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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09. 월요일

At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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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농담 따먹기를 하다 오징어를 생각하면 뭐가 떠오르냐고 물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런 대답이 튀어 나왔습니다.

 


“오중애 허먼 그것 삭는 냄시지. 그것 말릴 때 나는 골탕헌 냄시 모르믄 으른 아녀.”

 

“캬캬캬. 아...암만;; 그라제! 그것 모르고 세상 살었다고 헐 수 있간디?!”

 

“캬~ 그것을 빨랫줄이다 좍~ 펴서 말리믄 말여. 킁킁. 냄시가 마당서 솔솔 난단 말여. 그 냄시 맡고 그날 밤 그것 생각 안 나면 남자간디?”

 


봄날 밤꽃 냄새에 정분나고 가을날 오징어 삭는 냄새에 밤은 짧고... 끙...

 

여기까지 말했는데 뭔소린가 싶으면 육두 횽들에게 물으시라. 격하게 상담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은 본능을 자극하는 오징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징어도감.jpg

어찌 구분이 가십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오징어의 본명은 피둥어꼴뚜기입니다. 그럼 오징어는 뭐냐. 갑오징어라 불리는 것이 레알 오징어입니다. 앞의 글들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수산물에서 언어가 혼용되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오징어도 그러한데 최근에 어느 정도 이름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피둥어꼴뚜기는 살오징어, 오징어는 참갑오징어라는 이름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꼴뚜기는 여전히 꼴뚜기입니다. 참갑오징어는 줄여서 갑오징어라 불리게 되었죠.

 

살오징어는 ‘살코기’할 때의 살이 아니라 ‘화살’할 때의 살입니다. 생태적 특징이나 형태적인 특징을 넘어 냄새로만 구분을 한다면 살오징어는 꼴뚜기가 분명합니다. 갑오징어는 말렸을 때 신선한 바다냄새가 주로 난다면 살오징어와 꼴뚜기는 말리거나 젓을 담았을 때 그 특유의 비린내와 삭는 냄새가 격하게 밀고 올라오지요. 한 마디로 살오징어는 ‘용됐다’ 말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꼴뚜기에서 오징어로 신분 상승. 어물전 망신은 면한 것이죠. 그치만 레알. 밤의 여신은 살오징어 입죠. 네...끙.

 

오징어 하면 울릉도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또한 동해안이 주산지라 생각하시겠지만 살오징어는 전 해역에서 잡힙니다. 제가 살던 군산도 살오징어가 많이 잡히고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동해안 일대의 오징어가 명성이 높은 이유는 깨끗하고 차가운 바람 때문일 것입니다. 군산을 비롯한 서해안에서 말린 오징어는 동해안에서 말린 오징어에 비해 신선한 바다 냄새가 덜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맛보다는 딱딱하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군산에서는 오징어를 말리기보다 생물을 데치거나 볶거나 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여기서 가족사 한 가지 나옵니다.


절대마초, 상남자. 아빠가 극도로 싫어하던 대표적인 음식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풋고추, 보리밥 그리고 오징어. 풋고추는 냄새가 싫었고, 보리밥은 보릿고개의 트라우마가 남아있고, 오징어는 기름기가 전혀 없고 감칠맛조차 없어서 싫다고 했습니다. 


"음식이 기름져야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이 세 가지가 밥상에 오르면 밥상이 들썩거렸습니다.

 

밥상 뒤집기.jpg

이런 식이죠. 네.

 

 

그렇다고 오징어를 못 먹고 자랐냐. 그렇지는 않았죠. 아빠가 집에 없는 날은 엄마나 할머니가 종종 오징어를 데쳐 줬습니다. 탱글탱글 쫄깃한 오징어 숙회와 풋고추를 넣은 된장찌개, 보리밥은 아빠가 없는 날의 별미였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사흘 날 저녁, 모든 사람이 떠난 후의 방에 누워서 말했습니다.

 


“아톰아. 고추볶음 헐 줄 아냐?”

 

“그야 뭐...”

 

“고추 늫고 멸치 좀 볶아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따 노인네. 얄구져

 

“기름기 없이. 담백하게. 응?”

 


삼우제 끝에 웃음보가 터졌었네요. ㅋㅋㅋㅋ;;


아자씨들. 반찬투정 하지 말라구. 이런 식의 복수가 이뤄지는거라. ㅋㅋㅋ;;;;

 

고추볶음.jpg

참... 글루미썬데이 스런 고추볶음일세...쩝



피둥어꼴뚜기가 오징어의 상투를 틀고 앉아 있지만 진정한 오징어의 맛은 갑오징어에 있죠. 


오랫동안 갑오징어는 귀한 생선으로 여겨졌는데요, 잡히는 양이 살오징어에 비해 극히 적었고 그 맛이 좋아 수요는 많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온난화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서해에서도 갑오징어가 많이 잡힙니다. 살오징어나 꼴뚜기에 비해 생명력도 강해서 살아있는 상태로 거래되는 갑오징어를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요, 그 두툼하고 실해 보이는 느낌부터가 살오징어와는 비교할 수 없는 흐벅짐이 느껴집니다.


갑오징어는 살오징어나 꼴뚜기가 가지고 있지 않은 단단한 등뼈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핑용 보드처럼 생긴 이 뼈를 보고 갑(甲)이란 말이 오징어 앞에 붙게 된 것이죠.

크기변환_갑오징어.jpg

甲오징어

 

갑오징어 뼈는 매우 가벼워서 물 위에 뜨지만 스티로폼처럼 약하지 않고 단단해서 손으로 잘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나무처럼 단단한 것도 아니고 반으로 쪼개보면 석회처럼 사각거리는 가루가 뭉쳐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칼에 베인 상처가 났을 때 갑오징어의 뼈를 갈아 상처 깊이 밀어 넣으면 피도 잘 멎고 상처도 빨리 나았던 것 같습니다. 후시딘이나 마데카솔이 없던 시대에 살았던 것도 아닌데, 모든 상처에는 후시딘을 발라줬었는데 유독 칼이나 유리에 베인 상처에는 고걸 갈아 발라줬나 모를 일입니다. 무튼 잘 나았습니다.

 

images.jpg

쯧쯧. 갑오징어 뼈발라라. 마이 무따.



뼈야 뭐 그렇다 치고, 갑오징어의 진정한 매력은 그 두툼하고 탄력있는 살에 있는 것이겠죠. 살오징어는 쪽쪽 찢어지는 몸에만 주로 손이 가고 다리나 귀는 고양이나 좋아하지만 갑오징어는 다리도 맛있고 귀도 맛있습니다. 찰지고 육덕지고 흐벅진 갑오징어. 갑오징어는 뭘 해도 맛이 좋은데 말린 갑오징어로 이름을 날린 집이 전주에 있습니다. 말린 갑오징어는 너무 딱딱해 물에 불려 굽지 않으면 턱과 치아에 매우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망치로 두들겼지요. 망치로 두들겨 연탄불에 구워 줬더니 사람들이 좋아했다 카더라... 그걸 찍어먹을 달콤, 매콤, 짭짤한 장도 개발합니다. 그 장에 망치로 두들겨 연탄불에 구운 갑오징어를 찍어먹었더니 ‘맥주 한 짝 금방이더라’카는 소문이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지니 주인 아저씨 어깨가 빠질 것 같았다 카더라....뭐. 해서 개발했다~!

 

갑오징어 망치!


전일슈퍼 단조기.jpg



개발이라기보단 자동단조기계인데 그걸로 갑오징어를 두드린 것이죠. 무튼, 망치로 두드린 갑오징어보다 더욱 부드럽고 입에 짝짝 붙는 말린 갑오징어가 술상에 오르게 되었고 그 맛으로 20년 넘게 밤이면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맥의 원조 전일슈퍼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전일갑오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상태입니다. 전주의 맛집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입니다.

 

전일슈퍼갑오징어.jpg

 


저는 입이 고급이라(??ㅋㅋ) 이렇게 딱딱하게 말린 오징어보다 반건조 오징어나 물에 불린 오징어를 구운 것이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피데기라 불리는 것들인데 피데기 상태의 살오징어는 다리까지도 쫄깃하고 맛있습니다. 얌얌.

 

갑오징어와 살오징어의 중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녀석이 있습니다. 바로 한치죠. 뼈는 살오징어처럼 가늘고 다리는 갑오징어처럼 짧습니다. 살은 갑오징어처럼 두툼하지만 오징어 중에 가장 부드럽습니다. 한치라는 이름은 다리 길이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다리 길이가 한치(3.3cm)남짓 짧다 해서 한치란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치는 그 부드러운 맛 때문인지 언니들이게 인기가 많죠. 왜... 마담언니들이 상주하고 계시는 ‘까페’라는 간판이 걸린 맥주집들이 있잖습니까.

 

수정궁-markkee.jpg

뭐... 이를테면 수중궁이랄지...큼큼.


 

거길 진상이 돼서 가면 십중팔구는 무슨 이윤지 한치를 안주로 내주더군요. 이미 진상꽐라 상태라 안주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마담 언니들의 것이 분명한데 그 언니들은 대부분 한치를 좋아했었던 것일까요???

 

한치 주까?

한치 먹어.

맥주엔 한치지.

한치나 먹자.

 

뭐. 오징어나 북어보다 값도 비싸고 굽기도 편하고 우리 진상들보다 본인이 먹을 것이 더 많을테니 부드럽고 쫄깃한 한치가 제격이었던 것일까요?


어쨌든 진상엔 한치라는 공식이 마담언니들을 통해 내 머릿속에도 각인이 되어 있어 꽐라에 도크되는 순간 ‘한치한치한치’를 외칩니다.

 

 한치안주.jpg

맥주하고 한치주서욧. 꺼억. 추룹...

 

 

한치는 말린 것으로도 인기가 많지만 그 보드라운 살결 덕택에 횟감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한치는 난류성 어종이기 때문에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에서만 어획되고 오래 살아남지 못합니다. 따라서 한치회는 대부분 냉동 상태로 유통됩니다. 냉동된 한치를 국수처럼 가늘게 썰어 물회나 회무침으로 요리를 해도 좋고 살짝 데친 숙회로도 조리 할 수 있습니다.


한치는 너무 부드럽고 씹는 맛이 없어 식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아니. 사실 제가 별로 좋아하질 않습니다. 한치는 ‘후회’와 관계어이기 때문입죠;;;...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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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식의 후회죠. 네;;

 


오징어계의 망신, 어물전계의 왕따. 꼴뚜기도 오징어과입니다. 발 열 개 다 달려 있고 등에 뼉다구도 하나 실하게 박혀있는데, 게다가 맛도 좋은데 왜 망신이람!!?? 막 잡혀 올라왔을 때는 맛도 좋고 보기도 귀엽고 예쁘게 생겼지만 하루만 지나면 그 특유의 골탕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모양도 흐느적흐느적 볼썽사납게 변하기 때문이겠죠.


밥그릇에 밥이 담겨야 귀한 것이지 길바닥에 떨어지면 흙먼지 보다 더 천한 것이 밥이고, 익은 고기 침 삼키고 설은 고기는 침 뱉기 마련이고, 밤중 ‘꼴뚜기 삭는 냄새’야 이순신 장군한테도 대접받겠으나 대낮 꼴뚜기 골탕내는 동네 삼식이도 으지지지지.


꼬록, 호래기, 꼴뜨기 등으로 불리는 꼴뚜기는 육지로 올라오면 갖은 천대를 받지만 바다에선 스스로 빛을 내는 하나의 별이었습니다. 바다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많은 생명체들이 있는데 그중 오징엇과에 그런 녀석들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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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진 녀석인데 말이죠. 어물전 망신이라니...쯧쯧

 


문득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가 생각 나네요. 이 영화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해파리를 꼴뚜기가 대신했다면 꼴뚜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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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빛나본적  없는 사람들아 꼴뚜기를 욕하지 말자! ㅋ

 


신선한 꼴뚜기는 조리법도 간편하고 먹기도 손쉬워 찬바람이 불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겨울철 별미입니다. 막 잡힌 녀석들은 등뼈만 빼내면 날로 먹기에 좋고 살짝 데쳐 초무침을 해서 먹기에도 좋지요. 갖은 야채와 초장을 넣고 회무침을 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작은 꼴뚜기는 말려 멸치볶음 하듯 볶아 먹으면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꼴뚜기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젓갈’에서 이야기 했던 무젓을 담아 먹는 것이죠. 신선한 꼴뚜기에 마늘, 파, 생강, 고춧가루 양념을 조금만 하고 소금도 조금만 넣어 상온에서 2~3일 두면 골탕하게 삭습니다. 소금을 많이 넣으면 젓갈이 되니 삼삼할 정도만 넣어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삭힌 홍어에 대적할 만한 골탕한 맛을 냅니다.


아빠는 오징어는 싫어했지만 그 골탕한 꼴뚜기 삭힌 맛은 좋아하셨던 모양입니다. 밥 한술 고봉으로 뜨고 그 위에 삭힌 꼴뚜기 한 마리 척 올려 맛나게 자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역시. 레알 마초 상남자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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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씨도 갑오징어뼈 바르셔야겠수. 상남자.



오징어는 신선하지 않으면 조리 과정도 어렵고 맛도 없습니다.


갑오징어나 살오징어는 오얏빛 자주색을 띠고 둥그런 모양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신선한 것입니다. 하얗게 변했거니 납작하게 눌려 흐물거리는데 붉은 빛이 돌면 주저하지 말고 발길을 옮기세요. 검거나 회색빛을 띤 것은 하루 정도 시간이 지난 것인데 국을 끓이거나 볶음을 하기에는 적합하지만 숙회로는 드시지 말길 바랍니다.


꼴뚜기는 검은 반점이 선명하고 투명한 것이 신선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희멀건해 지고 반점도 흐릿해 집니다. 오래된 꼴뚜기는 데쳐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으니 주의해서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모든 오징엇과는 가로 근육이 발달해 있습니다. 문어, 낙지, 쭈꾸미와 다른 점 중 하나입니다. 심해에서 생활하는 종일수록 가로 근육이 더욱 튼실하게 발달해 있고 한치나 꼴뚜기처럼 비교적 낮은 수심에서 생활하는 녀석들은 가로 근육이 덜 발달해 부드러운 것입니다.


오징어는 이 가로근육을 저미고 잘라내는 방법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달라집니다. 오징어순대와 같이 둥근 모양의 오징어를 원할 경우 다리와 몸통이 연결된 부위에 손가락을 집어 넣어보면 내장과 등뼈가 붙어있는 얇을 피막이 느껴집니다. 이 피막을 살짝 잡아당기면 몸통과 내장이 분리됩니다. 신선한 오징어는 내장도 국을 끓여 먹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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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을 꺼내고 오징어 등의 안쪽을 보면 투명한 오징어 뼈가 보입니다. 그것을 잡고 뽑아내면 기다란 뼈가 나오게 됩니다. 갑오징어 같은 경우 하얗고 두툼한 뼈가 나오겠지요. 뼈를 빼내고 껍질을 벗겨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아 그대로 조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징어 껍질은 의외로 쉽게 벗길 수 있고 신선할수록 잘 벗겨집니다.


굵은 소금 약간을 오징어 껍질과 함께 잡고 비비면 미끈미끈 잡히지 않던 오징어 껍질이 잘 일어나고 손에 잡힙니다. 일어난 껍질을 잡고 주욱 벗겨내면 한 번에 벗겨낼 수 있는데 신선하지 않은 오징어의 껍질은 조각조각 찢어집니다. 그러면 다시 소금으로 껍질을 잡고 반복하면 깨끗하게 벗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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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다리는 껍질 벗기기가 매우 곤란하니 시도 자체를 하지 마시라. 단지 오징어 빨판은 문어 빨판과는 달리 딱딱하기 때문에 큰 빨판은 떼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국을 끓이거나 튀김, 볶음, 무침을 할 때 다양한 모양을 내는 방법은 배를 갈라야 합니다.오징어 배를 가르고 내장과 뼈를 걷어낸 후 껍질을 벗겨냅니다. 오징어는 열을 가하면 밖으로 휘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장이 붙어 있던 안쪽에 칼질을 해 줘야 합니다.


기다란 모양을 원하면 가로로 썰어주고 동글동글 말리는 모양을 원하면 세로로 썰어주면 열을 가했을 때 원하는 모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로나 세로로만 썰면 모냥도 빠지고 질겨지므로 대각선으로 칼집을 넣어주세요. 칼집을 넣으면 모양도 멋지고 씹는 식감도 훨 부드러워집니다. 만약 둥글게 말리지 않고 평평한 모양을 원하면 앞뒷면 모두 칼집을 넣어주세요. 그러면 말리지 않고 평평한 오징어 모양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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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지독하게 맛없는 짬뽕을 받아들 때가 있는데요, 그 지독하게 맛 없는 짬뽕 중 최악은 심해 오징어 슬라이스를 넣고 끓인 짬뽕입니다. 


냉동 식재료상에 가보면 냉동된 심해오징어 슬라이스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데 이 오징어는 어떻게 조리를 해도 맛을 낼 수 없습니다. 파전에 넣으면 파전 맛을 버리고 짬뽕에 넣으면 짬뽕 맛을 버립니다. 


버리기 아까워 버터구이를 해 봤지만 질긴데다 퍼석해 목으로 넘기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심해 오징어는 고래와 함께 천수를 누리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어떨는지... 양 많고 저렴하니 구색을 맞추기엔 더 없이 좋을 테지만 애써 만든 음식을 버리고 말더군요.


짬뽕집 사장님들. 심해오징어와 칵테일 새우는 짬뽕에 사용하지 마시자구요. 네?!


오징어놀이.jpg

 

 

오징어 하니 기억나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오징어놀이. (편집자 말 : 우리 동네에서는 '오징어 달구지'였습니다.)


'놀이'라는 말이 뒤에 붙어 순박해 보일 테지만 전혀 순박하거나 아름답지 않은 놀이죠. 놀이라기보다는 전투에 가깝습니다. 제 기억엔 옷 찢어지고 물팍 다 까지고 쪼인트가 상당히 많이 까졌던 놀이로 기억하는데 어떤 친구는 저의 발로 걷어차여 앞 정강이뼈가 부러졌던 기억도 있습니다.


초딩 때는 그저 옷만 찢어지고 손바닥 조금 까지는 수준이었다면 중딩으로 올라가선 과격한 싸움 수준이어서 그런 일이 벌어졌었죠.

 

미안했다. 친구야. 내가 뭐 니 다리몽댕이를 부러트리고 싶어서 그랬겠냐...쩝.

 

요즘도 아이들이 운동장에 금 그어 놓고 이 놀이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건전한 패싸움 놀이. 오징어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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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식이죠. 좋단다. ㅋㅋㅋ

 

 

문어를 이야기 했고 오징어, 꼴뚜기까지 이야기 했는데 낙지와 쭈꾸미를 빠트릴 순 없죠. 낙지와 쭈꾸미는 발이 8개 달린 문어과라고 견인차 누나가 말씀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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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octopus. 한국말로 쭈꾸미 박사님??



분명 오징어보다는 문어에 가까운 녀석들입니다. 오징어나 꼴뚜기에는 있는 뼈가 없고 다리는 여덟, 빨판도 오징어처럼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무엇보다 가로 근육이 발달해 있지 않은 것도 오징어와 구분되는 특징이죠.


그렇지만 문어와 다른 점은 위장막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아무래도 갯벌을 파고 들어가 살아가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몸의 보호색을 변화시키기보다는 갯벌과 닮은 회색으로 유지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입니다. 낙지의 색은 갯벌을 닮아 있지요.


쭈꾸미는 잡기가 매우 수월하지만 낙지잡이는 만만치 않습니다. 썰물이 빠져나간 갯벌에 나가 뻘을 헤집으며 잡는 방법도 있지만 바위를 뒤집어 그 아래 숨은 녀석을 잡기도 합니다. 손쉬운 방법이 한 가지 있는데 밤중 썰물 시간에 횟불이나 랜턴을 들고 무릎 정도 닿는 바다에 들어가 불을 밝히면 불빛을 따라 일렁일렁 움직이는 낙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어청도에서 보았던 어로방법인데 꽃게와 낙지를 이런 방법으로 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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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꾸미는 사진과 같이 소라 껍질을 줄에 매달에 바다에 던져두면 

그 안으로 숨어드는데 문어를 잡는 방법과 유사한 방법으로 잡는 것이죠.

 


목포에 가면 세발낙지가 유명하죠. ‘세발’은 가느다란 다리란 뜻임은 익히 아실테고, 일반 낙지와 세발낙지는 다른 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이것만 짚고 가겠습니다. 숭어도 어린 것은 모치, 중간치는 마록쟁이, 큰 것은 숭어라고 부르듯이 낙지도 아직 어린 것은 세발낙지, 얼추 큰 것은 중낙지, 다 크면 낙지라 부릅니다. 종이 다른 것이 아니라 커가는 과정에서 달리 불리는 것이죠. 세발낙지는 아직 어려서 호롱을 만들어 짚을 태운 불에 구이를 해도 질기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커다란 낙지는 호롱으로 즐기기엔 잘 익지도 않고 질겨 부담이 있습니다. 다 자란 낙지는 볶음이나 연포탕을 끓여 먹으면 맛이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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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호롱



또한 낙지는 문어처럼 살이 두껍지 않아 조금만 익혀도 연하고 쫄깃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산낙지도 참기름장 찍어 잘들 드시더만 뭐. 그렇다고 한 마리를 통째로 먹진 마세요. 그러다 북망산천 끝자락에서 도포자락 휘날리시는 분들 상당하더이다.

 

같은 종이지만 가을 낙지, 봄 쭈꾸미라고 하지요. 낙지는 가을에 고소하고 쭈꾸미는 봄에 산란기를 맞아 맛이 좋습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봄 쭈꾸미의 몸 안에는 알이 가득 들어 있는데요, 데치면 쌀알 같은 알들이 입에서 톡톡터지며 씹히는 맛이 그만이죠.


쭈꾸미도 문어를 씻어내듯이 피부에 묻어있는 점액질을 제거하지만 낙지나 문어, 오징어처럼 내장을 제거하지는 않습니다. 통째로 데치거나 샤브샤브를 해서 먹으면 맛이 좋은데 부위마다 끓이는 시간을 달리하면 더욱 맛이 좋습니다. 쭈꾸미를 통째로 끓는 물에 넣고 적당히 익으면 꺼내어 다리는 잘라 먹고 몸통은 10분 정도 더 삶아 먹습니다. 


몸통을 너무 조금 삶으면 내장들이 터지고 알들도 익지 않아 흐물흐물해서 식감이 좋지 않습니다. 내장과 알, 먹물이 쫀득하게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고소하고 쫄깃하게 쭈꾸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쭈꾸미 내장.jpg

쭈꾸미 알과 내장 먹물이 잘 삶아졌네요. 맛나겠다...흠...



쭈꾸미를 삶을 때 미리 다리와 몸통을 분리해 삶으면 먹물이 흘러나옵니다. 통째로 삶아야 몸통을 먹을 때 먹물도 함께 맛볼 수 있습니다.


쭈꾸미는 꼴뚜기처럼 흔한 것이었는데 최근엔 그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더군요. 제철엔 낙지나 문어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것도 같았습니다. 처음 군산에서 쭈꾸미 축제를 한다고 했을 때 ‘그깟 쭈꾸미로 뭔 짓인가, 저 짓도 한 두 해 하고 말려니’ 했었는데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있네요.


허튼 것이었다가 귀한 대접 받는 것들이 많긴 합니다. 아귀가 그렇고 전어가 그렇습니다. 쥐치는 이제 씨가 말라간다죠. 뱀장어는 너무 흔해 개구리나 매한가지였다는데 이제는 큰 맘 먹어야 맛 볼 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쭈꾸미처럼 흔하고 맛있는 것들이 오랫동안 바다에서 살아가고 식탁에 올려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쭈꾸미가 잘 팔린다니 씨가 마를 만큼 남획하게 되고 이제는 잡히는 양이 점점 줄어든다더군요. 쭈꾸미마저 뱀장어처럼 맛보기 어려워진다면 무엇을 마음 편히 먹고 살아갈 수 있을는지...

 

바다는 몸을 부리는 만큼 무한히 무언가를 내어줬지만 어느 순간 뚝, 아무 것도 없는 생수통으로 변할지 모를 일입니다. 영화 <오블리비언>에선 그 바닷물마저 에너지로 바꿔가는 외계인이 쳐들어오던데 그것이 외계인이 아니라 인간일지도 모를 일이겠죠.


바람 한 점 없는 날 갯벌에 앉아 귀를 기울이면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의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었습니다. 자글자글 살아가던 것들의 소리가 그리워지는 주말입니다.

 

다음에는 갯벌에서 자글거리던 것들 중 하나인 게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꽃게, 밤게, 대게와 같이 커다란 게들 말고도 작고 귀엽고 맛있는 녀석들이 갯벌에는 가득했었습니다. 그 녀석들에 대한 기억을 찾아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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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꾸미를 주꾸미로 표기하기가 어색해 쭈꾸미로 고집합니다. 쭈꾸미가 쭈꾸미지, 주꾸미가 뭐여?!







Athom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