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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삽 뜨기 전 마지막 정비

집을 짓기 전에 건축주, 건축사, 시공사가 모이는 킥오프 미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킥오프 미팅’은 삼각구도를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협의과정입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 그동안 노력했던 과정과 노력할 과정에서 염두에 두는 부분을 숨기지 않고 모두 털어놓는 시간이죠.


집을 짓기 위해서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건축사와 건축주가 몇 개월 동안 고민한 뒤, 여러 시공사에 ‘견적요청’을 하죠. 그리고 선택된 시공사와 함께 집을 짓습니다. 시공에 들어간다고 해서 시공사가 독단적으로 모든 것을 추진하게 하면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건축사의 의도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건축사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설계대로 집을 지을 수 있으니까요. (저희는 집 짓기에 있어 어디까지나 건축‘주’로서 임했습니다. 건축주가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시공사와 건축사보다 많이 알기 힘듭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건축에 평생을 바치셨습니다만 저의 경험을 위해서 과정엔 참여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검토를 요청했을 때 의견을 말씀해주셨고, 킥오프 미팅에 특별히 참여해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디테일에 대해서 꼼꼼히 일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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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시공사와 건축사 측과 얘기하신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초 슬라브 적절한 두께
2. 줄기초 동결심도에 대한 깊이
3. 공사 기한


저희 부부가 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창호 문 열리는 방향
2. 타이벡 마감공사 방식 확인
3. 테라코트 플렉시 텍스와 스타코플렉스 견본 요청
4. 코노시마 세라믹 사이딩 견본 요청
5. 줄기초 동결심도 깊이 변경
6. 공사 진행사항 밴드에 사진 공유


건축사 측에서 전달해 주신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싱크대 개수대 추가
2. 외부 수전 추가
3. 기초 공사 시 참관


시공사 측에서 전달해 주신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적절한 공사를 위한 날짜 확정
2. 줄기초 두께 상향 조정
3. 기초 단열재 방식 변경
4. 공사 진행사항 사진 촬영 및 공유


가장 이야기가 많이 오간 건 ‘기초’에 대한 부분입니다. 건축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께서도 기초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집 짓는 데 기초가 중요하다는 건 역시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건축사인 우 소장님은 기초 위치에 대해 민감하셨습니다. 설계도면이 수시로 바뀐 상황에서 최종 도면이 아닌 이전 도면으로 잘못 기초를 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공사 현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공사와 건축사 측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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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 후, 아버지께서는 저희가 그동안 준비했던 것을 보시고 안심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저희 부부는 본격적으로 집을 짓는다는 것이 실감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는 집 모형입니다. 집이 다 완성되면 전시해놓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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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입체적으로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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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모든 방면에서 바라볼 때 다른 느낌이 나도록 했다. 전체적으로는 조화로움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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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창은 크게 냈다. 1등급 패시브하우스에 사용하는 88mm 프레임의 창호 시공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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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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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모양은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 세련된 느낌이 들도록 설계했다.


아내는 첫 삽을 뜨기 위해서 삽을 구입했습니다. 저희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삽의 가격을 몰랐는데, 7000원이더군요. 삽에 리본을 달아 기념촬영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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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삽을 뜨기 위해 구입한 삽. 세심한 아내에 감동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특별히 과정이 순탄했던 것도 아닙니다. 집을 짓기 위해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받은 ‘보완’이란 두 글자에 고민도 참 많이 했었습니다. 덕분에 시공이 늦어지기도 했는데, 모든 것이 잘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고 위로를 해봅니다.


아직 신경 써야 할 부분,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이 있지만, 오랜 기간 준비했기 때문에 잘될 것이라 믿습니다.

 


첫 삽을 뜨다


집 지을 기간을 설정할 때엔 약 20% 정도 여유를 두어야 합니다. 기상 및 비상상황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약 12주 정도 걸린다고 했을 때, 2.4주 정도는 여유를 두는 것이 이사 날짜 잡기에도 좋습니다.


시공에 들어갔습니다. 직영공사 방식을 보완하기 위해서 베테랑 현장소장님을 고용하였습니다.


시공 첫날에는 크게 할 일이 없습니다. 집이 어느 위치에 올라갈 것인지 살펴보고 설계도면의 위치에 맞게 결정하면 됩니다. 경계측량을 하면 약 2~3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니 미리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축주가 현장에 자주 올 수도 있고 반대로 거의 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자주 오지 못한다면 무엇보다 시공사 선정이 중요하겠죠. 물론 자주 온다고 해서 시공현장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외부 감리를 통해서 핵심적인 포인트를 짚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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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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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기 위해 이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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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기 위해서 위치선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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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면과 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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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있었던 짐들은 모두 치워버렸다.


생각보다 빠른 시공 속도에 놀랄 수 있습니다. (무언갈 바꾸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설계도면에 나온 대로 진행되니까요.


목조주택은 건식공법이기 때문에 진행이 빠릅니다. 기초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정 역시 건식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일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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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표를 보면서 앞으로 진행될 스케줄을 살펴보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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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에서 유명한 기초타설 전문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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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공사를 하기 전에 기념촬영. 아내는 첫 삽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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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시작 날 끝나버린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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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조도 함께 진행되었다


첫 삽 뜨기 전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웬만한 패시브하우스 요소를 넣고, 다른 대형 하우징 회사에 비해서 견적을 5000만 원 가까이 낮출 수 있었던 건 2년 동안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설계도면과 3D 화면만 놓고 고민했던 시간은 정말 허공에 발차기하는 느낌으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연습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에 나가면 완패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첫 삽을 뜨기 전까지 가열차게 고민했습니다.


고민했던 것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다른 분들도 참고하시라고 올려둡니다.


1. 바람의 순환 방향
2. 겨울과 여름 햇빛의 방향
3. 방범을 위한 집 설계
4. 아이가 태어나기 전. 그리고 앞으로 15년을 대비한 동선 설계
5. 예술적 가치를 위한 자재 선택
6. 시공사 10군데와 미팅을 통한 올바른 시공 견적
7. 주방 공간과 다용도실의 연계
8. 일본 주택과 한국 주택의 차이점
9. 시공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미리 대비
10. 100년 뒤인 2116년을 생각하며 만든 타임캡슐


집을 지으실 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집을 짓는다는 것에 삶을 고민한 흔적 역시 돈을 뛰어넘는 가치가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다음 시간에도 시공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기사


프롤로그. 집을 짓기로 하다

1. 결혼 후 들었던 의문

2. 신도시 vs 전원주택, 선택은?

3. 한국의 대표 전원주택지 Top4 비교

4. 집을 설계하며 나를 돌아보다

5. 좋은 주택 설계사의 조건과 설계 비용

6. 설계 공부도 할 겸 떠나본 일본 주택 투어

7. 주택 설계를 위해 스케치업을 배워보았다.

8. 건축비는 평당 얼마가 들까? 어떻게 절약할 수 있을까?

9. 주택을 짓는 3가지 방법

10. 전원주택 시공 계약 전에 알아야 할 것들

11. 건축비용을 아끼는 견적서 읽는 법 上

12. 건축비용을 아끼는 견적서 읽는 법 下

13. 본격적인 건축에 들어가기 앞서 명심할 것들

14. 성능 좋은 시스템창호를 고르자

15. 단열재와 지붕재 선택을 잘하면 따듯한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다
16. 집의 갑옷인 외부마감재 선택과 건축신고





양평김한량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