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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리판이었다. 더 단어를 보탤 필요도 없다. 아사리판. 끝.

 

어떤 아사리판이 벌어졌는지, 어째서 아사리판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하는 분석은 이미 충분히 나왔고 앞으로도 쏟아질 것으로 믿고, 나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토론회를 복기할까 한다.

 

우선 한 가지 전제를 세우고 가자.

 

- 전제: 지금 지지율 그대로 대선이 끝날 것이다. 다만 안xx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홍준표와 유승민의 지지율은 약간 더 오를 수 있다.

 

장밋빛 예측이라 해도 좋다. 대선을 19일 앞둔 상황에서 나는 이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거라고 본다(따놓은 당상이라는 건 아니다. 열심히 해야지..)얼마 전까진 큰 기술이 몇 번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변수였던 홍석현이 문재인 내각에 어떤 방법으로든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고, 자유-바른-국민의 보수 대연합도 재보궐에서 자유당이 의외의 선전을 하며 성사될 가능성이 낮아졌다(각자 미래를 위해 국고보조금 받기에 열중할 것이다). 무엇보다 준표형은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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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으로 도지사 자리를 던지고 나오셨다고! 



이 같은 전제로, 두 발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편안하게 토론회를 관람했다. 긍정의 힘으로 토론회를 바라보니, 감정이입을 하지 않아 암세포 성장을 유용하게 억제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재밌는 포인트로 토론회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극우 - 보수 - 중도 보수 - 중도 진보 - 진보로 이어지는 정치 스펙트럼을 미약하게나마 찾을 수 있었다는 거다(후보 개인이 아니더라도 각 후보가 대표하는 정당은 그러하다).


그 포인트에 따라 다음 몇 가지 장면을 인상적으로 바라보고,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이것은, 다가올 문재인 정부가 겪게 될 일이라는 것.



장면 1. 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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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차 핵실험까지는 사드 배치 반대하다가 6차 핵실험 하면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데 이게 무슨 이야기입니까? 지금 대통령 되시면 하시겠다는 겁니까? 안 하시겠다는 겁니까?

 

: 미국도 5차 실험 때는 그냥 있다가 그냥 있다가 지금 6차 실험을 앞두고 칼빈슨호를 배치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상황이 긴박해진 것이죠.

 

: 문재인 후보님, 그래서 6차 핵실험 하면 사드 찬성하시겠다는 겁니까?


유승민이 문재인에게 묻는다. 사드 안 한다 해놓고 왜 말 바꿨어? 자꾸 말 바꾸고 하는 거 보니까 너 안보 불안해!! 문재인이 답한다. 상황이 그때랑 달라. 그때, 심상정이 나타난다. 뭐라고?! 그래서 사드 찬성하겠다는 거야?! 너 보수니?


 

장면 2.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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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안법 폐지하시겠습니까? 집권하시면?

 

: 찬양, 고무 그런 조항들은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국가보안법 물어보시니까 제가 간단히. 북한이 우리 주적입니까, 북한이 우리 주적입니까

 

: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국가보안법은 박물관에나 보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왜 폐지하지 못합니까? 국가보안법 왜 폐지하지 않으시려고 합니까?


이번엔 레드준표가 색깔론을 가져온다. 국가보안법 어쩔거야? 너 빨갱이지? 문재인은 참여정부 시절 몇 가지 조항을 개선하기로 했다며 그 선까지는 개정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유승민이 달려든다. 주적이 누구야? 너 빨갱이야? 그때 심상정이 다시 나타난다. 뭐? 국보법 같은 악법을 폐지 못 한다고?!! 너 보수니?


장면 1, 2의 패턴은 같다. 극우와 보수는 그가 불안하다고 비판한다. 의견을 수렴해 절충안을 내놓자, 이번엔 진보가 비판한다. 그건 옳지 않다고. 중도 진보의 스탠스인 문재인은 양쪽에서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는 신중론과 현실론으로 나름의 방어를 해나간다.


이것이 기본 패턴이다. 이 패턴은 토론회 내내 여러 번 등장하는데, 이것이 전부였다면 무척 지루한 토론이 될 뻔했다. 다행히 안철수라는 변수가 토론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다음 사례를 보자.



장면 3. 대북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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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송금이 잘됐다고 생각하십니까, 안 후보님?

 

: 지금 모든 역사와 공과 과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은 공은 계승하고 잘못된 점들은 교훈을 얻어서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 햇볕정책을 계승하십니까, 안 후보님?

 

: 그것도 역시 지금 공과 과가 있습니다.

 

: 그 시기에 햇볕정책 그리고 참여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 그게 우리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 여전히 우리가 지켜나가야 될 남북 정책의 기조 아닙니까?

 

: 대북송금이 도대체 몇 년 지난 얘기입니까? 선거 때마다 대북송금을 아직도 우려먹습니까? 국민들 실망할 겁니다. 앞으로 대통령 돼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말씀하셔야지!



이번엔 유승민이 무색무취 안철수에게 묻는다. 너 좌파정당이지? 빨갱이 아니야? 안철수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라는 특유의 논리를 펼친다. 그러자 홍준표가 참전한다. 빨갱이 맞잖아. 너네 박지원이 빨갱이 아니야? 보수에게 얻어 맞는 안철수를 보다 못한 문재인이 참전한다. 햇볕정책이 뭐가 어때서!! 거기에 심상정이 마무리를 한다. 고만 좀 우려먹어 이 꼴통새퀴들아!!!


보수와 진보가 큰틀에서 전선을 세우고 명확하게 나뉜다. 안보에 있어서는 각을 세웠던 심상정도 대북 정책에서는 같은 편이 된다. 과거도 그러했듯, 앞으로도 대북 정책은 정권 내내 각을 세우고 피 터지게 싸울 이슈다.


또 다른 장면을 보자.



장면 4.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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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급식은 왜 중단했어요?

 

: 무상급식을 내가 중단한 게 아니고 돈은 주는데 감사를 안 받으니까 중단했죠. 감사를 받으면 돈을 준다고 했습니다.

 

: 감사를 받으면 무상급식에 찬성하십니까?

 

: 지금 현재 있는 상황은 찬성합니다.

 

: 옛날에 무상급식을 이건 세금 급식이다. 무상급식, 무상 자 들어가면 무조건 반대하셨잖아요.

 

: 아니, 참 유승민 후보는 주적이 저기라니까, 꼭 하는 짓이 이정희 같아요.

 

: 말 바꾸는 거 보니까 스트롱맨이 아니라 나이롱맨이시네요.


이번엔 문재인의 공격이다. 홍준표에게 묻는다. 너 경남에서 무상급식 안 했지? 너 같은 꼴통 때문에 애들이 뭔 고생이야. 홍준표가 진보 교육감 탓을 하며 물타기를 시전한다. 이때 유승민이 뒷덜미를 잡는다. 어디서 밑장빼기야? 그때 나한테 무상급식 안 한다고 했잖아? 궁지에 몰린 홍준표는 궁극의 이정희 스킬을 사용한다. 이 아사리판을 심상정이 마무리한다. 꼴통아 닥쳐!


극우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무상급식을 지지하여 홍준표를 공격하는 상황이다(안철수는 이 공격에 가담하지 않았으나, 무상급식에 찬성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보수 후보인 유승민 조차 '중부담 중복지'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양극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절망스러운 반증이자, 그나마 복지 이슈로는 대화의 여지가 있다는 희망이다.



문재인이 집권하게 되면 이 패턴과 변형 패턴이 끝없이 반복될 것이다. 북한은 계속 저 지랄을 할 거고, 극우는 헛소리를 하고 보수는 안보 패티쉬를 맘껏 발휘하며 진보는 그것밖에 못 하냐며 비판에 열을 올린다. 언론은 보나 마나 기계적 중립을 들어 침묵할 거고(침묵만 하면 다행이지)역사는 반복된다고, 기시감도 든다. 10년 전에도 딱 이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이 문재인 정부에게 주어진 과제일 테다. 뚜벅뚜벅 해나가면 된다, 는 말은 쉽다. 하지만 그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바보는 없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4:1 토론회가 문재인에게 예행연습이 됐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대체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번 대선을 위해서도 그 다음 스텝을 위해서도 다음 3차 토론회는 거기에 포인트를 두고 관전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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