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1. 20. 월요일

딴지팀장 꾸물

지난 19일, MBC는 문화방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명 화가 보티첼리에 대한 내용을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 방영했다. MBC는 방송 자료화면으로 소개한 보티첼리의 작품 <비너스의 탄생>에서 여성의 가슴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모자이크 작업은 보여줄 수 없거나, 보여졌을 때의 영향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꿔준다.   

MBC가 지상파라는 사명감에 위대한 예술가를 음란물 전속 일러스트레이터로 만드는 기예를 펼치며 온 가족이 보는 시청시간을 고려, 꼰대력을 책임감을 바탕으로 방송 심의 규정을 준수하고 나아가 온 국민에게 바르고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긍정적 태도의 모범을 보였다 할 수 있겠다. 

이에 거대 글로벌 미디어 옥토퍼스 레그 그룹을 꿈꾸는 본지는 애쓰는 지상파의 의중과 그 기준을 기특하게 여기는 바, 대한민국 국민의 고품격 정서함양을 위해 유해한 장면의 모자이크 기준을 MBC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MBC와 같은 음란한 순결한 언론에 입사하길 원하는 언론고시생 및 군소 언론사들은 잘 보고 배우기 바란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쉬운 예제를 통해 알아보자.

예1)

여배우 앞에 놓여진 음료수 잔 때문에 방송에 집중할 수 없는 경우, 아래와 같이

MBC 모자이크 기준에 따른다.  

쉽지?

예2)

 

자랑스런 대한민국 특전사의 강도높은 훈련 모습이 검은색 팬티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우스워 보이는 역효과가 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MBC 모자이크 기준에 따른다.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예3)

종북무리가 설쳐대는 불안한 시대에 특전사 분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노련하지 못한 사진기자의 셔터 탓에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 머리의 오와 열이 맞지 않는다.

이는 종북무리에게 '특전사는 약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MBC 모자이크 기준에 따른다.  

 이건 좀 어려운 작업에 속해서 그런지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암튼, 이제 어떻게 하는지 알았으면 실전으로 들어가 보자.

 

재래 시장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시절이다. 

오른 손에 든 굴비와 인자한 얼굴 보다

어색한 왼손에 눈이 먼저 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MBC 모자이크 기준에 따른다.  

재래시장을 찾았을 당시 사진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된 게 없다.

오른쪽 밑으로 보이는 녹음기, 마이크 등이

마치 선거철에만 서민을 찾는 후보들의 모습을 취재하는 것 같으니 아예 잘라내고,

어묵을 먹는 모습은 사람들의 위를 꼴리게 만들어

현대인의 비만을 야기하는 주범 중 하나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MBC 모자이크 기준에 따른다.  

박근혜 대통령의 어린시절 비키니 사진.

가끔 등장하는 사진이거니와 종아리까지 오는 수위는 낮지만

수영복의 수위가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MBC 모자이크 기준에 따른다.  

종북무리 척결의 최선봉 국정원장이 마치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마이크와 수첩 등을 들이밀고 있는 사진.

국가의 명예와 국익을 생각하면 그런 느낌을 줘서는 안될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MBC 모자이크 기준에 따른다.   

극단적 종북무리 중 한 명이 난입해 흉기를 들이밀어 이에 당황한 표정으로 보인다면

성공한 것이다. 

마치 하기 싫은 사람을 억지로 자리 하나 만들어 앉히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MBC 모자이크 기준에 따른다.  

 

이제 그런 생각이 안든다.

난이도가 좀 있는 화면이다.

언뜻 보면 코를 파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왼손을 모자이크 처리해야 할 것 같지만

옆에 앉은 영부인을 비롯, 뒷 사람들의 가지런한 손 위치와 모양을 보면

청결한 행위를 하는 왼손 보다 어색한 오른 손이 문제가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MBC 모자이크 기준에 따른다.   

어렸을 때나 자주하던 의자빼기 장난을 치는 모습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장면이다. 

두 대통령의 위상을 생각하면 그런 오해는 무엄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MBC 모자이크 기준에 따른다.  

다소 두서 없는 순서에 좀 힘든 교육과정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어쩌겠는가. 본지를 제외한 기타 군소 매체들은 유행과 심의규정의 최첨단을 달리는 MBC를 따라가기에 급급할 터이니 본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배움은 원래 어려운 것이니 인내심을 갖고 따라가다 보면... 

아래와 같은 영상의 심의규정 준수도 MBC의 기준에 맞추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힘내서 밝고 건강한 명랑사회를 이룩하자.

MBC 만세.

꾸물

트위터 : @ggu_m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