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Athom 추천5 비추천0

2014. 01. 22. 수요일

Athom







                   

관련 기사

 

[알고나 먹자 - 소금편]

[알고나 먹자 - 간장편]

[알고나 먹자 - 된장편]

[알고나 먹자 - 고추장편]

[알고나 먹자 - 고기편]

[알고나 먹자 - 고기편 2]

[알고나 먹자 - 젓갈편]

[알고나 먹자 - 향신료편]

[알고나 먹자 - 향신료편 2(마늘)]

[알고나 먹자 - 파]

[알고나 먹자 - 생강/갓]

[알고나 먹자 - 김장]

[알고나 먹자 - 추석 음식]

[알고나 먹자 - 다양한 김치]

[알고나 먹자 - 조개1]
[알고나 먹자 - 조개2]

[알고나 먹자 - 갯바위조개와 담수조개]

[알고나 먹자 - 고둥1]

[알고나 먹자 - 고둥2]

[알고나 먹자 - 알레르기와 식재료]

[알고나 먹자 - 녹색혁명 VS 로컬푸드]

[알고나 먹자 - 문어]

[알고나 먹자 - 회]

[알고나 먹자 - 오징어]

[알고나 먹자 - 게]

[알고나 먹자 - 동지 팥죽과 정월 대보름]

[알고나 먹자 - 콩]

[알고나 먹자 - 그녀를 위한 식탁 * 크리스마스 파뤼]

[알고나 먹자 - 그녀를 위한 식탁 * 닭죽과 생치침채]

[알고나 먹자 - 잡곡 1]











indig-cultures-NG-1999Aug66-67_lrg(1024x371).jpg



인류가 세계 각지역에 정착해 농업을 시작하면서 선택한 작물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시작은 대부분 곡물이었습니다. 곡물은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고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인 영양성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타 과실(밤, 호두, 아몬드등)에 비해 면적대비 생산량이 많고 비교적 빨리 수확이 된다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어 주요농작물로 선택되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쌀로 문명을 꽃피웠고,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서는 밀과 보리를 농사지어 생존해 냈습니다. 북유럽에선 호밀이 역사의 시작을 알렸고, 아프리카에선 수수와 기장을,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아 수천 년간 문명을 꽃피워냈습니다. 이제 주식과 잡곡의 경계가 많이 흐려지고 있지만 1만 년에서 수천 년 전부터 주식으로 삼았던 곡물들은 여전히 그 지역에서 주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옥수수.jpg



1편에서도 잠깐 이야기 했지만 한 번 주식으로 자리 잡으면 양 많고 맛좋은 새로운 곡물이 출현해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인 모양입니다. 16세기 무렵 조선에 처음으로 옥수수가 들어와 500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간식거리 혹은 동물사료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죠. 그러나 수천 년 전부터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았던 멕시코 일대의 국가들은 여전히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아 다양한 요리에 활용합니다.


사실 옥수수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입니다. 그중 절반 정도가 동물의 사료나 연료, 액상과당으로 가공되고 절반만 직접적인 식생활에 이용됩니다. 옥수수는 품종이 매우 다양한데 품종마다의 특성에 맞춰 음식으로 만들어집니다.


팝콘 뻥튀기.jpg



어려서 팝콘을 처음 먹어보고 고개를 갸우뚱 했었습니다. 왜 뻥튀기랑 모양도 다르고 맛도 다른 것일까 궁금했었죠. 마을 저수지 옆에 공터가 있었는데 연중 서너 번 뻥튀기 아저씨가 리어커를 끌고 마을로 찾아와 공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집안에 있다가도 뻥 소리가 들리면 뻥이요 아저씨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뻥튀기 아저씨가 올 날을 대비해 집집마다 몇 가지의 마른 곡식과 떡을 말려 준비해두었다 아저씨가 오면 들고 나가 뻥튀기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옥수수도 맛있고 쌀도 맛있었지만 인절미를 딱딱하게 말려 뻥튀기로 만든 것이 가장 맛이 좋았습니다. 고소한 콩가루와 달달한 찰떡이 뻥튀기가 되면 달콤하고 고소한데다 바삭바삭해서 최고의 간식거리가 되었었죠. 지금은 ‘인절미’라는 과자가 판매되더군요. 달달하니 맛있긴 한데 입술을 발기시켜 자주 먹긴 곤란한 음식이죠. 네.


그 때 우리집 옥수수로 만든 뻥튀기는 민들레꽃처럼 생겼었는데 언젠가 누나를 따라 갔던 극장에서 내손에 들려준 팝콘은 몽실몽실한 치자꽃 같달지...달달하고 고소해서 이게 어찌 뻥튀기와 같은 것일까 궁금해 하다 전자레인지용 팝콘을 뜯어보고서야 그 정체를 알게 되었죠. 그 안에는 ‘밭두렁’과 비슷한 맛을 내는 매우 작고 딱딱한 옥수수가 들어있더군요. 이때가 중딩 무렵이었으니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한 두뇌구조가 형성된 시기였습니다. ‘아하~ 이거슨 종자가 다르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중학생 때까지도 바보였거나 세상물정 더럽게 모르는 촌놈이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밭두렁.jpg



실제로 팝콘이 되는 옥수수는 부풀려지기 좋은 구조로 만들어진 폭립종 옥수수이고 스위트 콘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옥수수 종자입니다. 최근 극장에서 판매되는 팝콘은 크기도 크고 뻥튀기와 비슷한 모양으로 튀겨지는 품종을 사용하는 것 같더군요.


미흑찰 초장.jpg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옥수수는 단연 찰옥수수죠. 한국 사람은 일단 찰져야 좋아합니다. 그중 가장 인기가 높은 옥수수는 초당옥수수와 미흑찰옥수수인 것으로 보입니다. 초당옥수수는 옥수수 본연의 노란색을 지닌 옥수수입니다. 당도도 높고 찰지기야 말 할 것 없죠. 아주 그냥 찰지죠. 미흑찰은 검정색 옥수수입니다. 검정색이라고 말하지만 짙은 보라색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강원도에서 개발된 미흑찰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옥수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달고 찰지고 씹는 맛도 부드러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죠. 엄마는 한동안 초당 옥수수와 미흑찰을 섞어 심었는데 옥수수는 바람에 수분이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혼작하면 잡종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미흑찰 이빨 사이사이에 초당옥수수가 끼어들거나 그 반대의 모양으로 생겨나다보니 이제는 혼작하지 않고 미흑찰 옥수수만 재배하더군요. 옥수수 농사는 마을 단위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미흑찰을 심는데 한 집만 초당옥수수를 심으면 잡종 옥수수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옥수수는 경작지의 지심을 높이는 용도로도 사용됩니다. 농지에 퇴비를 뿌리고 갈아엎은 뒤 옥수수를 심습니다. 옥수수가 꽃을 피울 무렵이 되면 옥수수 대를 잘게 잘라 그 밭에 뿌리고 다시 흙을 갈아엎습니다. 이렇게 옥수수 줄기를 퇴비로 변환시킨 밭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지심이 좋아져 작물이 튼튼하게 자랍니다. 상추나 시금치, 깻잎 같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작물을 재배할 때 땅의 힘으로만 길러내야 하기 때문에 개발된 농법인데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옥수수줄기가 퇴비를 당화시키는 과정을 거치는 것인데, 그렇게 지심이 길러진 밭에서 자라는 농작물은 병에도 강하고 상품성도 높아집니다. 옥수수가 자랄 때까지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전체 생산량이 줄어들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고 상품으로 재배할 수 있으니 그만한 노력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농법임에 분명합니다.


다양한 옥수수.jpg



옥수수는 매우 훌륭한 곡물임이 분명하지만 20세기 들어서 불명예를 얻게 되었습니다. 바로 고과당옥수수시럽을 탄생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죠. 어쩌자고 몸 안에 전분을 그리도 많이 품고 있어서 물엿이 되었을까요. 6,70년대 생산량도 많고 가격도 저렴한 옥수수를 이용해 만들어진 물엿은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구의 비만을 부추기게 된 흑역사의 장본인이 되었습니다. 가장 저렴한 곡물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공산식품에 사용되다 보니 ‘살의 축’이 되어 타도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식품원료표기사항을 보면 옥수수가 포함되지 않은 식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가장 훌륭한 곡물중 하나인 옥수수가 어쩌다가 타도의 대상이 되었는지 참으로 아이러니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뻥튀기가 다이어트 식품이 되고 팝콘이 비만의 원인으로 불리는 것만큼 극적인 아이러니도 없는 듯합니다. 곡물의 역사에서 그려진 <그을린 사랑>을 보는 듯한 기분이듭니다. 실제로 카라멜 팝콘 같은 경우 1+1=1인 경우라 할 수 있죠. ㅠㅠ;;


카라멜 팝콘.jpg

1+1=1



크기로 봤을 때 옥수수의 반대말은 조일 것입니다. 조는 우리가 흔히 좁쌀이라 부르는 것을 말합니다. 크기가 가장 작은 곡식중 하나인 조는 기장보다 작고 피와 크기가 비슷합니다. 들깨와 크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조는 이삭의 모양이 강아지풀을 많이 닮았는데 강아지풀은 조의 아주 먼 조상이라더군요.


조 기장 이삭.jpg

조                                기장



조는 알곡이 너무 작아 도정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곡식이지만 곡식 중 가장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어 죽을 쑤기에 이상적입니다. 예부터 환자식으로 좁쌀죽을 쑤어 먹였다더군요. 부드럽고 소화도 잘 돼 환자에게 먹이기 적당했을 것입니다.


지난 여름 기장으로 밥을 지었더니 매우 찰지고 부드러운 밥이 되더군요. 기장밥에 가자미살, 무말랭이 불린 것, 마늘과 생강 다진 것, 다진파, 고춧가루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해 버무려 한 달 보름을 기다렸더니 가자미식해가 되더군요. 


가자미식해 본 레시피에는 메조와 가자미 작은 것을 사용하라고 되어 있었지만 메조를 찾을 수 없었고 가자미 작은 것도 구할 수 없어 기장과 커다란 떡가자미를 포를 떠 만들었습니다. 가자미식해를 좋아해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 시도한 것이었는데 맛은 괜찮았지만 가자미 껍질을 벗겨내서 그런지 씹는 맛이 이전의 동해안 가자미식해의 맛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자미식해를 만들고 맛보는 과정에서 젓갈보다는 김치에 가까운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장밥은 김치에 넣는 죽 역할을 하더군요. 가자미는 삭으며 젓갈의 역할을 하고 무는 김치처럼 익어가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잘 익은 가자미식해를 돼지고기수육에 올려 먹으니 삼합을 먹는 것처럼 맛이 좋더군요. 가자미식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그녀를 위한 식탁에서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자미 식해.jpg



조와 색깔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이삭은 벼에 가까운 것이 기장입니다. 기장을 들에서 본 기억은 한 번도 없습니다. 시장에서 조와 기장을 분리해서 판매하는데 무엇이 기장이고 무엇이 조인지 아직도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장이 크기가 조금 더 크고 짙은 노란빛깔을 띠지만 얼핏 보기엔 구분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함께 섞이면 절대 구분 불가. 고수들은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정말 구분하지 못하겠더이다. 이 기장이 어디에 특별히 쓰이는지,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단지 밥을 지을 때 한 줌씩 넣으면 날치알처럼 톡톡 씹히는 맛이 좋아 가자미식해를 만들고 남은 기장을 밥에 넣어 먹는 수준입니다.


조 기장 날곡.jpg

무엇이 조고, 무엇이 기장일까여?



피0263(640x480).jpg



피는 가장 천대를 받던 곡물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곡물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논에 피가 나면 뽑아내기 급했고, 아빠 말에 의하면 굶어 죽어도 피는 먹지 않았다고 하던데 엄마 말로는 흉년 들었을 때 종종 먹었다고도 하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피는 닭 모이로 먹였다는 이야기를 아빠에게 들었습니다. 논에 나는 피는 올라올 때마다 뽑아냈지만 논두렁에는 피가 많이 자랐고 그것을 바가지를 들고 나가 하루 종일 훑어 내면 80kg 가마니로 한 가마니를 얻을 수 있었다더군요. 그걸로 닭을 먹여 키웠다 카더라는 이야기를 생전에 하셨습니다.


이렇게 닭이나 먹이고 들판에서 자유영혼으로 살아가던 피를 최근에 식용으로 재배한다더군요. 들에 난 피를 손으로 훑어 입에 넣고 꼭꼭 씹어보면 고소하고 달달한 물이 베어 나옵니다. 아직까지 식용으로 재배된 피를 먹어보진 않았지만 그 맛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피로 음식을 하면 조나 기장과 비슷한 맛을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다 재미난 것을 발견했는데, 피를 발아시키면 보리에 버금가는 당화분해효소가 생겨난다더군요. 발아시킨 피로 맥주를 만들면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합니다. 맥덕들의 무궁한 영광 있기를...


매밀.jpg

메밀 이삭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곡식들은 외떡잎식물에 속해 있어 벼나 보리의 모양을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메밀만은 근본이 다릅니다. 쌍떡입식물 마디풀과의 식물입니다. 마디풀의 종류는 대단히 많은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여뀌와 쇠물팍(우슬)을 들 수 있습니다. 메밀의 꽃이나 줄기는 여뀌나 쇠물팍을 닮았는데 이것들에 비해 열매가 커 곡식으로 길러진 듯합니다. 메밀은 잡곡으로써도 훌륭하지만 그 꽃이 무척 아름답죠. 그에 못지않게 여뀌꽃도 아름답습니다. 여뀌 군락에 들어서면 붉은 메밀밭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초여름 개울이 흐르는 초지나 저수지 인근에서 여뀌를 볼 수 있는데 메밀밭의 밤 풍경만큼이나 섹시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새벽녘의 여뀌 군락입니다.


P2630159(640x360).jpg

여뀌꽃



메밀묵.jpg



우리가 메밀로 해 먹는 대표적인 음식은 묵과 국수를 들 수 있습니다. 메밀묵은 메밀가루와 물, 소금으로만 만들어지는 음식이고, 메밀국수는 밀가루와 녹말가루를 섞어 만듭니다. 물컹하고 탱글탱글한 젤리 형태의 묵은 한국에서만 먹는 방법이지만 중국에도 쌀묵과 깨묵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양장피도 묵의 일종입니다.


녹말이 40%이상 들어있는 식재료라면 모두 묵을 만들 수 있는데 메밀을 비롯해 도토리, 녹두, 칡, 밤, 연근, 감자, 옥수수(올챙이묵) 등으로 묵을 만들 수 있습니다. 팥에도 전분이 많이 들어 있지만 너무 달아 묵으로 만들지는 않고 한천이나 젤라틴을 넣어 식힌 양갱을 만들어 먹었죠.


묵은 원재료에서 녹말만 추출해 내면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지만 녹말을 얻어내는 작업이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칡과 연근은 다지거나 갈아 물에 적셔 녹말이 물 아래로 가라 앉게 한 다음 물 윗부분을 버리고 또 다시 물을 섞어 두었다 다시 물 윗부분을 버리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쓴 물이 빠진 녹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토리는 딱딱한 껍질을 벗기고 가루로 만든 후 물에 담가 떫은 맛을 빼내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비로소 녹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감자는 썩히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녹두는 녹말을 얻기가 비교적 손쉽지만 생산량이 적어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황포묵을 만들어 냈다더군요. 지금도 황포묵은 참 고급스럽고 귀해보이는 음식입니다.


이렇게 녹말을 얻기가 쉽지 않은데 메밀은 매우 손쉽게 녹말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굳이 껍질을 벗길 필요도 없습니다. 껍질째 절구에 빻거나 방앗간에 가 빻아오면 됩니다. 이렇게 빻은 메밀가루를 물에 불려 면포에 놓고 꾹꾹 짜면 메밀묵을 만들 수 있는 녹말 물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소금간을 약간 하고 걸죽해질 때까지 끓인 뒤 틀에 붓고 식히면 메밀묵이 되는 것이죠. 면포에 짜서 거른 물을 가만히 두면 녹말이 가라앉는데 위의 맑은 물을 버리고 남은 녹말에 밀가루를 혼합해 반죽을 만들어 메밀전을 부칠 수도 있습니다.


올챙이 묵(640x359).jpg



올챙이묵은 옥수수 가루로 묵을 끓이듯 끓여 구멍난 틀에 부으면 그 아래 차가운 물로 몽울몽울하게 떨어져 식게 된 것이죠. 모양이 정말 올챙이처럼 생겼습니다. 


지금은 아주 다양한 전분이 시중에 판매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라면보다 쉽게 묵을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주저 말고 어떤 녹말이든 손에 들어보시라. 가루로 된 녹말로 묵을 만들 때는 물과 가루의 비율을 4:1 혹은 5:1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보다 물이 많으면 젓가락으로 들었을 때 뚝뚝 떨어지는데 시중에 유통되는 묵이 힘없이 뚝뚝 끊어지는 이유입니다. 묵은 볕에 말렸다 다시 물에 불려 볶음을 하거나 밥을 지을 때 올리면 더욱 쫀득하고 맛이 좋습니다. 최근에 시장에서 말린 묵이 눈에 자주 띄더군요. 말린 묵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말린 묵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도전이 될 것입니다.


묵말랭이.jpg



메밀국수는 올챙이묵을 만드는 방법과 비슷합니다. 메밀묵을 먹어보면 알겠지만 끈끈한 탄성이 없습니다. 메밀가루로만 면을 만들면 끓는 중간에 산산히 부서져 도로 묵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메밀국수를 만들 때는 밀가루를 넣어 치대는 과정을 거칩니다. 밀가루에 들어있는 글루텐단백질은 치대면 치댈수록 쫀득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치대면 치댈수록 쫀득하고 탱탱해집니다.


여기서 요리팁 하나. 국수나 빵은 쫀득해야 맛있지만 튀김은 바삭해야 맛이 있죠. 튀김을 바삭하게 만들려면 반죽을 휘저으면 곤란합니다. 휘저은 반죽으로 튀겨낸 튀김은 바삭하지 않고 낭창낭창하죠. 어쩐지 기름도 더 많이 먹은 것 같구요. 튀김은 온도차와 점성 없는 반죽에 의해 바삭하게 튀겨지므로 얼음물에 튀김가루를 풀고 두세 번만 저어 가루가 물에 풀릴 듯 말 듯한 상태에서 반죽을 입혀준 뒤 뜨거운 기름에 재빠르게 튀겨주는 것이 바삭한 튀김을 만드는 비결입니다. 더욱 바삭하고 딱딱한 튀김을 원하면 밀가루보다 녹말의 비율을 높이면 바삭하고 딱딱한 튀김이 됩니다. 종종 믿어지지 않을 만큼 딱딱한 탕수육을 대면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어젯밤 주방장 아자씨가 과음을 하셔서 실수로 녹말을 너무 많이 넣어 튀겼구나’ 하시면 되겠습니다. 녹말이 많이 들어갈수록 탕수육은 돌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메밀국수는 메밀가루와 밀가루의 비율을 7:3 혹은 8:2의 비율로 하는데 쫀득한 메밀국수를 원하면 4:6 혹은 5:5의 비율로 반죽을 해도 좋습니다. 정통 일식의 소바면은 메밀과 밀가루의 비율을 7:3 혹은 8:2로 하지만 한국인은 역시 찰져야 좋죠. 4:6이 적당합니다.


국수누르는모양(503x640).jpg

전통 국수틀



국수기계.jpg

기계화된 국수틀



메밀 반죽을 만들어 두고 물을 끓입니다. 끓는 솥 위에는 국수틀이 있지요. 물이 끓으면 국수틀에 반죽을 넣고 압력을 가해 국수를 뽑아냅니다. 반죽은 끓는 물로 곧장 들어가 삶아지고 다 삶아진 면을 건져 차가운 물에 헹구면 메밀면이 완성됩니다. 이 면으로 춘천막국수도 만들고 생치침채도 만드는 것이죠.


7. 막국수(640x520).jpg



일본의 소바는 반죽을 밀대로 밀고 칼로 썰어 만듭니다. 혼다시 국물에 적셔먹는 소바는 별미죠. 이 소바면으로 볶음면을 만드는 이야기가 심야식당에 나오는데, 야끼소바녀.... 백치미가 있었죠. 음...



여기까지 잡곡에 대한 이야기를 마칩니다. 아는 건 없고 할 말은 많은 식재료들이네요. 이제야 각광받기 시작한 식재료들이니 앞으로 수많은 음식들을 탄생시키리라 봅니다.


다음은 알고나 먹자 식재료편 마지막회, 쌀로 이어집니다.







참 고 도 서


<잡곡의 과학과 문화>(박철호, 박광근, 장광진, 최용순 - 강원대학교출판부)


<음식과 요리> (해롤드 맥기 - 백년후)




 


 

 

뱀발

 

해롤드 맥기의 <음식과 요리>는 제목 그대로 음식과 요리에 관련된 모든 것을 총 망라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밥을 먹고 사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Athom


편집 : 보리삼촌