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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1. 02. 목요일

분노하샘














이 글을 쓰는 목적


조또 모르는 쉐리가 집 지으면서 몰라서 당한 점과 쉽게 돈 털리게 되는 과정을 알림으로써 여러분이 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의 내용


이 글을 쓰는 현재, 수도권의 외곽에 위치한 마을에 집을 지어 들어와 1년 째 살고 있는 나는 2011년 7월 입주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집이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완성이 된 2013년 8월까지의 일화를 써보려고 한다.(2012년 10월 입주)


또 명예훼손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르기에 이 글에 나오는 이름/지명/업체명 등은 모두 허구여야 한다. 읽으시는 분들은 모두 허구로 알아주시길 바란다. 안 그러면 또 경찰서 들락거려야되는데, 이거 굉장히 귀찮더라. 이런 표현의 자유 조또 없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



지난 줄거리


분노하샘은 마을 공동체가 붕괴된 아파트에서는 아이를 기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건축 조또 모르면서 단독주택으로의 이전을 꿈꾸다 타운하우스 분양광고에 낚여 설계를 마치고 시공업체와 계약서까지 작성하고 마는데...








건축 공사



우리 집은 목조 주택이야. 목조 주택 그러면 통나무집이나 톰아저씨의 오두막이나 피자헛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라게 된다. 나보다도 모르다니... 하는 생각?


집의 뼈대(구조라고 하나 봐.)를 어떤 재료로 하는지에 따라서 집 종류를 나누기도 하는 모양인데, 우리 집 같은 경우에는 나무 뼈대로 벽이니 천정이니 만들어서 속을 채우는 식으로 지어졌다. 이런 집을 목조 주택이라고 부르나 보다.

 

집의 뼈대를 콘크리트로 하면 콘크리트 주택이 되는 거고 뭐 그런가 봐. 아파트나 상가들을 생각하면 되겠어. 철근콘크리트 이런 이야기는 다음 다음 기회에 해 보자.

 

벽돌을 쌓아서 뼈대를 삼으면 조적조 주택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야. 우리 어릴 적에 단독주택단지에 지어졌던 것들은 죄다 이런 집들이었을 것 같아. '한지붕세가족'에 나오던 그런 집이라면 생각나겠지? 1층에는 주인집이 있고, 1층 단칸방에 사글세 사는 집을 위한 작은 부엌이 있고, 2층에도 세 들어 사는 집을 위한 공간이 있고 뭐 그렇고 그런 구조의 집 말이야. 꼬마돼지 삼형제 중 막내가 지었던 벽돌집이 조적조 주택이라, 막연히 늑대가 훅 불어도 안 넘어갈 것 같은 그 집.

 

어쨌든, 그 중에 나는 목조 주택을 지었어. 목조 주택이 다른 종류의 집들에 비해서 빠르게 지을 수 있고, 아무래도 나무니까(물론 화학 약품으로 떡칠을 했겠지만) 다른 재료들보다는 자연친화적이고, 나무 자체가 단열의 효과도 있다고 그러고 이쁘고 부드럽고 어쩌고 저쩌고. 한 줄로 요약하자면, 제대로 콩깍지가 씌었나봐. 목조가 비싸고 불에 약하고 뒤틀림이 있고 이런 것은 귀에 안 들어왔었어.

 

그러니까, 내가 지은 집은 목조주택이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집은 지어본 적이 없어서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알아두길 바래.

 

6월 중순 경 공사 첫 삽을 뜨자, 먼저 레미콘이 와서 바닥에 콘크리트를 쏟아 부어 집터를 만들더군. 그걸 ‘버림(뭘 버려?)’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야. ‘목수느님’이 몇 명 온 것은 이때인가 봐. 나는 목수는 나무 관련 일만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더라. 이렇게 쏟아부은 콘크리트 판때기 위에 집이 지어진다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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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만들기

 


몇 날 동안 콘크리트를 말려서 딱딱해지자(이걸 기술시간에는 양생이라고 했던 것 같구먼... 왠지 영양갱을 먹고 싶어지는 응?) 그 위에 거푸집을 만들었어. 중학교 기술 시간에 홀랑 벗은 몸뚱아리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기술 대신 가사를 배웠다는 사람들을 위해, 거푸집 설명을 하자면, 거푸집은 이를테면 붕어빵틀 같은 거. 붕어빵틀=거푸집, 밀가루반죽이랑 앙금=콘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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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빵틀을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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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틀에 콘크리트를 부어 넣고 굳히면



거푸집이 완성되자 또 한번 레미콘이 와서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쏟아 넣어서 1층 벽체를 만들었어. 1층 벽체가 굳어지자 거푸집을 뜯어 냈어. 아참, 우리 집은 1층은 콘크리트 구조로 되어있고, 그 위에 목구조를 올려쌓은 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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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되는 것이에요

 


목수느님이 그 위에 나무로 벽을 만들기 시작했어. 망치랑 톱이랑 못이랑 쓱싹쓱싹 거리면 신기한 것들이 막 생겨나는데, 일주일도 안 걸려서 대충 집 모양이 연상될 정도로 나무로 벽의 뼈대를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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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목수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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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 장마가 시작됐어. 생각보다 장마가 길더라고. 8월 말에 입주할 수 있을까?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내가 넉넉하게 9월 말에 입주하자니까 시공사 사장이 너무 시간 길게 잡는다고 우겨서 8월 말로 잡혀있었고, 살고 있는 집은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들락거리기 시작하고 있었어. 살짝 후달리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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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



긴 장마가 지나고, 다시 공사가 시작됐어. 하루하루 올 때마다 한 층씩 올라가는 것 보니까 정말 신기하더라고. 그렇게 뼈대를 만들고 지붕뼈대까지 올리고 나면 목수느님들은 일단 철수.

 

뼈대가 만들어졌으니까 핏줄과 신경도 넣고 살도 넣고 피부도 발라야겠지.

 

설비 팀과 전기 기사가 오는데, 전기 기사는 전선을 깔고 위치에 맞춰서 콘센트를 달아 놓아. 설비 팀은 배수파이프랑 수도관을 달아 놓고 그래. 이때부터 문제가 스물스물 기어올라오기 시작했어.

 

그 문제는 바로 우리집만을 위한 전기 도면과 설비 도면이 없었다는 것. 지난 번에 이야기했지? 우리 집이 원래 똑같은 구조의 집을 여러 채 지어서 분양하는 방식으로 하려다가 나자빠져서 개별 설계로 가게 됐다고 말야. 그래서 개별로 구조가 이리저리 바뀌었는데, 설계를 담당했던 업체에서 집집이 개별로 전기 도면과 설비 도면을 만들어줄 생각이 없었나봐. 나는 당연히 설계 업체에서 설계를 하여 시공 업체에 넘겨준 것으로 알고 있었지.

 

출근해서 열심히 돈벌고 있는데 띠리링 전화가 왔어. 처음 듣는 목소리. 전기 기사라는 양반이 느닷없이 나한테 전기 도면이 없어서 일을 못한다네. 뭘 보고 공사해야 될지 모르니 당장 오라고 하는데, 나도 백수가 아닌지라 맨날 조퇴 쓰고 공사 현장에 붙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설계 업체에 전화했더니, 자기들은 전기 도면이랑 설비 도면이랑 제공했다는 거야. 나는 받은 적이 없고, 시공사 사장도 못받았다 그러는데.

 

그래서 따졌더니, 개별 설계로 바뀌기 전에 제공했던 도면을 바탕으로 창의적 변형을 하라고 하더라? 이 바닥은 원래 다 그렇게 한다더라고. 담당자 말이 목조 주택은 워낙 현장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현장 변경이 많아서 정확한 전기/설비 도면은 애초에 제공이 불가능하다네. 요약하자면 전기와 설비에 대한 원칙을 자기들이 ‘사실상의 제공’을 했으니 현장에서 응용하면 된다는 거야.

 

“아, 그렇습니까?” 그러고는 현장에 가니 업자들은 무슨 소리냐며, 설계도 없이 공사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투덜투덜. 그러고 보면 또 그 말도 맞는 것 같고.

 

설계 업체의 논리를 전달해 줬더니 씨부렁거리면서 원래 제공했던 도면을 보여달라고 하더라고. 이 부분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이건 좀 이상하다 싶었어. 설계 업체에서 이렇게 저렇게 지으라고 시공 업체에게 뭔가를 줬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고. 그것을 ‘시방서’라고 부른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시공 업체에게 물어보니 자기들은 받은 도면이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현장 사무실에 가서 보니까 각 층의 평면도만 덜렁 걸려 있더라고. 지금 당장 공사는 해야되는데 설계도 달라고 해서 그려준들 어느 세월에 그리고 받아서 하겠나 하면서 시공사 사장이 평면도에 표시라도 해달라네. 급한 마음에 내가 표시해서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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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님의 뻘짓

 

 

그걸 전기 기사 아저씨에게 갖다 줬더니 이걸로는 못하겠단다. 갑자기 내가 여기 직원이 된 것 같은 기분 + 설계 맡은 회사에 불질러버리고 싶은 생각이 막 들어.

 

집에 있는 pdf 파일 뒤적뒤적해서 일괄건축 당시의 전기도를 찾아서 출력해서 갖다 줬어. 근데, 이번엔 그게 우리집이랑 좌우가 대칭이네. 내가 봐도 너무 어지러워. 전기 기사 아저씨도 아주 짜증내고 난리야. 설계 업체에 전화했더니 안타깝기는 한데, 지금 업무가 많이 밀려서 한 집 한 집 못해 주겠다네.

 

한숨 쉬던 전기 기사느님, 빨간 락카를 나에게 주면서 그냥 어디어디에 컨센트 설치하고 어디어디에 스위치 설치하고 어디어디에 전등 달고 할 건지 벽에 빨간색 락카로 뿌리라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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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님의 뻘짓 퍼레이드

 


어때. 이야기가 점점 더 좋게 되고 있는 것 같지?

 

그나마 나는 직장도 근처로 옮겨놨고, 집도 현장에서 20분 거리에 있어서 락카라도 뿌렸어. 직장도 멀고 집도 두 시간 거리에 있던 이웃은... 에휴 말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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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전기공사를 끝내고 설비공사도 끝냈나봐. 나무 뼈대에는 전선/배관이 주렁주렁 달렸어. 염병할 공사판 사진이 왜 저래 많냐하면, 설계도가 없는 노릇이잖아. 시공 업체에서 나중에라도 설계도를 제대로 그려달라고 설계 회사에 요구를 하라고, 그러려면 벽 속에 들어가 있는 놈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 도리가 없으니 사진을 꼼꼼하게 찍어 놓으라고 하더라고. 1년이 지난 지금, 이 사진들이 집 하자가 있거나 수리가 필요할 때 설계도를 대신하고 있는 아주 알흠다운 상황이야.

 

우리 집 설계한 업체가 누구며, 건축가 이름이 누군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명예훼손으로 또 검찰청 들락날락할 일이 생기면 심장이 바운스바운스할 것 같아서 안할란다. 알지? 이 글에 나오는 상황과 위 사진들과 이 글과 모든 정황들은 모두 소설이어야 한다는 것. 안 그랬다가는 견과류 알레르기 생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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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견과류 알레르기로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 특정 상표와 절대 관련 없음.

 


아무튼 요로코롬해서 전선과 파이프를 설치하고 나면 다시 목수아저씨들이 와서 나무뼈대 사이사이에 살을 넣기 시작해. 뼈대 사이에 베개같이 생긴 단열재를 채워 넣고, OSB라고 불리는 패딩누더기처럼 생긴 합판이랑 석고로 된 판때기로 몇 겹 옷을 입히고, 그 위에는 방수포라는 놈을 붙이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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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찬 모습

 


저 상태에서 어떤 재료를 쓰는지에 따라서 집의 겉모습이 결정되는데, 우리 집 같은 경우에는 무슨 석고로 된 판때기 같은 놈을 이어 붙였어. ‘K-mew’라고 부르는 놈이라는데, 이웃집들이 같은 재료로 하자는 분위기라 얼렁뚱땅 같이 하게 되더라고.


한편, 집 안에서도 인테리어 공사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데 이맘때가 되면 공사하시는 분들이 현장에 엄청 바글바글 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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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는 보일러 틀면 온수가 지나가면서 바닥을 따뜻하게 해 줄 파이프도 깔고 그 위에 시멘트를 부어서 온돌바닥을 만들었어. 이 파이프가 지나간 바닥은 나중에 보일러를 틀면 뜨거워진 물이 파이프로 순환하면서 바닥이 뜨거워지는 방식이야.


아까 그 파이프 위에 시멘트를 부어서 미장하고, 시멘트 바닥 위에 도배를 하면 바닥이 모양을 갖추게 되는데, 바닥에 어떤 재료를 쓰냐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있어. 어떤 재료를 쓸지, 디자인과 색상은 어떻게 할지 미리 고민을 좀 해 놓는 것이 좋아.

 

도배 공사 할 때쯤이면, 도배 공사 외에도 설비 공사, 타일 공사, 인테리어 공사, 주방 가구 설치, 기타 등 완전 북새통이야. 집주인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고민을 할 시간과 에너지가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상태야. 바닥 재료를 고르는 것 외에도 선택해야 할 것들이 무지 많지. 하나하나 고민하고 선택해 두었다면 좋겠지만, 공사 직전에 선택하게 되면 제대로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거야.

 

바닥 도배와 비슷한 시기에 집 안에서 일어나는 공사들을 나열하자면 이래. 각각 글 하나씩 나올 법한 것들이지만, 쭉 이야기를 할까 해.

 

(1) 도배하시는 분이 바닥과 함께 벽지 도배를 해.

(2) 설비 업체에서 화장실에 바닥 방수 작업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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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타일 붙이시는 분들이 화장실과 현관과 부엌에 타일을 시공하셔.

(4) 타일을 붙이고 나면 설비 업체에서 변기/세면대/욕조 설치하고, 주방 가구 업체에서 주방 가구 설치하고, 인테리어 업체에서 신발장을 설치해.

(5) 보일러 시공하시는 분이 보일러 시공하셔.

(6) 전기 기사 오셔서 전등이랑 스위치랑 콘센트 설치해.

(8) 가스 업체에서 가스레인지/보일러에 배관을 연결해.

(9) 청소 업체가 와서 공사 중 나온 쓰레기와 먼지를 싹 청소해.


(1) ~ (8) 이 한 2주일 정도에 동시에 진행된다고 보면 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리 고민해 두는 것이 좋아. 돈, 디자인, 내 생활 습관 등을 다 고려해서 말야.

 

정신없이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느새 입주하기로 약속했던 8월은 지나가고 9월도 한참 지나, 10월이 다가오고 있었어. 전세 집도 이미 다음 사람이 구해졌고, 이사 날짜도 정해 놓은 상태라 집도 빼야 할 상황이고.

 

공사 진행 상황을 보니, 집 안은 어느 정도 사람이 살 만한데, 집 밖의 상황은 별로 그렇지가 못했어. 집 앞에 굴삭기가 왔다갔다 거리고, 정화조가 설치되기 전이라 똥싸면 구덩이로 떨어지고. 1층에 타일도 안 붙여져서 회색빛이고, 데크 공사가 안되어 있어서 문 열면 낭떠러지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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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당시                                 입주 몇 달 후      

 


9월 말에 입주하고 나서도 집 밖에서는 공사가 계속 되고 있었고, 아내와 아이는 잠시 정리가 될 때까지 부모님댁에 갔지.

 

그렇게 완성이 된 집인지 아닌지 굉장히 애매한 상태의 집에 들어가게 된 거야. 집안을 보면 완성된 것 같은데, 집밖을 보면 완성되었다고 보기 힘든 그런 상태?

 

진짜 좋게 되는 스토리는 여기부터야.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시공사에게 돈을 100% 지급하지 않은 상태였어. 위에 왼쪽 사진을 봐. 100% 지급하게 생겼어?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때까지만 해도 시공사 사장이 잠수타기 전이라서 시공사 사장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 공사하다가 다른 현장에 급한 일이 있다고 인부들이 모두 철수하는 등의 일이 잦아지면서 입주 날짜가 조금 늦춰져도 ‘그 영감님 8월말 입주는 개뻥. 그 날짜에 맞춰서 집 안 내놓기를 잘했네’ 정도로 웃고 넘어가는 수준이었지.

 

9월 말에 입주하고 시간이 흘러 10월. 추석 명절이 다가올 무렵 전화가 한 통 왔어. 우리 집 공사를 했던 목수느님이야.



“너님 집 공사 내가 졸 열심히 했는데, 일한 보수를 아직도 다 받지 못하여 추석 명절도 지내기 힘들어. 공사 대금 아직 100% 지급 안 했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시공사 사장한테 나 돈 못 받잖아. 미워.”



술 좀 드신 것 같은데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나한테 전화하기 전에 뭐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 시공사 사장한테 목수아저씨가 연락을 해.

 


목수 : 보수 언제 줄 거냐?


사장 : 집주인이 돈을 덜 줬다. 그래서 나도 돈이 읎다.


목수 : 뻥치지 마라.


사장 : 정말이다. 너도 알잖아 나 어떤 사람인지 등 개드립.


목수 : (집주인에 대한 원망 100%) 알았다 쓰부랄. 내가 집주인한테 직접 전화해 볼게.

 


뭐 이런 그림?


이런 난감한 일이 있냐는 말이지. 물론, 이 사람과 나와는 직접적 계약 관계가 없기 때문에 내 책임은 아니야. 시공사 사장이 빚을 내서라도 노동에 대한 댓가를 지불해야 되겠지. 문제는 그 순환 고리 속에 내가 지불하지 않은 돈이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 한다는 거야.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맨날 우리 집에서 뚝딱뚝딱 일하시던 마음씨 좋게 생긴, 땡볕에 그을려 구리빛인 목수아저씨. 우리 집 공사하느라 몇 달 동안 집에도 못 내려가고 인근 여관에서 장기 투숙하던 그 분이 추석 명절에 돈을 못 받았다니 참 마음이 그렇더라고. 화나기도 하고 해서 시공업체 사장에게 전화했어.

 


나 : 왜 목수아저씨 보수 지급을 안 하냐.


사장 : 나도 주고 싶다. 그런데, 우리집 이전에 시공했던 집에서 아직도 잔금을 몇천만 원 덜 받았다. 그러니, 나도 돈이 없어서 못 주고 있는 거다.


나 : 대금 남은 놈 주면 보수 지급이 되는 거냐.


사장 : 그렇다.


나 : 알았다.

 


장황하게 이야기해 놓았지만, 내가 절체절명의 등신짓을 또 저지른 이유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을 뿐이란 걸 알아. 그러면 안 되었던거야. 하늘이 무너져도 돈을 그냥 주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 왜 그랬는지. 자포자기였는지 고생을 좀 덜해서 정신을 못 차려서 그랬는지, 일한 사람들한테 돈은 줘야된다고 잔금을 지급했어.

 

시공사 사장에게 잔금을 치르면 그 돈이 목수아저씨에게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참 순진한 멍청이였던 거야. 차라리 시공사 사장에게 니가 미룬 임금을 내가 지급하니 잔금에서 까겠다고 이야기하고 직접 드렸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알고 보니, 시공사 사장한테 돈을 못 받은 하청업체가 많은 거야. 많았다기보다는 돈을 제대로 받은 하청업체가 없는 거야. 나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목수아저씨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잔금을 다 줬잖아. 그런데, 만약 그 때 안 줬다면 어땠을까? 이웃 중에 주지 않은 사람의 경우를 보면, 뭐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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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상황 

 


지금까지 나온 하청업체 및 인부를 보자. 대부분 1인 기업이야. 목수들(가수 아님), 도배 기술자, 타일 기술자, 전기 기술자, 설비 기술자, 보일러 시공자, 창호 업체(창문 판매), 지붕 업체, 외벽 공사 업체, 인테리어 업자(실내 계단 같은 거 하는 분), 싱크대 업자, 동네 건재상, 정화조 매설 업체, 기타 등 여기 다 적지 못한 분들도 많아.

 

그 사람들 중에서 돈을 덜 받은 사람들이 다~ 연락온다는 거다. 하루에 이 사람들한테 한 통씩만 전화 받는다고 생각해 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웃는 게 웃는 게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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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돈을 못 받은 하청업체에서 나쁜 마음을 먹으면 우째되겠냐. 물론, 내가 본 하청업체 사람들은 진짜 기술을 가진 노동자 분들이고 선량한 분들밖에 못 봤지만. 결국 시공 업체에서 중간에 돈을 다른 용도로 써 버리면 집주인이랑 하청업체들만 좋게 돼.

 


우리 집 같은 경우, 대부분의 하청업체에서 10~20%의 보수를 못 받았다고 그러더라. 나는 돈을 다 줬는데, 내가 사는 집에 실질적으로 손때를 묻혀서 일하신 분들은 돈을 덜 받아서 곤란한 상황이었지. 이것은 정말 서로 환장할 노릇인 거야. 선량한 분들이라 이미 시공이 끝난 자신의 물건을 파손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아무튼, 내가 잔금을 다 치렀다는 이야기는 삽시간에 하청업체 사람들 사이에 퍼졌는지, 그 이후로 나에게 전화 오는 사람은 없었어. 잔금을 치르고 몇 달 후, 외벽 타일을 붙이는 분이 와서 외장 공사를 마무리 하는 것으로 우리 집 공사는 일단락 되었어.

 

입주 이후에 AS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해 보자. 이야기는 갈수록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분노하샘


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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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는 가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