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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잘 그린 그림은 아니더라도 즐겁게 열심히 그리며 지내고 있지요. 텃밭이나 마을의 학교에서 아이들 노는 모습 그리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작은 스케치북에 간단한 채색도구 챙기면 가능한 놀이입니다. 다만 늘 챙겨 다니기엔 조금 부담스럽고, 종종 잊게 되니 그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태블릿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PC에서 와콤 태블릿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데 종종 쓰기도 했지만 주 용도는 디자인 작업이었습니다. 포토샵으로 이것저것 디자인 할 일들이 있어 꽤 오래전부터 태블릿을 사용하고 있었지요. 학생 때 그라파이어로 입문해서 현재 직장에서는 PTH-850 터치 제품까지, 와콤의 태블릿은 세대별로 거의 전부 사용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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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때문에) 괜스레 스타일러스 보는 눈만 높아진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까요(이런 경우를 두고 개 발에 편자, 또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라고 하지요).

그림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입력에 확실하게 반응하느냐가 태블릿에선 매우 중요한 문제여서 솔직히 태블릿패드(이하 패드라 호칭)의 펜들은 마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정전식 펜의 뭉툭함은 둘째 치더라도 레이턴시(자극과 반응 사이의 시간 - 편집자 주)가 길고 포인팅이 정확하지 않은 것은 제가 알고 있던 태블릿의 그것이 아니었지요.

그렇게 지내다 직장에서 펜 태블릿 제품을 지급받게 되었는데 그것이 꽤나 괜찮은 느낌이어서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바로 갤럭시 노트 10.1 2014 에디션이었습니다. 만져보니 꽤 괜찮은 제품이더군요. 처음에는 무척 마음에 들어 한동안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시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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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참을 쓰다보니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펜은 무척 마음에 드는데... 패드 자체가 조금 아쉽게 느껴지더군요. 조금 답답하고 불편하고... 그리고 쓸만한 어플들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난생 처음 써본 모바일 기기라 그런지 마냥 신기하고 좋고 그렇기는 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폴더폰을 사용하고 있었고, 딱히 모바일 기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그 당시에는 하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지내다 모처럼 큰 맘 먹고 딸아이 선물을 패드로 사주자고 부부가 마음 먹고 하이마트에 G패드를 사러 갔는데 마침 너무 늦었는지 문이 닫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허탈하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아이패드’를 한 번 사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생전 애플 제품은 구경해 본 적도 없는 저희 부부는 이 명제를 두고 한동안을 망설이고 고민했고, 구입까지 나름의 많은 용기가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를 구입하였습니다.

아이가 패드를 무척 마음에 들어하였습니다. 덕분에 저도 옆에서 종종 함께 만지며 이른바 아이패드라는 물건과 ios라는 것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기 시작하였지요. 자꾸 써보니 이것이 나와 잘 맞는 제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터치감부터 OS, 다양한 어플들이나 기타 여러가지 모두가 기존에 사용하던 갤럭시 노트 10.1 보다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솔직히 무엇이 더 뛰어난 제품이라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것을 잘 모를 뿐더러, 두 제품은 분명 다른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안드로이드와 ios는 서로 어느 하나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었고, 갤럭시와 아이패드 역시 다른 제품일 뿐이었지요. 적어도 저에겐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그 와중에 전 아이패드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죠.

아이패드란 물건은 쓰면 쓸수록 점점 재미가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없으면 쓸 일 없을 것 같은 어플들도 일단 쓰다보면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잘 찾아보면 평소 이런게 필요하다 싶었던 어플들도 거의 모두 구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아이패드용 터치펜을 알아보게 되더군요. 

이 좋은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이동 시 사용도 쉽고, 그림 어플도 괜찮고. 생각만해도 기대가 되더군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절망적이었습니다. 정전식 터치펜의 한계가 너무나 명확했고, 그 어떤 제품들도 그것을 확실하게 넘어서거나 해결하진 못한 듯 보였습니다. 그 당시 얼마나 열심히 53펜슬이니 다기펜이니 와콤이니 알아보며 지냈던지.

'아이패드로 제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이 단순한 바람이 이토록 이루기 어려운 소원이었는줄 모르고 답답함 마저 느끼던 와중에 바로 그것이 세상에 발표되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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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로 아이패드 프로 리뷰만화 그려보자고 시작한 도전이었지만,

만화 그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만 절감하고 포기했습니다.

 

 

 

액정 태블릿(와콤)이 있으면 좋겠지만, 여러가지가 아쉬웠습니다. 가장 먼저 비싼 가격, 그 다음으로 PC기반이라 사양에 민감하고 무겁다는 점 등. 그렇지 않아도 딸아이 패드 사용하며 아이패드에 관심이 생기고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데다, 기왕이면 아이패드에 제대로 된 펜이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기다리던 와중에 만난 소식이라 그렇게 기쁘고 반갑고 흥분될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역시나 아이패드 프로도 제게는 가격이 문제였습니다. 아저씨의 그림취미 도구로 쓰기에는 솔직히 너무 비싼 물건이라 생각되었지요. 그래서 ‘나중에’라는 생각으로 일단 마음을 접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아내가 아이패드 프로 기사를 찾아보며 관심을 보이던 저에게 먼저 구입을 권하더군요. 그 고마운 마음을 덮석 받아들여 드디어 갖고 싶던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을 구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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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사용해보니 생각했던 대로의 물건이라 무척 만족하고 있습니다. 레이턴시는 기존의 와콤 타블렛과 차이가 없고, 펜팁과 포인팅 위치간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틸트와 필압 인식은 다른 성능에 비하면 조금 부족한 느낌이기도 하지만, 그간 사용해왔던 다른 타블렛패드의 펜들에 비하면 훌륭하기도 하고, 굳이 다른 기기와 비교하지 않고도 그 자체로 충분한 수준이란 느낌입니다.

이동성과 휴대성이야 누구에게나 서로 다른 상대적 개념이겠지만, 어차피 어디든 쉽게 휴대하여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기준으로 하면 기존에 스케치북과 화구를 챙기던 것에 비해 훨씬 가볍고 수월한 느낌입니다. 두 딸아이들도 쉽게 사용 가능하니 집에서든 산책길에서든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마음껏 그리고 즐기는 모습을 바라 볼 수 있어 그것도 참 좋습니다.

마당에 핀 꽃 앞에 앉아 스케치북과 물감으로 그림 그리는 것도 즐겁다고 하고, 아빠 가방에서 패드와 펜슬을 꺼내 연못에 핀 연꽃 그리는 것도 또한 즐겁다고 딸아이는 말합니다.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어졌지만, 이 후기의 요점은 바로 이겁니다. 취미로든 다른 이유로든 그림을 공부하고 연습하고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입문용, 또는 실사용을 위한 액정타블릿으로 아이패드 프로는 쓸만한 기기인가?

 

제 결론은 ‘나에겐 충분히 그러했다!’ 입니다.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가족의 일상을 그려보곤 합니다. 뜬금없이 늘상 보던 풍경이 이뻐 보일 때도 그림 그려보고 싶고, 작가님들의 멋진 그림을 보면 따라그리며 연습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패드 프로는 제게 무척 훌륭한 도구가 되어 줍니다. 사용하고 있는 드로잉 어플들(프로크리에이트, 스케치, 메디방 페인트 등)도 만족스럽습니다. 

더불어 드로잉 외적인 부분들도 좋습니다. 스피커 성능이 좋아서 블루투스 스피커 켤 필요 없이 간단하게 음악 들을 수 있고, 책을 보기에도 충분히 크고 정밀한 화면이라 만족스러우며, 악보 보기에도 참 좋습니다. 만화책을 볼 때엔 대체할 수 있는 기기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물론 잠들기 전 아내와 침대에서 편하게 영상을 감상하는데도 좋고, 때때로 편집해서 만들고 있는 가족의 영상을 함께 감상하기에도 참 좋습니다. 쓰다보니 좋다는 이야기 남발하는 것 같아 살짝 민망하기도 하지만, 정말 이곳 저곳 모든 쓰임새에 있어 그만하면 충분히 좋다는 느낌이 드는 기기라는 생각입니다. 애초에 이 리뷰는 ‘초보 그림연습생에게 있어 아이패드 프로는 어떤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으니 다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짧게 끝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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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제대로 덤비기 시작한 오랜 취미에 재미를 붙이는데 무척 큰 역할을 해준 기기가 바로 아이패드 프로입니다.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라 별다른 액세서리를 잘 사지 않고 필요하면 만들어서 쓰고 있으면서도, 패드 프로를 구입한 돈은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아내도 만족해해서 더욱 좋습니다.

피아노 치길 즐겨하는데 다양한 악보를 담아두고 잘 사용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가족의 일상을 그린 저의 그림 보는 것도 참 즐겨하지요. 더 열심히 그리라고 경사진 드로잉대도 직접 만들어 주더군요. 펜슬 뚜껑과 펜슬 충전 젠더 잃어버리지 말라고 실과 테이프로 꼼꼼히 연결해주고, 제 그림들을 프린트해서 냉장고 옆 벽면에 작은 갤러리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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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용하는 내내 만족한 기기였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그림을 그리는 취미'라는 목적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기기였습니다. 조만간 패드 프로2가 출시될 예정이란 루머가 있더군요. 새롭게 출시되는 기기가 얼마나 더 발전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이패드 프로 12.9도 충분히 좋은 기기라고 구매를 고려하고 계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모쪼록 그림을 취미로 가지신 모든 분들에게 그림 그리는 즐거움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젊은농부


편집 : 딴지일보 인지니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