임자로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보통선거 요구를 거부한 것. 엄밀히 말하면 보통선거는 찬성하되, 중국 중앙정부가 제안한 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우산혁명 시위대들이 요구한 민주화 개헌은 무시되었고, 중국 중앙정부가 제안한 선거 방식은 2015년 6월에 홍콩입법회에서 통과되지 못하였다. 캐리 람은 홍콩에서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었고, 개헌에 대한 이견차 때문에 지지를 잃었지만, 민심과 반대되는 길을 걸었기 때문에 중국 중앙정부의 신임을 얻고 홍콩행정장관이 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HKUPOP.png

2014년 전반기까지는 60프로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었지만,

우산혁명 이후 급격히 떨어지고 계속 떨어지고 있다




캐리 람은 어떻게 행정장관이 되었나?


사실 몇 달 전만 해도, 캐리 람 보다는 존 짱이 행정장관이 될 것으로 유력해 보였다.


렁춘잉 행정장관이 우산혁명 이후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 재정사사장 (우리나라 경제부총리급) 존 짱이 대중들의 지지를 얻고 있었는데, 존 짱은 우산혁명은 건설적인 측면이 있다며, 민주화운동 및 홍콩독립운동을 지지하는 의사를 비췄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작년 9월 G20회의 때 존 짱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 한 것을 두고, 중국이 존 짱이 차기 행정장관이 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온 것이라고 했기 때문.


Shaking hands.png


실제로 중국 국가주석들과 악수를 한 홍콩 정치인이 차기 행정장관이 되었으니 무리한 분석은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캐리 람 보다 존 짱이 홍콩인들과 중국의 이견차를 좁히는 데는 더 도움이 되었을 텐데, 중국에서는 존 짱 보다 입장이 훨씬 더 분명한 캐리 람을 지지하는 것이 홍콩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 한 것 같다.


중국이 지지하는 것과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것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1200명의 선거인단들 중 대부분은 중국이 지지하는 후보를 뽑아야 할 이유가 명확하다.


돈.


당연히 선거인단인 홍콩기업들은 중국과의 경제통합을 원한다. 전세계 모든 기업인들이 중국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것과 같이. 즉, G2로 부상한 중국이 경제력으로 홍콩에 대한 통치권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인단들은 북경에서 어떤 신호를 보내면 거기에 반응한다. 이번에는 아주 직접적인 신호를 보냈는데,


장더정.jpg 

중국 서열 3위 장더정이 심천으로 가서

"중앙정치국은 캐리 람을 지지한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충체육관선거처럼 모든 표가 한 후보한테 가는 건 아니다. 앞에서 봤듯이 1200명 중에는 정치인 300명과 전문직 대표 300명이 포함되어 있고, 무엇보다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실제투표는 중국의 지배력에서 조금 자유롭다.


이런 것이 중국식 민주주의라고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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