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5년만 지나도 가게와 거리 풍경이 뒤엎어진다. 그러니 사람이 평생을 사는 동안 겪는 일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진데, 그 일평생이 햇수로 100년이면 더 말해서 무엇하랴. 4월 4일, 오래 전 큰 상처 입은 한 분이 영면에 드셨다.
고인은 1918년 김제에서 태어났다.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생면부지의 사람따라 끌려간 고 이순덕은 상해에서 일본군 성노예로 살아야했다. 갖은 고초와 상흔을 입고 1945년 귀환한 후에도 주변에는 식모살이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할머니들이 그랬을 것이다. 오늘 잠든 이순덕 님은 남은 이들 중 가장 고령이었다.
연세 세브란스 장례식장 입구에서 잠시 멈추었다. 망향의 동상은 천안에 소재하며 일제의 침략으로 고통받던 해외동포, 특히 재일동포들이 계시며 '위안부' 할머니들은 40여위 잠들어 계신 곳이다.
어떤 순서로 나열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미디어몽구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먼저 근조기를 보냈다고 한다. 조문을 드린 뒤 식사했다. 거지갑 박주민 의원이 도착했고,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가 손님맞이를 했다. 4일 오후 7시를 전후한 빈소는 한적했으나, 한 시간쯤 뒤부터 젊은 사람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정대협 윤미향 대표는 작년에만 백세 건강을 기원하면서 잔치를 드렸었다 이야기했다. 얼마나 통한의 세월이었는지 알 수 없다. 생전에 치매로 "일본군이 나를 때린다"를 반복하셨다고 했다. 자기가 죽으면 사람들이 많이 와서 밥을 먹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쉽게 떠지지 않는 수저로 유언을 받들었다. 모든 조문객들이 그랬을 것이다.
쓰고싶은 말은 많은데 낱말과 생각들이 허공에 모였다 흩어지길 반복한다. 갈피가 잡히는 듯 하다가도 너울처럼 힘없이 밀려간다. 서너번 그러다 문장 한 두줄을 겨우 썼다.
고인은 1991년도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관부재판의 마지막 원고이다. 당시 1심에서 승소를 이끌어 냈지만, 항소심에서 패하고 만다. 또 고인은 2015년 말 일방적으로 합의된 합의금을 받지 않았으며 한국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상처받은 삶이었지만 세상에 그 뜻을 알려왔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지 어렴풋이 짐작만 할 일이다.
다시 또 한 분이 영면에 드셨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안식에 드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남 진도군 팽목한 인근에 조성된 '세월호 추모의 숲'에는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기억의 벽이 있다. 이 추모비를 만든 건축가 양수인씨는 이런 말을 했다.
"추모와 동시에 안타까운 사실을 직시하는 것도 남겨진 자의 몫입니다."
이제 38명의 할머니가 남았다. 최근 광장에서 외쳤던 것들이 이루어져나가는 것을 보는 희열을 느꼈음에도, 아직 모든 일들이 바르게 마무리되는 날까지 많은 일들이 남아있다.
남기신 말씀처럼 밥 잘 먹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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