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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추천5 비추천0

2013. 12. 09. 월요일

독투불패 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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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의 모든 종교엔 공통된 진리가 있다. 단 하나의 진리, 그것은 사랑이다.' - 톨스토이 


러시아의 대문호 러프 톨스토이의 말이 다시 또렷하게 들린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단체들을 포함한 종교계의 발언이 왜 종북이라는 말에 매몰되어야 하는지, 왜 ‘일탈’이란 말로 지난주 뉴스가 도배되어야 하는지를 풀어보려 한다. (종북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게 되었는가는 ‘종북몰이’, 정국을 움직이는 원동력 http://ln.is/www.wolyo.co.kr/news을 참조하시길.)


그 논란의 중심이 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이 최근 전주교구의 시국미사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며, 이를 위해 순교의 자세로 저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서 종교를 생각해 본다.


고백하자면 나의 약점 중 하나는 농담을 못 알아듣는다는 점이다. 이런 처지이다 보니 나름대로 공부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팟캐스트 듣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 최근 신설된 팟캐스트 ‘최고탁탁’에서 때마침 네 번째 에피소드로 ‘기천불VS종박교’를 다루었기에 소개를 하고 싶다.


네 남자의 수다떨기는 유쾌하다. 색다른 네 남자가 저들만의 시선으로 말을 하면 시간이 지나는 줄 모른다. 일주일에 한 번 업데이트 되는 것에 내심 감사를 표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렇게 열혈로 들어야 하는 팟캐스트가 고정적으로 있으니 일주일 동안 내 귀는 늘 웃을 수 밖에 없다. 하나 더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 ‘일탈’을 자유롭게 해 대던 나는 내심 쫄았다.


우리의 역사에서 종교의 역할은 단군신화에서부터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건국신화에서 단군왕검은 제사장과 통치자의 역할로 전해져 왔다. 홍익인간을 건국이념으로 삼아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가치로 열린 나라이다.


다시 말해 종교는 우리의 일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고 종교의 역할은 한 개인에서 출발하여 사회로 확산되어 이 땅의 정의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그 버팀목의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민족이 지나온 역사의 고난에서 민중의 힘은 종교와 함께 역동성을 발휘해 왔다. 고려의 무신정권 때에도 권력자들의 무책임한 강화도 천도 후에 몽골의 침략에 대항한 승려 김윤후의 활약과 백성들의 의기 투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려가 여러 차례 거센 몽고의 침략에 멸망하지 않은 것은 고려인들이 지닌 종교의 힘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자, 조선은 어떠한가. 유교를 기본 이념으로 숭상하여 후대들에게까지 그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 시절의 임진왜란을 생각해 보라. 조총으로 무장한 왜구에 맞서 그것을 버티어낸 원동력이 된 것은 역동적인 의병들의 게릴라전이었다. 동학 운동으로 이어지는 종교인들의 적극적인 행동들의 바탕에는 ‘사랑’이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애국심이 아닌가.


이렇게 민족 공동체로서 우리 사회는 종교의 역할을 일정부분 사회참여의 원동력으로 삼아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공동선에 의한 종교인의 역할은 너무도 지당한 행동인 것이다.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그 종교의 사제들이 자신의 신앙심에서 사랑을 소리내는 것이 아니던가. 


인간을 향한 사랑. 이 사회를, 국가를 위한 사랑을 표현하는 종교인의 표현에 정치적 발언 운운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종북몰이로 나아가는 것은 더욱 몰상식하다. 오히려 국가 안보를 내세워 자신들의 부정의함을 정당화시키려는 권력중독자들의 모양새가 일탈한 정부의 모습은 아닐지.


2. 영화처럼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말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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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권 당시, 유쾌한 상상에 온 마음을 쏟았던 영화가 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년 장진 감독)이다. 그 때 영화를 보고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3명의 대통령 이야기일까?'


첫 번째 퇴임을 딱 6개월 앞 둔 임기 말년의 대통령 김정호는 우연히 참석한 행사에서 응모한 로또가 1등에 당첨, 244억 대박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행사장에서 '당첨되면 모두 기부하겠다'고 국민들과 약속을 한다. 안면몰수하고 그 돈으로 편안한 노후를 보장 받을 것인가, 한 번 뱉은 말을 지킬 것인가에 속앓이를 하면서 결국에는 본연의 자신을 지켜낸다.


두 번째. 강렬한 카리스마, 그러나 첫사랑 앞에선 한없이 소심한 꽃미남 싱글 대통령 차지욱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유례 없이 잘생긴 외모, 최연소 야당 총재에 이어 최연소 대통령 당선이라는 기록을 달고 다섯 살 난 아들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한 대통령이다. 정치에는 패기와 결단력 있는 모습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하던 여자 앞에서는 말 한 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는 약한 남자이다. 그 역시 나라를 사랑하는 나름의 방법을 보여 준다.

 

세 번째는 정권 시절 야당 당대표를 역임한 건국 이래 최초의 여성 대통령 한경자이다. 부드러움과 단호함을 바탕으로 한 모습을 지닌 대통령의 역할을 외조의 남편을 통해 보여준다. 그러나 갖가지 일정들로 빡빡한 청와대의 삶이 갑갑하기만 한 서민 남편의 부적응은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며 위기를 몰아 오고, 대통령 재임 중 이혼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영화에서 세 대통령의 고뇌를 바라보며 개인적으로 해답을 찾았다. 자연인으로서 행복해야 한다는 것과 대통령으로서 행복해지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유연한 사랑의 리더십'이라고 그 당시 짧은 감상글을 써 놓았더라. 나라사랑으로 가장한 '국가안보'가 이데올로기의 장치로 작동되는 현실에서 나라를 위한 바른 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권력을 이용하여 ‘종북몰이’를 하는 일들은 시대착오일 수밖에 없다.


공자님 말씀대로라면 대인의 그릇엔 그에 걸맞는 대인이어야 요란한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인으로 살아야 제 격인 이가 한 국가의 리더로 있을 때 그 소리는 요란할 수밖에 없는 거다. 지난 정권 내내 읊조리며 참아낸 가카의 시절이 또 다른 소인에게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바뀌질 않는다. 영화처럼 청와대에도 대통령의 선택에 지혜를 건넬 조리장이 있으면 싶다.


한 개인에게 ‘일탈’은 역동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 될 수 있다. 허나 국가기관의 관료들이 했다는 무책임한 개인적 일탈은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에게 허용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국민들이 제 할 일에서 모두 일탈할 때, 그 때 무슨 일이 일어날 지를 상상해 보시라. 국민을 조롱하는 청와대는 그만 일탈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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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일탈을 했다. 민주당이라는 소속 집단에서 그야말로 개인적 일탈을 꾀한 거다. 집단의 이기주의에서 탈출한 그녀에게 우선 박수를 보낸다.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선언문을 읽다 보면 '부정 선거 수혜자의 사퇴' 요구 근거가 드러나 있다. 이런 근거 앞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수많은 개인들의 일탈은 긍정적인 힘으로 작동될 거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민중들의 일탈이 이루어낸 역사는 여전히 유효한 거지. 그걸 왜 민주당은 모르는 건지.


이쯤에서 나는 대통령의 일탈을 상상한다. 한 개인으로서 지금이라도 영화처럼 청와대 식당으로 달려 가서 조리장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지를 물을 수 있다면 그녀는 자연인으로서 스스로의 남은 삶을 돌아보며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 국가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역할을 놓고 부녀간에 경쟁해선 안 되지 않은가. 역사는 진보한다. 한 개인의 정의감에서 출발하는 일탈이 가져오는 동력으로 세상은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거다.






 독투불패 이창우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