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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찌라시 한국사'는 재미난 역사적 사건을 대화체로 풀고 썰을 마구 첨가하여 남녀노소 상하좌우 친박반박까지 한국사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새 연재입니다.


찌라시만큼 흥미진진하고 쫄깃하여 찌라시인 것이지, 진짜 찌라시와는 무관하니, 맘 편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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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18대 왕 현종은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신하와 대신들에게 엄청나게 시달렸다(예송논쟁). 결국 시원하게 왕 노릇 한 번 해보지 못하고 34살의 젊은 나이에 승하하게 되었다.


불운했던 그를 이어 외아들인 숙종이 14살의 나니에 19대 왕으로 취임한다. 숙종 앞에는 정치 10단 송시열이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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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임금 하면, 조강지처를 버리고 여우 같은 장희빈의 치마폭에 놀아난 왕으로만 기억하고 있어. 숙종이 강력한 왕권을 구현 했다는 것을 강조하면, 조연이 너무 빛나게 되니 숙종의 카리스마를 의도적으로 누른 면이 있지 않을까? 장희빈의 스토리 자체가 워낙 좋은 소재니까 주연은 장희빈이 돼야 이야기가 찰질 테니.


숙종은 1674년 14살의 나이에 왕위에 올라. 보통 어머니나 외척들이 수렴청정, 대리청정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숙종은 바로 정치 전면에 나사게 돼. 중학교 2학년의 나이에 말이야. 숙종보다 23년 먼저 태어난 프랑스의 태양 왕 루이 14세는 5살에 왕이 되었지만, 숙종보다 늦은 나이에 왕 생활을 시작해.


"짐이 곧 국가다" 라는 말과 현대 여성들의 로망인 베르사유 궁전을 남긴 루이 14세의 강력한 왕권을 숙종은 조선에서 펼치는데, 의외지? 공처가 왕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루이 14세와 동시대를 살면서, 조선에서 "짐이 곧 국가다"를 어떻게 시연했는지 살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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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 중 적장자(정실()의 아내가 낳은 맏아들)는 7명 뿐인데, 그 7명을 잠시 살펴보면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순종 임금이야. 먼가 싸한 느낌이 오지 않아? 이건 무슨 적장자의 저주도 아니고, 단명 하거나 존재감 제로거나, 나쁜 이미지로 남거나 했어. 적장자 왕위계승 확률이 30%도 안 되고, 제대로 왕 노릇 하기도 힘들었던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었네. 오늘의 주인공 숙종이 칠 적장자 중 한 자리를 차지하셔. 한마디로 정통성이 최고야. 신라로 치면 성골 중에 성골. 왕 중에 왕의 혈통을 가지고 데뷔를 한 거야. 칠 적장자 외에 왕들은 왕이 되고 나서, 자신의 정통성을 입증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 하느라 국정 초반을 허비 하거나 신하들에게 은근히 무시를 당하지.


돌발퀴즈 하나, 조선에서 세자빈으로 입궐하여, 남편이 왕이 되고, 그 아들이 왕위를 이어 받아 대비가 된 분은 몇 명일까요? 이것도 여자 로얄패밀리의 정규 코스잖아.


짐작했겠지만 1명 밖에 없고, 바로 바로 숙종의 어머니셔. 모자가 조선 로열패밀리 중 찾아보기 힘든 정통성을 갖추고 있었어. 그래서 숙종은 왕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어.


우리가 중2병을 앓았던 14살 때 숙종은 왕이 되었고, 처음으로 한 일은 송시열 길들이기를 통한 여당 교체였어. 송시열로 말하면 조선 성리학의 대부이자, 4명의 임금이 바뀔 동안 정계는 물론 조선 사상계를 통째로 쥐고 흔들던 인물인데, 이때 송시열의 나이 68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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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실록에 3천 번이나 이름이 거론 될 정도로 조선시대 전체를 통틀어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야. 조선시대 선비들에게는 공자, 맹자, 장자와 동급인 송자 라고 칭송 받았어. 비유가 어떨지 모르지만, 아무리 정통성이 완벽한 왕이지만 14살에 불과한 왕이 요즘으로 치면 법정스님이나 김대중 대통령 급의 인물과 정면 대결을 신청한 거야. 우리가 알고 있던 장희빈 치마폭의 유약한 왕의 모습이 아니지 않아?


송시열은 당연하게도 집권여당(서인)의 당수 격이었는데, 숙종은 이 당시 대제학이던 이단하를 시켜 스승인 송시열의 잘못을 -예송논쟁 기간 중 오류- 문서로 작성 하라고 압박을 해.


숙종의 아버지인 현종은 몸도 약했지만 15년 재위 기간 동안, 예송논쟁(현종 때 인조의 계비인 조대비(趙大妃)의 상례(喪禮) 문제를 둘러싸고 남인과 서인이 두 차례에 걸쳐 대립한 사건 - 자세한 내용 (링크))에 엄청 시달리고, 왕권을 거의 빼앗기게 되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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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하는 스승이 잘못 했다고 생각 하지도 않았을 테지만, 어리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숙종의 명을 따라 스승의 잘못을 지적하고 공식 기록으로 남겨. 하지만, 결국 송시열로 대표되는 신권이 10대 숙종의 왕권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을 당연히 했어. 그래서 "왕명 때문에 할 수 없이 한 일이다"라고 떠벌리고 다니다가 숙종 앞에 불려가.


“이런 싸가지 없는 xx, 니 놈 눈 꼴엔 송시열만 보이고, 이 임금은 보이지도 않더냐!” 기록에 의하면 이때 14살 숙종의 위엄에 온 궁궐이 떨었다고 해. 이 일을 계기로 숙종은 집권여당(서인)을 몰아내고, 남인을 여당으로 하루 아침에 만들어 버려.


어린 왕 덕분에 50여 년 만에 집권여당이 된 남인은 왕에게 숙이고 들어 갈 수 밖에 없었어. 50여 년간 집권여당을 하던 서인과 함께 하면 왕권 강화는 꿈도 못 꿀 노릇이고, 허수아비 왕이 되기 십상이었어. 숙종이 왕이 되자마자 여당이었던 서인은 정치판에서 힘을 잃고, 반 백 년 만에 여당이 단 남인은 정신을 가다듬고 자기 밥 그릇 챙기면서 6년의 시간을 보내지. 이 틈을 이용하여 숙종은 자기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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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6년의 시간이 지나 숙종이 20대가 된 어느 날.


여당이 된 남인들이 영의정인 허적의 집에서 전당대회를 성대하게 열어.


이때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거야. 숙종은 이미 알았을 거야. 궁에서 보관중인 비를 막을 수 있는 천막을 영의정네 집에서 이미 가져갔다는 것을.


“이런, 오늘 허 대감 집에서 남인 전당 대회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렇게 많은 비가 오는데, 어찌들 하고 있누? 여봐라 도승지! 지금 당장 허 대감 집에 기름칠을 하여 절대 비가 새지 않는 천막인 유악을 즉시 퀵 서비스로 보내 주도록 하여라”


“………………….”


“도승지는 어명을 받았으면, 잽싸게 튀어 갈 것이지, 어찌하여 땅바닥을 쳐다 보며 한숨을 쉬고 있느냐?”


“상감마마... 허 대감 집에서 사람을 보내어 이미 유악을 챙겨 갔사옵니다”


이것으로 남인 아웃! 서인 6년 만에 여당 재진입!


쪼잔해 보이지만, 궁중의 물건을 왕 허락도 없이 막 가져 갔으니, 머라 대꾸 하기도 애매해. 양 당이 막대한 힘을 키우는 걸 방지 하기 위한 숙종의 성년식기념 퍼포먼스였다고 봐야겠지.


이후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조선 최고의 멜로 드라마 장희빈과 인현황후 전을 통해서, 숙종은 서인과 남인을 다시금 안방에 들였다 마당으로 내쫓았다 하며, 46년 동안 자기의 왕권을 돈독히 해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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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의 재위기간 46년은 영조임금 다음으로 긴 랭킹 2위의 기록이야.


숙종이 정치판만 뒤엎으면서 왕권 유지에만 매달렸던 것은 아냐. 외교적으로는 백두산 정계비를 세워서 청나라와 국경 문제를 해결했어. 이 전까지만 해도 청나라와 국경이 명확하지가 않아서, 우리 인삼 상인들이나 사냥꾼들이 주로 청나라 땅을 넘어 가거나, 일대를 지나 다니는 청나라 관리들을 공격했다고 해. 조상들 복수차원에서, 요즘 중국어선들이 서해안을 안방 드나들 듯이 하는 건가? 청나라가 백두산을 통째로 먹으려고 하는 것을 숙종이 파견단을 보내 백두산에 국경을 확정하는 정계비를 세웠다고 해. 조선에 역대급 치욕을 안겨준 청나라의 공격에 대비했음은 물론이야. 울릉도를 지키고 독도 1대 홍보대사격의 활약을 펼친 안용복도 숙종 시대 인물이야.


경제적으로는 이 시대 지배층 1%들은 죽도록 반대하고, 백성들만 오매불망 바라던 대동법을 전국에 실시하여 제대로 실효를 거둔 것도 숙종 이었어.


또한 화폐의 유통을 활발히 하는 정책을 펴, 100% 농업 사회에서 상공업 사회로 나가는 시기도 이 시대였다고 하니, 숙종을 장희빈에 놀아난 유약한 왕으로만 기억 하지는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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