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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19. 목요일
워크홀릭






I. 어느 어머니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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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하십니까?


글 초반부터 ‘뙇’하고 철도 노조원 및 그분들을 지지하는 여러분들께 염장질하는 팝업을 띄워 송구스럽습니다.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 안고 회초리를 든 어머니라 자칭하신 코레일 최연혜 사장님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호소를 못 본 척 할 수 없어 이렇게 몇 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위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퍼 온 팝업에서도 보셨듯이,



“지금 코레일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혁신을 해야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들 세금이 증발하고 있어요. 그러니 내 말 잘 처들으삼.)


"노조는 변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만성 적자를 극복하려면 혁신을 해야합니다"

(종북 빨갱이 노조들 때문에 되는 일이 없어염!)


"코레일 자회사는 민간 회사가 아닙니다.

혁신을 시작하는 회사입니다."

(회사면 됐지, 뭐 그 성격을 따지고 그래요.)

  

"민영화 안한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저는 코레일의 혁신을 반드시 해 내겠습니다."

(헐~ 나라에서 하는 일에 믿음이 없으면 빨갱이에요. )


"국민여러분! 도와주십시오."

(못보고 못 들은 것처럼 가만히 계셔요. 다치기 싫으면... )

 

"한국철도공사 사장" 

(I am your mother.)



왜 자꾸 환청이 들리는지 모르겠지만 어머니 운운하시는 사장님은 대략 이런 주장을 하고 계셔요. 주장의 요지 몇 꼭지를 주의 깊게 살펴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만성 적자(17조 원의 부채)


만성 적자에 허덕이면 혁신을 해야겠죠. 그렇다면 적자와 부채의 원인을 살펴봐야 겠죠. 객관적으로 공시되고 있는 자료들을 살펴 보면, 원인은 KTX 운영에 있지 않습니다.  정부의 관리와 경영에서 그 문제가 나타나죠. 따라서, 자회사 설립을 통해 경쟁을 유도해 흑자 경영을 이루겠다는 처방은 돌팔이 의사가 생리통에 고생하는 여성에게 후시딘을 처방한 게 아니고 뭐겠습니까?


17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부채를 들어 국민들의 기를 죽이는 발언, 자세히 살펴 보면 노조가 만든 것도 아니고 기차 운행이 잘못되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뭐, 워낙 큰 사건이었기에 쉬이 잊혀지지 않는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을 들어볼까요? 당시 코레일이 입은 손실에 대해 외부 회계감사에서 회계 법인은 이렇게 의견을 냈습니다.



“감사 의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항으로써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48에서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연결 실체는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나, 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주)의 재무적 어려움 등으로 인하여 동 사업과 관련한 미수금 등 채권의 회수 여부가 불확실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연결 실체는 당기말 현재 2,766,520백만 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향후 사업이 정상화되지 못할 경우 연결 실체는 사업의 해지, 손해배상 관련 소송 등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삼정회계법인의 <2012년 외부회계감사보고서>中에서




그러고보니 철도노조는 부채의 책임을 말하면서 용산개발 파산을 2조 2천억 원이라 적었네요. 아, 이 사람들 참 문제에요. 자기네 회사라고 5천 억이나 퉁쳐주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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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salektx.com, 협소한 시각의 언론찌라시보다는 더 많은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부채의 형성 과정은 KTX의 운영 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에서 말하는 부채란 보통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 빌려온 것 같은 차입금 이외에도, 특정 시점에 지급하지 않은 서비스 사용료, 물품대금 같은 모든 것을 부채로 보기 때문에 코레일처럼 큰 규모의 공기업에서는 언뜻 보면 부채의 규모도 당연히 커 보일 수 있다는 착시도 존재하죠.


17조 원, 액면 그대로 듣고 깜놀하는 건 성급합니다.



둘째, ‘민영화가 아닙니다.’ 라는 주장


민영화가 아니면 민송화인지, 민정화인지 헷갈리죠? (개그입니다. 트위터에서 배워쩌염. 뿌잉뿌잉 >_< )


‘민영화가 아니다’는 계속 되는 주장이지만 철도 노조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믿지 않습니다. 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경험적 추론입니다.  전 이명박 정권의 경우 사대강 사업을 절대 안 한다고 해놓고서 결국은 강행했습니다. 이어진 박근혜 정부에서는 반값 등록금, 복지공약 후퇴 등 빠르게 공약을 철회하거나 백지화 했습니다.


또한, 자회사를 설립해 종속 회사에서는 흑자가 나고, 모회사는 계속 적자를 안고 가는 예를 들어 한국전력과 같은 구조의 공기업 지배 시스템이 재현되는 거 아닌가 하는 학습된 우려는 충분히 타당하다고 보입니다. (2012년 외부 회계감사 자료를 보면 코레일의 자회사 7개 중 단 한 개의 기업만 6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고 모두 흑자 상태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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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한국철도공사와 종송기업들의 손익



이런 일들을 겪었기에 국민들은 믿지 못하는 것이죠. 국민 모두에게 기억상실증 유발제를 처방하지 않는 한 쉽게 설득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근거는 합리적이지 않은 진행 방식이 결국 거짓말을 도드라지게 한다는 겁니다. 자회사 설립이 진정 필요하다면, 특별법 등에 의해 공기업(공사) 형태로 발족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지, 왜 상법에 의한 주식회사 설립을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거죠.


정관을 통해 민간 자본 참여를 제한한다고 했지만, 정관은 주식회사 내부의 규칙일 뿐 상법을 뛰어 넘을 수 없습니다. 말도 안되는 정관을 만들어 놓으면, 그건 자기네 주장일 뿐 상법 위반이 되는 거죠. (유사한 사례로 사규랍시고 취업 규칙을 만들어서, 노동자를 탄압하는 것은 노동법에 의해 제재를 받습니다.)


게다가 민간 자본이 절대 자회사에 유입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했으니 더더욱 자본유입의 편이성이 극대화된 주식회사를 설립할 필요는 없는 거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양자 간에 타협은 되지 않고 상대가 물고 늘어지는, 계속되는 문제 제기가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언약을 해도 믿지 않는 거에요. 그러면 합리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합니까?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해서 언약을 확실히 공증하거나 상대방의 지적을 받아들여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죠. 우리네들은 다 그렇게 사업하고 그렇게 타협하며 살아가지요.


그런데 코레일은 어떻게 했습니까? 노조원들을 직위해제하고 주식회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죠. 그러니 믿음을 얻기는커녕, 거짓말쟁이라 욕 먹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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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아~ 나에게 그 썩개력을 나눠주지 않으련...




II. 다른 어머니의 말씀


요즘 어머니가 풍년입니다. uh! money!가 아니고요. -_-;


어머니를 자처하는 리더들이 많이 계시다 보니, 따듯한 모성애는 개뿔...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워지고 언제 어떤 이유로 호통을 치실까 두렵기만 하네요.


다른 어머니의 말씀을 옮겨 봤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철도파업, 국민경제 피해주는 명분없는 일”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정부에서 그동안 누차 민영화 안 한다고 발표했는데도 민영화하지 말라고 파업하는 것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 경제에 피해 주는 전혀 명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우리 경제의 경기회복세가 확산되고 있는데 철도노조에서 국가경제 동맥을 볼모로 불법파업을 하고 있는데 정말 안타깝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또 “코레일 자회사를 만드는 것은 철도가 지금까지 독점 체제로 운영되면서 경영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비교대상 자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내부경쟁을 도입해서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민간자본이 아닌 공공자본을 통해 설립되는 자회사라 민영화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도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명분 없는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고, 국가경제 불씨를 꺼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노사는 협상 테이블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도력을 보여주고 국가 경제의 발목이 잡히는 일이 없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시아 투데이> 2013. 12. 16. 기사 中에서





명분이란 무엇일까요? 제 처지에 맞게 지켜야 할 도리가 아닐까요? 코레일 직원들은 철도공사, 즉 공기업의 직원들입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며, 그 녹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지켜야 할 도리는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고 공공서비스로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도리이며, 모든 일에 명분이 되어야 하겠죠.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합당하게 진행되지 않을 때 눈과 귀를 막고 애써 외면하며 스스로 안녕하게 삶을 살아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그들의 파업이 대의명분이 충분한 파업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이 실리에만 눈이 먼 철밥통이었다면 아마도 우리는 그저 '철도에 자회사가 하나 생기나 보다'하고 지나갔겠지요.




III. 아저씨의 말씀


어머님들 말씀 하시는데, 물색없이 아저씨 하나가 끼어 들어서 또 뭐라고 하네요. 헉, 이 아저씨가 경제부총리셨네요. -_-;

 


현오석 "철도파업 시간 걸려도 반드시 바로잡겠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철도파업은 시간을 갖더라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16일 밝혔다.


현 부총리는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철도 파업이 계속되면서 국민에 불편을 끼치고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런 부분이 초조하다고 해서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를 수용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철도 파업 8일째를 맞아 정부가 원칙적인 대응 방침을 견지하고 있음을 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민에겐 죄송스럽지만 시간을 갖더라도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경제에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라면서 "철도노조는 조속히 복귀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서발 KTX자회사는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체제를 통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철도공사는 경영자뿐 아니라 종사자 모두 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2013. 12. 16. 기사 中에서




철도 노조가 불합리한 요구를 하면서 국민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참 못된 사람들이겠죠.



그래서 찾아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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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salektx.com, 협소한 시각의 언론찌라시보다는 더 많은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흠, 뭐가 불합리하다는 건지 숨은그림찾기보다 더 어렵네요. 국회에 여야가 포함된 철도발전소위원회를 만드는 게 불합리한가요?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해 국민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만든 게 불합리한가요? 현오석 총리, 현명한 까만돌인 줄 알았더니, 그냥 돌이었나? -_-;


요즘 뉴스를 통해 관리들의 말을 들어 보면 마치 이런 상황이 떠오릅니다. 의사한테 독감환자가 찾아왔어요. 그런데 의사가 “어이쿠. 열이 대단하네요. 이런 증세가 너무 안 좋습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어요.”라고 호들갑을 떨고 진료실을 나가 버리는 거죠.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란 분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사안이라 비판하면서, 협상과 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해결책을 고심하지도 않고 있잖아요. 높으신 관리분들께선 제발 파업보다 더 나쁜 태업을 그만 두시길 바랍니다.


며칠 전 서울에서 일을 보고 급한 일이 있어 우면산 터널을 이용해 하행길을 잡았더랬습니다. 시골 사람도 하이패쓰만 있으면 빠르고 편리한… 줸장. 귀에 못이 박혔어. -_-; 하여간 하이패쓰로 편하게 통과하려 했더니 그게 안 되더군요. 현금으로 2,500원을 내놓으라 당당히 요구하더군요. 이것들이 예전 우면산에서 통행세 걷던 산적질 코스프레를... -_-+


민영화는 잠들지 않는 자본의 욕망이 실체화된 모습 아닐까요?


대한민국에서 행해진 민영화는 누구를 위한 민영화였습니까?


대통령님, 제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오르지 마세요.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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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나이나이,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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