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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햇님 추천7 비추천0

2013. 12. 13. 금요일

독투불패 어제의햇님








한 소년이 있었다.


눈앞의 불의를 응징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꿈을 이루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어린아이일 뿐 , 무력할 뿐이다.


그런 소년의 앞에 거인이 서있다.


모든 불가능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신과 같은 능력을 부여해 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눈앞에 있다.


저 거인으로 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사악한 거인들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강력한 힘.


슈퍼로봇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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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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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안트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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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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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을 초월한 초인에 대한 동경은 다양한 형태가 있을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경우 초인에 이르는 전통적인 방식은 수련을 통한 선도를 통해 도인에 이르는 것이나 그보다 현실적(?)으로는 동북아 삼국이 조금 다른 형태를 보인다.


중국은 천하제일의 무도인이 되는 것. 일본은 최고의 검객. 한국의 경우는 최고의 문사(文士)가 되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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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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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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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 이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조선시대 양반체제에서 엄연한 한 축이었던

무반의 경우도 칼을 차고 다니는 것을 부끄러워하여

하인이 대신 들고 따라왔다고 하니 조선시대의 

학문에 대한 숭상이 어느정도였는지 알 수 있겠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서구문물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발전시킨 일본의 경우 달라진다. 이전 시대의 유물들이 서양흑선의 대포 한방에 모두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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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년 우라가항의 페리함대 -일본인들은  ‘검은 배(구로후네)’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은 미국의 히어로들과 많은 차별성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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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마샨 맨 헌터'(화성인), 

그린랜턴 존 스튜어트(인종적 다양성을 맞추려 이 버젼에서는 흑인 랜턴을 캐스팅 한걸로 보인다)

원더우먼(아마존의 공주로 신의 딸이다)

슈퍼맨(누구나 알고 있는 그분. 크립톤인)

배트맨(유일한 인간캐릭. RPG로 빗대면 현자캐릭이다)

플래쉬(이 시리즈에서 후반에 슈퍼맨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준다)

호크걸(사나가인)


서구... 구체적으로는 미국이지만 이 초인들은 기독교적 사상이 저변에 깔려있어서인지 인간 스스로의 노력

으로 초월적 능력을 얻기 보다는 우연한 사고나 외계인이라는 설정으로 초인에 도달한다. 즉 동양처럼 누구나 수련을 통해서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마치 신에게서 부여 받는 것과 같은 형태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과학에서 그 기원을 갖게 되는 형태도 있지만 주류적인 분류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들 슈퍼히어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일종의 데미갓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메인 히어로들은 하나 같이 그리스 신들의 조각과 같은 강인한 육체를 형상화 한다.


그럼 우리는... 아니 그중에서 일본은.


이거 서구애들처럼 인간 히어로를 만들자니 모양새가 루저인 것이다. 그리고 육체적 수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총 한 자루면 모두가 무림 고수인데 누가 몇 십 년씩 개고생하면서 수련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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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당시 우리나라도 크게 다를 거 없었겠지만 일본인들이 유달리 작긴 했을 것이다.

개항 이후에 서구인들의 몸집을 보고 육식을 장려했을 정도니까.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히어로의 형태가 거대한 로봇을 만들어 대항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거대로봇의 효시라고 하는 철인 28호나 자이안트 로보의 경우 주인공 소년의 명령을 듣는 고렘과 같았다.


이 로봇들은 소년들의 장난감일 수도 있고 아버지로 대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아직 거인과 본인과의 개별적인 거리감이 있었다. 이후에 등장하는 마징가Z. 최초의 탑승형 슈퍼로봇의 등장이다. 이후 많은 거대 로봇들이 등장하지만 마징가Z가 상징하는 것 만큼의 위상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마징가Z는 호버파일더라는 소형 비행체가 마징가Z의 머리에 도킹하는 것으로 작동된다. 도킹과 동시에 두 눈이 번쩍이고 거인은 기지개를 켜면서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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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마징가를 봤을 때 흑백TV로만 보아서인지 나중에 컬러동영상을 보게 되니 낯설고 구려보였다.


지금까지의 어떤 로봇물도 마징가Z의 출격씬이 보여주는 상징성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거인의 몸을 통해서 실현한다는 저 설정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이렇게 도킹된 마징가Z는 단순한 로봇이 아니다. 마징가Z를 만들어 낸 카부토 쥬조 박사가 쇠돌이(카부토 코지)에게 마징가Z를 건내주면서  '너는 마징가Z를 통해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긴다. 정말 가치중립적인 말이다. 모든 것을 신의 뜻대로 전개되는 되는 서구적인 사상에서는 결정론적으로 사물을 보기 쉽다.


그러나 모든 존재는 가치중립적이다. 쓰임이 다를 뿐이지.(핵폭탄에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지 몰겠다. 대답하기 곤란한건 넘어가자)


최근에 진마징가제로라는 코믹스가 마징가 올드팬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단순한 리메이크작품이 아니면서 슈퍼로봇의 효시라는 작품에 걸맞는 무게감과 오마쥬로 가득한 이작품은 작가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시각이 돗보이는 역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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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원작자인 나선생(나가이 고)보다도 더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다'는 명제에 더 진지하게 파고 드는 치열함이 있다.


거인이 되고 싶었던 어른소년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독투불패 어제의햇님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