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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EO가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는 나라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 12월 19일, 경제를 살리겠다고 천명한 기업 CEO 출신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MB의 당선 이유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겠지만, MB를 지지한 사람들의 심리적인 측면에만 국한하여 분석하자면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의 산물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MB는 부동산 대박으로 부자가 되고 싶은 우리 욕망의 산물이었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은 소위 ‘관에 나가서 일하는 것’ 혹은 ‘의사, 회계사 등 사(士)자 들어가는 전문직’이었으나, 사회 정의가 훼손되고 빈부 격차가 극심해진 천민자본주의의 부작용으로, 2007년에는 CEO가 선망의 상징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CEO 출신 MB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착각했다.


이런 기대 혹은 욕망과는 달리, 절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MB 정권 동안 더욱 가난해졌고, MB 본인만 더욱 부자가 되었다. 떼돈을 벌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혁신적인 생각을 MB 외에 누가 할 수나 있었겠는가? 이게 바로 CEO급의 혁신인 거다. 돈을 벌려고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콜럼버스의 계란 급 발상의 전환, 혁신의 끝판왕이다.


오로지 이익 추구만을 지상명령으로 삼는 천민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 이명박은 유능한 CEO였다. MB는 자본주의의 천박한 속성에 맞게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위했으며, 본인을 부자가 되도록 하는 일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꼼꼼하고 철두철미하고 유능했다. MB는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아 단물 짠물 사골국물까지 다 빨아 먹고 국민에게는 엄청난 국가부채를 남겼다. 그런데 MB가 우리에게 남겨준 선물이 있다.

 

MB로부터 온 선물.jpg

 

 

2. 정치에 대한 관심


이 선물은 바로 보편적인 대중의 정치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다. 하도 빅똥을 싸는 바람에 역설적이게도, MB 이전에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을 고상한 것으로 여기던 시민들의 발상을 전환시켰다.


MB정권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치인 모두를 기득권으로 간주하는 근거 없는 막연한 혐오 정서가 사회 곳곳에 뿌리 박혀 있었다. 구체적인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정치인을 싸잡아서 욕하는 것이 정의로운 일인마냥 여기는 정서가 분명히 존재했다. ‘여당과 야당은 다 한 패거리다. 그 놈이 그 놈이니 투표 안 하겠다’는 식의 양비론도 고전적인 패턴 중 하나다. ‘국회의원은 모두 먹튀이기 때문에 국회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무식찬란한 주장을 떳떳하게 내뱉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러한 정치혐오증의 밑바닥에는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내가 무슨 영향이나 미칠 수 있겠냐’라는 체념이 깔려있었다.


MB의 빅똥은 뿌리 깊은 정치혐오증을 단번에 멸절시켰다(과연 MB는 진실로 요정이었던 것일까?). 똥이 변기에서 넘쳐 흘러나오다 못해 파도를 이뤄 턱밑까지 차오르니, 체념으로 인한 무의식적 무시를 할 수가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게 바로 가카의 위대한 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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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MB 요정설

 

 

3. 박근혜의 바통 터치


이명박이 시민의식의 싹을 틔웠다면, 박근혜는 MB보다 더 큰 똥을 싸지르면서 이렇게 싹 틔워진 시민의식에 꽃을 피우게 햇다. 정치는 시민들에게 가장 익숙한 술안주 토론 거리, TV 예능의 히트 아이템, 팟캐스트 상위권을 싹쓸이하는 카테고리가 되었다. SNS를 통해 시민과 정치인이 직접 소통하는 채널까지 활성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진보에게 불리하고 보수에게 유리하다고 하여,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정치지형까지 흔들어 놓았다. 박근혜의 무식이 나라를 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선물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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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의 탄생(홍성담 作)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최고 권력자를 우리 손으로 끌어내렸다. 왕을 죽여본 경험이 없는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이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법치주의가 확립된 현대사회에서는 아무리 화딱지가 난다고 해도 쳐 죽일 수는 없으니, 법치주의 테두리 내에서 최고 권력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빅엿인 탄핵을 날린 것이다.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이 실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정치혐오증의 심리적 토양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체념 정서를 말소시키는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탄핵은 ‘내가 뭔 난리를 피워도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는 체념 정서와 ‘강자와 싸워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라는 학습된 무기력감까지 한 방에 날려버린 가열찬 성과다.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바대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의식전환이 박근혜의 빅똥에서 피어난 시민의식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4. 민주주의 선진국들의 똥망


한편 세계의 정치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세계 3대 시민혁명 중 하나라고 배웠던 ‘프랑스 대혁명’의 나라, 평등∙인권∙생태주의의 가치를 표방하여 세계 문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68혁명’의 나라, 프랑스의 정치 상황이 말이 아니다.


올해 4월~5월 프랑스에서는 대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여론조사 판도를 보면, 이민자 반대, 인종차별 철폐 반대(인종차별을 하자는 것이다)를 구호로 삼고 있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ront national)’의 대표, ‘마린 르펜(Marine Le Pen)’ 후보가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르펜은 ‘프랑스의 EU탈퇴’, ‘프랑스 우선주의(트럼프의 “어머리콰 풔스트”가 떠오른다)’와 같은 극우민족주의적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프랑스의 도널드 트럼프 같은 정치인이다. ‘국민전선’과 ‘마린 르펜’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를 뽐뿌질 함으로써 그 세력을 확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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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신문>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마크롱’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르펜’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또한 프랑스 대선은 한국과 달리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결선 매치업이 ‘르펜’ vs. ‘마크롱’이 되든, ‘르펜’ vs. ‘피용’이 되든, 르펜이 패배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결과는 일관적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르펜이 대통령이 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우 인종 차별주의자가 25%를 넘는 지지를 받는 프랑스의 현재 정치 상황은 망가졌다고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프랑스가 이렇게 망가진 이유는 테러에 대한 공포, 이로 인한 이슬람권에 대한 적대감, 침체된 경제 상황, 높은 실업률과 특히나 졸나게 높은 청년 실업률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유권자의 심리적인 측면에만 국한하여 분석하면 ‘정치혐오증’을 가장 큰 요인으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 90년대의 정치에 대한 혐오+무관심+체념과 같은 정서가 ‘르펜’ 같은 괴물을 만든 것이다.


프랑스의 정치 상황이 시사하는 바는, 민주주의는 일단 한번 만들어 놓기만 하면, 조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마르고 닳도록 써먹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관심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민주주의는 금방 똥망 스멜을 풍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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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제주도민일보>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에서는 난데없이 ‘트럼프 탄핵’ 푯말을 든 미국인도 볼 수 있다. 미국인 입장에서는 트럼프 탄핵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니, ‘탄핵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점을 민주주의 상징과 같은 미국에게 우리가 한 수 가르쳐줄 수 있게 된 거다(트럼프 하는 짓거리를 보면 니들도 똥줄이 타겠지…).


시민과 정치 간 친밀도라는 관점에서 보면, 프랑스나 미국보다 현재 우리의 상황이 좋다. 이는 한번 꽂히면 득달같이 물고 늘어지는 한국인의 끈질김, 정치인과 시민 간 직접 소통 채널을 열어준 SNS에 기인한 바가 크다.

 

 

5. 대의민주주의의 의의


민주주의의 말 뜻은 왕이나 소수의 귀족 새끼들이 아닌, 모든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거다. 헌법 1조 2항은 이를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7조 ①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민주주의의 의미만 놓고 보면, 주권을 가진 모든 국민들이 직접 정치를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옳다. 그렇지만 모든 국민이 한 자리에 모여서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선거를 통한 위임절차로 국민을 대리하라고 선출한 에이전트가 정치인이며, 이렇게 선출된 에이전트가 국민을 직업으로서 대리하는 체계가 대의민주주의다. 즉, 대의민주주의 체계 하에서 대리인(agent)은 본인(principal)의 이익을 직업적으로 대리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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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임한 사안에 대해 본인(국민)이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관심을 두지 않으면, 에이전트는 본인(국민)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 자신을 위한 슈킹에 열을 올리게 돼 있는 게 자연의 섭리이다. 본인의 이익에 반하여 많이 해먹으려는 정치인 집단, 이들과 결탁한 일부 언론은 의도적으로 정치혐오증을 뽐뿌질하기도 하였다.


본인-대리인 이론(Principal-Agent Theory)에 따르면, 위임한 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대리인은 본인보다 필연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지게 되고, 이를 정보 비대칭성(asymmetric information) 문제라고 한다. 이에 따라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사적목표(internality) 추구와 같은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위임한 업무에 대해 본인이 충분한 정보를 갖는 것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정보 비대칭성을 깨뜨리므로, 이와 같은 경우 대리인은 도적적 해이를 일으키거나 사적인 목표를 추구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타락한 정치인에게 있어서, 보편적인 대중의 ‘정치혐오증’은 귀중한 자산이다. 본인과 대리인 간 정보 비대칭성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한탕 더 시원하게 해먹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눈치 없이 국민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라이벌의 등장까지 저지해준다.


이제는 SNS라는 기술 발달로, 에이전트와 본인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언론도 중대 사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체적인 흐름이 바뀌었다. 뜨거운 관심을 받는 에이전트는 감히 4대강 같은 딴짓 거리를 하지 못할 것이다.

 

 

6.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박근혜 구속까지는 이루어 냈으나,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 세월호 진상규명, 4대강 복원, 더 나아가서는 이명박 구속까지 갈 길이 멀다. 시민으로 사는 것은 관심주고 신경 쓸 것이 많아 피곤하지만, 내가 뭔 짓을 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무력감보다는 피곤함이 낫다. 시민의 의무가 아무리 불편해 봐야, 우리 민족을 빨아먹을 자원으로 여기는 타민족으로부터 지배받는 것이나, 백성의 기본권 나부랭이 인정하지 않는 왕의 지배를 받는 것보다 불편할 리가 없다.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얻어낸 MB요정으로부터 온 선물을 소중히 여기고,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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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위대한 문명들은 같은 길을 따라왔습니다. 속박에서 자유로, 자유에서 번영으로, 번영에서 만족으로, 만족에서 무관심으로, 무관심에서 다시 속박으로. 우리가 이런 역사에서 벗어나려면 순환고리를 깨야만 합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스윙보트(Swing Vote,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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