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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민이 호구다

2013-12-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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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3. 월요일

논설우원 파토 








국민이 호구다



1.jpg

이 산이 아닌가벼.

(합성 아님. 본지 소유지 아님.)

 


가히 신의 한 수다.

 

의도적인 낚시든 아니든 철도노조 지도부는 그 시각 그 곳에 없었고, 검거하겠다며 나선 수천 명의 경찰들은 말 그대로 닭 쫒던 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와중에 압수수색 영장이나 구속영장조차 없는 상태에서 일개 체포영장으로 건물을 부수고 들어가 큰 손해를 입히고, 버젓이 집회 신고가 되어 있던 민주노총 앞에 모인 시민들을 연행하고 최루액을 직사하는 등 가히 경찰의 서대문 불법 난동 사건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는 형국이다.

 

...일단 고소하다.

 

그럼 이제 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자. 종교인들의 국정원 대선개입 시국선언이 몇 달간 계속돼 왔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영화 변호인이 개봉돼 4일 만에 175만을 넘어섰다. 다른 쪽에서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운동이 대학을 넘어 중고생은 물론 일반인에게까지 퍼지는 중이었는데, 사실 이것 자체가 철도노조와 관련돼서 촉발된 거였다. 이런 분위기들과 철도민영화 반대 여론, 어머니 사장님의 과잉 회초리질 등으로 이번 파업에 대해서는 명분과 형식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꽤나 형성돼 있다는 것, 우리도 저들도 알고 있다. 게다가 알다시피 노조는 합법적 파업을 하기 위한 절차까지 지켰다.

 

분위기가 이런 데도 불구하고, 정권은 수천 명의 노조원을 불법 직위해제한 것도 모자라 서울 한 가운데서 4천 명의 병력을 동원해 민주노총에 대한 대규모 불법 공격을 감행한다. 이건 정권이 노조는 물론, 추운 날씨에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철도 파업을 지지하거나 공감하거나 감내하는 많은 국민들의 정서와 주장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봐야 된다. 무엇보다도 바로 그 점을 느꼈기 때문에 시민들이 분노하고 대거 현장으로 나가 경찰과 대치하는 국면이 어제 벌어진 거다.

 

...글타. 주권자인 국민들이 개무시당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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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때도 그랬다. 정부 여당과 수구 파시스트들은 당시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모이고 분노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괴담이네 뭐네 하며 마치 배후에 불순 조직이 있어서 국민들을 속이고 선동하는 거라고, 심지어는 유모차 끌고 나오는 엄마들이 돈을 받는다고까지 주장했다. 지들 생긴대로만 세상을 보는 그들로서는 진짜 그렇게 믿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의 본질은 광우병 위험 자체가 아니었다.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자칫 우리 자신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문제였고, 거기에 대한 언론과 국민들의 정당한 우려를 정부 여당이 무시하고 나아가 의심했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음은 물론 악성 불평분자 내지는 누군가의 사주를 받는 선동꾼으로 폄하할 때 이에 분개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그들이 저런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머리와 가슴에서 나사 하나가 빠져 있기 때문인데, 이걸 일종의 민주주의적 지능의 결여라고 불러도 될 듯 하다. 그들은 상명하복, 일사불란, 효율, 안정 등을 절대적 가치로 여기고 거기에 ‘방해’가 되는 것들의 존재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방해물의 총합이 사실은 민주주의 그 자체라는 점이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은 모든 국민에게 있는데 그 국민들의 생각이라는 게 위에 열거한 저런 식으로 전개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왜 이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 기사에서 언급한 노년층은 그렇다쳐도, 그런 식의 상실감을 경험하지 않고 부와 권력, 권위를 가진 자들이 대체 왜 그럴까. 정말 지능이 낮기 때문인지, 어려서의 교육과 경험 때문인지,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겁이 많은 건지, 이도저도 아니면 그저 악한 건지. 암튼 이런 사람들은 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 헌법의 이상을 추구함에 있어서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반사회적’ 존재들이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이 무서운 것은 엠비 가카 시대부터 조금씩 시작해서 급기야 어제의 사태에 이르기까지, 이제 이들이 그런 자신의 정체를 내보이는데 조금의 거리낌도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신과 5공의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 그래도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국민의 눈치를 보는 척이라도 했다. 학생 운동권과 재야를 탄압하고 구석에서 간첩을 조작하고 구둣발로 밟고 사형선고를 내리는 와중에도 일반 국민이 움직이면 존중하는 척이라도 했다는 말이다.


노조와도 마찬가지다. 비록 탄압하고 구금하고 연행했을망정 과거에는 음성적 대화 창구라도 있었다. 이건 심지어 박정희 때나 5공 때도 그랬고 큰 쟁의나 파업이 일어나면 정주영이나 김우중 같은 기업 총수가 직접 내려가서 노조 지도부와 담판을 짓기도 했다. 이건 싸울망정 적어도 서로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노조를 쌩까고 존재 자체를 보려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금줄을 끊어 고사하도록 만드는데 이게 오히려 더 숨막히는 상황이 된다. 몇 해 전 민주노총에서 일하던 지인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 거기서 더 나아가 이넘의 정부는 국정원과 국방부 등의 대규모 선거 부정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마냥 생까고 있다. 광우병이나 4대강도 큰일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행정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하지만 선거 부정 사태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헌법 및 정체성과 직접 연관된, 아예 차원이 다른 심대한 문제인데도 먼 산 바라보면서 뭉개고 앉아 있는 거다.


국민이 조금이라도 무섭다면 이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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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의 여론조사. 국정원이 자체 개혁을 하겠다는

헛소리에 찬성하는 사람은 30프로에 불과해 해체 수준의

개혁을 요구하는 사람보다도 적었다. 여론이 이런 데도 지난 19일

국정원 특위 테이블에 앉은 새누리당은 정보기관의 휴대전화

감청 허용, 일본식 특정비밀보호법 도입 등 국정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쏟아낸 바 있다.

 


사실 우리가 첨에 바란 것은 그저 저들의 수장 ㅂㄱㄴ의 진심어린 사과와 국정원의 제대로 된 개혁이었다. 괜한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그렇지 않았었냐? 저들이 저렇게 반민주, 반사회적 부정을 저지르는 동안에도 우리는 선거라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외형을 최대한 존중하려 신경쓰지 않았냐 말이다. 그래서 ‘부정 선거’, ‘대선 불복’같은 표현들에 자기 검열까지 하면서 조심스럽지 않았었냐 말이다.


댓글로 대선 결과가 바뀔 수 있고 없고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정부 기관의 정치적 중립은 민주주의 체제의 기본이며, 그럼에도 조직적이면서도 대규모의 정치적 프로파간다 행위가 있었다면 그 책임은 당연히 정부 여당이 져야 한다. 백번 양보해 ㅂㄱㄴ나 정부 여당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여기서 가해자는 해당 기관, 피해자는 국민과 야당, 수혜자는 정부 여당이기 때문에 당연히 야당과 국민이 납득하는 형태의 액션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제스처를 취할 정도의 염치도, 체면도, 눈치도 없는 게 지금 이 정권이다.


(한편 실제적으로 대션 결과가 바뀌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지난 대선에 ㅂㄱㄴ, 문재인 두 사람의 총 득표 수는 30,297,520 표였고 득표율 차이는 3.6%, 표 차이는 1,086,034 표였다. 이 말은 저 차이표 중에 절반을 약간 넘는 55만표 정도만 가져온다면 이겼다는 뜻이다. 즉, 3.6% 전체가 아닌 1.9 % 만 가져오면 되는 거였다. 수천만 건의 댓글과 트윗, 알티글들이 그 정도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다 이제 철도민영화 이슈가 폭발한다. 국민들이 철도나 의료 등 각종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를 두려워 하는 건 시장경제를 부정해서도, 정부를 미워해서도 아니다. 광우병 때와 마찬가지로 이게 너무 위험한 이슈기 때문이고, 실제로 해외에서 도입했다가 개차반 난 사례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땅에 살면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게 수십만 원 주고 영국 기차 탔다가 사고 나면 미국 병원가서 수천만 원 내는 거 아니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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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가 되면 어떤 세상이 되는지의 예.

미국에서 911 앰뷸런스 한번 탔는데 100만원이 나온 고지서다.

이 분은 요플레 먹고 배아파서 밤에 응급실 갔다가 새벽에 나왔는데

1,200만원이 들었다. 우리는 비싸야 10만원이다.

이 기막힌 사연을 제대로 보려면 링크를 누지르시라.



정부는 왜 그렇게 민영화 안한다는데도 안믿냐고 따져 든다. 허나 이거야말로 지들 자업자득이라 누굴 탓할 계제가 아니다. 광우병 때 그렇게 사과하고 어쩌고 하더니 결국 피디수첩부터 잡아 족칠 궁리부터하고 엠비씨 작살내고, 4대강은 절대 대운하 아니라더니 결국은 대운하나 다름 없이 강들 아작내고 건설업체 배만 불렸다. 거기에 검찰에 의해 명백히 드러난 선거 부정에 사과도 안하고 특검도 안하고, 경제민주화니 반값 등록금이니 기초연금 등 공약은 ‘지키지 못해 미안합니다’는 고사하고 그냥 생까는 것 조차 아닌, ‘공약 지키는 것은 무책임’ 이라는 말이 여당 원내수석부대표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지경이다. 오타 아니고 진짜 그렇게 말했다.

 

게다가 지난 11월 4일 ㅂㄱㄴ가 프랑스 경제인들 앞에서 공공부문 시장 개방하겠다고 말하고 기립박수까지 받지 않았냐. 도시철도 분야 진입 장벽 개선될 수 있다고도 직접 말하지 않았냐는 거다. 울 나라 언론에서는 프랑스어로 말해서 박수받았다고 나왔지만 실제로는 이런 내용이고 르몽드에 기사로 다 나왔다.

 

이런데도 민영화 아니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그런 바보를 부르는 말이 따로 있다.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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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 영국 살았다. 서울-부산 거리 왕복하는데

30만 원씩 내고 싶지 않으면 철도민영화, 반드시 막아야 된다.

 


이렇게 이 정권에게 우리 국민이라는 존재는 거짓말로 환심사고 표 얻고 정보부 동원해서 여론 조작하고, 그렇게 무조건 이기고 난 후에는 뭐라고 떠들던 생까고 개무시하면 되는 존재다. 그래서 변호인이 4일 만에 175만 관객을 끌고, 수천 장의 대자보가 전국 각지에 붙고, 민영화 반대 여론이 이렇듯 들끓어도 걍 밀어붙이면 그만인, 그러다 보면 결국은 굴복하고 자신들 앞에 무릎을 꿇고 나아가 다시 뽑아주기까지 할 그런 존재다.


그래, 작금의 상황을 보면 지금까지 호구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어제 상황에서 배운 게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 호구일 거다. 그렇다고 누구처럼 선거로 안되면 민란을 일으키자는 주장은 아니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이 나라는 결국 두 개로 나눠진다.


다만 아닌 거에 대해서는 확실히 아니라는 걸 액션으로 보여줘야 된다. 어제의 경우가 바로 그런 예였다. 이제 촛불 들고 우아하게 모여 노래 공연 감상하던 때는 지났다. 그런 ‘우리끼리 즐기는 투쟁’이 얻어낼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 지금 ㅂㄱㄴ 정권이 존재한다는 사실로 이미 증명된 바다.

 

물론 분노한다고 해서 반드시 짱돌을 던지고 화염병을 던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면 된다. 정권의 행태를 반대하러 내가 이 추운 날씨에 여기까지 나왔다는 걸 보여주면 된다. 그 다음 행보는 이들이 거기에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판단할 일이다.

 

12월 28일. 민주노총이 전국 총파업을 단행하고 100만 시민행동의 날을 개최한다. 일단 이날부터 시작이다.


거기서 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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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