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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6월 3일, 영국 런던의 중심인 ‘런던 브릿지’(London Bridge) 부근에서 또 다시 테러가 벌어졌다. 3월 22일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 5월 22일 맨체스터 자살폭탄에 이어 벌써 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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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수도 만만치 않다. 1차 테러는 3명이 숨지고 50여명이 크게 다쳤고(한국인 관광객 5명 포함), 2차 테러는 사망자 수만 23명에 64명이 중경상을, 마지막으로 이번 3차 테러에는 6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다쳤다. 이렇게 총 3개월에 걸쳐 3번의 테러로 32명이 사망하고 144명이 부상을 입었다.




1. 왜 영국에 테러가 급증하고 있을까?


영국은 ‘쉥겐협정이행협약’(Convention Implementing the Schengen Agreement, 이하 쉥겐조약)에 가입된 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영국 이민국은 보다 철저한 외국인 출입국 통제가 가능하다.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을 해 봐도 알 수 있지만 영국은 입국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나라다. 따라서 그 동안은 ‘테러리스트’라고 의심되는 이들이 영국에 입국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었다. 누가 테러리스트인지 어떻게 아냐고 물으신다면, 영국 정보국 – 영국 정보국은 국내를 담당하는MI5, 국외를 담당하는MI6(흔히 ‘007’이라 불리는)으로 구성되어 있음 – 의 정보수집능력은 CIA를 넘어 세계 최고임을 알려드린다. 세 번의 테러 사건에서도 보여지듯, 가해자와 용의자를 대부분 당일 살상 혹은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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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았지만 필자가 대사관에 근무하며 간헐적으로 듣던 풍문으로는, 영국 정보국은 테러관련 첩보를 사전수집하여 테러가 발생하기 전에 무수한 테러 용의자를 검거한 사실이 많다고.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냥 나온 영화가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동안 기껏해야 댓글이나 조작하는 정보국 얘기만 들어 상상이 안 갈 수도 있지만, 우리 나라 국정원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누가 그랬다.


이민국의 출입국 통제 및 정보국의 활약과 더불어 영국은 지난해 1월, 시리아 공습을 결정한 이후 IS의 테러에 대비하여 대테러 관련 600여명의 무장경찰을 추가 투입했다. 테러위협에 대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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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영국은 이민국, 정보국 그리고 무장경찰의 활약으로 유럽대륙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테러청정지역’으로 여겨져 왔었다. 사실, IS와 같은 테러집단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프랑스와 벨기에, 독일 등 육로로 쉽게 이동이 용이한 지역에 테러를 하는 것이 더 수월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렇게 청정 지역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영국도 조금씩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2. 빈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관광객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브렉시트’(Brexit) 이후,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살인적 물가’의 상징이었던 런던 물가가 환율로 인해 상대적으로 ‘정상적 물가’로 변하기 시작한 것. 때문에 예전보다 비교적 저렴한 예산으로 영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1파운드에 1800-2000원 했던 환율이 1400원대로 곤두박질 쳤으니 말 다했다. 이러한 환율 변동은 전 세계적으로 관광객을 영국으로 불러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제로 2016년 영국, 특히 런던은 전세계에서 관광객을 가장 많이 유치한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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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2017년은 ‘해리포터’(Harry Potter) 출판 20주년과 ‘제인오스틴’(Jane Austen, 오만과 편견 저자)의 출생 200주년이 되는 해라, 영국관광청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2016년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늘 프랑스에 밀려 있던 영국이 관광객으로 재미를 보는 시기가 온 것이다. 벨기에 공항 테러 이후 테러도 잠잠해지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 많아지다 보니 테러에 대한 감시도 소홀해 진 듯 하다.


두 번째로, 지금 영국은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런 시기다. 현재, 영국 의회는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과정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하드 브렉시트로 강한 드리아브를 걸었던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역 리시브를 걸고 있기 때문. 이러한 갈등은 결국 영국 총리에게 조기 총선이라는 초강수까지 던져 놓게 했다.


2015년 당시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당의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새로운 대표는 당내 선거를 통해 당시 내무부 장관이었던 테레사 메이가 보수당의 중간 계투를 맡은 것. 하지만, 선거의 핵심이었던 당대표로서 총선을 치른 것이 아니었기에 다시 한 번 국민의 선택을 묻고 당 내의 리더쉽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택했다. 따라서, 만약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이 승리하면 기존에 메이 총리가 내세웠던 ‘하드 브렉시트’는 걸림돌 없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렇듯, 영국 정치는 지금 여러 가지 미지수 속에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관광객 유치와 맞물린 정치적 혼란기에 테러가 발생 한 것.



3. 테러, 무엇이 달라졌나?


1차 테러인 웨스트민스터 테러는 ‘칼라드 마수드’(52세 남성)라는 영국 태생의 이슬람교도에 의해 행해졌다. 이슬람 이민자 가족에서 자란 이민 2세로 이슬람계 영국인이다.


2차 맨체스터 테러는 자살 폭탄 테러로 ‘살만 아베디’(22세, 남성)에 의해 행해졌다. 살만 역시 이슬람교도이며 90년대  카다피 정권에 저항하여 리비아에서 영국으로 온 난민 출신의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영국 태생의 이슬람계 영국인이다.


3차 런던 브릿지 테러는 아직 가해자의 신원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현재 3차 테러와 관련된 용의자 12명이 런던의 동쪽 지역인 ‘바킹’(Barking)에서 체포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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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영국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은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슬람계 영국인에 의해 발생되었다. 아직 3차 테러에 대한 가해자의 신원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런던 동부지역에서 12명의 관련 용의자가 체포 된 상황과 연관 지어 보면, 영국에서 일어난 세 번의 테러는 지난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벌어진 테러와 같이 외부에서 유입된 테러리스트들이 벌인 일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테러의 달라진 양상 그 첫 번째는 바로, 내국인(영국인)의 소행이라는 것.


두 번째 특징은, IS(이슬람무장단체)가 테러 대상 국에 거주하는 내국인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IS는 세 번의 테러가 모두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지만, 영국 경찰은 이번 테러 용의자들이 IS와 직접적인 연관은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몇 가지 특이한 점들이 발견된다. 특히, 2차 테러 가해자인 살만의 경우 IS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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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은 시리아를 방문 했었고, 최근에는 리비아에도 다녀왔다. 영국정보기관의 관계자에 따르면, 살만은 시리아와 리비아를 방문하면서 테러리스트 훈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고, ‘알케에다’와도 연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세 차례에 걸친 테러가 영국 태생의 보수적 이슬람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밝혀진 것으로 미루어 보면, IS는 더이상 전문적 테러리스트를 보내 테러를 감행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욱 겉잡을 수 없게 된다.


2015년, 카메론 전 총리는 영국에 정착한 이슬람계 영국인에 대한 새로운 교육 방침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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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영국에는 수 많은 이슬람인들이 난민 혹은 이민자로 정착해 있다. 하지만, 정착민과 영국에서 태어난 이들의 자녀들에 대한 영국화 교육이 미비했다. 때문에 이민자들 사이에서 이슬람교도이면서 영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갖는데 한계가 있었다.


사실상 기독교(성공회) 국가인 영국과 이슬람이 종교적으로 상충되는 면이 많기 때문이다. 당시 카메론 총리는 이슬람교도이면서 영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지침을 교육부에 하달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감행된 세 번의 테러를 보면 이러한 교육 방침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4. 정치적 쟁점 사안: 이슬람계 이민자 문제인가?


9/11테러 이후, 전 세계는 이슬람교도(무슬림)와 극단적 이슬람 무장단체(IS)를 동일시 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미국의 ‘샘 해리스’와 같은 작가들은 테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이슬람을 언급하며 이슬람교, 즉 종교 자체를 문제시 했다. 이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증가된 ‘무신론’(Atheism)의 등장과도 무관하지는 않다. 종교가 가진 ‘합리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더해 ‘테러=이슬람’이라는 공식은 마치 시대를 반영하는 진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영향력은 7/7 테러를 비롯한 그동안의 각종 테러를 경험한 영국 국민들에게도 내면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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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이번 테러를 포함, 1-3차 테러 발생의 원인을 이슬람계 이민자들의 문제로 몰고 가고 있다. 세 차례에 걸친 테러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의 국민 여론은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왔다. “이민자 문제를 양보하는 것도 괜찮다.”는 여론에도 힘이 실렸다. 하지만 세 번의 테러로 인해,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한 원망이 거세지면서 이민자를 통제하는 것이 자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보수당도 이러한 정치적 심리를 이용,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눈치다.


하지만 이번 테러는 단순히 이민자 문제로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현재 IS에서 자신들이 테러를 감행하는 이유, 즉 테러의 원인을 삼고 있는 것은 바로 ‘시리아 공습’과 관련된 영국 의회의 결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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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현재 영국에 테러의 집중적인 대상이 된 계기는 2015년 12월, 영국 의회에서 있었던 시리아 공습 결정 이후부터다. 당시 영국은 시리아 내에 IS를 처단하기 위한 공습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슬로건 아래, 보수당에서는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테러 집단을 압박하고 공격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결정이라고 했고, 이와는 반대로 노동당에서는 공습으로 인해 테러와 관계 없는 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 나아가 계속되는 공습은 오히려 더 많은 테러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하며 보수당의 공습 의견에 반대했다. 하지만 의회는 찬성397, 반대 223으로 가결, 시리아 공습을 단행했다.


2015년 12월 3일, 의회 승인 후 시작된 시리아 공습에, 영국 공군은 지금까지 1000번의 공습을 통해 약 2000여개의 미사일로 수 많은 IS의 주둔지 및 군사시설을 파괴했다. 물론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민간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 정확하게 확인 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영국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논설위원인 ‘헤리엇 윌리암슨’(Harriet Williamson)은 IS는 자신들의 방호를 목적으로 민간인들을 포로로 잡고 있기 때문에 IS가 주둔하고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을 폭격하면 무고한 인명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전략으로 군사행동을 계속한다면 테러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리아는 총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지역이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 강대국, 러시아, 독재정권의 힘겨루기로 결국 포탄에 목숨을 잃는 건 이슬람 난민들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는 단순히 이슬람 이민자 문제로 볼 수만은 없다. 보수당 역시 정치적 승리를 목적으로 문제를 단순화 해서도 안 된다. 만약 테러의 원인이 이슬람 이민자의 문제라면 이민자 통제 정책을 펼치는 보수당은 총선에서 승리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치적 승리를 맛본 뒤에 보수당은, 또 다른 테러 문제에 봉착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민자들이 벌인 테러이기 때문에 이민자를 받지 않으면 된다는 ‘이이제의’ 식의 해법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노동당 대표인 제레미 코빈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결단을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대화하기 어려운 상대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대화와 협력은 모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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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요청: 지난 3월 웨스트민스터 테러로 사고를 당한 67세의 박춘애 님께서 오른쪽 뇌에 문제가 있어 반신 마비 상태라고 합니다. 영국에 있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며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태여서 본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담당 자원봉사자에 따르면, 외교부에서 예산을 지원하여 제공되던 통역도 예산 부족으로 며칠 전부터 지원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맨체스터 테러는 한국인 피해자가 없었지만 중요한 수술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외교부 예산을 맨체스터 테러 관련 필요한 인원을 지원하는데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67세의 할머니께서 통역도 없이 수술을 받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우리 국민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정보제공 등 안전관리에 철저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지만, 수술 전날 통역 지원을 빼 버린 건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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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