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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1. 15. 수요일

프랑스특파원 아까이 소라





 







식도락의 나라, 프랑스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것 중 대표적인 것 한 가지가 아마도 음식일 듯. 식도락으로 유명한 나라라 하면 아시아에 중국이 있다면 유럽에는 프랑스가 있어. 이원복의 <먼 나라 이웃 나라>에서 이를 두고 프랑스의 다양한 기후 및 토양과 자연환경 덕분이라고 했던 걸 읽은 기억이 나네.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가 워낙 여러 문화의 교류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 뭐 모두가 그렇다니까 그렇다 치자. 프랑스, 식도락의 나라 맞다 쳐. 그런 나라에서 살다 보니 한국의 지인들이 가끔씩 물어본다. 프랑스 음식 맛있어? 정말 프랑스 사람들은 모두가 매일 맛나고 좋은 음식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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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커피 한 잔과 갓 구워진 크루아상으로 매일 아침을 맞이하고 점심 때에는 여유롭게 코르동 블루를 먹은 후 잠시 마카롱과 함께 티타임을 즐기다가, 저녁 만찬에는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 한 잔 따라 한 모금 마시고 혀로 동그랗게 굴려가며 그 향과 빛깔과 맛을 음미하며 낭만적이고 쾌락적인 저녁을 보내느냐고? 음... 너... 바보냐? 아서라.


참고로 한국인에게 보통 프랑스의 정통 일류 요리 학교로 알려져 있는 “코르동 블루(Cordon Bleu)”는 요리 이름. 뭐 그렇게 고급스럽고 비싸고 그런 요리 아니고 오히려 더 ‘서민적’이고 정겨운 음식이랄까? 칠면조 햄과 치즈가 들어간 왠지 돈까스와 닮은 정겨운 요리. 슈퍼 가면 냉동으로 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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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코르동 블루

집에 가서 팬에 기름 둘러 굽기만 하면 오늘은 내가 프랑스 일류 요리사!

 

 


직장인의 점심 시간

 

한국 사람이라고 맨날 불고기에 떡볶이만 먹는 게 아닌 것처럼 프랑스인들의 일상 역시 한국인의 일상과 그리 다를 것 없더라. 실제로 <르피가로> 2011년 9월 27일자 기사에 따르면, 2011년 이미 프랑스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평균 시간은 22분. 그러니까 간단한 샐러드나 샌드위치 같은 걸로 한 끼를 대충 때운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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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국민 점심식사 햄 바게트 샌드위치

저거 먹다 보면 입 천장이 막 까진다...

게다가 저 게 2.7유로... 한국 돈으로 4천원.

 

 

20년 전 직장인 평균 점심 식사 시간이 1시간 반이었다는데… “아~ 옛날이여!” 소리가 절로 나오게 생겼다. 그만큼 프랑스에서도 시간의 여유라는 게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겠지? 참고로 프랑스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보통 12시에서 2시 사이. 그 시간의 길이는 회사마다 다른 듯 해. 내가 다녔던 회사는 12시에서 2시 사이에 아무 때나 골라서 1시간 동안 밥 먹고 차 마시고 놀다가 들어오면 됐었어. 옆 동네 친구 회사는 점심시간을 한 시간 반 주더라.(하지만 그만큼 일이 늦게 끝나므로 부럽진 않음.)

 

알다시피 프랑스에서는 풀타임으로 일할 때 일주일에 5일, 하루에 7시간을 일해. 프랑스 노동법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하루 노동 시간이 6시간 이상일 경우에는 최소 2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주는 것을 의무로 하고 있어. 점심시간 휴식시간은 따로 법으로 정해져 있진 않고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정해져 있는지라 회사마다 달라. 프랑스 노동부에 따르면 회사마다 30분에서 2시간까지 다양하게 점심시간을 정해놓고 있나 봐.



직장인의 점심값


이제 돈 얘기를 좀 해 보자. 프랑스 직장인들은 점심값으로 보통 얼마를 쓸까? 근데 그 전에 할 이야기가 있어. 임금 이야기. 2014년 1월 1일 부로 프랑스의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1%가 올라서 세전 시간당 9.53€.(대강 13,800원 정도) 한 달 동안 풀타임으로 일하면 대략 1,445.38€(201만원 가량)을 받게 돼. 뭐 세금을 제하면 한 시간에 7.38€(≒만 7백 원), 한 달에 1,121€.(≒162만 5천 원)

 

그럼 니가 만약에 프랑스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풀타임으로 일한다고 치자. 그럼 니 통장에는 세금 떼고 한 달마다 대강 162만 5천 원 정도만 딱 들어올까? ^_^ 아니니까 이런 걸 물어보겠지? 임금 계산 이런 거는 복잡하니까 집어치우고 오늘은 점심 얘기 하고 있으니까 그것만 잠시 언급해 볼게. 일단 법적으로 회사는 노동자들의 점심값을 지원해 줄 의무는 없어. 이전에 내가 일 년 정도 일했던 우리 회사 짠돌이 사장은 나 입사 전 한동안 점심값 지원도 안 해 주다가 용자들의 업무 거부에 어쩔 수 없이 지원을 시작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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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해 주는 깨알 같은 내 자랑.

퇴사할 때 우리 짠돌이 사장은 프랑스의 품격을 보여 주겠다며 루이X통 지갑을 선물해 주었다.

참고로 나는 평소 우리 사장에게 “사장님은 너무 짠돌이예요”라며 면박을 주는 용자였으나

이 선물을 받고는 그 동안의 오해에 대해 정중히 사과를 하고 매년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고 있다.

 

 

여튼 프랑스 회사의 점심값 지원은 각기 다른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큰 회사 같은 경우는 회사 식당을 따로 두기도 하고, 혹은 점심값을 임금에 포함시키기도 해. 가장 일반적인 건 레스토랑 티켓(Titre Restaurant). 달마다 회사에서 나누어 주고, 보통 회사와 노동자가 그 가격을 반반씩 부담해. 법적으로는 회사가 50~60%, 노동자가 40~50% 부담하게 되어 있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거 자체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레스토랑 티켓 가격도 천차만별. 보통 8유로에서 10유로 사이.

 

이걸로 무엇을 하느냐? 물론 점심 사 먹으라고 주는 거니까 그래도 되지만, 이게 좋은 점은 식당이 아니라 슈퍼에서 장 볼 때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 장 보는 품목 중 바로 먹을 수 있는 거? 이를테면 과일이나 즉석조리음식 같은 게 포함되어 있다면 이걸로 계산할 수 있어. 반값 쇼핑하는 기분이라 알뜰여왕이 되는 것 같아 왠지 콧구멍이 벌렁벌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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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티켓 회사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필자가 다니던 회사에서 주던 건 이런 거.

밥도 먹고 장도 보고,,, 전업학생이 된 지금은 사실 가끔 레스토랑 티켓 그립다.

원래는 그러면 안 되는데 식당에서는 티켓 금액보다 싼 거 먹으면 거스름돈도 내 주고 그런다.

식당에서는 한 사람당 한 번에 보통 레스토랑 티켓 두 장 정도까지 쓸 수 있다.

 

 

 

아 맞다! 이건 그냥 이야기하는 건데, 프랑스 회사에서는 대중교통비도 대신 내 줘. 물론 파리 지역에 한해서이긴 하지만 한 달 대중교통비의 50%를 임금에 더해서 주더라. 당시에 나는 꽤 먼 곳에 살았었고 한 달 교통카드비가 100유로(≒15만원) 정도 나왔었는데 그 중 50유로는 회사에서 줬어. 어찌나 기쁘던지!

 

그리고 하나 더. 이 역시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보통 사장이 제일 먼저 출근하고 가장 나중에 퇴근하더라. 작은 회사일수록 더. 막말로 회사 잘 되면 사장이 젤 좋은 거잖아. 회사원들 월급이야 정해져 있는 거고. 우리 짠돌이 사장은 아침 6시면 이미 나와서 일하다가 밤 10시에 퇴근하곤 하더라. 우리는 칼퇴근을 모토로 했고, 야근도 있긴 했었지. 이게 다 사르코지 때문이야. 야근 수당? 후후... 계약서에는 “시간 외 추가 근무는 고용주의 지시에 의해서만 허용되며 이 경우 추가 수당이 지급된다”라고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글쎄... 현실은? 야근은 알아서 피하는 게 상책!



직장인의 점심 메뉴

 

점심값을 알아 봤어. 그러니까 대강 8유로에서 10유로 사이(≒11,600원~15,000원) 라는 건데, 솔직히 8유로에서 10유로로 뭘 먹을 수 있을까? 기껏해야 샌드위치 세트 정도... 그래서 요즘 파리지역에선 샐러드 바가 유행이더라. 대강 10유로에 맞추어서 먹을 수 있으니까. 식당에서 파는 햄버거는 15유로(≒22,000원) 정도라구.. . 그걸 먹으려면 큰 맘 먹고 레스토랑 티켓 두 장을 써야 함. 난 분명히 웰던으로 잘 구워달라고 했지만 그래도 고기는 여전히 피를 머금고 있고... 물론 고기는 육즙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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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 유로로 먹을 수 있는 점심 메뉴는 대강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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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17유로(≒25,000원)... 레스토랑 티켓 두 장 되시겠슴돠!

 

 

그래서 똑순이로 거듭나기를 원하는 부지런한 직장인들은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기도 하지만 법적으로 사무실에서 무언갈 먹는 건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 냄새 및 위생 문제 땜에 그렇다네? 뭐 그래도 대강은 눈감아 주기는 하지만 우리 짠돌이 사장 같은 사람한테 걸리면 큰일. 탕비실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작은 회사는 이조차도 여의치 않다는 게 문제.

 

회사 내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경우에는 냉동음식을 사 와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기도 해. 이 경우엔 좋은 게 가격대가 저렴한 지라 8~10유로도 안 되게 점심과 디저트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거. 하지만 맛은 복불복이므로 큰 맘 먹고 세트로 샀다간 피눈물을 흘리며 쓰레기통으로 직행시키는 수가 있으므로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 참고로 도시락을 싸 다니다가 국물이 필요해 타이 수프라 적힌 요상한 음식을 샀다가 필자는 피눈물을 흘렸어. 난 분명 똠양꿍을 좋아하는데... 그건 사람이 먹을 수준이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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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 파르망티에(Hache Parmentier)

감자와 소고기, 양파 등이 들어간 요리.

냉동으로 2유로 (≒2,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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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시금치 감자 그라탕, 전자레인지에 7분

냉동으로 4유로(≒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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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산 치즈 소스 버섯 라비올리

2.85유로(≒4,200원), 전자레인지에서 4분 3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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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몬 롤

1.95유로(≒2,800원), 전자레인지 3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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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타르트 한 조각

1.95유로(≒2,800원), 전자레인지 20초

 

 

요즘 가끔 생각해 봐. 이런 냉동음식 전문 판매점이 한국에도 있다면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 편의점에서 파는 그런 맛대가리 하나 없는 낙지볶음밥 햄버거 이런 거 말고... 이건 언젠가 다시 한 번 다루어 보도록 할게.

 

여튼 프랑스가 아무리 식도락으로 유명해도 그 식도락을 즐기기 위해선 결국 돈이 필요해. 오늘도 집세 내랴 전기세, 가스비, 인터넷사용료 등을 벌기 위해 죽어라 일하는 대부분의 회사원들이 그 식도락을 즐기는 건 정말이지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특별한 날 정도랄까?

 

 

프랑스 식도락의 거품

 

프랑스엔 미슐랭 가이드라는 게 있어. 미슐랭 알지? 그 왜, 허연 게 미이라 같이 생긴 애가 타이어 파는 그 회사. 요정 카인님하가 그러는데 한국에선 미쉐린이라 불린다더라. 난 파리지엔느니까 그냥 미슐랭이라 할 거임. 이 가이드는 1900년부터 나오기 시작해서 이제는 매년 출판되고 있어. 처음에는 타이어를 구입하는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거래. 그러니까 미슐랭 타이어를 장착한 차를 타고 여행을 다니면서 구경할만한 곳, 잘만한 곳, 먹을만한 곳을 소개할 목적으로 말이야. 그러다가 이 게 인기도 끌고 공신력도 생기면서 일반 대중에게 팔기 시작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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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거북이 복면 벗고 허연 페인트 칠한 것처럼 생겼다.

 

 

1926년부터 미슐랭 가이드에서는 괜찮은 식당에 별을 달아주기 시작해. 별은 하나부터 세 개까지 다양하게. 그런데 이 별을 따기가 말 그대로 하늘에 별 따기. 하나만 받아도 그 식당은 환장해.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미리부터 예약을 안 하면 앉아서 밥 한 번 먹기도 힘들어 지는 거라. 그리고 가격은? 당연히 오르겠지...

 

별 딴 식당은 환호하고, 별 땄다가 따인 식당은 죽상이지. 그리고 프랑스의 식도락은 거의 이 별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야. 문제는 그러는 동안 프랑스의 식도락은 더 이상 일반 프랑스인의 것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는 것. 사실 처음부터 프랑스의 식도락은 귀족, 혹은 부르주아들의 것이었으니까 애초에 일반인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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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가이드 별 받은 식당에서 이렇게 먹으면 한 사람당 50~100유로는 기본...

한국 돈으로 7만3천원~15만원은 기본...

 

 

해서, 프랑스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것들을 보면 말이야... 프랑스의 식도락은 사실 거품. 한국의 갓 집 나온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먹는 게 학생식당 음식이나 라면, 김밥, 떡볶이 같은 것인 것처럼 프랑스의 경우는 냉동, 케밥, 맥도날드 정도니까. 뭐, 그래도 프랑스 맥도날드 치킨 베이컨 랩은 언제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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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맥도날드

하지만 난 지금 김밥이 먹고 싶다... 노랑 단무지하고 같이... ㅠ.ㅜ

 

 


 



참  고

 

http://www.lefigaro.fr/vie-entreprise/2011/09/27/09008-20110927ARTFIG00723-la-pause-dejeuner-se-reduit-comme-peau-de-chagrin.php

 

http://droit-finances.commentcamarche.net/faq/4998-pause-et-temps-de-travail#pause-dejeuner

 

http://www.service-public.fr/actualites/00812.html

 

http://www.pagepersonnel.fr/content/questions-interim-remun.html

 

http://www.editions-tissot.fr/actualite/droit-du-travail-article.aspx?secteur=PME&id_art=1213&titre=Repas+des+salari%C3%A9s+%3A+quelles+sont+vos+obligations+%3F

 

http://www.picard.fr/



 

 

 

 

 



 프랑스특파원 아까이 소라

트위터 : @candy4sora


편집 : 꾸물,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