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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4. 화요일

raksumi








세상은 어떻게든 돌아가고 벌써 1년이 지났네요. 많이 힘들어해서 우리 어머니도 제 눈치 보던 것이 기억납니다. 잔소리 많던 애 엄마도 제 앞에서 정말 흔치 않게 조심하였고. 날씨도 점점 추워오네요. 뭐든 해결이 다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의학적 관점에서 본 속담의 의미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1. 간에 기별도 안 간다



음식을 조금 밖에 못 먹었을 때 쓰는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영양소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있습니다. 이 중 우리의 몸에서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것은 탄수화물과 지방입니다(물론 알콜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으나 일단 여기서는 패쑤). 실제 지방도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의외로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뭐 중요한 것 아니니까 일단 패쑤.


아무튼 우리가 가장 많이 섭취하는 탄수화물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와서 분해가 됩니다. 그 분해를 담당하는 것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인데 이 인슐린으로 인해 탄수화물은 포도당이 됩니다. 영어로는 glucose라고 합니다.


이 포도당은 생성이 되면 일단 에너지(영어로는 fuel)를 내는 데 가장 먼저 사용됩니다. 근육과 두뇌 등 우리 몸의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곳에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그곳에 저장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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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린 건 없지만...

 


 

그러나 안타깝게도 포도당을 저장하기에는 근육이나 뇌의 용적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은 포도당이 가는 곳이 바로 간 입니다. 물론 간에는 포도당의 형태로 저장되지 않고 글리코겐(glycogen)의 형태로 저장 됩니다. (참고로 운동을 하게 되면 그 에너지원으로 포도당을 먼저 쓰는데 일단 근육의 포도당을 먼저 쓰고 간의 포도당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나서 지방을 사용하게 되지요)


단, 배고플 때 음식물을 먹으면 필요한 곳. 그러니까 근육, 머리, 기타 등등 신체 중요한 부위 에너지로 쓰이고 나서 그러고도 행유여력(行有餘力 - 일을 다하고도 오히려 남는 힘이 있음)하면 간으로 가는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도 이런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죠. 그니까 음식을 조금 먹을 때 이 속담 쓰는 거 맞습니다. 정말 포도당이 간에도 가지 않습니다.


간에 포도당이 저장되는 경우, 간이 저장할 수 있는 맥시멈 포도당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에도 저장되고 남은 포도당이 있다면 배 둘레로 가는 지방이 되어 배둘레햄이 됩니다. 당연히 이 지방은 간에서 포도당이 대사 되고 나서야 사용 되니 운동으로 지방을 태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2. 간이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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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있어. 내가 천국을 보여줄테니까.

 

 

이것은 겁을 상실한 사람에게 쓰는 말입니다.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와 같은 의미이죠.



이렇게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이상으로 음식을 먹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근육과 뇌에 포도당으로 쌓이고 나머지는 간에 포도당으로 저장되고 그래도 남으면 나중에 굶을 때를 대비하여 에너지원을 비축하기 위하여 지방으로 저장 됩니다. 참고로 저장형태로는 지방이 가장 좋습니다. 저장 대비 가장 많은 칼로리를 낼 수 있습니다.


간에는 포도당 뿐 아니라 지방도 쌓이게 되고 이렇게 간에 지방이 쌓이면 바로 지방간 입니다. 간이 부었다는 것은 배가 불렀다는 것이고 이것은 살만 하다는 뜻이 되니까 살만해지면 조금 굶어도 괜찮으니 당연히 겁을 상실하게 되지 않겠습니까?(이해가 안 가면 억지로 외우십시오)


‘간이 콩알만 해 졌다’ 도 비슷하게 이해 바람.






3. 귀 빠진 날



통상적으로 생일을 지칭합니다. 혹시 우리 딴지스 중에서 머리가 배 보다 큰 사람은? 없겠죠? 아무리 총수님이라고 할 지라도 머리가 배 보다 큰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면 신생아들은 어떨까요? 물론 신생아 중에서도 배가 머리보다 더 큰 아이도 있겠으나 이것은 산모가 당뇨가 있어서 혈당 조절을 못 했을 때 국한 됩니다. 태아는 머리가 배 보다 크고 또 커야 정상입니다. 그러면 태아의 머리 중 어디가 제일 클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귀 사이가 가장 큽니다.


이것을 영어로는 'biparietal diameter(BPD)'라고 하는데 만삭에 약 10 cm 정도 됩니다. 원주의 둘레의 길이는 2πr 이니까 31.4 cm 정도 될 것 같지만 약간 타원형이라 약 33 cm 쯤 됩니다. 참고로 마이크 타이슨의 주먹 크기가 이 정도 였다고 합니다(글을 쓰다 보면 자꾸 옆으로 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애기의 귀 사이만 나오면 분만이 된 것이고 그 시간이 바로 출생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을 율속인자(律速因子 rate limiting factor - 제한인자 중 그 계전체의 반응속도를 제어하는 인자. 일련의 효소반응계열로, 특정 효소에 의한 반응단계의 속도만이 특히 느려져서 전체 속도를 좌우할 때 이 단계를 율속단계, 특정 효소를 율속인자라고 한다. 생체반응계열에서는 조건에 따라 율속단계의 변경이 일어나 조절기구의 일부를 이룬다 - 편집자 주) 로 보고 그것을 생일로 지칭하게 된 것입니다.


만일 배 둘레가 머리 보다 컸다면 생일을 지칭하는 말은 '어깨 빠진 날' 뭐 이 정도가 되었겠지요. 조상들의 지혜가 엿 보입니다(저는 나름 감동 받았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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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그림이 바로 귀가 빠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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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산모들은 이 사진 다 알 것 입니다. 

태아의 머리를 위에서 초음파로 본 것인데 화살표 위치에 바로 태아의 귀가 있습니다.

 

 

 

 

 


 

4.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란 뜻 입니다. 이 속담도 출산 과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 당연히 피를 뒤집어 쓰고 나오게 되고 결국 피가 묻게 됩니다. 그러면 간호사 선생님이 애기 머리에 피를 닦아 줍니다. 그래도 한 하루 정도는 태아의 머리에 피가 묻어 있습니다. 깨끗하게 목욕을 해야 없어집니다.


‘백문이 불여 일견’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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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젖 먹던 힘까지



드물게 보이는 잘못 알려진 속담입니다.



이 속담의 의미는 얼마 안 되는 힘이지만 최선을 다해 보탠다 뭐 그런 의미인데... 젖먹이 애들에게 한번 빨려 보십시오. 그 힘이 어떤지. 저는 우리 딸 젖 빠는데 장난으로 제 손가락 넣었다가 손가락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실제 젖 먹이다가 아기가 너무 빨아서 젖 꼭지가 상한 산모들 종종 병원에 옵니다.


옛날에 제왕 절개를 하는데 애기가 나온 후 갑자기 옆에 있던 레지던트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수술 중에 그렇게 소리 지르는 일이 없기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태아의 입안에 더러운 것을 제거 하려고 입을 벌려 손가락을 넣었다가 애기가 그만 너무 강하게 물어서 놀라 그랬답니다. 얼마나 빠는 힘이 강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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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 왼손 손가락을 태아의 입에 넣어서 입을 벌린 다음 

저 분홍색 석션기로 입안에 남아 있는 각종 오염 물질을 제거 합니다.

 

 

 

암튼 젖 먹던 힘은 엄청나다는 것. 아마 애기 낳아서 모유 수유를 해본 여성 딴지스들은 잘 알 것이고 애기 있는 남자들도 잘 알 것입니다. 


그렇게 젖을 힘차게 빤 아기들이 나중에 구강 구조도 발달해서 빠는 힘도 강해져 턱 힘이 강해지지만 젖을 못 빨고 자란 애들은 나중에 커서 그 때의 부족함에 담배를 대신 힘차게 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아시다시피 젖병의 젖은 그냥 입만 벌리면 나옵니다). 자기가 담배를 못 끊으면 어렸을 때 모유를 못 먹었는지 확인해 볼 것.




오늘은 여기까지

 

 

 

 

 




raksumi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